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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증권사 생활-272화 (272/650)

272화 돈을 많이 벌 회사

이진경은 정리하는 회의실 자리에서 조수아에게로 다가갔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보다 같은 여자인 조수아와 이야기하기가 더 편했기 때문이다.

“조 과장님. 잠시만요.”

“네?”

나가려고 준비하던 조수아는 이진경의 부름에 잠시 멈춰 이진경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진경은 그런 조수아의 팔을 잡아 회의실 한쪽으로 이끌었다.

“왜 그래요? 뭐 하실 말씀 있어요?”

조수아는 이진경의 손짓에서 그녀가 무슨 할 말이 있는 게 아니냐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아무 소리 없이 회의실 귀퉁이까지 이진경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그렇게 이진경은 회의실의 구석으로 조수아를 이끈 후 주변에 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조수아에게 그제야 입을 열었다.

“조금 전 대표님 이야기요.”

“네. 그게 왜요?”

“다들 그냥 그렇게 수긍한 거예요? 아무 의문도 없이요?”

이진경의 말에 조수아가 무슨 말 하느냐는 눈으로 바라봤다.

조수아의 얼굴에서 왜 의문을 가져야 하냐는 물음이 담겨있었다.

이진경은 얼굴을 바짝 가져댄 채 설명을 구하는 조수아의 모습에 오히려 당황한 채 말을 얼버무렸다.

“아니. 저기…….”

“아니. 저기 뭐요? 말씀해보세요.”

너무나 당당한 조수아의 모습에 이진경은 자기가 불렀다는 것도 잊은 채 쭈뼛거리기만 했다.

그러다 빨리 이야기하지 않으면 가겠다는 조수아의 태도에 급히 다시 입을 열었다.

“안 이상해요?”

“이상하다니요? 뭐가요? 제대로 좀 말씀해보세요.”

조수아의 말에 이진경은 결국 가슴속에 담겨 있던 의문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리스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3차 양적완화까지 당최 뭐 하나 제대로 된 이야기가 없잖아요. 특히 3차 양적완화는 분명 잭슨홀 미팅에서 버냉키가 마이크 앞에 없다고 못 박았잖아요. 그런데 왜 이제 와서 3차 양적완화를 염두에 둬야 하냐 이 말이에요.”

“이 팀장님. 방금 조셨어요?”

“네?”

조수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진경을 향해 말했다.

“분명 아니라고 이야기했잖아요. 미국에서는 3차 양적완화 해야 한다고 이야기 나온다잖아요.”

“그건 일부 의견이고요.”

이진경은 맹목적으로 한진영의 이야기를 믿는 조수아를 향해 점점 목소리를 키웠다.

“지금 시장에 악재라고는 보이지 않는데 억지로 악재를 만들기 위해 이야기를 꿰맞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억지로요? 그러니까 이 팀장님의 말씀은 대표님이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걸 억지로 만들어냈다는 말씀이세요?”

“이야기를 모아 보면 그런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하잖아요.”

이진경은 점차 커지는 목소리가 신경 쓰였던지 주변을 살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조금 전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언론은 물론이고 업계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요.”

조수아는 이진경의 말에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 팀장님.”

“네?”

“대표님은 틀린 적이 없어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대표님이 방향을 정하면 틀린 적이 없다고요.”

조수아는 이진경에게 조금 더 바짝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은 그래도 그럴듯한 이유라도 있잖아요. 전에는 그런 것도 없었어요.”

이진경은 조수아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같은 말을 들어놓고 어떻게 그 이야기를 보고 그럴듯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지 이진경으로서는 납득이 안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수아는 이진경이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이야기했다.

“이 정도면 충분한 이유가 돼요. 이 팀장님. 이 팀장님이 리스크관리 팀장이라 이런 이야기가 불편할 수는 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알게 되실 거예요. 그리고 아마 시스템에 한 가지 예외 조항을 자연스럽게 넣으시게 될 거예요.”

“예외 조항이요? 무슨 예외 조항이요? 저는 예외 조항이란 걸 시스템에 넣을 생각이 없어요.”

단호한 이진경의 말에 조수아가 웃으며 팔을 두드렸다.

“호호호. 그래요. 지금이야 그럴 테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모든 경우의 수 위에 대표님이 말씀하면 그대로 따른다는 예외 조항을 넣게 되실 거예요.”

이진경은 맹목적으로까지 느껴지는 한진영에 대한 믿음에 이상함을 느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이 조수아에게서만 보인 게 아니었다.

자리에 있었던 사람 중 한진영의 말에 의문을 품은 사람은 자기 혼자인 것만 같았다.

팀장들은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한진영의 말 한마디에 단숨에 바뀐 듯 보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2,000 위에 자리하고 있는 코스피가 2,100의 고점을 넘어 2,200. 어쩌면 2,500까지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나눴던 팀장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방을 열어놓는다면 어디까지 열어놔야 하는지 이야기 나누고 있었다.

조수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는 이진경을 바라보고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이렇게 이진경만이 의문을 품은 채 남아있는 회의실을 떠난 조지훈은 한진영의 곁으로 빠르게 다가갔다.

“대표님.”

“어?”

한진영은 걷던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고개를 돌려 조지훈을 돌아봤다.

조지훈은 한진영이 고개를 돌려 자기를 바라보자 회의실에 들어오기 전에 들어온 연락을 한진영에게 보고했다.

“테라의 상장이 결정됐다고 합니다.”

“상장 희망가는 얼마라던가? 한 15불쯤 되나?”

“네. 15불에 설정됐다고 합니다.”

조지훈은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이야기한 한진영의 뒷모습을 보고 혀를 내두른 후 이야기했다.

“어떻게 할까요?”

“뭘 어떻게 해?”

“대표님께서 개인적으로 들어가신 것 말입니다. 상장되면 빼실 생각 아니셨나요? 15달러 상장이라면 약 15% 수익을 본 상태니까요. 세금 등을 빼고도 족히 2억은 버신 거라서…….”

조지훈은 말을 하고 한진영의 눈치를 살폈다.

현재 한진영의 상태에서는 2억이 큰돈이 아니기는 했다.

분기마다 들어오는 성과급은 둘째치고, 한진영은 월급으로 한 달에 2억 이상이 책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2억이라는 돈을 버릴 수는 없었다.

게다가 테라에 박혀있는 한진영의 개인재산 20억을 생각했을 때, 상장에 성공하고 나면 빼는 것이 맞지 않냐는 생각에서 조지훈이 한진영에게 물은 것이었다.

그러나 한진영은 그런 조지훈의 가슴을 가볍게 손등으로 두드렸다.

“조 비서. 그새 잊어버린 거야?”

“네?”

“테라 상장하면 네가 모은 돈 다 쓸어 넣으라고 한 말 말이야.”

조지훈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자 한진영이 웃으며 말했다.

“너한테 네가 가진 돈 다 쓸어 넣으라고 했는데 내가 돈을 빼겠어? 설마 날 양아치로 본 건 아니지?”

“아닙니다.”

조지훈이 급히 손을 휘저었다.

한진영은 그런 조지훈을 보고 크게 웃었다.

“하하하. 농담이야. 농담. 그런데 그때 모은 돈이 얼마라고 했지?”

“2,000만 원이요.”

“그래. 2천. 지금도 여전히 2,000만 원이야?”

“아니요. 조금 더 모으기는 했는데…….”

“그럼 잘됐네. 그 돈까지 다 쓸어 넣어. 잠깐.”

한진영은 손을 들어 진격하라는 제스처를 취하다 무언가를 떠올리고 손가락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잠시 앞으로 내밀었던 손가락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그래 봤자 3,000일 거 아냐? 그치?”

“어떻게 아셨어요?”

“어떻게 알기는? 네 월급 주는 사람이 나 아니냐? 그런데 내가 그런 것도 몰라서야 되겠어?”

한진영은 뭘 그런 걸 다 물어보냐는 말투로 조지훈을 향해 눈을 흘기고는 아쉬운 듯이 말했다.

“지금 같은 자리가 나왔는데 돈이 없어 못 들어간다면 그것보다 아쉬운 게 없지. 3,000만 원은 아쉬워.”

“네?”

“이렇게 하자.”

한진영은 결심했다는 듯이 조지훈의 양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내가 가불해줄게.”

“가불이요?”

“그래. 한…… 1억? 그래. 1억쯤 하자. 1억 가불해 줄 테니까 네가 모은 돈에 가불한 돈까지 다 집어넣어.”

“얼마…… 얼마를 가불해주시겠다고요?”

“아직 서른도 안 됐는데 귀먹었어? 내가 한 말이 잘 안 들려? 크게 이야기해줄까?”

한진영이 조지훈의 귓불을 잡아당기며 소리를 지르자 조지훈이 깜짝 놀라 몸을 뒤로 물렸다.

그리고 여전히 멍멍한 귀를 막고 한진영에게 말했다.

“잘 들려요. 제 말은 대표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 1억을 가불해주겠다는 게 놀라서 그런 거야?”

“네.”

보통 가불은 그달 받을 월급을 미리 당겨 받는 것을 말하고는 했다.

급할 때는 그달이 아니라 다음 달 혹은 다다음 달까지 당겨 받기도 했다.

하지만 어쨌든 석 달 이상의 돈을 당겨 받는 일은 통상 없었다.

그런데 한진영이 해주겠다는 1억은 조지훈의 2년 치 연봉이 넘는 금액이었다.

중간중간 들어오는 성과급을 생각한다면 본래 연봉보다 시간이 짧아지겠지만, 어쨌든 1년 치 연봉 이상이 되는 돈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그런 돈을 가불이라며 선뜻 내어주겠다니 조지훈은 한진영의 모습에 놀라고 만 것이었다.

“아니다. 가불이면 안 되겠구나.”

한진영은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이 무릎을 치며 말했다.

“가불이라면 그 돈을 다 깔 때까지 돈을 못 받는다는 말 아니야? 그렇게 되면 너는 뭐 먹고 살라는 말이야? 가불은 안 되겠다. 그러니 이렇게 하자.”

한진영은 조지훈의 어깨에 손을 두르고 말했다.

“내가 빌려줄게.”

“네? 돈을 빌려주신다고요?”

“그래. 가불하고 너 굶는 모습을 내가 어떻게 보냐? 그러니 그냥 빌려주겠다는 말이야. 나중에 따서 갚아.”

“따서 갚으라고요?”

한진영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하는 조지훈의 표정을 재미있게 바라봤다.

“뭘 그렇게 놀라?”

한진영은 가볍게 조지훈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나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다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너한테 자리를 알려주고 들어오라고 하는 거야. 테라는 정말 좋은…… 아니다. 좋다는 말은 도저히 내 입에서 나오지 않는다. 좋은 회사는 아닌데, 돈을 많이 벌 만한 회사야. 그러니 나 믿고 들어가 알았어?”

팡!

한진영은 조지훈의 등을 손바닥으로 강하게 두드리고는 크게 웃으며 앞으로 걸어갔다.

그날 밤 조지훈은 통장에 꽂힌 1억을 바라보고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진짜 주셨네.”

설립된 지 7년이 지나는 동안 총 2억 6,0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는 이야기로 떠들썩한 곳이었다.

재정적으로 문제가 많은 회사이며, 테라의 차량은 매우 제한된 시장을 가지고 있어 미래가 없다는 이야기를 꾸준히 듣고 있었다.

그런 곳을 직접 돈까지 빌려주며 투자하라고 하니 조지훈은 당황스럽기만 했다.

“그래도 다른 사람이 아니라 한 대표님이니까. 그러니까 믿어야지.”

조지훈은 그동안 차분히 모았던 적금을 깬 돈과 한진영이 빌려준 돈까지 더한 1억 3,000만 원이 들어있는 통장을 들고 테라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

세이지 자산운용은 한진영의 지시 아래 포지션을 변경하기 시작했다.

가득 채웠던 주식의 비중을 줄여나갔으며, 들고 있던 것들도 대부분 경기방어주 성격의 종목들로 바꾼 것이었다.

은행, 식품, 통신을 비롯하여 배당을 꾸준히 주는 종목들로 바스켓을 채워나갔다.

채권의 경우에도 한진영이 내린 지시대로 움직였다.

미국 채권을 사는 동시에 유럽 쪽 채권의 경우에는 그 비중을 줄여나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외환과 원자재 관련 파트도 모두 혹시 있을지 모르는 사태를 준비하며 보수적인 접근으로 시장을 바라봤다.

모두 2,000 위에 펼쳐진 신세계를 이야기할 때 한진영의 세이지 자산운용만은 시장의 충격을 준비해 나갔다.

이렇게 회사가 하방을 준비해 나갈 때 한진영은 또 다른 것을 준비하려 했다.

그리고 그걸 위해 최석영을 사무실로 불러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까지 일부에게만 공개되어 있던 것을 풀고 투자자를 공개적으로 모집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공개적으로? 얼마 전에도 2차 전지 관련하여 펀드를 개설하기도 했잖아.”

“그것보다 조금 더 폭넓은 펀드를 구상하고 있어서요.”

“폭넓은? 어떤 거?”

최석영이 한진영의 의중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한진영은 그런 최석영에게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타겟을 한 분야로 잡는 것이 아니라 해외투자같이 넓은 범위로 잡으려고 해요.”

“해외투자?”

최석영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다시 한진영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국내 주식이 아니라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를 개설하겠다는 것 아냐? 그것도 일반 개인을 상대로 해외투자를 하는 펀드를 유치하겠다고?”

최석영은 불안한 듯이 말했다.

“그거 몇 년 전에 퓨처에셋에서 내놓았다가 대차게 까먹었던 거 기억나지 않아?”

“기억나죠.”

“사람들 엄청 모았다가 아직도 회복 못 해서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퓨처에셋 욕하고 있잖아. 그리고 사람들에게 해외투자를 하면 안 된다는 인식을 박아 넣은 바람에 최근에는 해외투자 펀드가 제대로 판매도 되지 않는다던데…… 그런데 그걸 해보겠다고?”

“네. 그걸 할 생각입니다.”

한진영의 말에 최석영은 걱정이 됐다.

퓨처에셋이 거대한 똥을 싸버린 바람에 지금 웬만한 증권사들은 해외투자 펀드를 출시도 하지 않는 시점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때 해외투자 펀드를 출시하겠다고 하니 최석영으로서는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괜찮겠어? 게다가 우리는 조금 계약 조건이 특이하잖아. 그걸 일반인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고…….”

“아니요. 계약 조건은 바꾸지 않을 생각이에요.”

“에?”

최석영은 얼굴을 찌푸리고 한진영을 향해 다시 물었다.

“계약 조건을 바꾸지 않겠다고?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가입자들에게 받는 수익의 30%는 우리가 먹겠다는 그 계약. 그걸 신규 가입자들에게도 요구하겠다고?”

“네. 그래야죠. 그래야 공평한 거 아니겠어요?”

최석영은 이 상황에서 공평을 이야기하는 한진영이 이상하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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