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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증권사 생활-377화 (377/650)

377화 오늘 자리는 꼭 필요했다

이성우는 한진영을 바라보고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너는 밥이 들어가냐?”

“안 먹어?”

한진영은 고기 한 덩이를 입에 넣고 이성우 앞에 놓인 접시를 가리켰다.

“고기 질이 좋다. 여기 유명한 곳이라더니 그 말이 진짜인가 봐. 살살 녹아.”

“여기가 유명하긴 유명하지. 그래서 대한정유 회장님이 여기를 빌린 거 아니겠냐? 너 맛있는 거 먹인다고…….”

이성우는 비어있는 레스토랑을 둘러봤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래도 몇 명의 사람이 자리하고 앉아 이야기를 나눴던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넓은 레스토랑에 한진영과 이성우만이 남아있었다.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접시들도 한진영과 이성우의 것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치워진 상태였다.

넓은 레스토랑을 오직 한진영과 이성우 둘만 쓰도록 빌려진 상태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와이프가 아닌 너하고 이런 레스토랑에 남아 있는 게 우습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너 가라니까 왜 안 가고 남아서 이상한 모양 만들어?”

“나도 가고 싶었지. 평소라면 갔을 텐데…….”

이성우는 혹시 갑자기 문을 열고 이정훈 회장이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문 쪽을 바라보고 말했다.

“2차 간다잖아. 2차. 어휴. 그 노인네들 시중들러 거기에 내가 가야겠냐?”

“다른 분들은 다 가신다며? 심지어 대한정유 사위도 가는데 너는 왜 안 가?”

“다른 형들도 핑계 댈 수 있었다면 빠지고 싶었을걸? 대한정유 사위라는 그 사람은 더더욱 빠지고 싶었을 테고…… 아들도 아니고 사위가…… 어휴~ 난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한진영은 말을 하고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이성우를 바라보고 웃으며 물었다.

“그런데 너는 핑계를 댈 수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핑계를 대지 못했다?”

“그렇지 그게 그들과 나와 차이지. 마시면서 먹어라.”

이성우는 한진영이 정확하게 이야기했다며 칭찬하고는 와인병을 들었다.

그리고 와인 잔에 와인을 따르며 말했다.

“나야 네 핑계 대면 프리패스 아니냐? 다른 사람들도 이해하는 눈치고…… 가면 피곤해. 노인네들 주정 다 받아줘야 하고 혹시 사고는 치지 않나 신경 곤두세우고 있어야 하고…….”

“회장님들이 사고 칠 게 뭐 있어? 나이도 드실 만큼 드신 양반들이. 그리고 혹시 모를 일 있을까 봐 이렇게 사람까지 싹 비워놓으시는데 별일이야 있겠냐?”

“다른 사람들에게 말고 자기들끼리 사고 치는 거 말이야. 말실수.”

“아~ 말실수.”

한진영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이기에 자칫 말실수 한 번에 큰 싸움으로까지 번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어휴~ 말도 마. 거기에 가느니 너하고 이상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여기가 훨씬 낫다.”

“이 회장님 걱정은 안 되고? 다른 사람들은 옆에서 봐주는 사람이 있어서 괜찮지만, 이 회장님은 네가 빠져서 봐주는 사람이 없잖아.”

“그러니 더 조심하겠지. 내가 있으면 조심하는 거 없이 마구 행동해서 차라리 없는 게 나아.”

한진영은 그럴듯하다며 포크를 들어 이성우를 가리켰다.

그리고 웃으며 계속 남은 고기를 썰어 입에 넣었다.

“나는 오늘 새로운 사실 하나를 배웠다.”

“새로운 사실을 배워? 회사를 이끈 지 얼마 안 된 너에게 수십 년간 그룹을 이끈 총수 노인네들이 새로운 지식을 건네기라도 했다는 거냐?”

“그래. 큰 거 배웠다.”

“도대체 뭘 배웠길래 그래? 나도 좀 알자. 뭔데?”

한진영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하자 잠시 비꼬던 이성우도 자리를 제대로 잡고 경청할 자세를 취했다.

이 정도 이야기한 것이라면 절대 범상치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이성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와인병을 들었다.

“나는 와인을 따를 때 병을 들고 돌리는 게 무슨 다른 이유가 있는 줄 알았거든. 이런 곳에 오면 웨이터부터 시작해서 집에서 마실 때도 와인을 따를 때 병을 돌리는 게 돌려야 더 맛이 좋아지는 줄 알았어. 아니면 내가 모르는 서양 음주 문화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고…….”

한진영은 말을 하며 병을 들어 이성우의 잔에 와인을 따랐다.

말처럼 와인을 돌리며 병에 따른 후 앞에 놓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며? 그냥 와인 라벨에 와인 튀지 말라고 돌리는 거라며? 손님에게 와인을 내놓을 때 주문한 와인과 같은 거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와인 라벨부터 보여주는 레스토랑에서 와인 라벨에 와인이 튀면 손님 입장에서 기분 나쁠까 봐 레스토랑에서부터 시작된 문화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지금까지 몰랐어?”

“몰랐지. 내가 와인을 잘 즐기진 않잖아.”

한진영은 와인병에 붙은 라벨을 바라보고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요전번에 회사 식구들하고 회식할 때 보니까 소주를 가지고도 그러더라. 거기서 나가서 라벨을 손으로 가리고 술을 따르는 데 왜 그러냐고 물으니까 그게 예의라고 하더라.”

“너희 회사 사람들은 별거 다 한다. 소주 가지고도 그래?”

“그러게 말이야. 소주 가지고도 그러더라.”

이성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으며 와인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

한진영은 포크를 들어 와인 잔을 든 이성우를 가리키고 말했다.

“그것도 말이야.”

“그거? 뭐? 이거?”

이성우는 잔을 든 자기 손을 말하는 거냐며 한진영을 바라봤다.

한진영은 이성우에게 맞는다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래. 그거. 와인 잔을 든 손 말이야. 나는 손의 따뜻한 기운이 와인에 닿으면 안 된다며 위를 잡지 말라는 이야기만 들었어. 꼭 여기 잔의 기둥 부분을 손가락으로 집듯이 들어야 하는 줄로만 알았지. 그런데 그것도 아니라며? 선강그룹의 최 회장님에게 많은 거 배웠다.”

한진영은 와인 잔을 움켜잡듯이 잡고 감탄에 가까운 눈으로 와인 잔을 바라보고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 소주를 마셨을 때와 비슷한 감탄사를 내뱉고는 경쾌하게 와인 잔을 테이블에 놓았다.

“입에 머금고 뭘 공기를 주입해야 한다느니 마시기 전에 잔을 바닥에 놓고 흔들어야 한다느니…… 이것도 아무 의미 없는 거라면서? 나 참…….”

한진영은 마치 그동안 속았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계속 이야기했다.

“다른 분이 말씀하셨다면 모르면서 괜히 아는 척하는 게 아니냐 생각했을 거야. 허세처럼 말이야. 그런데 어린 시절부터 미국에 유학 가서 오랜 세월 미국 상류층과 교류했던 최 회장님께서 말씀하시니 허세가 다른 게 아니라 내가 알고 있던 게 허세였다는 걸 알게 됐다. 최 회장님은 와인병을 돌리지도 않고 와인 잔을 잡는 것도, 마시고 즐기면 되는 거라고 움켜잡듯이 잡고 드시는 거 보고 깜짝 놀랐다.”

이성우는 큰 거 배웠다며 와인 이야기에 흠뻑 취해있는 한진영을 허탈하게 바라봤다.

“지금 큰 거 배웠다는 게 그거 이야기하는 거냐?”

“당연하지. 내가 근래 배운 것 중에 가장 큰 거다. 당장 회사 돌아가면 직원들에게 허접스럽게 소주병 들고 라벨 가리는 짓부터 하지 못하게 할 생각이야. 술 파는 사람들이나 하는 짓을 왜 회식 자리에서 예절이라면서 하고 있어?”

“오늘 자리에서 배운 게 그게 정말 다야?”

“그럼? 뭐가 더 있어야 하냐?”

한진영은 양껏 먹었는지 들고 있던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은 뒤 냅킨으로 입가를 닦아냈다.

이성우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한진영을 바라보고 말했다.

“오늘 국내에 난다긴다하는 그룹 총수들과 이야기하고 배웠다는 게 와인 이야기뿐이야?”

“그거 외에는 내가 배운 게 없으니까.”

이성우는 한진영의 모습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했다.

이 정도 자신감을 보인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한진영만이 이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느긋하게 앉아 이성우에게 말했다.

“오늘 자리가 왜 생긴 거냐? 대한정유의 윤 회장님이 오늘 자리를 왜 만들었어? 결국 나한테 앞으로 일을 확인받고 싶어서 만든 자리 아니냐?”

“어…… 그렇긴 하지.”

“그리고 앞으로 동우와 맞설 운명공동체 선언과 비슷한 걸 하기도 했고…….”

“그렇게 이야기하면 LZ의 조 회장님 체면이 뭐가 되냐? 엄청 비장하게 말씀하셨는데.”

이성우는 조병수가 비장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던 걸 떠올렸다.

자리한 사람 중에 가장 오랫동안 경영에 참여해서 그런 것인지 동우와의 악연도 가장 깊었던 게 조병수였다.

조병수는 동우와의 징글맞은 악연을 끝낼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다 하겠다는 듯이 자리에서 큰소리로 동우의 타도를 외쳤다.

그리고 이런 조병수의 말에 다른 총수들도 동의하며 동우의 적대 전선이 이루어졌음을 선언했다.

이성우는 다른 사람에게 비장했을 조금 전 분위기가 한진영에게만큼은 그러지 않았단 걸 느끼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한진영을 향해 입을 열었다.

“혹시…….”

“맞아.”

한진영은 이성우가 말하지 않아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기라도 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자리는 사실 나한테는 그렇게 중요한 자리가 아니야. 여기 있는 분들이 없더라도 나 혼자 동우를 무너뜨릴 수 있으니까.”

“정말이야?”

“준비는 끝이 났고 이미 시작된 상태야. 그러니 너한테 동우 컨소시엄에 돈을 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한 거지. 그 돈 메워줄 수 있다고 말이야.”

“그럼 100억으로 500억을 튀길 수 있다는 게…….”

“동우와 관련이 있어.”

한진영의 말에 이성우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정말 무서운 놈이다. 여기 있던 사람들을. 그것도 일반인도 아니라 그룹 총수들을 다 속인 거야?”

“그 양반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속았을 거로 생각하냐? 어렴풋이 알고는 있을 거야. 나하고 동우 사이가 심상치가 않다고 말이야.”

“어렴풋이만 알면 뭐 해? 정확히 모를 텐데. 히야~ 하여튼 내 친구지만 대단하다. 다른 곳도 아니라 동우를 혼자 힘으로 무너뜨릴 수 있다고 말하는 저 패기. 진심으로 탄복했다.”

“과찬입니다.”

한진영이 이성우의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너스레를 떨고 손을 들어 웨이터를 불렀다.

멀리 떨어져 눈치를 살피던 웨이터는 한진영의 손짓에 다가왔다.

“커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한진영은 후식을 이야기하고 몸을 비스듬하게 앉았다.

이성우는 그런 한진영을 가만히 바라보다 물었다.

“그럼 오늘 자리는 필요 없었잖아? 이미 시작됐고 오늘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의 힘이 필요하지 않았다면 말이야.”

“아니. 오늘 자리는 꼭 필요했어.”

“왜?”

“그룹 총수들을 한데 묶는 계기는 그렇게 쉽게 오는 게 아니거든. 그리고 지금이야 힘이 필요 없지만, 훗날 오늘 모인 사람들의 힘이 필요할 경우가 생길 수도 있으니 계기가 있을 때 묶어놓을 필요가 있지. 그리고 동우가 무너졌을 때 희열도 느끼게 해주면 나중에 힘을 빌려달라고 했을 때 여러 설명을 하지 않아도 돼서 좋기도 하고…….”

“너는…….”

이성우는 할 말은 차고 넘쳤지만, 그 모든 말들이 입을 통해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한진영은 그런 이성우를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고 말했다.

“너도 이 회장님 잘 살펴봐. 동우가 어려워진다는 모습이 나왔을 때부터 본인이 힘써서 그렇다는 듯이 아주 기뻐하실 테니까. 어쩌면 동우가 무너졌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면 춤을 추실지도 몰라.”

“그러니까 지금 당장은 필요 없지만, 오늘 자리에 온 사람들에게 성취감을 안겨줘서 다른 일이 있을 때 그 힘을 써먹으려고 오늘 자리가 필요했다는 말이야? 너는…… 이거 내가 아버지하고 다른 회장님에게 말하면 어쩌려고 나한테 이야기하냐? 이거 다른 분들이 알면 가만히 안 있을 텐데.”

“과연 가만히 안 있을까?”

한진영은 마침 나온 커피를 받아 들고 커피잔을 들어 올린 채 이성우에게 다시 말했다.

“그분들이 지금 내 이야기를 듣고 화를 내실 거 같아?”

“화를 내시지 않는다고? 본인들을 가지고 놀고 있는데?”

이성우의 말에 한진영이 웃으며 커피를 마셨다.

그러나 눈은 여전히 이성우를 바라보고 웃고 있었다.

“동우라는 큰 고래를 잡을 수 있는데 그게 무슨 대수겠어? 내가 다 해놨다고? 그러면 더 좋지. 그냥 앉아서 동우라는 큰 고래를 쓰러뜨리는 영광을 얻을 수 있는데…… 오늘 여기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꽃놀이 패를 쥐고 큰 판에 들어선 거나 마찬가지인 거야. 그걸 아니 그렇게 좋아했던 거고…….”

한진영은 커피를 내려놓고 입을 벌리고 있는 이성우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이런 이야기는 회장님께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위해서…… 괜히 말해서 산통 깨지 말라고 이 회장님한테 네가 혼날 수가 있으니까.”

한진영의 말에 이성우는 턱이 바닥에까지 빠지는 느낌을 받았다.

***

돌아가는 차 안에서 조지훈이 조금 전 이성우가 했던 질문과 같은 질문을 한진영에게 건넸다.

“굳이 어르신들을 우리가 하려는 일에 참여시킬 이유가 있으셨습니까?”

조수석에 앉아있는 조지훈은 몸을 살짝 틀어 한진영을 바라보고 물었다.

한진영은 두둑한 배를 두드리며 대답했다.

“내가 전면에 나서서 포화를 맞을 이유가 없으니까. 나 대신 앞에 나서줄 사람들이 필요했거든. 좀 무게감 있는 사람으로 말이야. 그리고 상대가 상대인 만큼 그런 무게감 있는 존재를 여럿 앞에 세워두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노인네들을 참여시킨 거야. 그게 아니라면 굳이 다 된 밥에 그들도 숟가락을 들게 만들 이유가 없었지.”

조금 전 이성우에게 했던 말과는 다른 이유였다.

어느 한쪽이 진실이고 다른 쪽은 거짓인 이유가 아니었다.

두 가지 모두 사실이었으며 두 가지 이유 모두 한진영에게는 필요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이성우에게 두 가지 중 하나의 이유만 이야기한 것은 지금 조지훈에게 한 말을 굳이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알아서 좋은 것이 없지.’

한진영은 잠시 차창 밖을 바라보고 조지훈을 향해 지시했다.

“이제 다 됐으니까 오늘 자리한 그룹들에서 돈이 다 들어오거든 조 팀장에게 바로 시작하라고 전해.”

“알겠습니다. 입금 내역 확인하고 조 팀장에게 이야기하겠습니다.”

한진영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고는 창문 밖을 바라봤다.

***

한진영과 그동안 인연이 있었던 그룹 총수들 간의 가벼운 식사 자리가 있은 지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시장에서는 특별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특이하게도 대한민국의 CDS 프리미엄만을 매집하는 모습이 나온 것이었다.

시장은 이런 모습에 관심을 가지고 유심히 거래를 살폈다.

24bp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는 것을 25bp에 그것도 만기가 1년 남은 것들까지 모조리 담는 모습이 이상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채권 거래자들은 어떤 특이점이 온 것이 아닌지 눈과 귀를 세우고 시장을 바라봤다.

일반적으로 채권을 거래할 때 함께 거래하는 것을 이렇게까지 단독으로 매집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이유를 찾으려 해도 시장은 그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이렇게 이유를 찾기 바빠할 때 하나라도 더 물량을 내던지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점점 힘을 받으며 25bp에 대어놓은 매수자를 향해 CDS를 넘기기 바빴다.

몇몇 시장 거래자들은 5년 만기 채권을 매수하자마자 함께 매수한 CDS를 바로 넘기기까지 했다.

대한민국이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여 1bp라도 이득을 보겠다는 극한의 선택을 보여주기까지 한 것이었다.

그렇게 시장은 석 달이 넘어가면서도 계속 25bp에서 CDS를 매집하는 매수자를 보며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특별히 그리하는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하며 이제는 곧 만기가 반년까지 줄어든 채권의 CDS를 넘기는 것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만기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에 CDS를 매집하는 이유를 생각하는 시간이 아깝다고 여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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