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증권사 생활-254화 (254/650)

254화 한진영이 이성우를 이용하여 돈을 번다

권수형이 먼저 정신을 차리고 한진영에게 물었다.

“그게 사실입니까? 모두 이 사장님이 벌어들인 돈이라고요?”

“저희에게 수수료를 내고 나머지 돈 모두 성우 돈인 건 맞습니다. 대략 2,500억을 벌어들였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권수형은 놀란 얼굴로 한진영과 이성우를 번갈아 바라봤다.

조금 전만 해도 사람이 죽니 사니 하는 마당에 괜한 헛소리를 하지는 않았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 말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는 곳을 담보로 대출받던 이성우가 몇 달 만에 수천억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믿기지만 않던 두 사람이었다.

“그럼 그…… 대출을 받았다는 게…….”

“네. 맞습니다. 좋은 자리가 나와 투자를 맡기기 위해 대출까지 하여 성우가 돈을 마련한 것이지요.”

“허허. 허허…….”

이정훈 회장은 듣고 나서도 믿기지 않았던지 헛웃음만 계속 흘렸다.

한진영은 그런 이정훈 회장에게 계속 이야기했다.

“돈은 준비됐습니다. 이제 문제는 이 돈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입니다.”

“돈이 준비됐다? 허허…… 허허…….”

대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자기도 쉽게 만들어내지 못하는 돈이었다.

지분을 팔고 금융권에 특별 대출을 신청해야지 2,000억이라는 돈을 만들 수 있었다.

당장 현금으로 2,000억이라는 돈을 들고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될까 싶을 정도로 2,000억이라는 돈이 가지는 위상은 남달랐다.

그런데 그걸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얼마 전만 해도 10억, 20억 대출을 받기 위해 안달을 하던 이성우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이정훈 회장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했다.

한진영은 이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보다 조금 더 돈이 늘어난 상태입니다. 그래서 돈을 돌려도 괜찮은 정도이니 이제 이 돈을 어떻게 돌릴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 같습니다.”

“바로 주는 것은 안 되지요? 그건 증여에 걸리겠죠?”

“세금만 낼 수 있으면 그렇게 해도 되지요. 그런데 그 세금은 아깝지 않으시겠습니까? 그것만 해도 수백억인데요?”

“역시 세금이 문제지요?”

가장 간단한 방법이기에 꺼내 본 권수형이었다.

한진영은 권수형이 조용히 입을 다물자 이정훈 회장을 향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아무리 빚이라고 해도 대신 갚아주면 법은 그걸 증여로 보고 있습니다. 그건 제가 아니라 나중에 법무팀을 불러 상의를 하셔도 같은 대답을 듣게 되실 겁니다.”

“알아. 그건 나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

이정훈이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자 한진영은 자기가 생각해온 것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제가 조금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돈을 갚는 것보다 어떻게 갚느냐가 중요합니다. 어설프게 갚다가는 회사에 낙인이 찍히거나 증여로 세금을 두들겨 맞을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이정훈 회장은 한진영의 말에 얼굴을 찌푸렸다.

다시 생각해도 이유정이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지른 것에 기분이 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가 떠올린 방법은 이겁니다.”

이정훈 회장이 고개를 들어 한진영을 바라봤다.

한진영은 그런 이정훈 회장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유정 본부장과 성우가 거래하는 것이지요. 그것도 정식으로 말입니다. 친족간에도 거래를 통해 금전이 오가는 것은 증여로 보지 않는다는 판례도 있으니 그걸 이용하는 것이지요. 정식으로 서류도 작성하고, 공증도 받고, 법으로 받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받아 말이 나오지 않게 만들면 됩니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유정이에게 돈을 주고 그에 합당한 무언가를 받으면 된다는 말 아닌가?”

“바로 그거입니다. 2,000억에 대한 합당한 가치를 성우에게 넘겨주면 되는 겁니다.”

“2,000억에 가까운 게 뭐가 있어?”

“하나 있지 않습니까?”

한진영이 말을 하고 가만히 이정훈 회장을 바라봤다.

이정훈 회장은 처음 한진영이 무얼 말하는지 알지 못하게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자기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한진영의 눈을 바라보고는 한 가지를 떠올렸다.

“기풍홀딩스 지분?”

한진영은 이정훈 회장이 답을 말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앞으로 3년 뒤에 취득할 지분에 대한 소유권을 넘기면 해결될 일입니다.”

“그걸 넘긴다고?”

이정훈 회장은 곁에 앉은 권수형을 돌아봤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권수형 부사장도 이정훈 회장만큼이나 의문이 들기는 마찬가지였다.

권수형 부사장은 이정훈 회장이 자기를 바라보자 두 사람 모두 공통적으로 가지게 된 의문을 한진영에게 묻기 시작했다.

“한 대표님. 이해가 가지 않는 게 있습니다.”

“네. 말씀하시지요.”

“한 대표님의 말씀은 지금 세이지 자산운용이 유상증자에 참여한 3,000억에 대한 지분 중 이유정 본부장님이 3년 뒤에 취득할 1,500억에 대한 지분을 이성우 사장님께 넘기라는 말 아닙니까?”

“네. 바로 그겁니다.”

한진영이 권수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권수형은 한진영의 대답에 다시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1,500억의 지분이 3년 뒤에 2,000억까지 상승할 걸 염두에 둬서 넘긴다는 것까지는 이해가 갑니다. 그리고 타당한 계산으로 보이고요. 그렇다면 이성우 사장님이 취득할 지분은 무슨 돈으로 한다는 말입니까? 지금 보유하신 현금이 바로 3년 뒤에 기풍홀딩스의 지분을 취득하기 위해 만든 자금 아닙니까?”

“바로 그거네. 3년 뒤에 저 녀석은 무슨 돈으로 세이지에서 지분을 넘겨받을 수 있다는 건가?”

이정훈 회장도 권수형 부사장의 말에 맞장구쳤다.

아무리 봐도 밑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형식밖에 되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의문이 가득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그들의 의문을 풀어줬다.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성우가 번 돈이 2,000억이 전부가 아닙니다. 2,000억을 내어주고도 약 1,000억이 더 계좌에 남게 됩니다.”

“1,000억이나 더 남아 있다고?”

“네. 기존에 실버만삭스를 통해 진행했던 작업에서 벌어들인 돈과 그걸 가지고 와서 국내에 투자하여 수익 본 금액을 더한 거지요.”

한진영의 말에 이정훈 회장은 이해가 가는 표정을 지었지만, 권수형의 의문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은 듯했다.

“1,000억이 남아있다지만 나머지 1,000억은 어떻게 구할 생각이십니까?”

“어떻게 구하긴요? 3년이라는 시간이 더 있지 않습니까? 벌면 되는 일입니다.”

“번다고요?”

“네. 그거 말고 다른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매달 월급 통장에 꽂히는 돈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너무나 간단하게 이야기한 한진영이었다.

권수형은 그게 가능하겠냐는 말이 입가에 맴돌았지만, 그 말을 차마 내뱉을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라 겨우 수십억의 돈으로 2,000억이 넘는 돈을 만들어낸 한진영이 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이정훈 회장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한진영의 말을 다 듣고 판단을 내리기 위해 조용히 머릿속으로 계산에 들어간 것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생각을 하던 이정훈 회장이 결심한 듯이 고개를 들었다.

“가서 유정이 데리고 와.”

이정훈 회장은 권수형 부사장을 바라보고 지시를 내렸다.

그의 표정에서 그가 내린 결정이 무엇인지 알 것만 같은 한진영은 말없이 미소 지으며 이성우의 등을 살며시 어루만졌다.

***

이성우는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던 집을 나서며 땀을 닦았다.

아직 더운 여름이 아니지만 소란 속에서 뿜어져 나온 열기에 온몸이 흠뻑 젖어버렸기 때문이다.

“잠시만. 담배나 한 대 태우고 가자.”

이성우는 집 앞에 서서 차에 오르려는 한진영을 불러 세웠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소란 속에서 구겨진 담뱃갑을 꺼내 한진영을 향해 내밀었다.

한진영은 기운이 빠져 보이는 이성우의 모습에 웃으며 담배를 빼 들고 입에 물었다.

“정신없었냐?”

“정신없다 뿐이냐? 갑자기 이게 무슨 난리야?”

이성우는 고개를 몇 번이나 휘젓고는 담배 연기를 길게 들이마셨다.

한진영은 그런 이성우를 향해 웃음을 참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덕분에 이유정 본부장 지분까지 네가 손에 쥔 거 아니냐? 이제 후계 구도에 골치 아플 일은 없어졌어.”

“어휴~ 아버지가 유정이한테 지분 내놓으라고 했던 상황 떠올리면 아직도 식은땀이 다 난다. 아으~”

이성우는 생각도 하기 싫다는 듯이 몸서리를 쳤다.

한진영이 이야기를 들은 뒤 이정훈 회장이 이유정을 불렀다.

그리고 이유정에게 기풍홀딩스의 지분을 이성우에게 넘기는 조건으로 그녀가 진 2,000억이라는 빚을 이성우가 갚아준다는 이야기를 건넸다.

이야기를 들은 이유정 본부장은 길길이 날뛰었다.

싫다는 말로는 모자랐던지 차라리 죽겠다며 조금 전까지 이정훈 회장이 손에 들고 있던 하얀 천을 찾아와 자기 목에 두르기도 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원흉으로 이성우와 한진영을 지목하며 자기는 함정에 빠진 거라는 말로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하려 했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울부짖음은 허망하게 허공을 맴돌 뿐이었다.

누가 그녀의 목덜미를 잡아 그리니치에 투자하라고 한 것도 아니었으며, 그녀가 직접 보증까지 서며 욕심을 낸 것에 그녀의 말에 아무런 힘이 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고 이정훈 회장은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기풍홀딩스의 지분에 대한 이유정 본부장의 권리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정훈 회장이 결정하면 그게 바로 법이었으며, 이유정 본부장은 그저 조용히 처분을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었다.

이성우는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그런데 정말로 1,000억을 더 벌 수 있어?”

“더 벌어야지. 아니면 너는 반쪽만 가지게 되는 거야.”

“그러니까. 그렇긴 한데…… 1,000억을 버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되는 목소리로 물어본 이성우였다.

그러나 한진영의 표정에는 걱정이라고는 찾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거로는 부족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1,000억을 이야기했지만 사실 1,000억으로는 부족해.”

“부족하다고? 1,000억이?”

“당연하지. 지금 우리가 유증에 참여한 3,000억의 지분이 러프하게 3년 동안 30%가 상승하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나온 계산 값이잖아.”

“그렇지.”

“그런데 네 생각에 기풍홀딩스가 30%만 오를 거 같아?”

“그럼 더 오른다는 말이야?”

이성우는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

한진영은 그런 이성우를 가만히 바라보고 대답했다.

“당연하지. 최소 2배. 어쩌면 3배까지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말? 정말 그렇게나 많이 오른다고?”

“그게 아니면 내가 3,000억이라는 돈을 왜 투자했겠어? 당연히 그 정도 수익은 남겨 먹어야지 들어가는 의미가 있지.”

“하긴 지금까지 네가 남겨 먹은 것들 보면 3배는 오히려 소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성우는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한진영이 투자한 이유가 이해되는 것과 달리 의혹은 더욱 커져만 갔다.

“야 그럼 필요한 돈이 1,000억이 아니라 더 크다는 거 아냐?”

“그렇지. 먼저 지불한 2,000억을 제외하고도 7,000억이 더 필요하지.”

“7,000억?”

이성우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조금 전 집에서 봤던 이유정의 악다구니보다 지금 한진영의 말이 더 소름 돋게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한진영은 연신 목덜미를 훔치는 이성우를 향해 이야기했다.

“1,000억으로 7,000억을 만드는 일이 쉽지는 않지. 게다가 우리한테 수수료 주는 것까지 생각한다면 거의 1조는 벌어야 계산이 맞는 거니까 불가능해 보이기도 할 거야.”

“불가능해 보이기도 하는 게 아니라 불가능한 거 아니냐?”

한진영은 질려버린 이성우의 얼굴을 멀뚱멀뚱 바라보며 말했다.

“너 지금 네가 3,000억을 얼마 가지고 벌었는지 다 잊어버렸구나.”

“왜 잊어버려. 그건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건데. 60억 가지고 만든 거 아냐?”

“그래. 잘 기억하고 있네. 50배를 얼마 만에 만들었어? 1년이 걸리지 않았다고. 그런데 3년이라는 시간이 있는데 그걸 못 벌겠냐? 겨우 10배만 불리면 되는데?”

“야 인마. 60억에서 3,000억 만드는 거 하고 1,000억에서 1조 만드는 거하고 어떻게 같아?”

“다른 사람들에게는 다르겠지. 하지만 나한테는 똑같아. 그러니까 믿고 기다려.”

한진영의 말에 이성우는 더는 의심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한진영이 말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없었으며 모든 일을 손안에 놓고 움직이는 한진영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이성우를 안심시키고 차에 올라탄 뒤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성우의 말대로 어려운 일이기는 했다.

금액이 커지면 커질수록 매매 방법부터 마인드까지 모든 것이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성우를 안심시킨 것처럼 단순한 일은 아니었다.

한진영이 잠시 생각에 잠겼을 때 운전대를 잡은 조지훈이 조심스러운 말투로 한진영에게 물었다.

“저기 대표님.”

“어?”

“죄송하지만 한 가지만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뭔데 말해봐?”

조지훈은 룸미러로 한진영을 올려다보며 질문했다.

“이 사장님을 위해 너무 헌신적으로 행동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서요. 돈도 벌어다 주시고 지분을 획득해서 기풍이라는 그룹도 넘겨주시고…… 두 분이 막역한 친구라는 것은 알지만 형제들도 하지 못할 정도의 헌신을 보여주셔서 신기해서요.”

한진영은 조지훈의 질문에 룸미러 안의 조지훈의 눈을 바라보며 웃었다.

“헌신? 내가 얻는 게 없다면 헌신이라는 말이 어울리겠지.”

“그럼 얻는 게 있다는 말씀이세요?”

“있는 정도가 아니지. 생각해봐.”

한진영은 룸미러 속의 조지훈을 향해 차분히 설명했다.

“성우가 획득하려는 지분이 누구 손에 있어? 그리고 그 지분의 가치가 올라가면 누가 이득을 보겠어? 열심히 돈을 벌어 결국 내 주머니에 들어온다는 이야기야. 그리고 그렇게 내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돈을 버는 과정에서 30%의 수익은 덤으로 가져가는 거고…… 성우가 1조를 번다면 나는 2조를 벌게 되는 거니 어찌 최선을 다하지 않겠어? 안 그래?”

조지훈은 한진영의 말을 듣고 알게 됐다.

‘대표님이 이 사장님을 통해 돈을 벌고 있는 거구나.’

조지훈은 자기가 잘못 생각했음을 깨닫고 룸미러 속의 한진영을 힐끔거리며 살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