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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증권사 생활-207화 (207/650)

207화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한진영이 음식 접시를 앞에 놓은 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최석영이 음식을 담은 접시를 가지고 와 한진영의 맞은편에 앉았다.

“아유 고되다. 죽겠다. 죽겠어.”

한진영은 최석영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맞은 편에 앉은 최석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식사부터 하시게요?”

“하도 떠들었더니 배고파. 저기 준하도 있네. 김 팀장. 여기.”

최석영이 김준하까지 불러들였다.

김준하는 접시 두 개에 가득 음식을 담고 쭈뼛거리는 모습으로 최석영에게 다가왔다.

“저는…… 저기서 먹을게요.”

“왜 저기서 먹어? 여기 앉아. 여기서 먹어.”

최석영이 괜찮다고 말하지만 김준하는 한진영의 눈치를 살폈다.

아무래도 이 자리의 주인은 한진영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자기를 바라보는 김준하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으니까 앉아.”

“네. 그럼.”

김준하는 한진영의 허락이 떨어지고 나서야 최석영의 곁에 앉았다.

최석영은 김준하까지 앉고 나자 양팔을 탁자 위에 올려 한진영을 향해 몸을 기울이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알고 있었지?”

한진영은 지금 이걸 묻고 싶어 자기에게 최석영이 찾아온 것임을 알고 웃었다.

“어? 웃는 걸 보니 진짜인가 보네. 역시 네가 알고 있었을 줄 알았다. 그럴 줄 알았어.”

“진짜예요? 진짜 알고 계셨어요? 이건 정부에서도 알지 못했다고 하던데…….”

김준하도 최석영의 질문에 관심이 생겼는지 포크를 든 채 한진영을 향해 물었다.

한진영은 그런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었지. 그러니 그렇게 과감하게 자리를 잡고 배팅한 것 아니겠어?”

“그래. 그렇다니까. 네가 말도 안 되는 자리를 잡을 때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니까. 그게 저 위에 사는 사람이 죽는 일인 줄은 몰랐지만…….”

최석영은 마치 확인을 받은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별다른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그러나 김준하는 여전히 궁금한 게 많은 듯했다.

처음에는 곁에 앉는 걸 부담스러워하던 김준하가 이제는 최석영을 대신해서 한진영을 향해 물어보기 시작했다.

“어떻게 알고 계신 거예요? 국정원에서는 몰랐다고 해요. 그래서 오늘 시장 충격이 더 큰 것이고요. 그런데…… 잠시만요. 그럼 혹시 정부도 알고 있었던 건가요?”

“국정원에서는 정말 몰랐겠지. 알았다면 정부에서 대응 방안이 이렇게 어수선하게 나왔을 리가 없을 테니까.”

“그럼 정말로 몰랐다고요? 그런데 대표님은 알고 계셨고요?”

“그래. 알고 있었어. 그리고 나만 알고 있었던 게 아니었잖아.”

한진영의 말에 최석영이 나오기 전에 나왔던 뉴스를 떠올리고 김준하를 때렸다.

“그러네. 삼선전자에서는 먼저 알고 있었다잖아. 그래서 국정원에 오히려 역으로 사실 확인에 들어갔었고…… 그런데 국정원이라든지 외교부라든지 모두 금시초문이라면서 삼선전자가 가지고 온 정보를 무시했다고 하더라. 그것도 몇 번이나.”

“그래요?”

“너 못 들었구나? 나오기 전에 막 나온 뉴스였어.”

김준하는 최석영의 말에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나라 외교 채널이 그렇게 부실해요? 일개 기업만도 못하다고요?”

“외교력 떨어지는 거에 왜 새삼스럽게 그러냐? 이런 일이 어디 한두 번이야? 미국 아니면 북한 쪽 정보 못 들었던 건 이번이 처음도 아닌데.”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한 최석영이었지만 여전히 김준하는 믿기 어렵다는 표정이었다.

최석영은 그런 김준하를 향해 답답하다는 듯이 다시 한번 설명했다.

“김정일이 언제 죽었다는지 기억해?”

“기억하죠. 17일에 심근경색으로 죽었다면서요.”

“그래. 그럼 오늘은 며칠이냐?”

“오늘은…… 19일이요. 그런데 그게 왜요?”

“아직도 모르겠어? 오늘로 죽은 지 사흘째라는 말이야. 이게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오늘 장례 끝내고 땅에 관 묻을 시간만큼 지났다는 뜻이야. 몰랐다는 게 정상이 아니라 아는 게 정상이라는 이야기야. 몰랐다는 게 잘못된 거고…….”

무엇이 정상인지 설명해주는 최석영이었다.

김준하는 그제야 한진영이 아는 것이 이상한 게 아니라 정부에서 몰랐다는 것이 이상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최석영은 김준하가 이제야 이해하는 모습을 보이자 앞에 놓인 접시에서 음식을 집어 먹었다.

“맛있네. 여기 좋다. 이것 좀 먹어봐. 고기가 야들야들하다.”

최석영은 한진영의 접시에 고기를 집어 놓아주며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술도 좀 시켜도 되나?”

“편한 대로 드시고 싶은 거 드세요. 오늘 하루 여기서 사용하는 금액은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게 준비 다 해놓은 거니까요.”

“키야~ 역시 통이 커. 그럼 시킨다. 어이 여기요.”

최석영이 한진영에게 허락을 받자마자 손을 들어 종업원을 불렀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술을 시키며 즐거운 듯이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한진영은 그런 최석영의 모습에 말없이 미소를 짓기만 했다.

호텔 뷔페에서 배를 채운 직원들은 각자 일어나 흩어지기 시작했다.

라운지 바로 향하는 사람도 있었으며 카페가 있는 곳으로 가서 가볍게 차를 마시는 사람도 있었다.

몇몇은 식사를 마치자마자 운동을 하기 위해 피트니스 클럽에 가기도 했고 기다렸다는 듯이 호텔 수영장으로 향하는 직원도 있었다.

직원들은 오늘 하루 자이언트 호텔의 모든 것을 마음껏 즐기겠다는 듯이 즐거운 표정으로 호텔 이곳저곳을 누볐다.

식사를 마친 한진영 일행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대표. 우리도 오랜만에 한잔 어때?”

최석영이 손을 꺾어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이자 한진영은 손을 들어 최석영을 말렸다.

“차장님. 우리는 먼저 할 일부터 마치고 술을 마시죠.”

“할 일? 무슨 할 일?”

최석영이 고개를 갸웃할 때 조수아를 포함한 팀장들이 한진영이 있는 곳으로 찾아왔다.

“대표님. 컨퍼런스룸이 준비됐어요.”

“좋아요. 다들 가시죠.”

최석영은 손을 든 채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간다니? 어딜?”

“오늘 마무리 회의해야죠.”

“마무리?”

“네.”

조수아가 왜 이러냐는 듯이 최석영의 손을 잡아끌었다.

최석영은 아쉬운 듯한 표정으로 조수아의 손에 이끌려 아래층에 있는 컨퍼런스룸으로 향했다.

컨퍼런스룸에 도착한 최석영은 술을 마시러 가지 못한 걸 언제 아쉬워했느냐는 듯이 제일 먼저 안에 들어가 방을 살폈다.

“어후. 분위기 봐라.”

최석영은 회의용으로 호텔에서 준비한 컨퍼런스룸의 의자와 책상을 손으로 훑으며 말했다.

“분위기 죽이는데요? 가죽도 고급가죽 느낌 나고 책상도 완전 비싸 보이는 원목이네요. 그리고 여의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게…… 마치 내가 회장님이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네요. 여기 장난 아닙니다.”

최석영이 감탄사를 터트리고 주변을 살피자 한진영은 웃으며 조수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조수아는 한진영의 신호를 알아듣고 안내한 호텔 직원을 향해 준비한 것을 내오라고 지시했다.

“자자. 모두 앉으세요. 식사도 마쳤으니 오늘 마무리 회의 간단하게 하고 모두 한잔하러 가시죠.”

한진영이 말을 하고 자리에 앉자 팀장들도 모두 한진영을 따라 자리에 앉았다.

그들은 푹신한 의자가 마음에 들었는지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기도 하며 자리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한진영은 그런 팀장들을 향해 먼저 입을 열었다.

“회사가 코앞에 있는데 여기서 회의를 하는 게 이상해 보이기도 하지만…… 어떻습니까? 이런 식으로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지요?”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닌데요? 마음 같아서는 매번 여기서 회의를 하자고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입니다. 위에서 맛있는 밥을 먹고 아래 자리한 이런 고급스러운 회의장에서 회의하니까 마치 우리가 대기업의 임원 같은 느낌도 나고 좋은데요.”

최석영이 팔걸이를 손으로 쓸어내리며 한진영의 말을 받았다.

이런 생각은 최석영만이 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팀장들도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별거 아닌 일 같지만 이런 것에 신분이 한순간에 급상승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팀장들의 반응에 만족스러워하며 팀장들에게 말했다.

“자이언트 호텔과는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앞으로 편하게 자이언트 호텔의 모든 것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모든 것이요?”

“네. 운동하고 싶으시면 여기 피트니스 센터를 이용하시면 되고 수영을 하고 싶으시다 하면 여기 수영장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사우나는 물론이고 식사와 술자리를 위해 이곳을 이용하실 수도 있습니다. 피곤해서 집에 가서 자고 오는 것도 싫다고 하면 여기서 자도 되고요.”

“그걸 모두…….”

“모두 무료입니다. 우리 세이지 자산운용의 직원이라면 말입니다.”

팀장들은 한진영의 말에 깜짝 놀란 얼굴로 서로를 돌아봤다.

오늘 하루 이곳에서 마음껏 즐기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이곳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말에 놀라고 만 것이었다.

“대표님. 그렇게 되면 돈이…….”

피트니스 회원권만 해도 천만 원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들은 곳이었다.

밥값은 물론이고 숙박료도 비쌀 게 분명했다.

이런 곳을 하루 빌리는 것도 무리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매번 원할 때 사용하라고 하니 오히려 팀장들이 한진영을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한진영은 팀장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고 가볍게 웃으며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 걱정은 우선 오늘 성적을 마무리하고 하도록 합시다.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 확인하면 걱정스러운 일인지 아닌지 정확하게 판별이 되니까요. 자 그럼 우선 시작해 볼까요?”

한진영의 말에 팀장들은 걱정을 뒤로하고 우선 오늘 있었던 성적을 하나씩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최석영의 보고가 제일 먼저 시작됐다.

“총 집행된 자금은 1,500억이며…….”

한진영은 조수아가 회사에서 가지고 온 서류를 눈으로 확인하며 최석영의 보고를 받았다.

“장 막판 2시 30분부터 국민연금으로 추정되는 매수세가 들어와 하한가에 들어가 있던 종목들을 대부분 들어 올렸습니다. 특히 지수를 조종하기 가장 좋은 삼선전자의 매수세가 매서웠습니다. -7%까지 떨어졌던 삼선전자를 억지로 약보합인 -0.5%까지 끌어올린 덕분에 우리는 삼전전자에서만 50억이 넘는 이익을 보았습니다.”

최석영의 보고에 다른 팀장들은 감탄하는 눈으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미리 알고 매수주문을 집어넣은 상태로 대기한 덕분에 폭락세에 주식을 계좌에 마구 담을 수가 있었다.

대기한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따라갔다면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였기에 매수 주문 대기가 신의 한 수로 여겨질 만했다.

“그렇게 반등으로 인한 우리가 오늘 본 총 수익은 110억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대로 끌고 2,000 위까지 갑니다.”

“그대로 다 끌고요?”

“네. 시장이 흔들리며 방향이 터졌습니다.”

“방향이…… 위로 터졌다는 말씀입니까?”

“네. 위입니다.”

한진영은 보고 있던 서류를 옆으로 젖히며 설명했다.

“석 달간의 지루한 횡보였습니다. 이런 때에 북한에서 펼쳐진 이벤트로 시장이 흔들렸지요. 그리고 그 흔들리는 시장에 던진 물량을 받아먹은 이가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과 외국인들이었습니다. 공포에 개인을 비롯한 조막손 같은 기관들은 물량을 빼앗기고 말았고요. 이제 지루한 횡보는 끝이 날 겁니다. 재차 2,000 위를 터치할 테니 그때까지 끌고 갑니다.”

한진영은 가볍게 시장을 정리해주고 다음 차례로 외환팀 팀장인 김석현을 돌아보고 말했다.

“자. 외환팀. 오늘 수익이 상당할 것 같은데…… 수익자랑 좀 해주시죠.”

한진영의 지목을 받은 김석현은 부끄러운 표정으로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자랑이라니요. 그저 대표님께서 집어주신 자리에 앉아 잘 받아먹은 덕분에 큰 수익이 나온 겁니다.”

“받아먹는 것도 재주입니다. 그런 재주가 없으면 다 알려줘도 같은 수익을 낼 수는 없으니까요. 얼마나 나왔죠?”

한진영의 칭찬에 김석현은 여전히 부끄러운 표정을 지은 채 대답했다.

“총 수익은 253억이 나왔습니다.”

“오~”

자리에 있던 팀장들은 자기도 모르게 감탄사를 터트렸다.

외환 파트에서 하루 만에 200억이 넘게 수익을 올렸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수익은 기풍증권은 물론이고 A급 증권사에서도 보여주지 못할 정도의 규모였다.

게다가 투입 자금을 대비하여 생각한다면 그 성과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할 정도가 분명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이게 다 대표님 덕분입니다.”

한진영은 얼굴을 발갛게 상기시킨 김석현의 모습에 웃으며 다음 차례를 이야기했다.

그렇게 약 10여 분간 오늘 있었던 수익을 확인해나갔다.

총 수익 570억.

단 하루 만에 올린 수익으로 자금 대비 10%가 넘는 수익을 단 하루 만에 만들어 낸 것이었다.

거기다 주식의 경우에는 잡고 2,000 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수익의 범위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커질 게 분명했다.

한진영은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마무리 말을 건넸다.

“오늘 있었던 이벤트로 하루 만에 뽑은 수익이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돈 걱정할 필요가 없겠죠?”

한진영의 말에 자리에 있던 이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모두 즐겁게 즐기십시오. 저는 저를 따라온 여러분을 홀대할 생각이 없습니다. 돈을 번 만큼 내놓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아시고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직원 복지로 쓰고도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었으니까요.”

한진영은 이야기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한잔하러 가시죠. 직원들이 기다릴 테니 말입니다.”

한진영이 책상을 손으로 두드리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컨퍼런스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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