352화. 3초 뒤 라틸은 화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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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화. 3초 뒤 라틸은 화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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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화. 3초 뒤 라틸은 화를 낸다
2023.07.12.
경험도 없이 갑자기 딜러 일을 잘할 리가 없었다.
“여보세요. 내 칩 주세요. 그걸 왜 당신이 가져가?”
“이 딜러 누구야? 누가 VIP석에 이런 초짜를 넣었어?”
“혹시 딜러로 온 게 아니라 조각상으로 왔나. 그럼 안 헷갈리게 딜러복은 안 입고 있었으면 하는데.”
클라인은 자기 앞 테이블에 앉아서 연신 항의해대는 병아리 같은 손님들 때문에 제대로 그 바람둥이가 있나 없나 살필 수가 없었다.
반면 백화는, 대신관 만큼 잘해나가진 않았지만 눈치껏, 요령껏 손님들의 불만을 듣지 않고 있었다.
그 요령이란, 자신에게 온 손님들과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면서 게임 진행을 아주 느리게 끌어가는 것이었다.
바닐과 악시안은 그 모습을 먼발치서 지켜보며 수군거렸다.
“저거 역시 성기사 같지 않다니까?”
“그냥 성기사도 아니라, 성기사단장 아닌가요?”
“분명 뇌물 주고 성기사가 된 걸 거야.”
얼마나 그렇게 시간이 지나갔을까.
바람둥이를 기다리다가 이 꽥꽥대는 손님들 때문에 자기 인내심이 먼저 뽑혀 나갈 것 같다고 클라인이 생각할 무렵.
여유롭게 게임을 진행해 나가면서도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백화는 이상한 대화를 포착하고 멈칫했다.
“레안 황자 쪽…….”
백화는 카드를 섞다 말고서 힐긋 소리가 들려온 쪽을 보았다. 구석에 있는 테이블에서 정장 차림의 손님 둘이 은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
하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은 데다 다들 저마다 떠들어대고 있고, 게임이 잘 풀리는 테이블에서는 계속 함성이 터져 나오는 터라 멀리 있는 사람들의 대화를 전부 다 듣는 건 힘들었다.
“실례합니다. 배가 좀 아파서.”
백화는 슬그머니 자기가 맡은 테이블에서 빠져나와, 딜러들이 걸치는 겉옷을 벗고 앞치마를 두른 다음 바에서 와인을 챙겨 그쪽으로 걸어갔다.
서빙을 하는 척 일부러 그들 가까이 가자, 목소리를 낮추어 대화 나누는 소리가 제대로 들려왔다.
“위험하지 않을까?”
“위험할 거 없다니까?”
“하지만 레안 황자는 아직 거기서 못 나오고 있다며.”
“선황후는 이미 궁전에서 지내고 있잖아.”
“선황후는 폐하의 어머니니까.”
“이미 화가 반쯤 풀리신 거야. 괜찮아. 게다가 뭐 별거 이상한 거 넣는 것도 아니잖아?”
“난…… 난 잘 모르겠어. 이상한 거 아니면 정식으로 보내면 되잖아?”
‘레안? 레안 황자에게 뭘 보내려는 건가?’
“정식으로 보냈다가 폐하께 찍혀서 미움 살까 그러지. 하지만 끼워 넣기로 보내면 폐하께 미움도 안 사고 레안 황자님께도 잘 보일 수 있잖아?”
“……모르겠어.”
“어려운 거 아니야. 그냥 식재료 사이에…….”
그 순간. 말을 잘 나누던 사람이 갑자기 확 몸을 뒤로 돌리면서 백화의 팔목을 잡고 눌렀다.
“누구냐.”
손이 눌리면서 쟁반이 기울어지자, 그 위에 올려둔 와인병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쨍그랑 소리를 냈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동시에 이쪽으로 쏠렸다.
백화는 눈썹을 치켜올리고서 상대를 보았다.
은밀한 대화를 나누던 사람이 백화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누군데 말을 엿듣고 있었지?”
* * *
“대신관이랑 클라인이 둘이서 소풍을 갔다고요? 뭐야 이…… 이상한 조합은요?”
시종장에게 보고를 들은 라틸은 황당해서 인상을 구겼다.
시종장은 어깨를 으쓱했다.
“둘만 간 건 아닙니다. 성기사단장이랑 호위, 시종들도 데려갔다니까요.”
“그래도 이상한 조합인데요?”
‘대신관이 성격이 좋아서 클라인이랑도 잘 어울리나?’
라틸은 고개를 기웃했으나 더 말하는 대신 넘어갔다.
시종장도 큰 문제가 발견되어 보고한 건 아닌 듯 흔쾌히 그 부분을 넘어간 다음 다른 안건을 내밀었다.
“그리고 폐하. 그 인어왕이 언제 자기 서약식을 할 건지 묻고 있습니다.”
“그놈의 밤 서약식…….”
“아니요. 밤 얘기는 없었습니다.”
“없다고요?”
되새김질인가 해서 드디어 기억에 넣은 건가. 라틸은 힐긋 관련 보고서를 보았다.
과연 밤이라던가 온실 얘기는 없고, 대신 물가에서 하잔 이야기가 추가되어 있었다.
그러다 라틸은 시종장이 다음 어느 보고서를 보며 고개를 기웃하는 걸 발견하고 물었다.
“왜요?”
“퍼리스 황자님이 마차 사고가 났다 합니다.”
“아. 어제 들었습니다. 아마 괜찮을 겁니다. 다친 사람은 없다 했거든요.”
시종장은 묘한 표정으로 보고서를 내밀었다.
“그렇군요. 그럼 퍼리스 황자님께선 상대 마차에 타고 있던 사람을 왜 별궁에 들이신 걸까요?”
라틸은 보고서를 받아 들다가 멈칫했다.
* * *
악시안과 바닐은 서빙을 하다가 백화가 어느 손님에게 잡힌 광경을 보고 흠칫했다.
딜러 역할을 맡기로 한 백화가 저쪽에서 서빙을 하는 것도 이상한데, 서빙을 하다가 트러블이 일어난 것도 뜻밖이었다.
게다가 저 험악한 분위기라니. 악시안과 바닐이 눈빛을 주고받았다. 도와야 하나? 끼어들어야 하나?
그 순간.
백화가 아무렇지 않게 웃더니, 자신의 손을 잡은 손님에게 억울해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참 너무합니다. 저는 선물을 전달하러 왔는데요. 두 분이 너무 진지하게 대화하고 있으니 못 끼고 있던 거라고요.”
백화의 팔을 쥔 사람이 인상을 찌푸렸다.
“선물이라니?”
“일단 팔을 놓아주시지요?”
그 사람이 팔을 놓자, 백화는 바닥에 떨어져 깨진 포도주병을 아쉽다는 듯 보다가, 한숨을 내쉬고 멀쩡한 포도주 한 병을 내밀었다.
“손님께 보내는 선물이랍니다. 원래 두 병인데. 한 병으로 줄었네요.”
“뭐? 누가?”
“저분이요.”
백화가 눈으로 클라인을 가리키자, 은밀한 얘기를 나누던 사람이 인상을 구겼다.
“저 딜러? 저 딜러가 나한테 왜?”
“글쎄요. 전 전달만 하는 거라.”
잠시 헷갈려하던 사람은 백화가 떠나려 하자 다시 붙잡으며 험악하게 물었다.
“거짓말이지?”
“정말입니다. 못 믿겠으면 가서 물어보세요. 당신을 보며 아마 꺼지라 할 겁니다.”
“뭐야?”
“저 친구가 부끄러우면 늘 꺼지라 말하거든요. 하지만 사실은, 절대로 꺼지지 말란 뜻이죠.”
빙그레 웃은 백화는 손가락으로 자기 자리를 가리켰다.
“전 저기 있을 테니 의심스러우면 저쪽으로 오셔도 되고.”
맞은편에 앉은, 조금 더 겁이 많아 보이는 손님이 고개를 젓자, 백화를 공격한 손님은 그가 건넨 포도주병을 손에 쥐고 잠시 생각하다가 몸을 일으켜 클라인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곧장 포도주병을 클라인의 테이블 앞에 쾅 내려놓으며 물었다.
“이거. 그쪽이 보냈나?”
질문을 던지자마자 바로 대답이 나왔다.
“뭐야 넌? 꺼져.”
백화가 알려준 그대로였다.
이에 손님은 잠시 당황해서 클라인과 포도주병을 번갈아 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거절했다.
“이런 거 보내지 마라. 부담스럽다.”
* * *
‘뭐야 저 미친놈은?’
클라인은 안 그래도 카드를 섞고 칩을 나눠주고 하는 게 헷갈려 죽겠는데, 웬 이상한 놈이 다가와서 이상한 말을 뱉자 황당해서 그자를 쳐다보았다.
그자는 이젠 고개를 설레설레 젓더니, 자기가 무슨 고독한 시인이라도 되는 양 몸을 돌리고 있었다.
기가 막혀 입을 벌리고 있자니, 백화가 어딜 갔다 온 건지 앞치마를 벗고 다가오며 클라인에게 속삭였다.
“미친놈인가 보더라고요. 신경 쓸 거 없습니다.”
“뭐?”
“저는 지나가다가 갑자기 공격받았거든요.”
“또라이네.”
“그러니까요.”
어깨를 으쓱한 백화가 자기 담당 테이블로 가자, 클라인은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서 앞에 모인 손님들에게 성질을 냈다.
“내가 못 하는 게 보이면 옆 테이블로 가라고!”
사장은 먼발치서 이 모든 광경을 바라보며 머리를 쥐어뜯었고, 바닐과 악시안은 나중에 이 일을 클라인에게 말해줘야 할지 말지를 두고서 의견이 나뉘었다.
그때.
대신관이 목표물이 보이면 주기로 한 사인을 했다. 머리 위에 포도주병을 올리고서 춤을 춘 것이다.
“와!”
“묘기로군!”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박수를 쳤지만, 클라인과 백화, 바닐과 악시안, 구벨은 긴장해서 그 바람둥이를 찾아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바람둥이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저자다.’
‘저자네.’
딱 봐도 티가 났다. 남자 하나에 여자 둘이 팔짱을 끼고 붙어 있었으니까.
“오. 신기한 딜러네. 딜러가 춤도 추나?”
그러는 사이, 바람둥이 백작은 머리에 포도주병을 얹고 춤추는 딜러가 신기한지 대신관의 테이블 앞에 자리를 잡았다.
클라인은 서둘러 그쪽으로 걸어갔다.
“이봐 딜러?”
“딜러?!”
“어디가!”
그의 테이블 손님들이 불러댔지만, 클라인은 애초에 딜러 일엔 관심이 없었다.
클라인이 곁으로 와 서자, 대신관은 잠시 당황하다가 웃으면서 바람둥이 백작에게 소개했다.
“조수입니다.”
바람둥이 백작은 옆 테이블에서 클라인을 불러대는 손님들을 보고는, 이게 뭔가 싶은지 고개를 기웃했다.
“오늘은…… 뭔가 특별한 날인가?”
하지만 그리 상관은 없는 듯, 흔쾌히 넘어가고는 대신관에게 웃으며 물었다.
“보자. 그러면 우리 춤추는 딜러랑 가볍게 한 게임 해볼까?”
대신관이 카드를 섞는 동안, 클라인은 어떻게 해야 은근슬쩍 연애 이야기를 물어볼 수 있을지 초조하게 곁을 서성였다.
그러다 문득 클라인은 한 사람이 없단 걸 알아차렸다.
‘백화 그 자식 어디 갔어?’
* * *
‘바람둥이 연애 비법 따위가 문제가 아니다.’
백화는 지금 아까 레안 황자에 대해 이야기하던 손님 둘을 은밀히 추적하고 있었다.
바람둥이 손님이 들어오는 것과 거의 동시에 그 손님 둘이 VIP실을 빠져나가는 걸 발견한 것이다.
그는 기척을 죽인 채 손님 둘을 따라가며 흐뭇하게 웃었다.
라트라실 황제는 레안 황자를 싫어했다. 사실 친형제에게 배신당한다면 누구라도 싫어하게 되겠지만.
그리고 저들 중 하나는 레안 황자에게 은밀히 어떤 물건을 전달하고 싶어 한다. 다른 하나는 그걸 부탁받고서 고민 중인 사람이고.
만약 그 물건이 무엇인지, 부탁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면……!
* * *
백화가 없긴 하지만, 중간에 일을 망칠 수는 없기에 대신관은 게임을 시작했고, 클라인은 옆에서 괜히 빈 잔에 포도주만 따랐다.
“실례지만 손님. 손님은 인기가 아주 많은 분 같은데요.”
그러다 적당히 게임이 진행되었을 즈음. 대신관이 자연스럽게 말을 꺼내자, 바람둥이 백작이 “응?”하고 시선을 들었다.
대신관은 태연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연애 조언 하나만 해 주시겠습니까, 손님?”
“오. 연애 이야기. 좋지. 뭔가?”
“제게 애인이 한 명 있는데요.”
“보통은 한 명이지.”
바람둥이 백작은 웃으면서 말하다가,
“우리라고 해야지. 우리.”
클라인이 옆에서 끼어들자, 웃던 걸 멈추고 “응?”하고 되물었다.
대신관은 당황해서 클라인을 보았지만, 클라인이 물러설 기색이 아니자 마지못해 정정했다.
“예. 우리에게 애인이 한 명 있는데요.”
바람둥이 백작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그러니까, 두 사람 사이에 여자가 하나 끼어 있단 거지? 삼각관계?”
삼각관계라고 할 사이는 아니었으나 대신관은 일단 수긍했다. 후궁 얘기를 꺼내면 바로 황제 이야기란 게 티가 나니까.
“예.”
“오…… 그런 것치곤 연적들끼리 사이가 좋네. 그런데 어떤 점이 고민인데?”
“그 애인이 아끼는 다른 남자가 있어서요.”
바람둥이 백작의 왼쪽 옆에서 와인을 마시던 여자가 풉 소리를 내며 와인을 뱉었다.
바람둥이 백작도 휘파람을 불었다.
“오. 삼다리. 고민이 뭔지 짐작이 안 가는걸. 그 여자의 매력, 굴레, 이런 데서 빠져나오고 싶단 건가?”
참다못한 클라인이 끼어들었다.
“아니. 우리 애인이 그 세 번째 남자만 아끼고 나나 이 자식, 아니, 이 선배한테 별로 관심을 안 보여. 하지만 난 그 자식보다 더 사랑받고 싶거든? 아니, 가장 사랑받고 싶어.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바람둥이, 비결 좀 알려줘.”
“비결은 내가 그 애인분한테 듣고 싶은데.”
“!”
“공개적으로 애인 셋을 두고, 그 애인들끼리 애정을 경쟁하게 만들다니. 굉장한걸.”
말로 하고 보니 더욱 대단하게 여겨지는 듯 바람둥이 백작이 낄낄 웃다가 말했다.
“내 조언 따위가 그 고수에게 통하겠어?”
클라인은 답답해서 고개를 빠르게 저었다.
“아냐, 이봐. 그분…… 우리 애인도 연애 실력이 출중하진 않아.”
“삼다리잖아. 삼다리가 연애 실력이 안 출중하면 누가 출중해?”
“그분…… 우리 애인은 연애 실력으로 우리를 가진 게 아니라니까?”
“응?”
“힘이야 힘. 힘으로 옆에 둔 거지! 그러니까 우린 조언이 필요해.”
클라인이 간곡하게 말하자, 곁에 모여 있던 바닐과 악시안이 서로 눈치를 보며 눈짓을 주고받았다.
‘표현이 좀 이상하지 않나?’
‘저거 아닌 거 같은데?’
예상대로 바람둥이 백작도 떨떠름해서 물었다.
“조언이 아니라 도망이 필요한 건 아니고?”
갑갑해진 클라인이 외쳤다.
“그런 거 아니라니까?”
하지만 바람둥이 백작은 여전히 떨떠름해 보였다.
“일반적인 연인 사이는 맞아? 삼다리도 일반적이진 않지만. 삼다리 부분은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이 연인 관계이긴 해?”
대신관이 얼른 대답했다.
“그건 맞습니다.”
“……주인님이라 부르고 그런 건 아니지?”
대신관은 칼라인을 떠올리고서 얼른 대답했다.
“그것도 맞습니다. 다는 아니고. 한 명만 그렇게 부릅니다. 아, 그, 총애받는 쪽이 아니라 다른 애인이요.”
“오. 삼다리도 아니었어. 사다리.”
바람둥이 백작이 눈이 밤톨처럼 커다래졌다.
“그 여자…… 굉장히 대단하고 능력 있는 변태로군.”
대신관은 놀라서 되물었다.
“우리 애인이 이상한 건가요?”
바람둥이 백작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조심스럽게 알려주었다.
“내 생각엔 말이야, 그 여자는…….”
* * *
늦은 저녁.
라틸은 대신관과 클라인이 와 달라고 간곡하게 청한단 이야기를 듣고, 요청받은 대로 대신관의 방으로 갔다.
방문을 열자 안에서 달짝지근한 향이 풍겨왔다. 딸기향과 오렌지 향이 섞인 듯 달콤한 향이었다.
대신관과 클라인은 심각한 표정으로 탁자에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웬일이야? 둘이 같이?”
라틸이 그 모습에 웃으면서 다가가자, 클라인이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폐하. 솔직하게, 뭘 하나 물어도 괜찮습니까?”
답지 않게 매우 진중한 얼굴이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둘이 소풍 나갔다더니. 나가서 뭔 일이 있었나? 라틸은 덩달아 진지하게 되물었다.
“뭔데?”
“아닐 거라 생각하고는 싶지만…….”
‘뭐야. 혹시 내가 로드인 걸 알았나? 분위기가 왜 이래?’
“말해봐.”
라틸이 긴장하면서도 흔쾌히 허락하자, 클라인과 대신관이 서로를 힐긋거렸다.
왜 저러지? 질문을 기다리고 있자니 목이 타서, 라틸은 테이블에 놓인 포도주잔을 집었다.
그걸 입에 가져가는 것과 거의 동시에 대신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폐하. 혹시…… 한 침대에 여럿 두시는 걸 선호하십니까?”
“!”
라틸은 포도주를 그대로 뿜어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