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증권사 생활-152화 (152/650)

152화 코끝에 몰려온 돈 냄새

일본의 쓰나미로 인해 시장이 걱정하던 대로 전자와 자동차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일본에서 부품 생산이 멈추자 완제품을 생산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큰 곤란을 겪게 된 것이었다.

생산 스케줄이 뒤로 밀렸으며 원하는 수량만큼의 제품을 출하하지 못했다.

기업들은 상반기 성적을 새롭게 쓰며 이번 일이 절대 작은 일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렇게 안 좋은 상황과는 반대로 주식시장이 흘러갔다.

상반기 매출 타격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오히려 주가는 1,880이라는 저점을 찍고 날아오른 것이었다.

1,880이라는 지점은 지진이 일어났다는 뉴스를 처음 받아본 뒤 만들어낸 자리였다.

그 뒤 1,900라인과 1,800대 후반에서 머물던 지수가 갑자기 고개를 쳐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타격받은 일본을 대신하여 우리나라가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수요가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제품 출하 지연은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였다.

그리고 한번 오른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기에 이번 일이 마무리된다면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전자 업종 그중에서도 대장주에 속하는 삼선전자가 날개를 달았다.

부품 수급이 어려운 것보다 가격 상승의 이유로 이번 일을 써먹을 수 있어 타격을 받지 않은 물건까지도 모두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주장이 주가를 끌어올리게 만들었다.

일본 자동차 업체와 시장을 놓고 싸우던 미래차 또한 하늘 높은 곳으로 날아올랐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거라는 두 업종이 오히려 시장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지수는 1,880을 저점으로 하여 재차 1,900대를 돌파하여 다시 2,000을 향해 달려 나가려 했다.

이성우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시세 전광판을 올려다봤다.

“저게 왜 오르냐?”

화면에서는 7%가 넘게 상승하는 은행주들이 나오고 있었다.

전날 5%대의 상승에 이어 오늘은 7%가 상승한 것으로 전자와 자동차에 이어 은행주까지 시장 상승에 참여한 것이었다.

“뭐 해?”

한진영이 머그잔을 들고 이성우의 곁으로 다가왔다.

이성우는 슬쩍 한진영을 돌아보고는 다시 전광판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거 왜 오르고 있는 거냐?”

한진영은 이성우가 은행주들을 확인하고 있는 것을 보고 머그잔에 담긴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대답했다.

“일본 대지진으로 과하게 빠진 면이 있었지. 혹시라도 일본이 경제적 타격을 심하게 받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로 말이야.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는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했는지 죽죽 위로 오르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저건 뭐 지난 하락분을 다 메우고도 남는 수준인 것 같은데?”

“그럴 수도 있겠네. 내일까지 더 오른다면 말이지.”

한진영은 이성우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괜찮아. 네가 떨어질 거라고 콕 집은 종목들만 오르는 게 이상할 수도 있는데 그럴 때도 있지. 기운 내.”

한진영은 혹시라도 이런 모습에 기운이 빠져 다시는 분석을 하지 않는다고 할까 봐 기운 내라는 말을 건넨 것이었다.

이성우의 예감은 항상 거꾸로 적중했다.

하락한다고 고른 종목은 날개를 달고 하늘 높은 곳으로 날아올랐으며, 오른다고 콕 집은 종목은 지구 맨틀까지 뚫을 기세로 꼬꾸라졌다.

이성우의 반대로 맞추는 능력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사가 나오게 할 정도였다.

이번에도 그 능력이 충분히 발휘되었다.

이성우가 꼽은 전자와 자동차가 하늘 높이 날아오른 것이었다.

그리고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은행주까지 꼽아 사람을 놀라게 하였다.

“정말 은행주가 저럴 거라고는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한진영이 기억하고 있던 것은 전자와 자동차가 일본 지진의 수혜를 받아 레벨업을 한다는 것까지였다.

그러나 은행주가 그만큼의 상승을 보이고 있었으니, 이성우가 한진영의 비어있는 기억을 채워줬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한진영은 이렇게까지 정확하게 반대로 맞추는 이성우를 보며 이성우도 자기처럼 미래에서 온 사람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정확히 반대로 맞추지는 못할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시에 또 한 번 느꼈다.

이성우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이성우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려 했다.

괜히 이번 일로 다시는 분석을 안 하겠다고 하면 한진영을 비롯하여 투자전략사업부에는 큰 손실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한진영이 다시 한번 이성우에게 괜찮다는 말을 건네려 할 때 이성우가 먼저 몸을 돌렸다.

그리고 혼잣말과 같은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그래. 뭐 그럴 때도 있지.”

이성우는 자기가 고른 종목만 오르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한진영은 이런 이성우의 모습에 멘탈이 강하다고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멘탈이라는 것이 없다고 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여기 있었구나.”

한진영이 혼란스러워할 때 최준호가 한진영이 있는 곳으로 찾아왔다.

“저 찾으셨어요?”

“어. 그래. 나하고 좀 가자.”

“어딜요?”

“사장님께서 찾으셔.”

“사장님께서요?”

한진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남원석이 자기를 찾을 만한 일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 가자.”

“왜 찾으시는 건지 들은 게 있으세요?”

“글쎄 나도 모르겠어. 그러니까 어서 가자.”

최준호는 한진영을 끌고 남원석이 있는 사장실로 향했다.

회의자리 외에는 따로 남원석과 만날 일이 많지 않았던 최준호였다.

남원석이 회사 일에 크게 관여하지도 않았지만, 최준호의 급이 남원석과 따로 만날 만큼 높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렇게 따로 만날 자리가 마련되었을 때를 놓치지 않으려 한 최준호였다.

그는 한진영의 손을 잡고 직접 끌고 남원석이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똑똑.

“투자전략사업부 부문장과 부부문장이 도착했습니다.”

안에 기별을 넣은 남원석의 비서가 한진영과 최준호가 들어갈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켰다.

한진영은 그런 비서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며 인사했다.

“부르셨습니까?”

한진영이 꾸벅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들었을 때 남원석 앞에 앉아있는 익숙한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신성증권의 VIP라는 사람들이 사장실에 모여 한진영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것이었다.

“어이구. 어서 와요.”

남원석이 일어나서 맞는 것을 잊었다는 듯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한진영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반갑게 손을 잡은 채 응접용 소파로 직접 한진영을 안내했다.

곁에 최준호가 있는데도 한진영의 손을 잡은 것이 누가 주인공인지 남원석이 몸소 보여준 것만 같았다.

최준호는 그런 모습에도 전혀 마음 상해하지 않았다.

한진영 덕에 이런 자리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해했기 때문이다.

그저 자리에 참여한 것만으로 최준호는 즐거운 상태였다.

한진영이 소파에 앉자 미리 와 있던 고 회장이 한진영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아쉬워요.”

“아쉬우시다고요?”

한진영은 직접 차까지 따라주는 남원석을 향해 찻잔을 받쳐 들며 말했다.

그리고 차를 받은 뒤 고 회장에게 다시 물었다.

“뭐가 아쉬우신 건가요?”

“2계좌만 가입한 것 말입니다.”

고 회장은 진심으로 아쉽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입맛까지 다셨다.

이런 고 회장의 뒤를 이어 이 회장이 맞장구를 쳤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초대도 한 명밖에 안 된다고 한 거. 그것도 정말 아깝습니다.”

“맞습니다. 제 주변에서는 왜 자기를 소개해주지 않았냐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장 회장까지 동조하자 사장실은 삽시간에 불만을 성토하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들의 불만에는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았다.

그저 더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괜한 말을 한 것에 불과했다.

한진영도 이런 그들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에 그저 웃으면서 그들의 한탄을 듣기만 했다.

한동안 그렇게 번갈아 이야기하던 이들이 모두 이야기를 마쳤는지 본격적으로 한진영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우리 한 부부문장 덕분에 이번에 제법 재미를 봤습니다. 투자설명회 때는 잠시 당황하기도 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것만큼 명쾌한 해석이 없었던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맞습니다. 나는 이렇게 정확하게 예측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알다시피 내가 거래하는 증권사만 다섯 군데인데…… 이곳 외에는 모두 주식을 빼야 할 때라고 말했단 말이에요.”

“저도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지금은 우선 돈을 들고 관망을 해야 하는 자리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오직 신성증권에서만 과감하게 질러야 하는 자리라고 해서 긴가민가했는데…… 참 이런 게 능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진영을 앞에 놓고 VIP들이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이어갔다.

남원석은 그런 VIP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 여기저기 쓰지 마시고 저희 회사만 쓰세요. 괜히 여기저기서 이상한 말 들으시니 마음이 흔들리시는 것 아닙니까?”

“하하하. 정말 그래야겠다는 생각을 최근에 많이 했어요.”

“저도 마찬가집니다. 다른 곳 다 필요 없는 것 같습니다.”

남원석과 VIP들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한참을 한진영과 신성증권을 향해 칭찬하던 고 회장이 슬쩍 한진영을 바라보고 말했다.

“듣기로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서요?”

한진영의 얼굴에는 어색한 미소가 어렸다.

“그것도 들으셨군요.”

“그럼요. 들었지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정보에 민감한 사람들이니까요. 그런데 듣기로는 우리가 가입한 펀드는 그 프로그램을 쓰지 않는다는데…….”

“네. 한동안은 그럴 생각입니다.”

“그게 그렇게 승률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쓰지 않는 겁니까?”

“아직은 다 다듬어지지 않은 것입니다. 시간을 가지고 차분히 계속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중입니다.”

“그럼 언젠가는 우리가 가입한 펀드도 그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된다는 건가요? 업데이트가 완료되어 제대로 완성이 된다면…… 쓴다는 건가요?”

“그럼요. 제가 여러 회장님께 판매한 펀드가 바로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하겠다는 펀드 아니었습니까? 프로그램이 완성되어 돈을 잘 벌 수 있다는 조건만 충족되면 펀드에도 바로 적용을 해야지요.”

고 회장은 듣고 싶은 말을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기분 좋은 표정을 지으며 남원석에게 말했다.

“남 사장님.”

“네. 회장님.”

“제가 남 사장님이 신성건설에 계실 때부터 알던 사이 아닙니까?”

“그렇지요. 그때도 고 회장님께 많은 도움을 받았었습니다.”

고 회장은 남원석의 말에 만족한 듯이 웃으며 한진영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근데 그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만나본 여러 직원 중에 여기 있는 한 부부문장이 가장 능력이 좋은 것 같습니다. 잘 지키셔야겠어요. 다른 증권사에서도 한 부부문장의 이야기를 이제는 듣고 있을 테니 말입니다.”

“안 그래도 신경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일로 여러 VIP 분들께서 흡족해하시는 것을 보고 회사에서는 그에 맞는 선물을 준비하는 중입니다.”

“오오~ 선물이요?”

선물을 준다는 사람과 받는다는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를 꺼낸 고 회장이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는 자뭇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무엇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게…….”

남원석은 잠시 주춤하더니 한진영을 돌아보고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한진영 부부문장이 이사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어울리는 가구들과 가전제품 등을 회사 차원에서 선물하려 합니다.”

“선물이 너무 조촐한 것 아닙니까?”

장 회장이 실망한 표정으로 남원석을 바라봤다.

자기들을 즐겁게 해줬는데 해준다는 선물이 고작 몇 푼 안 되는 가구와 가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한진영에게 하는 선물이 작으면 작을수록 자기들에 대한 대우가 그것밖에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던 VIP들은 남원석의 말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반응을 예상했던지 남원석이 한진영의 무릎에 손을 올리고 이야기했다.

“한 부부문장이 이번에 새롭게 이사하는 집이 어딘 줄 아십니까?”

“어딥니까?”

“서울숲 앞에 이번에 강선건설에서 지은 그 아파트입니다. 거기다 강선건설에서 특별히 집을 업그레이드시켜주어 단지에 네 채밖에 없다는 팬트하우스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아~ 거기.”

부동산에 빠삭했던 그들이었기에 남원석이 말하는 집이 어느 집인지 단박에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남원석은 그런 VIP들을 돌아보고 다시 가구와 가전이 어떤 것인지 설명했다.

“이태리에서 특별히 주문한 식탁과 프랑스에서 들여오는 소파 그리고 책상은 중국 장인이 직접 제작한 자단나무를 들여올 생각입니다. 가전도 고급라인으로 티비부터 오디오까지 싹 채워 넣을 생각입니다. 한 부부문장이 신경을 쓰지 않을 정도로요.”

“오오~”

일반적인 가구와 가전을 선물하는 게 아님을 알게 된 VIP들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들이 받는 선물이 아님에도 한진영이 좋은 가구를 선물 받는 것에 만족한 듯한 VIP들이었다.

“어떤가? 이 정도면 자네 마음에 들지 않겠나?”

“네. 마음에 듭니다.”

한진영은 남원석의 말에 가볍게 응대했다.

남원석은 만족해하는 VIP들을 향해 다시 한번 자기들 회사로 넘어올 것을 이야기했다.

여기저기 쓸데없이 돈을 흩트려놓는 것은 괜히 골치만 아프게 만든다는 이유에서였다.

VIP들은 그런 남원석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만큼 이번 일은 그들에게 큰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1,900이 깨지며 하락장이 연출될 것으로 생각됐던 시장이 그대로 고개를 들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2,000까지 접근했으며 이 기세로라면 지난번에 뚫어낸 새로운 세상인 2,100의 세상에도 다시 한번 발을 들여놓을 것만 같았다.

이런 상황을 예상한 것은 신성증권이 유일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한진영만이 모든 것을 정확하게 꿰뚫어보고 있었다.

VIP들은 한진영을 바라보며 코끝에 돈 냄새가 진하게 풍겨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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