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화 신뢰하고 함께 일할 수 있는 동료
바로크 호텔은 서울 중심부 그것도 강남 한복판에 있는 호텔이었다.
강남에 자리한 만큼 땅값만 해도 어마어마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곳이었다.
이런 바로크 호텔이 매물로 나온 것에 부동산 관계자들은 모두 관심을 가지고 바로크 호텔을 지켜보고 있었다.
정병선도 관심을 가지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 곳을 한진영이 PEF 설정 후 처음 돈을 집행하는 곳으로 선정했다는 사실에 호기심이 생긴 것이었다.
“바로크 호텔을 인수하신다고요?”
“네. 처음부터 무리하는 감이 있지만 임팩트 있는 한 방으로는 그만한 게 없는 것 같아서요.”
“지금 들리는 소문에는 홍콩 부동산재벌인 실버그룹이 눈독 들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협상이 결렬될 겁니다.”
“결렬된다고요?”
“네. 결렬되어 공매로 시장에 나올 준비에 들어갈 겁니다. 하지만 공매…… 쉽지 않지요. 채권단도 울며 겨자 먹기로 물건을 내놓는 심정일 겁니다.”
“공매로 나오게 된다면 유찰될 게 불 보듯 뻔하니까요. 공매 예상 가격이 1조에 가까우니…… 쉽지 않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부동산 공매로 진행된다면 역대 가장 높은 시작가로 공매가 진행될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물건이었다.
조 단위의 공매는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크 호텔은 땅값만 해도 5,000억이 훌쩍 넘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거기에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다는 지리적 이점과 오랫동안 랜드마크 역할을 해왔다는 점 등이 더해진다면 1조 이상의 평가를 받는 물건이었다.
정병선은 부동산 이야기가 나오자 자세를 고쳐 앉고 한진영에게 물었다.
“그걸 공매로 취득할 생각이십니까?”
“공매로 간다면 유찰될 가능성이 높으니 버티다 보면 매우 싼 가격에 인수할 가능성이 높겠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가장 중요한 시간이라는 것을 놓치게 될 겁니다. 저는 공매가 아닌 협상을 통해 바로크 호텔을 인수할 생각입니다.”
“협상이요?”
정병선은 인상을 찌푸렸다.
정병선을 비롯한 많은 부동산 투자회사들이 관심을 뒀던 물건인 만큼 바로크 호텔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정병선 회장이었다.
하지만 도대체 한진영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정병선은 가만히 한진영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두리은행이 바로크 호텔의 매각 건에 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매에 들어가기 전에 NPL(부실채권)을 먼저 정리하려 합니다.”
“두리은행이요? 두리은행이라면 주채권은행인데…… 그게 정말입니까?”
“네. 정말입니다.”
한진영의 말이 믿기지가 않은 정병선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진영의 말을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지금까지 한진영이 쌓아 올린 실적이 그의 말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병선을 보고 말없이 미소 지었다.
바로크 호텔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기에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지난 시절에도 바로크 호텔은 많은 투자회사들의 주목을 받았었다.
호텔이 자리하고 있는 위치와 상징성 등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은 것이었다.
하지만 높은 가격과 부동산 시장의 침체 등이 바로크 호텔 매각의 발목을 잡았다.
투자자들은 관심만 둘 뿐 섣불리 바로크 호텔의 인수에 나서지 못했다.
한진영은 지난 시절 이 바로크 호텔의 인수단에 참여하여 실사 진행까지 직접 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채권단들과 대화를 나누어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또렷이 기억했다.
협상 자리에서 보였던 행동. 그리고 그들의 가이드라인 가격 등등 모든 것이 한진영의 머릿속에 담겨 있었다.
한진영은 지금 채권단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바로크 호텔의 인수에 자신이 있었다.
공매까지 진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각을 원하는 채권단의 의중과 그들이 생각하는 가격을 이용한다면 인수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크 호텔 정도라면 기풍증권으로 간판을 갈아 끼운 뒤 보여줄 성과로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한 한진영이었다.
PEF 작품으로 바로크 호텔이 제격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비록 부동산 침체기지만 이런 침체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인수하기만 한다면 10년 뒤에 두 배 혹은 세 배의 가격에 넘기는 것은 일도 아니게 될 게 분명한 물건이었다.
정병선은 커피잔에 얼음이 녹아가는 것도 잊은 채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두리은행이 NPL을 정리한다는 이야기는 바로크 호텔에 미련이 없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협상 가격으로 예상되는 8,000억보다 더 낮은 금액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 아닌가?”
한진영은 가만히 정병선 회장이 생각을 멈추기를 기다렸다.
정병선 회장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던 정병선 회장은 고개를 들어 한진영을 바라보고 말했다.
“채권단이 국내 부동산 투자회사가 인수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안 드린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오히려 저희가 고객을 유치하여 프라임리츠와 컨소시엄을 구성하자고 이야기했겠지요. 하지만 프라임리츠는 전면에 나설 수 없는 상태 아닙니까?”
“역시 알고 계셨군요.”
바로크 호텔이 인수에 난항을 겪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두리은행이 기존 부동산 투자 전문 회사에 호텔을 넘기고 싶지 않아 해서였다.
“이상하게 두리은행이 우리 같은 리츠회사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더군요.”
한진영은 정병선의 말에 가만히 웃기만 했다.
두리은행은 과거 리츠회사와 감정싸움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감정싸움은 격해져 결국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져나가 두리은행에게 부동산 투자 전문 회사의 안 좋은 인식을 쌓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번 바로크 호텔의 매각 건도 국내 부동산 전문투자 회사는 모두 배제한 채 매각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한진영은 이런 사실을 정병선이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남들 앞에서 괜히 하는 말 정도라고 생각하면 정병선의 말을 웃어넘겼다.
“그래서 군침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병선은 다시 한진영이 내민 서류를 들어봤다.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던 것처럼 서류 안의 내용은 한눈에 보기에도 빈틈이 없어 보였다.
정병선은 서류를 넘기며 말했다.
“PEF를 오래전부터 준비하셨나 봅니다.”
“우리 같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돌파구라고 생각해서 미리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오래는 아닙니다. 그저 시간이 날 때마다 짬짬이 준비를 한 정도입니다.”
“그러기엔…… 대충 봐도 내용에 빈틈이 없어 보입니다. 이대로 바로 계약해도 될 정도로 말입니다.”
정병선 회장은 서류를 보던 것을 멈추고 손으로 뒤에 대기하고 있던 비서를 불렀다.
그리고 서류를 비서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바로 들어가서 법률 검토부터 시작하라고 해요. 그리고 고객관리팀에 연락해서 VVIP들에게 이번 사업에 관한 브리핑을 준비하라고 지시하고요.”
정병선은 잠시 한진영에게로 시선을 돌리고 물었다.
“언제 시작하실 생각입니까?”
“기풍으로 간판을 바꿔 달면 바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정병선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비서에게 지시했다.
“한 달 내에 최소 가입 단위가 100억으로 설정된 사모펀드가 조성되어 바로크 호텔을 인수하려 한다는 게 이번 사업의 골자이니 그렇게 전하세요.”
한진영이 말하지 않아도 최소 가입금액과 기간까지 유추해낸 정병선 회장이었다.
한진영은 그런 정병선 회장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봤다.
같은 생각을 하는 동료를 찾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동료와 일하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다고 생각한 한진영이었다.
신뢰하고 함께 일할 수 있는 동료.
부동산에서만큼은 정병선 회장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비서에게 지시를 내린 정병선 회장은 바로크 호텔의 인수가격에 대해 한진영과 상의했다.
“두리은행이 8,000억을 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한 부부문장님은 얼마를 생각하고 계십니까?”
“이번에 두리은행이 매각하려는 NPL이 1,000억 규모입니다. 모두 바로크 호텔의 원래 주인이었던 부성토건의 채권이지요. 그걸 우리가 모두 인수하는 조건으로 5,000억을 이야기해볼 생각입니다.”
“NPL 1,000억에 바로크 호텔 5,000억이요?”
“네. 토탈 6,000억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정병선 회장은 고개를 오른쪽으로 내려뜨리며 물었다.
“그게 되겠습니까? 예상 가격보다 2,000억이나 싼 가격인데요?”
“보통의 경우였다면 불가능했을 이야기인데 두리은행의 NPL 매각 건으로 가능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NPL 매각 건? 급한 불을 꺼주는 조건을 걸어 협상을 진행할 생각이란 말씀이시군요. 하하. 대단하십니다.”
정병선 회장이 웃음을 터트렸다.
어떻게 이런 정보를 얻게 되었는지 몰랐지만 탁월하게 느껴지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정병선의 칭찬에 손을 내저으며 겸연쩍어했다.
“아닙니다. 대단하기는요. 그저 운 좋게 두리은행이 NPL 매각을 준비 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생각해낸 방법입니다.”
“운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건 운으로 얻어낼 만한 정보가 아니니까요.”
정병선 회장은 웃으며 계속 이야기했다.
“잘됐습니다. 듣기로는 두리은행이 진짜로 신경 쓰는 건 바로크 호텔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네. 맞습니다. 뒤에 바로크 호텔보다 더 큰 게 있으니까요.”
“하이식스 말씀이시지요? 두리은행이 주채권은행은 아니지만, 하이식스에 물려 있는 돈이 상당하여 하이식스 매각을 강하게 원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한진영은 자기가 말한 것만으로 두리은행의 지금 상황을 파악하는 정병선 회장의 말에 만족스러워했다.
이게 바로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과의 대화라고 생각하며 이야기했다.
“그래서 빨리 앞에 있는 바로크 호텔을 치워버리려는 생각이 두리은행 마음속에는 있습니다. 빨리 치워버려야 하이식스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이유로 큰 손해가 아니라면 매각을 반대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공매로 나와 유찰되어 예상 가격의 반 토막에 눈물을 흘리며 물건을 넘기느니, 적당한 가격이라면 무리하지 않고 넘기려 할 겁니다. 8,000억도 요구하는 가격일 뿐이지 그 물건의 제대로 된 가격이 아니니까요.”
한진영의 말에 정병선은 동의했다.
흐트러져 있는 이야기들이었지만 NPL 매각 건 하나로 모든 것을 이어 맞출 수 있게 됐다.
정병선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한진영을 바라보고 말했다.
“말씀대로라면 6,000억에 인수가 가능해 보입니다. 게다가 현재 침체되어 있는 부동산 시장과 앞으로도 한동안 힘들어질 것을 예상한다면 두리은행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매각을 하려고 할 테니 말입니다.”
“그게 핵심이지요. 침체되어 있는 부동산 시장. 지금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로 그거니까요.”
정병선은 한진영이 이야기한 6,000억이 절묘한 수준의 금액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딱 두리은행이 받아들일 만한 가장 좋은 가격대라는 느낌이 든 정병선이었다.
“좋습니다. 그럼 저희 쪽 VVIP들과 PEF 건을 두고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리츠 회사들과도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들도 바로크 호텔에는 관심이 있을 테니까요.”
“역시 정 회장님이십니다. 안 그래도 6,000억의 자금 유치가 가능하겠냐는 질문을 하려 했는데 말입니다.”
“저도 이렇게 말이 통하는 자리는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이야기하는 게 즐거워 지금 자리가 더 계속되기를 바랄 정도입니다. 하지만…….”
정병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쯤에서 마무리해야겠지요? 앞으로 할 일이 많으니 말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 합니다. 한진영 부부문장님만 믿고 있겠습니다.”
한진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는 정병선 회장에게 인사를 건넸다.
정병선 회장은 그런 한진영의 인사를 받고 이성우에게도 다음에 또 만날 것을 약속한 뒤 커피숍을 나갔다.
이성우는 멀어져 간 정병선을 확인한 뒤 자리에 앉으며 한진영을 향해 호들갑을 떨었다.
“뭐야? 벌써 다 준비해놨던 거야? 어떻게 알고?”
“자자. 너는 지금 이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야.”
“어?”
한진영은 가방에서 서류를 하나 또 꺼냈다.
조금 전 정병선 프라임리츠 회장이 가지고 갔던 것보다는 더 얇아 보이는 서류였다.
한진영은 꺼낸 서류를 이성우에게 내밀었다.
“가지고 가서 다시 저기 안에 들어가.”
“다시 들어가라고? 왜?”
“들어가서 회장님께 지금 본 걸 이야기해야지. 아니다. 이야기하지 않아도 다 아실 거다.”
“다 아신다니? 설마…….
이성우가 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조금 전까지 그의 주위에 앉아있던 사람 중 몇몇이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사라진 사람들은 이정훈 회장이 붙여놓은 사람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게 하는 모습이었다.
이성우가 당황한 표정을 짓자 한진영은 앉아있는 이성우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서류를 품에 건네며 말했다.
“가서 회장님께 기풍증권의 미래를 가지고 왔다고 말씀드려.”
“이게…… 미래야?”
이성우는 한진영이 건넨 서류를 들어 보이고 물었다.
한진영은 그런 이성우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
“그래. 마음 같아서는 헤지펀드 업무까지도 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유상증자를 통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인 프라임브로커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아직은 무리야. 인수되자마자 유상증자를 한다고 하면 누가 좋다고 하겠어. 기풍에도 그건 부담스러운 일일 거야.”
한진영은 마치 이성우에게 잘 기억하라는 듯이 천천히 그의 귀에 대고 이야기를 계속 이었다.
“그건 회사 규모가 좀 커지면 생각해보고…… 우선은 PEF부터 시작하자. 이것만 잘 운용하면 개인 고객들 코 묻은 수수료를 더는 애타게 찾지 않아도 돼. 그리고 IB 업무에도 힘을 실을 수 있고…… 잘 기억했어?”
“어. 기억했어. 지금 이야기한 걸 아버지에게 가서 이야기하라 이 말이지? 그리고 이걸 명분으로 삼아 날 사장 자리에 앉히라는 이야기잖아. 아버지가 찾던 기풍증권의 미래라고 말이야.”
“그래. 역시 말하지 않아도 잘 알아듣네. 가서 말씀드려. 안 그래도 언제 올라오나 궁금해하실 테니까.”
이성우는 한진영의 말에 PEF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는 서류를 품에 꼭 끌어안고 한진영에게 말했다.
“갔다 올게. 가서 아버지하고 담판을 짓고 올 테니까 기다려. 한 부문장.”
“한 부문장?
“그래. 내가 사장 되면 너는 부문장 올라가야지. 언제까지 부부문장에 앉아있을 생각이야? 내 친구로서 내가 다 창피해.”
“하하하.”
한진영은 생각지 못한 이성우의 말에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성우는 그런 한진영의 어깨를 두드린 뒤 서류를 들어 흔들었다.
“금방 갔다 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간다.”
이성우는 등 뒤로 들리는 한진영의 웃음을 뒤로한 채 자신만만하게 커피숍을 나갔다.
이성우가 나간 뒤 커피숍으로는 익숙한 사람이 뒤이어 들어왔다.
조금 전 이정훈 회장이 부른 미래전략팀의 팀장인 권수형 부사장이 커피숍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께서 부르셔서 오래 이야기는 하지 못합니다. 어쩐 일로 저를 보자고 한 겁니까?”
권수형 부사장은 이곳에 다급히 온 것인지 숨이 찬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도 그는 자리에 앉지 않았다.
잠시 만나기로 했을 뿐 이정훈 회장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그런 권수형 부사장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성우가 회장님을 뵙기 위해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있으니 앉아서 이야기를 잠시 나누시지요.”
한진영은 서 있는 권수형 부사장을 향해 앉을 것을 권한 후 그를 부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