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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증권사 생활-12화 (12/650)

12화 스타로 만들어주겠다

시계가 점심시간을 알리는 시간을 가리키자 최석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휴우~ 정신없이 진행했다. 오늘 테마 살아있는 덕분에 쉽게 목표치 달성한 것 같아. 이따 오후에는 고객들에게 전화 좀 돌려야 하니까 오늘 점심은 맛있는 것 좀 먹자. 가자. 경 대리.”

최석영은 곁에 앉아 있는 경우진 대리에게 말한 후 물끄러미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한진영을 보고 손짓했다.

“어이. 진영 씨. 진영 씨도 오늘은 같이 가도록 해. 저기 뚝불고기 잘하는 집을 내가 알고 있거든. 버섯 숭숭 잘라 넣고, 파 송송 잘라 넣은 불고기 국물에 밥을 쓱쓱 비벼 먹으면 일품이야. 가자.”

최석영은 이미 맛을 한 번 본 것처럼 입맛을 다시고는 한진영을 불렀다.

한진영은 사양하는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러시죠. 오늘은 제가 사겠습니다.”

입맛을 다시던 최석영과 정리를 하고 일어나던 경우진 모두 놀란 얼굴로 한진영을 돌아봤다.

“자네가 산다고? 왜?”

“얼마 전 일로 격려금을 받은 것도 있고…… 드릴 말씀도 있고 해서요.”

“그래? 그럼 한번 얻어먹어 봐야겠네. 그런데 나한테 할 말이 있다고?”

“네. 할 말이 있습니다. 그건 가서 이야기하시죠.”

“어? 어. 그래.”

한진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밖으로 나갔다.

최석영과 경우진은 서로를 잠시 바라보고는 먼저 나간 한진영을 따라 신성증권 시흥지점을 나섰다.

한진영이 식당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최석영과 경우진은 놀란 얼굴로 문밖에서 잠시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거침없이 걸어가기에 놔둔 건데 한진영이 단박에 식당 위치를 알고 찾아온 것에 놀라고 말았다.

최석영은 급히 식당으로 들어가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한진영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자네 어떻게 알고 왔어?”

“일단 앉죠. 점심시간이 길지 않잖아요.”

“그렇긴 한데…… 우리가 여기 올 줄 어떻게 알았어?”

“뚝불고기 드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어? 어. 그래. 우리가 뚝불고기 먹는다고 하기는 했지.”

경우진도 최석영의 뒤를 이어 식당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최석영에 이어 한진영을 향해 말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 뚝불고기를 먹으러 올 줄은 어떻게 안 거야?”

“여기가 뚝불고기 제일 맛있게 하는 집이니까요.”

최석영과 경우진은 한진영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회사 앞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걸어야 하는 곳이었다.

게다가 주변에 다른 식당도 많기에 뚝불고기라는 말만 듣고 단번에 이곳을 찾았다는 게 신기하기만 했던 두 사람이었다.

한진영은 각자 앞에 수저와 젓가락을 놓으며 말했다.

“제가 단번에 식당을 찾는 것이 신기하셨어요?”

“그럼. 신기하지. 여기가 밖에 나와 있는 식당도 아니고, 골목 안으로 들어가야 찾을 수 있는 곳이란 말이야. 난 선배들이 반년 만에 데리고 와서야 이 식당이 있다는 걸 알게 됐는데 자네는 어떻게 안 거야? 이 주변에 사는 것도 아니면서.”

“이런 거에 놀라시면 오늘 식사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세요. 지금부터 제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이런 사소한 거에 놀라시면 이야기 진행이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이야기?”

한진영은 그림처럼 멈춰선 두 사람을 향해 웃어 보인 후 식사를 주문했다.

그리고 여전히 멈춰 있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실적 압박을 받고 계시죠?”

한진영의 말에 멈춰있던 두 사람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한진영의 말에 대답했다.

“실적 이야기는 아까도 이야기했잖아.”

최석영이 앉아있던 자세를 바꾸며 말했다.

한진영은 그런 최석영을 향해 몸을 살짝 숙인 채 다가가 말했다.

“제게 그 고민을 해결할 방법이 있습니다.”

“뭐라고?”

“제가 앞으로 더는 실적 압박을 받지 않을 방법을 알려드리겠다는 말입니다.”

“……자네 미쳤나?”

최석영은 한진영의 말에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제 겨우 들어온 지 몇 달 되지도 않는 신입이었다.

그에 반해 자기는 신성증권에 다닌 지 벌써 햇수로만 10년에 접어든 베테랑이었다.

그런데 누가 누구의 실적을 걱정하는 건지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져 나올 지경이었다.

그러나 한진영의 표정은 진지하기만 했다.

“농담이 아닙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최 과장님께서 실적 걱정을 하지 않으시도록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한진영의 말에 최석영을 대신하여 경우진이 나섰다.

“도대체 무슨 소리야? 이번에 김 사장님을 통해 실적 좀 쌓았다고 잘난 척하는 거야 뭐야? 어디 회사에 갓 들어온 핏덩어리가 하늘 같은 선배한테 실적 걱정하지 않게 만들어주겠다니? 너 인마…….”

“잠깐. 경 대리 잠깐만…….”

최석영이 당장에라도 험한 말을 하려는 듯한 경우진의 말을 막아 세웠다.

그리고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앉아 있는 한진영을 바라보고 물었다.

“설마 이번에 김 사장님에게 소개받은 실적을 나에게 양보해주겠다고 그러는 건가?”

“아~ 진짜 그거야?”

최석영의 말에 경우진도 무언가를 떠올리고 한진영을 향해 기대 섞인 눈빛을 보냈다.

한진영은 최석영의 말에 고개를 살짝 숙여 웃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2억이라는 돈이 크기는 하지요. 그 정도 실적이라면 당장 받는 실적 압박에서 벗어나실 수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는 것은 당장의 실적 압박이 아닙니다. 지금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실적 압박을 받지 않게 도와드리겠다는 말입니다. 거기에 더해 스타로 만들어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게…… 무슨…….”

한진영의 말에 어느덧 두 사람은 홀리고 있었다.

적당한 수준이어야지 화를 내기라도 할 것이다.

그런데 스타로 만들어주겠다니.

도대체 무슨 말인지 감이 잡히지 않을 지경이었다.

한진영은 입이 벌어진 채로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이번에 대경TV에서 새로 시작하는 프로그램에 자리가 하나 나올 겁니다.”

“뭐? 그게 정말이야?”

“정말입니다.”

최석영은 한진영의 말에 눈이 크게 떴다.

경우진도 놀랐는지 한진영의 옷을 꽉 움켜잡았다.

“잠깐. 그걸 자네가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안 건지는 중요하지 않지요. 중요한 건 어떻게 할까 아니겠어요?”

“……그건 그렇지만. 자리가 나온다고 해도 내가 거기 나갈 수 있다는 보장은 없잖아?”

“물론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앞으로도 실적 압박을 안 받을 수 있다는 건데?”

“대경TV에서 주최하는 전문가 투자대회에서 나가면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순위권에 진입하면 대경TV 종목분석이나 고민 상담 코너 자리에 앉을 수 있습니다.”

“…….”

“자 최 과장님. 어떻습니까? 코너에 앉게 된다면 실적 압박을 받지 않겠죠?”

최석영은 한진영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코너에 앉는다면…… 실적 압박은 고민할 거리가 되지 못하지. 그런데…… 투자대회 순위권에 진입했을 때 얘기잖아.”

“진입할 수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해드릴 테고요. 저만 믿으시면 됩니다.”

“자네가……?”

아직 얼떨떨한 표정의 최석영이었다.

한진영은 그 둘의 얼굴에서 아직 믿음이 부족한 것을 확인하고 천천히 이야기했다.

“아직 믿지 못하시겠지요. 이해합니다. 그런데 저도 마찬가지로 최 과장님을 아직 백 프로 믿고 있는 건 아닙니다. 방송에 나온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그러니 최 과장님도 잘 생각해보시고 대답해 주십시오. 저는 최 과장님이 싫다고 하시면 다른 사람을 빨리 찾아야 하니까요.”

이야기를 마쳤을 때 앞에 음식들이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한진영은 여유롭게 음식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우선 드시죠. 드시고 천천히 생각해보십시오.”

한진영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최석영을 놔둔 채 먼저 수저를 들었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최석영과 경우진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최석영은 놀라 무엇부터 물어봐야 하는지 몰라하는 상황이었다,

반면 경우진은 혹시나 최석영이 거절하면 그 제안이 자신에게 오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이런 상태는 오후 업무까지도 계속 이어졌다.

오후에 기존 고객들에게 전화를 돌려 시황을 설명하고 적당한 추천주를 던지며 고객 유치를 위한 떡밥을 풀려고 했던 최석영이었다.

그러나 최석영은 전화기를 든 채 한진영이 있는 곳을 바라보기만 했다.

어떻게 오후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게는 최석영은 장이 끝나자마자 한진영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진영 씨.”

궁금증이 많아 보이는 얼굴을 한 채 다가온 최석영을 향해 한진영은 웃는 얼굴로 말했다.

“최 과장님. 잠시만요.”

점심을 먹으며 했던 제안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최석영이 찾아온 것이 아님을 한진영은 알고 있었다.

아까의 제안에 대해 질문하러 온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굳이 지금 최석영과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다.

한진영 입장에선 최석영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은 급한 일이 아니었다.

어차피 최석영은 밤새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자기의 제안을 수락할 것이 분명했다.

그만큼 자신이 내건 제안은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그 제안을 들은 건 최석영 혼자가 아니었다.

일부러 경우진이 있는 자리에서 말을 했기 때문에, 혹시 기회가 경우진에게 돌아갈까 걱정할 것이다.

그리고 고민과 걱정 끝에 결국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니 지금 최석영과 문답을 주고받으며 확신을 심어주기보다는 최석영의 방송 데뷔 준비를 하는 게 먼저였다.

한진영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궁금증을 한가득 가지고 온 최석영을 향해 말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서 아까 이야기한 것을 생각해보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저는 들어가서 지점장님과 이야기를 나눌 것이 있어서 말입니다.”

최석영의 입장에서는 물어볼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진영은 최석영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몸을 돌려 지점장실로 향했다.

똑똑.

“들어오세요.”

문 안에서 들리는 최준호의 목소리에 한진영은 지점장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 자네가 웬일인가? 지금은 마감하고 정리할 시간 아니야?”

마무리하고 정리를 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런 시간에 한진영이 지점장실로 찾아오자 최준호는 의아한 표정을 지은 채 앞에 놓인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뭔가 할 말이 있나 보군. 와서 앉게. 앉아서 이야기하게나.”

한진영은 최준호가 가리킨 의자를 빼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자기가 앉을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 최준호에게 찾아온 이유를 차분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지점장님. 지점장님께서 지금 고민하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뭐라고?”

최준호는 한진영의 말에 자기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닌지 고개를 한 번 흔들고는 다시 물었다.

“지금 그게 무슨 소린가? 내 고민을 해결할 방법을 알고 있다고?”

“네. 그 방법을 제가 알고 있습니다.”

“내가 무슨 고민을 하는지 자네가 어떻게 알고?”

최준호의 말에 한진영은 빙그레 웃어 보이고는 대답했다.

“지금 대경TV에서 진행하는 전문가 수익률 대회 때문에 고민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누굴 내보내야 하는 지로 고민이 깊으시지요?”

최준호는 한진영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진영을 바라봤다.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아나?”

한진영이 최준호의 고민을 알고 있는 것은 지난날 이것 때문에 최준호를 비롯하여 신성증권 시흥지점이 망신을 당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최준호에게 말할 수 없었기에 다른 이유를 최준호에게 내밀었다.

“지점장님께서는 숨긴다고 하셨겠지만 이런 류의 소문은 숨긴다고 해서 숨길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이미 지점 내에 알게 모르게 많이 이야기가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래? 자네들이 벌써 알게 됐다고? 이거 참…….”

최준호는 난감하다는 듯이 착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점 내에서 이 이야기가 돌아다니는지는 한진영도 알 수 없었다.

가장 그럴듯한 이유라서 최준호에게 내보인 것뿐이었다.

그러나 최준호가 곤란한 표정을 지을 뿐 별다른 의문을 품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점 내에서 이런 이야기가 돌아다닐 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최준호는 몇 번 입맛을 다시고는 입을 열었다.

“내가 그것 때문에 조금 피곤한 날을 보내고 있네. 그런데 자네가 그걸 해결할 방법을 알고 있다고?”

“네. 제가 알고 있습니다.”

한진영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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