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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증권사 생활-213화 (213/650)

213화 보상은 언제나 함께한다

한참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눴는지 박도하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먼저 회의실로 들어왔다.

뒤를 이어 계속 무언가를 생각하는 김준하도 안으로 들어왔다.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와 한진영 앞에 섰다.

“부르셨습니까?”

박도하가 먼저 인사를 하자 한진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에 놓인 의자를 가리켰다.

“두 분 다 앉으시지요.”

“네. 그럼…….”

박도하가 대답하고 자리에 앉자 김준하가 뒤를 이어 조심스럽게 곁에 앉았다.

한진영은 그런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본 후 웃으며 물었다.

“혹시 연말에 약속이 있으십니까?”

한진영의 말에 박도하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네. 가족들끼리 스키장에 가기로 했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김 팀장님은요?”

“저는 별일 없어요. 그냥 집에 있으려고 했어요. 이번에 새롭게 프로그램에 적용해 볼 만한 게 떠올라서요.”

박도하는 연휴 때도 일만 생각하는 김준하의 모습에 질렸다는 표정을 짓고 고개를 저었다.

그런 박도하와 달리 한진영은 김준하의 대답에 잘됐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요. 그럼 김 팀장님은 됐고…… 박 팀장님.”

“네?”

박도하가 자기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 한진영이 천천히 두 사람을 이곳에 부른 이유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번 연말에 특별히 두 분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이곳에서 보자고 했습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나요?”

“HFT 프로그램을 좀 손보고 싶습니다.”

“손보고 싶으시다고요? 그거야 문제가 안 됩니다. 제가 연휴가 끝나고 돌아와서…….”

“아니요. 연휴가 끝나고 돌아와서가 아니라 연휴 동안 손을 봐서 장이 열리면 그때부터 바로 적용해 돌릴 생각입니다.”

“HFT 프로그램을…… 연휴 동안 고쳐서…… 바로 사용하시겠다고요?”

박도하는 한진영의 말에 이상함을 느끼고 김준하를 돌아봤다.

혹시 뭐 아는 게 있나 싶어서 김준하를 쳐다본 것이었다.

박도하의 생각이 맞았는지 한진영의 말을 들은 김준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박도하는 그런 김준하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김 팀장님은 뭐 아시는 게 있으세요?”

박도하의 질문에 김준하는 가만히 한진영을 바라보기만 했다.

박도하는 그런 김준하의 모습에 더는 묻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하기만 했다.

박도하가 알고 있던 HFT 프로그램은 점점 사용 횟수를 줄이는 중에 있었다.

지금은 특별한 일이 벌어져야만 HFT 프로그램을 돌릴 정도로 횟수가 줄어든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HFT 프로그램을 수정하는 것도 모자라 바로 사용하겠다고 하니 박도하로서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혹시 연휴가 끝나고 신년 초부터 무슨 일이 바로 벌어지나요? 제가 알고 있기에는 분명 해외는 크리스마스 때부터 연휴 시즌에 돌입해서 별일 없을 거라고 하던데…….”

“무슨 일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한진영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의 박도하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쇼케이스를 하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쇼케이스요? 무슨 쇼케이스요?”

“HFT 프로그램 쇼케이스를 하려고 합니다.”

“HFT 프로그램 쇼케이스?”

박도하는 한진영의 말에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제가 알고 있는 쇼케이스는…… 무슨 물건을 팔 때 하는 건데…….”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혹시 HFT 프로그램을 파시려고 그러시는 건 아니죠?”

“바로 보셨습니다. 저는 HFT 프로그램을 팔 생각입니다.”

한진영은 눈을 크게 뜬 박도하를 향해 자세히 설명했다.

“김 팀장님께는 먼저 이야기 드렸는데 박 팀장님께도 말씀드려야지요. 아무래도 두 분이 HFT 프로그램의 부모와 같은 분들이니까요. 저는 HFT 프로그램을 팔 생각입니다. 지금 시장에는 HFT 프로그램에 매우 많은 관심이 퍼져 있을 게 분명합니다. 높은 승률과 탁월한 성적으로 많은 곳에서 오래전부터 군침을 흘리고 있을 겁니다. 저는 이 타이밍이 HFT를 팔기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에게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고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에게 HFT 프로그램을 팔려고 합니다.”

한진영은 먼저 이야기를 들어서 그래도 박도하보다는 더 차분한 모습의 김준하를 향해 먼저 말했다.

“김 팀장님은 어디 가시지 않는다니 편하게 이야기하겠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하루에 5% 수익. 딱 그 정도만 나오게 해주시면 됩니다. 너무 많이 나와서도 안 됩니다. 그리고 나오는 시간도 거래시간을 거의 다 채우고 나서야 나올 수 있게 해주세요.”

김준하는 한진영이 생각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운그레이드하라는 말씀이시네요.”

“네. 바로 그렇습니다.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보다 수준을 낮춰주세요.”

“생각보다 많이 낮춰야겠는데요.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HFT 프로그램은 몇 번의 개선을 통해서 성능이 꽤 좋거든요. 차라리 롤백하는 건 어떨까요?”

“롤백이면 과거의 버전으로 되돌아가는 정도로 하자 이야기인가요?”

“네. 그렇게 되면 이것저것 건드릴 것 없이 바로 대표님이 원하시는 수준으로 회귀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아마 초창기 버전 정도면 될 것 같은데요.”

한진영은 김준하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래서는 안 됩니다.”

“왜요? 대표님께서 원하시는 수준으로 낮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 같은데요.”

“그 수준에서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수준까지 올라올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요.”

“네?”

한진영이 김준하를 보고 웃었다.

“우리는 김 팀장님같이 우수한 직원이 있어서 초기 버전부터 지금 버전까지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지만 다른 곳들은 그러지 못할 테니까요.”

“대표님 칭찬이 과하신 것 같아요.”

김준하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한진영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듯이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했다.

“아닙니다. 진짜로 저는 진지하게 생각하고 이야기한 겁니다. 저는 족쇄를 채우는 정도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살짝만 건드리면 다시 원상복구를 할 수 있는 정도. 딱 그 정도가 좋습니다. 그래야 나중에 팔아먹을 때도 비싼 값에 팔아먹을 수 있으니까요.”

한진영은 김준하에게서 박도하로 고개를 돌리고 이야기했다.

“그런 식으로 박 팀장님도 함께 움직여주세요. 초당 매매 횟수를 줄이는 데 살짝만 건드리면 다시 복구시킬 수 있도록…… 마치 우리가 길을 돌아가는 바람에 제대로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했다는 정도로 말입니다. 그렇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한진영은 말을 마치고 김준하와 박도하를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HFT 프로그램은 두 분이 만들어 두 분이 부모와 같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회사에 두 분이 얽매여 있다고 하더라도 부모 동의 없이 자식을 팔아먹을 수는 없는 일이지요. 그래서 HFT 프로그램을 팔게 되면 두 분을 포함하여 HFT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한 모든 분께 판매대금의 10%를 드리려고 합니다.”

“10%요?”

박도하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

한진영은 그런 박도하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네. 그 정도 보상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직원의 자식을 팔아먹으면서도 보상을 하지 않는 나쁜 사장은 아닙니다. 매각 대금의 최소 금액을 1,000억 정도로 생각하고 있으니 여러분에게 돌아가는 금액이 약 100억 정도가 되겠네요.”

한진영은 500원 동전만큼 눈이 커진 박도하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어떤가요? 이러면 가족들이 연휴에 놀러 가지 못하는 걸 조금은 이해해 주려나요?”

“그럼요. 이해해주고 말고요. 어떻게…… 바로 시작할까요? 제가 나가서 저희 팀 팀원들 붙잡아 두겠습니다. 김 팀장님. 팀장님네 직원들도 제가 잡아둘까요?”

마음이 급해졌는지 박도하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한진영에게 인사하고 회의실을 나갔다.

김준하도 한진영에게 인사하고 박도하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말을 하지 않았지만 한진영은 김준하도 100억이라는 돈에 마음이 흔들린 게 분명했다.

한진영은 회의실 의자에 앉아 지금은 투명하게 변한 유리벽을 통해 가만히 밖을 바라봤다.

***

다른 곳은 연말을 즐기고 있었지만, 세이지 자산운용만큼은 그러지 못했다.

사무실 불이 환하게 켜진 채 밝아오는 새해를 맞이했다.

“이건 너무 쉽지. 조금만 더 꼬아보자.”

박도하가 팀원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뜯어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한쪽에서는 김준하도 팀원들과 함께 전략을 수정해 나갔다.

“여기서 일부러 실수하는 부분을 넣는 것이 좋아 보이네요. 그렇게 된다면 승률이 80%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요.”

“그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럼 바로 한번 적용해 보겠습니다.”

세이지 자산운용의 직원들은 불만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모습은 순수하게 충성심만으로는 나올 수는 없었다.

바로 돈이 걸렸기에 스스로 휴가도 반납하고 쉬는 날에도 이렇게 나와서 일을 할 수 있었다.

“박 팀장님 쪽하고 저희 쪽하고 합치면 10명이니 한 명당 10억씩은…… 받을 수 있을까요?”

“대표님께서 뭐라고 하셨어? 최소 1,000억부터 스타트할 거라고 하셨잖아. 그럼 최소 10억이라는 이야기야. 꿈을 좀 크게 잡아.”

“그러면 15억?”

“그래. 그 정도면 딱 좋겠다.”

“흐흐흐. 생각만 해도 침이 흐르네요. 그 돈 받으면 뭐 하죠? 집 하나 사도 될 것 같은데…….”

“집이 문제냐? 집에 차까지도 사도 되겠다. 그러니까 집중해서 빨리 마무리해. 새해 장이 열리면 바로 적용한다고 하시니까.”

직원들은 피곤한 것도 잊은 채 알아서 일하기에 이르렀다.

한진영은 그런 직원들을 커피잔을 들고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역시 최고의 강장제는 돈이라니까. 충분한 보상이 있으면 알아서 움직이니 이거 뭐 잔소리할 이유가 없어요.”

한진영은 자기의 지시를 따라 척척 움직이는 직원들을 보며 만족스러워했다.

그렇게 한진영도 사무실에서 밝아오는 새해를 맞았다.

***

짧다면 짧을 수 있는 연휴가 끝이 나고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다.

올해는 선거가 많은 해였다.

4월에 있는 총선부터 시작하여 12월에는 대선까지 선거로 시작하여 선거로 끝나는 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런 만큼 사람들은 올해 시장에 큰 기대를 했다.

통상 선거가 많은 해에는 시장이 상승한다는 시각이 컸기 때문이었다.

한진영은 직원들을 모아놓고 시무식과 함께 홍대민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우리 회사에 새롭게 주식운용 팀장으로 오신 홍대민 팀장님이십니다. 모두 환영해주세요.”

“잘 부탁합니다. 홍대민이라고 합니다. 저는 퓨처에셋 제3 운용팀에서…….”

짝짝짝짝~

홍대민의 자기소개가 끝이 나자 사람들이 열렬한 환호로 홍대민을 반겼다.

홍대민은 이런 반응이 어색했던지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퓨처에셋에서 정말로 일찍 풀어줬네요.”

사람들에게 소개를 마친 후 한진영은 홍대민과 짧은 대화를 나눴다.

“네. 생각보다 제가 더 필요 없는 사람이었나 봅니다.”

“퓨처에셋 눈이 잘못된 거지요.”

“정말 저를 믿으시는 건가요?”

“저는 믿습니다. 그러니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뒤는 제가 책임질 테니까요.”

홍대민은 감동한 표정으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퓨처에셋을 나오며 홍대민은 새삼스럽게 회사에서의 자기 처지를 알게 됐다.

인수인계를 하겠다는 것조차 퓨처에셋은 거절할 정도였다.

오히려 알아서 나간다는 것에 팀원은 물론이고 팀장까지 쌍수를 들고 반기는 모습이었다.

홍대민은 쓸쓸한 표정으로 나가겠다고 말을 한 뒤 사흘 만에 짐을 싸서 퓨처에셋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첫인상이었지만 퓨처에셋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자기를 반겨주었으며 한진영이 뒤를 받쳐주겠다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말까지 건넸다.

홍대민은 진심으로 감동하여 자리에서 일어나 한진영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꺾어 인사했다.

“대표님. 저를 믿어주시는 은혜에 꼭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선배님.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닙니다. 저는 금수가 아닙니다. 은혜를 받으면 갚을 줄 아는 사람입니다. 대표님께서 저를 구렁텅이에서 끌어내 주셨으니 그에 대한 보답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굳은 의지까지 보이는 홍대민을 향해 한진영은 빙긋이 웃었다.

한진영은 이렇게까지 하는 홍대민의 모습에 더는 만류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홍대민과 가볍게 악수를 나눴다.

홍대민은 다시 한번 한진영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고는 부탁 아닌 부탁을 건넸다.

“대표님 그리고 앞으로 사적으로든 공적으로든 선배님이라고 부르지 말아 주세요.”

“선배님이 선배님이지 그럼…… 아~ 이해했습니다.”

한진영은 온전히 회사와 하나가 되고 싶어 하는 홍대민의 마음을 이해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앞으로 홍 팀장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럼 가보실까요?”

한진영은 이야기를 마치고 홍대민과 함께 밖에 나갔다.

새해 첫날 한 시간이 늦게 장이 시작되건만 세이지 자산운용은 벌써 분위기가 고조되어 있었다.

연말부터 이어온 분위기를 꺼뜨리지 않은 선에서 더욱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어 하는 직원들의 분위기가 사무실을 가득 채웠다.

한진영은 홍대민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팀원들을 간단하게 소개했다.

그리고 현재 잡혀있는 포지션과 상태를 설명한 후 당분간은 회사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져도 괜찮다는 말을 건네고 자리를 떠났다.

“어떻습니까?”

한진영은 세이지 자산운용에서 가장 긴장하고 있는 부서로 찾아갔다.

그리고 손을 비비며 빨리 장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박도하에게 물었다.

“오셨습니까?”

한진영이 온 줄도 모르고 화면을 바라보고 있던 박도하는 한진영을 향해 가볍게 인사하고는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 준비를 다 마친 상태입니다. 시뮬레이션 상으로는 승률이 70%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거로 괜찮을까요? 우리가 처음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때도 이보다는 좋았던 것 같은데요.”

“70%. 딱 적당합니다.”

한진영은 박도하의 대답에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입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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