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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증권사 생활-373화 (373/650)

373화 세이지의 분석 능력을 믿어라

조용재는 김민준을 바라보고 누군지 알아보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김민준은 그런 조용재를 향해 직접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인사과의 김민재 대리입니다.”

“김민재 대리? 그러니까 우리 회사 소속이라는 거죠? 우리 회사 어디에 있는 거죠?”

조용재의 말에 사람들은 그제야 찾아온 사람이 LZ그룹의 후계자인 조용재 LZ신소재 사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보통의 사장들은 ‘어느’ 회사 소속이냐고 묻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놀란 얼굴로 한진영을 돌아봤다.

LZ그룹의 후계자가 직접 자기 발로 한진영을 찾아올 거로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생각보다 훨씬 한진영이 높은 곳에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한진영은 놀란 친구들을 바라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조용재에게 말했다.

“LZ신소재에 있다고 합니다. 제 친구이니 잘 부탁드립니다.”

“아~ 우리 신소재에 있었어? 한 대표 친구면 잘해줘야지. 이름이 뭐라고요?”

“김민준입니다.”

“김민준. 김민준. 기억했으니 내가 돌아가자마자 문 이사에게 말해 놓을게요. 인사과라고 했지요?”

“네.”

“알았어요. 한 대표는 친구가 있으면 진작에 이야기해 줬어야지. 왜 이제서야 말하나?”

“저도 몰랐습니다. 회사에 다닌다는 것만 알았지 그게 조 사장님 회사인 줄은 오늘에서야 알았습니다.”

“하하하. 이래서 우리는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어. 하필이면 친한 친구가 우리 회사에 있고 말이야. 안 그래?”

“그런가 봅니다.”

조용재는 몇 번이나 김민준의 이름과 일하는 부서를 물어본 것으로 보아 그냥 인사치레로 건넨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민준의 얼굴을 살짝 상기된 것이 술기운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은 자리에 있던 친구들은 모두 알 수 있었다.

한진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재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가볍게 조용재와 악수를 하고는 자리에 있던 친구들을 향해 말했다.

“나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갈 테니까 재미있게 놀아.”

한진영이 간다는데 누구도 말릴 수가 없었다.

같이 가겠다는 상대가 상대인 만큼 떠난다는 한진영은 그대로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명의 친구 중 한 명만큼은 처절한 목소리로 한진영을 잡았다.

“진영아.”

김종빈은 마이크를 잡은 모습 그대로 한진영을 향해 손을 들었다.

그는 자기가 지을 수 있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한진영을 향해 말했다.

“나 여기 술값을 계산할 정도가 못 돼…….”

3,000만 원이 넘는 술값에 김종빈은 자기가 가진 체면을 모두 버린 채 애원했다.

“제발 부탁이야. 내가 입고 있는 빤쓰까지 벗어 팔아도 내가 감당할 수가 없어.”

친구들이 버젓이 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울 듯한 표정으로 한진영에게 애원한 김종빈이었다.

그만큼 그에게는 지금 상황이 절망적이었다는 뜻이었다.

한진영은 가만히 대리석 탁자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김종빈을 바라보고 말했다.

“나가서 여기 담당에게 말할게. 술자리가 끝나고 널 제외한 여기 있는 친구들이 모두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를 한다면 내가 계산하겠다고. 하지만 여기 있는 친구들 중 하나라도 재미없었다고 말한다면 너한테 돈을 받으라고 할 거야. 즉, 오늘 이 자리는 너한테 달렸다는 뜻이니까 술값을 내지 않으려면 최선을 다하도록 해.”

한진영은 말을 마치고 친구들을 돌아봤다.

친구들의 표정에서는 모두 재미있겠다는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심지어 김종빈의 여자친구인 이은희의 표정에서도 잘됐다는 모습이 보이는 것이 그동안 얼마나 김종빈이 사람들을 괴롭혔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멍한 얼굴로 한진영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못 하는 김종빈을 향해 손을 흔든 한진영은 나머지 친구들에게도 인사를 하고는 방을 나섰다.

그리고 방을 나서자마자 담당 종업원을 향해 조금 전 방에서 했던 말을 그대로 전한 후 모두 재미있게 놀았다는 답을 한다면 자기가 있는 방으로 돈을 받으러 오라고 이야기했다.

조용재는 담당 종업원에게 말을 전한 후 팁으로 십만 원짜리 다섯 장을 꽂아주는 모습까지 가만히 지켜본 후 한진영을 향해 물었다.

“아까 마이크를 잡고 있던 친구가 뭘 많이 잘못했나 봐?”

“많이 잘못했지요. 이곳에서는 아니지만…….”

“얼굴상이 여기 있는 친구들하고 비슷한데…… 정 회장님한테 말해서 손 좀 봐주라고 할까?”

“그 정도는 아닙니다.”

한진영은 웃으며 조용재를 감싸 안았다.

“들어가시죠. 오늘 저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서요?”

“어? 어. 그래.”

조용재는 한진영이 있던 방을 잠시 바라보다 한진영의 손에 이끌려 안쪽에 마련되어 있는 방으로 향했다.

그러나 조용재는 홀로 조용히 김종빈이라는 이름을 되뇌었다.

어쨌든 한진영을 향해 잘못했다는 것에 그의 이름을 기억하려 한 것이었다.

그리고 조용히 뒤에서 손을 쓰려고 했다.

한진영은 조용재가 조용히 혼잣말과 같이 김종빈의 이름을 내뱉는 것을 들으며 홀로 미소 지었다.

이 장면조차 한진영이 준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

한진영과 조용재가 자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프라임리츠의 정병선 회장도 자리에 합류했다.

셋은 마주하고 앉아 잠시 간단하게 술을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회장님. 이곳은 처음 오는데 꽤 괜찮습니다. 관리하는 사람들이 모두 정 회장님 이야기를 하는데 아는 곳입니까?”

한진영이 모르는 척 물었다.

정병선은 그런 한진영의 질문에 부끄러운 듯이 대답했다.

“예전에 데리고 있던 동생이 낸 가게입니다. 부끄럽게도 젊은 시절에 이쪽 일을 조금 했었습니다.”

“조금이 아닌 거로 알고 있는데요? 제가 듣기로는 이쪽 방면에서는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고 그러던데…….”

“그냥 어린 시절의 치기 어린 이야기일 뿐입니다. 제 이야기보다는 조 사장님 이야기부터 하시지요. 조 사장님 이번에 상장해서 꽤 많은 돈을 버셨다는데…… 축하드립니다.”

“아무렴 여기 있는 한 대표만 할까요? 한 대표. 나중에 이사회 열리거든 자네가 한자리 맡아야 해. 그리고 우리가 하려는 일에 찬성도 하고…… 아주 한 대표 지분 때문에 신경 쓰여 죽을 지경이야.”

조용재는 정병선의 질문을 받아 한진영에게로 돌렸다.

그리고 한진영의 LZ신소재 지분 이야기하며 한진영에게 부탁했다.

“뭐 한 대표와 나 사이에 그럴 일은 없겠지만 회사 편 많이 들어줘야 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백기사를 자처할 테니까요.”

“그렇지. 그렇게 나온다면 좀 안심이 돼. 오히려 그런 상황이라면 한 대표와 세이지에서 보유한 지분이 든든하게 느껴져.”

조용재는 한진영의 대답을 듣고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한진영과 세이지가 보유한 LZ신소재의 지분은 15%에 가까웠다.

개인적으로 유증에 참여한 것에 조용재에게 건네받은 지분만으로도 한진영은 대주주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해 세이지가 펀드를 통해 보유한 지분은 LZ신소재의 여러 투자자 중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정도였다.

LZ신소재에서 한진영과 세이지증권은 LZ그룹 못지않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정 회장님께서는 사업이 괜찮으십니까?”

한진영이 정병선을 향해 묻자 정병선이 웃음을 참지 못하게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 대표님 덕분에 아주 재미를 많이 보고 있습니다. 투자자들도 매우 좋아하고 있고요.”

“잘 되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조 사장님 쪽도 문제없지요?”

“문제가 될 것이 없다 뿐인가? 이번에 새롭게 중국 쪽에서도 제안이 왔어. 자기네 쪽에서 배터리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합작 회사를 내 볼 생각이 있냐고 말이야.”

“그곳이 어디입니까?”

한진영이 조용재의 말에 얼굴을 굳히고 물었다.

조용재는 한진영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을 것을 확인하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BZD라고 하던데?”

“하지 마십시오.”

“하지 말라고?”

조용재가 한진영의 말에 깜짝 놀랐다.

“BZD가 얼마를 제시한 줄 알아? 게다가 자기네 회사에 독점적인 지위를 주겠다고까지 했어.”

“조 사장님.”

한진영의 차분한 목소리에 잠시 흥분했던 조용재가 급히 마음을 다스렸다.

상대가 한진영인 만큼 하지 말라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 한 대표. 이야기해봐. 왜 하지 말라는 거야?”

“지금까지 중국 회사와 합작을 해서 잘된 케이스가 있던가요?”

“어…… 페어. 페어가 있잖아. 거기서 만든 휴대폰하고 태블릿 같은 건 중국에서 잘 만들고 있지 않아? 그리고 하다못해 대한에너지에서 배터리를 받아다가 전기차를 조립하는 테라도 중국에 합작 회사로 들어간 거잖아.”

한진영의 질문에 잘된 케이스를 찾아내 이야기한 조용재의 목소리는 조금 커졌다.

한진영이 이번만큼은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진영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미국의 경우지요. 그 외에 말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합작 회사를 해서 잘된 케이스가 있습니까?”

“음…….”

우리나라로 경우의 수를 좁히자 조용재도 이번에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하다못해 LZ그룹도 중국에 합작회사를 만들었다 뒤통수 맞은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는 조용재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이번처럼 신기술은 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기술 유출을 막겠다는 약속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상대는 BZD입니다. 대한에너지와 배터리 산업을 놓고 싸우는 상대 말입니다.”

“BZD가 그 정도나 돼? 이제 시작한다고 하는 곳인데?”

조용재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LZ 측에서도 BZD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봤다.

그러나 그들이 알아낸 BZD는 이제 배터리 사업을 시작하려는 걸음마 수준밖에 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 곳이 벌써 상용화를 마친 데다 빠르게 시장 선점에 들어간 대한에너지와 비교할 수준이 된다는 말에 조용재는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짜입니다. 저를 믿으십시오. 중국에서 정책적으로 밀어주는 곳입니다.”

“중국의 공산당에서 밀어준다고?”

“네. 그런 곳이 과연 LZ신소재의 기술을 가만히 놔둘까요? 기술을 탈취해도 뒷배로 중국 공산당을 두고 있는 곳인데요?”

“어…….”

조용재는 정병선을 돌아봤다.

정병선은 자기 분야의 이야기가 아님에도 결과가 뻔히 보이는 것만 같았다.

정병선은 고개를 흔들며 자기의 생각을 조용재에게 전했다.

조용재는 정병선의 생각이 자기와 같음을 확인하고 한진영을 향해 조용히 물었다.

“그렇겠지? 우리가 합작회사를 지으면 우리 기술만 빼먹고 팽 당하겠지?”

“눈에 뻔히 보이는 결과이니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습니다.”

한진영은 단호하게 말하고 조용재에게 조언을 건넸다.

“차라리 국내에 생산공장을 더 지으세요.”

“국내에? 더 지으라고? 지금만 해도 많다는 게 회사 내부의 생각인데?”

“제가 왜 삼각 연합을 맺도록 도와드렸겠습니까? 이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겁니다. 그걸 해 먹으려면 충분한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니 미래를 보고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생산공장을 늘려가세요. 이 이야기를 얼마 전에 대한정유에 가서 똑같이 했습니다.”

“대한정유에다가도 똑같이?”

조용재는 가만히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한진영은 그런 조용재를 향해 계속 이야기했다.

“앞으로 10년. 아니 그보다도 더 짧은 시간 내에 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겁니다. 테라 올해 목표량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것 아시죠?”

“어. 알아. 그것 때문에 우리도 물량 대느라 요즘 꽤 바빠.”

“테라의 성장세는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겁니다. 그리고 기존 자동차 시장이 등한시하던 전기차 시장이 제대로 열리며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시장에 뛰어들 겁니다.”

“정말? 정말 그렇게 될까?”

조용재가 놀란 눈으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한 대표 말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내부적으로는……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보다는 신규 회사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거든. 기존 자동차 회사들의 경우에는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다고 말이야.”

“조 사장님. 세이지의 분석 능력 믿으시죠?”

“그럼 믿지. 안 믿을 수가 있나?”

조용재가 한진영의 말을 듣고 다시 정병선을 돌아봤다.

한진영의 정보를 통해 이득을 얻은 가장 좋은 케이스가 바로 정병선이었기 때문이다.

조용재는 한 치의 의심도 보이지 않는 정병선의 모습을 보고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믿어. 당연히 믿어야지. 그래서 내가 여기에 있는 거고.”

“맞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곳에 안 좋은 이야기를 건넬 사람도 아니고요.”

“그럼. 그럴 리가 없지. 한두 푼도 아닌 수천억의 자금이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미치지 않고서야 나쁜 이야기를 하겠나?”

“그러니 제 말을 믿으세요.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강제로라도 전기차를 만들어야 할 테니까요.”

“강제로?”

조용재는 놀란 눈으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한진영은 그런 조용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만들기 싫으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니까요.”

“누가 머리 뒤에서 총을 겨누고 만들라고 강요한다는 말이야?”

“네. 유럽연합에서 기존 자동차 회사 머리를 총으로 겨누고 만들라고 강요할 겁니다.”

한진영의 말에 조용재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정말이야?”

“믿으세요.”

장황한 설명과 이유를 이야기할 것 없이 그저 믿으라는 말만 건넨 한진영이었다.

그러나 조용재는 오히려 이런 한진영의 말에 더 믿음이 강하게 들었다.

지금까지 한진영이 보여준 권능과도 같은 일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좋아. 그럼 제4공장과 제5공장은 물론이고 기존 공장 확장도 계획해야겠어. 혹시 대한정유 측에는…….”

“이미 이야기했습니다. 국내에 50GWh 규모의 신규 공장을 설립한다고 하셨습니다.”

“50GWh?”

현재 전 세계 배터리 규모가 50GWh에 못 미치고 있었다.

그런데 단숨에 전 세계 용량에 달하는 공장을 짓는다고 하니 얼마나 공격적인 투자를 하려고 하는지 잘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이거 장난이 아니네. 그럼 우리도 공장 규모를 키워야겠는데?”

“키우십시오. 이대로 될까 싶어질 정도로 키우세요.”

조용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한진영은 그런 조용재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왜 대한에너지가 아닌 LZ신소재에 투자했는지 아십니까?”

“어? 이유가 있었어?”

“당연하지요. LZ신소재는 대한에너지 외에도 다른 곳에도 물건을 팔아먹을 수 있으니까요. BZD에게 합작회사를 대신해서 차라리 거래하겠다고 하십시오.”

“합작이 아닌 거래를 하자고 제안하라고?”

“네. BZD도 제안을 쉽게 거절하지는 못할 겁니다. 어쨌든 지금 분리막을 비롯한 배터리에 들어가는 소재 산업은 LZ신소재가 꽉 잡고 있으니까요.”

조용재는 한진영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단번에 알아듣고 큰 소리로 방 안이 떠나가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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