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증권사 생활-371화 (371/650)

371화 호의도 악의도 10배로 갚는다)

한진영에게 어깨가 잡힌 김종빈은 잡힌 손을 털어내고 한진영을 밀었다.

“이 새끼가 돌았나. 야 너 뭐 잘못 처먹었어? 어디다 손을 올려?”

“가자. 좋다는 데가 어디야?”

김종빈에게 밀린 한진영은 아무렇지 않은 듯이 웃으며 일행의 가장 앞으로 걸어 나갔다.

김종빈은 그런 한진영의 뒷모습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이 새끼가 돌았나. 그래. 가자. 내가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마.”

김종빈이 한진영의 어깨를 치고 앞으로 나가자 한진영은 잠시 뒤로 물러났다.

“야. 괜찮아?”

김민준이 한진영의 곁으로 다가와 잠시 멀어진 김종빈의 눈치를 살피고는 물었다.

한진영은 김민준을 향해 괜찮다는 뜻을 전하고 앞을 가리켰다.

“빨리 가자. 놓치면 재미있는 곳에 같이 가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한진영은 김민준의 등을 한번 두드리고 김종빈의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김민준은 오히려 호랑이 등에 타려 하는 한진영을 이상한 듯이 바라보고는 내키지 않는 걸음을 내디뎠다.

***

김종빈이 한진영을 비롯한 친구들을 안내한 곳은 겉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곳이었다.

술집 느낌은 나지만 겉에 간판도 없는 것이 문 앞 가드들만이 지나다니는 사람을 서늘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김종빈의 곁에 있던 친구가 덩치가 산만 한 가드를 살피고는 김종빈에게 물었다.

“여기 맞아?”

“어. 여기 맞아.”

“여기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은데…….”

“내가 근사한 곳에 데려다준다고 했잖아. 거기가 여기야. 기다려봐. 내가 너희들은 감히 들어가지도 못하는 곳으로 안내할 테니까.”

김종빈은 큰 숨을 내쉬고는 가드가 있는 곳에 다가왔다.

그러나 호기롭게 가드 앞에 다가갈 때와 달리 가드 앞에 선 뒤에는 잔뜩 움츠러든 모습을 보인 김종빈이었다.

그리고 잔뜩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입을 뗐다.

“저기 저희는…….”

가드들은 김종빈과 김종빈의 뒤에 늘어선 친구들을 확인한 뒤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한쪽으로 비켜서며 길을 내어줬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김종빈이 별말 하지도 않았는데도 길을 열어준 가드들이었다.

오히려 그런 가드의 모습에 김종빈이 당황하는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

그러나 김종빈은 이내 표정을 되찾고 뒤에 서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친구들을 향해 말했다.

“봤지? 가자.”

김종빈은 친구들을 향해 어깨를 당당히 펴고는 가드가 열어준 통로를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친구들은 김종빈의 모습에 놀란 표정을 짓고는 김종빈을 따라 들어갔다.

한진영은 제일 뒤에서 안으로 들어가며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쉽게 가드들이 자리를 비켜준 이유는 다름 아닌 한진영 때문이었다.

이곳에 올 줄 알았기에 미리 이야기하여 이곳에 준비해놓도록 한 것이었다.

지난 시절에는 입구에서 한 시간 가까이 여기저기 전화하고 나서도 들어가지 못했던 곳이었다.

소수의 인원으로 이루어진 고객에게만 출입을 허용하는 회원제 술집으로 일반인은 회원가입조차 되지 않는 곳이었다.

게다가 한 번에 출입할 수 있는 인원은 5명으로 제한되어 있기도 했다.

오늘처럼 20명에 가까운 인원이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한진영이 미리 프라임리츠의 정병선 회장에게 연락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진영은 연극을 준비하는 연출자의 마음으로 연기자들이 스테이지에 오르는 광경을 바라보며 안으로 들어갔다.

“진영아.”

김민준은 한진영을 향해 걱정되는 듯이 손을 잡아끌었다.

“너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참아야 한다. 여기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은데 단숨에 길을 열어준 거 보니까 김종빈이 소문보다 더 대단한가 보다. 그러니 네가 무조건 참아.”

“내가 먼저 건드릴 일은 없어.”

“네가 먼저 건드리는 거 말고 김종빈이 뭐라고 해도 참으라고. 그래도 너 무시하거나 우습게 보는 사람 없을 테니까.”

“하하하. 알았어. 걱정하지 마.”

한진영은 자기를 향해 마음을 써주는 김민준을 바라보고 등을 두드렸다.

그리고 무언가를 떠올리고는 김민준을 향해 물었다.

“네가 어디 다닌다고 했지?”

“나? 나 LZ신소재. 이번에 새롭게 상장 한 곳인데…… 너도 알겠구나?”

“알지. 잘 알지. 그래서 너는 거기서 무슨 일하는데?”

“나는 뭐 별다른 일은 하지 않고…… 인사과.”

김민준은 슬쩍 한진영을 살피며 말을 아꼈다.

인사과에 있다고 말했을 때 취업 부탁을 과거에 많이 들었던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한진영은 취업 부탁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오히려 취업 부탁이 아닌 김민준에게 도움을 주려고 물었던 것이었다.

김종빈과 같이 자기에게 악의를 품은 사람에게 10배로 갚아주듯이 김민준과 같이 호의를 보이는 사람에게 10배의 보답을 하기 위해서였다.

“인사과. 좋은 곳에서 일한다. 거기 다닌 지 얼마나 됐냐? 다니는 데는 어때? 괜찮아? 네가 직급이 뭐라고 했지? 대리? 과장?”

한진영은 김민준에게 웃으며 계속 질문했고 김민준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진영의 질문에 대답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겉으로 볼 때보다 더 대단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안으로 걸어 들어갈수록 웅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하나의 성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주변을 걸어 다니는 사람들도 범상치가 않아 보였다.

손님은 중후함과 함께 돈과 권력이라는 냄새가 느껴졌고 종업원들의 모습에는 자부심과 같은 것이 보이기도 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 단숨에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종빈아. 여기 괜찮냐?”

“괜찮아. 괜찮아.”

김종빈은 큰소리를 치고는 지나가는 종업원을 향해 큰소리를 쳤다.

“야. 여기 제일 큰 방 하나 안내해.”

대뜸 건넨 반발에 종업원으로 보이는 사람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눈에 힘을 주고 김종빈을 위아래로 살폈다.

김종빈은 그런 종업원의 눈빛에 주춤거렸다.

“아니. 여기. 손님 받으라…… 고요.”

“손님? 어떤…… 손님? 아~”

종업원은 김종빈과 그의 주변으로 서 있는 한진영과 친구들을 살피고 그제야 무언가 떠올린 듯이 깜짝 놀랐다.

그리고 조금 전과 달리 건방진 모습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모습으로 허리를 굽혔다.

“죄송합니다.”

조금 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종업원의 태도에 오히려 김종빈은 당황했다.

“어? 어…… 괜찮으니 방 좀…….”

“준비돼 있습니다. 이리로 오십시오.”

깍듯이 인사를 한 종업원은 김종빈을 향해 손까지 내밀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자기를 따라오라는 눈빛을 보낸 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김종빈은 그런 종업원의 모습에 더욱 으쓱해진 표정을 지으며 종업원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고 친구들은 그런 김종빈의 뒤를 조심스럽게 따랐다.

안으로 들어가자 여러 개의 방으로 나뉜 공간이 나왔다.

방음이 얼마나 잘 되었던지 방 안에서는 어떤 일이 있는지 아무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을 정도였다.

생각보다 밝은 조명, 커다란 복도, 완벽한 방음시설 그리고 고급스러운 외관까지 종업원의 안내를 따라 들어간 곳은 한진영의 친구들은 처음 와 볼 만한 곳이었다.

“여기입니다. 저희 가게에서 가장 좋은 방입니다.”

종업원의 안내로 들어온 방은 그가 말하는 대로 가장 좋다는 말이 단번에 느껴질 만한 공간이었다.

20명에 가까운 인원이 앉더라도 넉넉해 보이는 공간과 앉는 것이 부담스러워 보일 지경의 소파와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탁자는 눈이 휘둥그레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방안을 밝히는 조명도 달랐다.

벽지 또한 실크에 반짝이는 것이 괜히 잘못하다 벽을 상처 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김종빈과 친구들은 종업원의 안내로 방에 들어왔음에도 감히 자리에 앉지 못하고 멀뚱멀뚱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그때 연락을 받은 가게의 여러 관리인 중 하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어머~ 이분들이 바로 그분들이었구나. 어서 오세요.”

옥구슬이 쟁반 위를 구른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목소리를 한 30대 초 중반으로 보이는 화려한 의상과 머리를 한 여성이 안으로 들어오며 사람들을 향해 웃으며 인사했다.

그녀는 서 있는 사람들을 가녀린 손으로 밀며 말했다.

“어서 앉으세요. 어서요.”

여자의 밀침에 잠시 휘청였던 김종빈은 손을 휘두르며 친구들을 향해 말했다.

“그래. 앉아. 기왕에 왔는데 제대로 놀아야지. 앉아. 앉아.”

김종빈은 가장 안쪽에 자리한 제일 상석 자리로 거침없이 걸어갔다.

그리고 자리에 털썩 앉은 후 손을 흔들어 한진영을 불렀다.

“어이. 한진영. 아까 이야기대로 넌 내 옆으로 와.”

한진영은 김종빈의 부름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후 자리로 걸어갔다.

여자는 한진영이라는 이름과 그가 입고 있는 옷을 한 번에 알아보고 웃었다.

“어머. 그러셨구나.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뵙네요. 방문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여자가 씽긋 웃고는 한진영을 향해 가볍게 인사했다.

한진영은 그런 여자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건네고 김종빈의 옆자리에 가 앉았다.

한진영과 여자의 모습을 번갈아 바라보던 김종빈이 한진영을 향해 물었다.

“뭐야? 알던 사이야?”

한진영은 김종빈의 질문에 어이없다는 듯이 웃고는 자리에 앉았다.

“말을 제대로 듣고 대답해야지. 알던 사이가 아니니까 만나고 싶었다고 하지 않았겠냐?”

한진영의 핀잔에 가까운 말에 김종빈은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리고 단숨에 한진영의 멱살을 잡고는 소리를 질렀다.

“이 새끼가.”

“저기요. 여기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김종빈의 모습에 여자가 웃는 목소리로 말렸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말린다기보다는 협박에 가까운 느낌이 들어 있었다.

김종빈도 그런 그녀의 말뜻을 깨닫고 한진영의 멱살을 잡았던 손을 놓았다.

한진영은 말을 할 때부터 김종빈이 손을 풀 때까지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얼굴로 앉아 있었다.

그리고 김종빈에게 풀린 멱살을 손으로 쳐 털어내고는 앞에 서 있는 여자에게 말했다.

“우선 술과 안주부터 깔아주시고 밴드도 다음 타임부터 불러주세요. 그리고 보면 아시겠지만…….”

“아. 네. 여성 고객님들도 있으니 아가씨들은…….”

여자가 한진영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이 손을 오므리자 한진영은 맞는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김종빈을 돌아봤다.

“뭐 해?”

“뭐?”

“팁 드려야지. 저렇게 우리를 위해서 고생해주시는 데 팁도 안 드릴 거야? 오늘 네가 쏘겠다며?”

“어…… 그래. 팁. 팁 드려야지.”

김종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지갑을 잠시 바라보다 5만 원짜리 한 장을 꺼냈다.

“여기. 건네드려.”

멀리 떨어져 있기에 주변에 있는 친구를 통해 여자에게 건네지도록 했다.

여자는 5만 원짜리 한 장을 건네받고 잠시 지폐를 내려다봤다.

이쪽 일을 하며 처음 받아보는 5만 원짜리 팁으로 특히, 이곳에서 일하면서는 100만 원 이하의 돈을 팁으로 받아본 적이 없었던 여자였다.

그런데 대뜸 팁이라며 5만 원짜리가 건네져 오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했다.

여자가 고개를 들어 한진영을 바라보자 한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의 표정은 그제야 조금 나아졌다.

한진영이 조금 뒤에 따로 챙겨주겠다는 뜻으로 보낸 고갯짓을 한눈에 알아봤기 때문이다.

“그럼 바로 준비해드릴 거예요.”

여자가 날아갈 듯한 목소리와 몸짓으로 방을 나가자 그제야 친구들이 김종빈을 향해 한마디씩을 건넸다.

“야 여기 뭐야? 여기 무지 비싼 곳 아니냐?”

“여기 보통 술집이 아닌 거 같은데?”

“여기가 말로만 듣던 회원제…… 거기냐?”

“여기 술값 장난 아닐 텐데 괜찮겠어?”

친구들의 질문에 김종빈이 양손을 휘둘렀다.

“야야. 조용히 좀 있어. 술 나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정신 사납게 뭣들 하는 거야?”

김종빈은 친구들을 조용히 시킨 후 어깨를 한번 튕겼다.

“원래 여기는 아무나 못 들어오는 곳이야. 그런데 내가 특별히 너희들을 위해 들여보내 준거다. 봤지? 내 얼굴 보자마자 가드들이 문 열어준 거?”

김종빈은 말을 하고 다시 한번 어깨를 들어 올린 후 말했다.

“여긴 5명 이상 입장이 안 돼. 그리고 기본적으로 여성은 입장이 안 되고…… 그런데도 나를 봐서 특별히 문을 열어주고 방까지 내어준 거다. 알았냐? 너희는 진짜 경험해보지 못한 신세계를 이제 보게 될 테니 나한테 감사해야 해.”

“그런데 네가 아니라 진영이를 알아보는 것 같던데?”

김민준이 김종빈의 이야기를 한참 듣다가 한마디 건넸다.

아무리 봐도 관리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김종빈을 알아보기보다 한진영을 알아보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무슨 소리야? 얘를 왜 알아봐?”

“그렇던데…… 그런 거 나만 느꼈냐?”

“어? 어…… 나도 그런 거 같기는 한데…….”

김민준의 말에 자리에 있던 친구들 몇몇이 김민준의 말에 동조했다.

김종빈은 그런 김민준의 말에 화가 났던지 자리에서 일어나 김민준을 향해 소리쳤다.

“야 이 새끼야. 이리 와봐. 어? 이리 와서 말해봐.”

“야야. 종빈아. 왜 술도 안 나왔는데 분위기 이상하게 그래?”

“분위기 이상하게? 이 새끼는 또 왜 말을 그따위로 해? 뒤질래?”

“야. 내가 뭔 말을 또 어떻게 했다고 나한테 그러냐?”

“이 새끼야. 네 말이 건방지잖아. 분위기가 뭐 어쩌고저쩌고해? 이 새끼가 돌았나 진짜.”

김종빈은 곁에서 말리는 친구를 향해 금방이라도 손을 내뻗을 것처럼 굴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술과 함께 건장한 체구의 남자들이 들어왔다.

짧게 자른 머리에 유난히 큰 몸집은 한눈에 보기에도 검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단번에 들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김종빈은 그들의 등장에 반색하며 그들을 향해 인사했다.

“형님들 안녕하십니까? 저 정은 형님 밑에서 일을 하고 있는 김종빈이라고 합니다.”

남자들은 김종빈의 소개에 인상을 쓰고 김종빈을 슬쩍 바라보고는 자리를 훑었다.

그들은 마치 찾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한차례 주변을 훑어보더니 한진영을 향해 크게 소리 높여 인사했다.

“저희 업소에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남자들이 내뿜은 목소리는 방음이 완벽해 보이는 방 밖으로까지 소리가 뚫고 나갈 것처럼 크고 우렁찼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