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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증권사 생활-230화 (230/650)

230화 상대를 품에 뛰어들게 한다

3배수 위엄은 상상 이상이었다.

게다가 방향을 잡고 달려 나갔을 때의 폭발적인 상승세는 20%가 채 안 되는 하락을 100%의 수익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한진영은 놀라는 이성우를 향해 어깨에 손을 두르고 말했다.

“어차피 그 돈 다 네 거 아니야.”

“어? 내게 아니라고?”

“당연하지.”

한진영은 이성우 앞에 손을 들어 찬찬히 설명했다.

“우선 세금이 20%가 넘어. 그리고 우리한테 수수료로 줄 돈이 30%야. 기억하고 있지?”

“어. 수수료 30%. 그건 나한테도 마찬가지라고 네가 몇 번이나 강조했던 거라서 잊어버리지 않았지.”

한진영의 말에 이성우가 침울해져 갔다.

한진영은 그런 이성우에게 계속 설명했다.

“게다가 실버만삭스에 줄 수수료도 있어. 그것도 잊지 않았지?”

“아~ 뭐야?”

1,000억이 넘는 돈을 벌었다고 하여 신이 나 있던 이성우는 400억이 될까 말까 하게 수익이 쪼그라든 것을 보며 괜히 손해를 본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성우는 조금 전과 달리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성우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1,000억 넘게 벌었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 네 손에 쥘 돈이 1,000억에 한참 모자라니 아쉽지?”

“당연히 아쉽지. 이런 이야기 들을 줄 알았으면 너한테 오지도 않았을 거다. 아니 뭐가 이렇게 많이 떼어가?”

“하여튼 있는 놈들이 더해요. 60억으로 400억을 벌었으면 됐지.”

“600억을 손해 본 기분이다.”

투덜거리는 이성우의 모습에 한진영은 크게 웃고는 회의실로 이성우를 데리고 갔다.

그리고 자리에 앉은 뒤 이성우에게 돈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돈은 신경 쓰지 말아. 문제는 그 돈을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이니까.”

“돈을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

“그래.”

한진영은 의자를 돌려 비스듬하게 앉은 뒤 책상 위에 손을 걸치고 말했다.

“지금 내가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실버만삭스를 통해 투자한 것은 정산되기 전까지 투자자가 너라는 사실이 밝혀지지 않아. 그저 실버만삭스가 투자한다고 알려지기만 할 뿐이야.”

“그래. 그게 제일 장점이라고 했지.”

“그러니 정산 전까지 너는…… 겉으로 보기에 무일푼의 거지나 마찬가지라는 뜻이야.”

“어?”

기분이 나쁠 만한 이야기였지만 말 속에 담긴 내용이 심상치 않게 느껴진 이성우는 미간을 좁혔다.

한진영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성우에게 계속 이야기했다.

“그뿐이냐? 너는 신용대출을 받은 이력까지 있어.”

“그렇지.”

“그걸 외부로 알려라.”

“뭐라고?”

이성우가 한진영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외부에 알리라니? 내가 대출받았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면 아버지도 아시게 되는데?”

“회장님만 아는 게 아니지. 다른 모든 사람이 알게 되겠지. 네가 거지라는 사실을 말이야.”

“그걸 왜 알리는데? 알리면…… 나 죽어.”

벌써 아버지의 서슬 퍼런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이성우였다.

“잘못하다가는 회사는 물론이고 그대로 발가벗겨져서 쫓겨날지도 몰라.”

“그 정도는 감수해.”

“감수하라고? 뭣 때문에?”

“기풍철강을 손에 쥐기 위해.”

“어?”

이유를 들은 이성우의 얼굴은 차츰 펴지기 시작했다.

이성우는 다음 말을 자세히 들으려는 듯이 몸을 더욱 한진영 쪽으로 기울였다.

한진영은 기풍철강 이야기가 나오자 표정이 변한 이성우를 향해 차분히 이야기했다.

“네가 돈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회장님께서 당연히 가만히 계시지 않으시겠지. 화를 내시고 너를 나무라실 거야. 하지만 그 정도는 참아. 다른 사람 또한 가만히 있지 않게 만들기 위해 그러는 것이니까.”

“다른 사람?”

“너하고 기풍철강을 놓고 경쟁하는 쪽. 그쪽을 자극하려는 거야.”

한진영은 손을 들어 이성우 앞에 가져다 대고 말했다.

“현재 기풍철강은 계열분리를 염두에 두고 있어. 기업을 분할하게 되고 지주사 계열로 넘어가며 자연스럽게 지분 참여를 하여 승계 절차를 밟을 계획을 하고 있어. 하지만 지금 계획만 있고 진행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뭔지 생각해봤어?”

“누가 막고 있나?”

“그렇지. 정확하게는 네 동생과 네 동생을 지지하는 쪽에서 막고 있는 거지.”

“왜?”

“왜긴 왜야? 너 때문이지.”

한진영은 들어 올린 손으로 이성우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지금 상황에서 네 동생이 너보다 한 발짝 앞서 있는 것은 맞아. 너와 달리 먼저 회사에 자리를 잡은 시간이 더 길고 그게 기풍철강 안에서 자리를 잡은 상태니까. 그리고 실적도 너보다 좋은 것도 사실이야. 가신들과 만나기에도 너보다 더 편하기 때문에 그들을 구워삶기도 좋고…… 회사 일 이야기하자고 하면 남들이 보기에도 만남이 이상해 보이지 않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한진영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자기와 함께하며 이성우가 성장해 나간 것을 직접 봤기 때문에 맞은 편에 있는 이들이 어떤 느낌을 받고 있을지 잘 알고 있었던 한진영이었다.

한진영은 그런 그들의 감정을 느끼며 이야기했다.

“최근에 무섭게 성장한 너 때문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거다. 기풍증권의 인수부터 시작해서 성장까지 직접 관여한 너 때문에 그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졌을 게 분명해. 게다가 회사 장악력까지 보여줬으니 외부에서 너를 보는 시각도 엄청나게 달라진 상태지.”

“그래. 그건 나도 알아. 아버지가 나를 볼 때마다 자기를 닮아 카리스마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좋아하시기도 했으니까.”

이성우의 말에 한진영이 웃으며 이성우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이성우와 나란히 앉아 회의실 바깥 풍경을 바라봤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마치 이성우의 미래라도 되는 것처럼 함께 쳐다보고 이야기했다.

“그러니 그들이 왜 막지 않겠냐? 아무리 한 발짝 앞서있다고 하더라도 뒷목에 네 숨결이 느껴지는데 어떻게 섣불리 분할을 이야기할 수 있겠어? 오히려 분할을 한다는 걸 막아야 할 상황이지. 그런데 네 주머니에 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떨까?”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겠지.”

“바로 그거다. 네가 헛짓거리해서 돈을 다 날린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하기 싫다는 회장님을 어떻게라도 꾀어서 분할과 승계작업에 들어가자고 할 거야.”

한진영의 말에 이성우가 꺼림칙한 표정을 지었다.

“그…… 내가 헛짓거리해서 돈 날렸다고 해야 하냐?”

“당연하지. 그래야 회장님이 너를 지원해주지 않는다는 확신이 생길 테니까.”

한진영이 이성우의 어깨에 손을 두르고 말했다.

“그게 제일 중요한 거야. 상대에게 약점을 보이는 것. 여기가 가장 아프니 여기를 찌르라고 가슴을 열어주는 것. 그래야 상대가 네 품에 뛰어들 거다.”

이성우는 한진영을 올려다봤다.

“아버지도 가만히 계시지 않으실 텐데?”

“하하하. 그게 그렇게 걱정이 되면 이렇게 해라.”

한진영이 이성우를 더욱 강하게 끌어당긴 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상상력만 자극해. 너는 어떤 말도 하지 말고…… 그렇게 되면 알아서 시나리오를 만들고 알아서 생각할 거다. 회장님과 네 동생 모두. 그리고 회장님이 추궁할 때마다 쓸 곳이 있어 썼다고 강하게 항변해. 그럼 최소한 너와 대치를 하느라 너를 쫓아내지는 않으실 거다.”

한진영의 설명에도 이성우의 불안감은 지워지지 않은 듯했다.

이성우는 한진영을 향해 불안한 눈으로 물었다.

“그걸 언제까지 견뎌야 하는데? 아무래도 오래 견디지는 못할 것 같은데…… 아니. 그 전에 목표가가 얼마냐? 얼마가 돼야 내가 돈을 실버만삭스에서 정산받을 수 있는 거야? 그걸 알아야 내가 빈털터리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얼마나 견뎌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래 걸리지는 않아. 여기서 20%만 더 떨어지면 정산 절차에 들어가게 할 생각이니까.”

“20%? 80달러?”

“그래. 너는 80달러가 되면 정산받으면 된다. 그 이상을 노릴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골치 아파져.”

“여기서 20%가 더 빠지면 내가 투자한 건 얼마가 된다는 거야?”

이성우가 눈을 위로 치켜뜨고 머릿속으로 계산하려 했다.

한진영이 그런 이성우를 향해 대신 계산한 값을 알려줬다.

“대략 가격이 9달러에서 10달러 사이가 될 거다.”

“얼마? 10달러?”

“어. 그 정도로 예상하는 게 좋아. 뭐 상황에 따라서는 그보다 작을 수도 있다. 한 방에 툭툭 뛰어 내려가면 9달러가 안 될 수도 있어. 대신 은근히 조금씩 내려간다면 10달러가 아니라 12달러도 가능하지. 그런데 뭐 두 가지 경우는 서로 극단적인 경우고…… 지금까지의 추세로 보면 9달러에서 10달러 사이가 가장 현실적인 가격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진영이 기억해낸 것을 대입하여 프로그램을 통해 유추해낸 가격대였다.

이성우에게는 양극단을 이야기했지만, 한진영은 유가가 80달러에 도달한다면 인덱스 펀드의 가격이 10달러에 다가갈 것으로 확신했다.

이성우는 한진영에게 이야기 들은 뒤에 멍해 있던 표정을 급히 지우고 말했다.

“10달러면 도대체 내가…… 얼마를 번다는 거냐?”

“간단하게 생각해서 집어넣은 60억이 6,000억이 된다는 이야기지. 물론 네 손에 쥐는 돈은 3,000억이 채 되지 않을 거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세금부터 시작해서…….”

“잠깐!”

이성우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한진영의 말을 막았다.

“왜 그래?”

한진영은 앉은 채로 이성우를 올려다봤다.

이성우의 얼굴은 순식간에 시뻘게진 채로 한진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얼마라고? 천천히 다시 말해봐.”

“뭘 천천히 말하라고 그래? 6,000억. 너 귀도 먹었냐?”

“아니. 다시…… 다시 한번만…….”

이성우가 눈까지 감고 어서 말해보라며 귀를 한진영 쪽에 가져다 대고 손짓했다.

한진영은 그런 이성우의 모습에 질색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유~ 뭐하냐? 아직 이야기 안 끝났어.”

“육…… 얼마라고?”

“육천억! 육천억!”

한진영이 이성우의 귀를 잡아당겨 소리를 질렀다.

이성우는 갑자기 자기 귀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 한진영으로 인해 깜짝 놀랐지만, 얼굴만은 웃음기를 지우지 않고 있었다.

한진영은 이성우의 모습에 같이 웃으며 말했다.

“그만 지랄하고 잘 들어.”

“어. 그래. 잘 들을게. 네 말 잘 들을게.”

이성우가 똑바로 서서 한진영의 말을 잘 듣겠다는 자세를 취하자 한진영은 그런 이성우를 향해 앞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이야기하다 말았지만 6,000억 중에 네 손에 직접 쥐어질 돈은 2,500억 정도가 될 거야.”

“2,500억…… 후우~”

듣는 것만으로 심장이 뛰었던지 이성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진영은 그런 이성우를 향해 계속 이야기했다.

“그 돈으로 분할된 지주사 주식을 매입할 거야. 증자에도 참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장에서 직접 매입도 하고…… 그렇게 네 지분을 늘려가기 위한 자금이니까 그렇게만 알아.”

“2,500억…… 정말 가능하냐?”

“가능? 나중에 왜 2,500억만 벌고 말았냐는 말이나 하지 마.”

“야. 내가 아무리 양심이 없어도 그런 말을 하겠냐? 이것만 해도 눈 돌아가는데…….”

이성우가 아니라고 하지만 한진영은 분명 이성우가 딴소리할 거로 예상했다.

이성우가 정리한다는 유가 80달러 선은 하락의 중반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덱스 펀드를 끝까지 발라먹을 수는 없었다.

60억으로 6,000억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 이미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관심은 평생을 따라다닐 가능성이 높았다.

마이다스의 손과 같은 별명이 이성우의 이름 앞에 붙을 게 분명했다.

이런 관심은 기업가인 이성우에게는 매우 좋은 관심이었다.

특히 이제 막 기업가로 발을 내디딘 이성우에게는 이런 수식어는 기업활동을 할 때 큰 메리트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반대로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사람들이 기준을 높게 설정할지도 모른다는 단점도 존재했다.

그래서 한진영과 같이 투자하는 사람에게는 좋지 못한 시선이었기에 한진영은 이런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지 않았다.

이번에 100배의 수익을 올렸다고 다음에도 100배 이상을 기대한다거나, 50배의 수익에 실망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아직은 대중의 관심을 받아서는 안 되는 한진영이었기에 관심을 모두 이성우 쪽으로 돌려버린 것이었다.

물론 이성우에게 이런 이득을 양보했다고 하여 아무것도 손에 넣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이성우가 얻게 될 수익의 30%는 세이지 자산운용의 주머니로 들어가며 이성우가 세이지 자산운용과 진행했다는 사실에 고객 유치가 더욱 쉬워진다는 이득이 있었다.

이게 먼 미래를 생각한다면 한진영과 세이지 자산운용에는 더 나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이성우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이성우에게 큰 이득을 몰아줬다는 인상을 남기는 것도 나중을 위해서는 좋았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행복해하는 이성우에게 말했다.

“즐거운 미래를 생각하고 지금은 스스로 바보행세를 해라.”

“걱정 마. 그건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다.”

“흐흐흐. 그래. 그리고 나중에 일발 역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그거 생각하면 지금 바보 행세하는 것쯤은 문제 될 것 없어.”

한진영은 다시 이성우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네 동생이 알아서 무덤을 파게 만들어. 그리고 네 동생이 그 무덤에 걸어 들어가게 하는 게 목표야. 그러기 위해서 그 돈이 필요한 거니까 정신 바짝 차려. 그리고 2,500억 이상을 더 노리지 마. 그것만으로도 아마 세상이 너를 다르게 바라볼 테니까. 그 이상을 손에 쥐면…… 세상은 너를 향해 감탄하기보다 의심하게 될 게 분명해. 그래서 딱 그 선에서 멈추는 거야. 그거 잊지 마.”

이성우는 다시 한번 이야기하는 한진영의 말에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목표가가 80달러에 닿는 거라며? 그런데 도대체 너는 어디까지 보기에 자꾸 이야기하는 거야? 난 80달러에 닿는 것도 사실인가 싶은데…….”

한진영은 세이지 자산운용이 30달러대까지 포지션을 끌고 가려 한다는 말을 하지 않은 채 이성우의 질문에 그저 웃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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