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증권사 생활-385화 (385/650)

385화 예상하지 못한 충돌

집회에는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모였다.

머리에 띠를 두르고 투쟁에 가까운 모습으로 나타난 사람도 있었으며 아이들의 손을 잡고 가족끼리 나온 사람들도 있었다.

집회의 선두에 선 사람들은 과격한 발언을 내뱉었다.

관련자의 처벌은 물론이고 대통령의 퇴진을 이야기했으며 분위기를 고양하는 역할을 수행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고양된 분위기는 지금이라도 청와대로 들이닥쳐 대통령을 끄집어내야 한다고 소리를 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평화로운 방법으로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큰 목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그들은 손에 촛불을 들고 평화로운 구호로 현재 상황을 차분히 이야기하는 정도로 집회를 유지해 나갔다.

아이들까지 있는 집회는 주최 측이 예상했던 규모를 훌쩍 넘겨버리고 말았다.

언론을 통해 이야기된 것이 200만, 주최 측은 300만을 이야기할 정도로 모인 사람들의 숫자는 엄청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이것도 광화문과 시청에 모인 사람만을 합산했을 때였다.

지방에 위치한 각 시와 도청에 모인 사람들까지 더한다면 전국 기준으로 500만이 모인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집회의 규모는 처음부터 예상을 한참 웃돌았다.

집회가 한참 진행되는 도중에 한진영은 조리원으로 향했다.

아이를 낳은 것을 축하해준 뒤 조리원 유리창을 통해 이성우의 아이를 바라봤다.

가슴에 산모 문서영이라는 글자를 테이프로 붙여놓은 아기는 세상이 시끄럽게 돌아가는 중에도 잠에 취해 있는 모습이었다.

“어때? 예쁘지?”

“어떻게 하냐?”

“어? 뭐가?”

이성우는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아기를 향해 손가락을 움직이다 한진영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한진영은 근심과 함께 심각한 표정으로 이성우를 바라보고 말했다.

“너랑 너무 닮았다.”

한진영의 말에 잔뜩 긴장했던 이성우는 조리원이라는 것도 잠시 잊고 한진영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려 했다.

“야! 사람 간 떨어지게 왜 그런 이야기를 잔뜩 무게 잡고 이야기해? 당연히 내 딸이니까 나를 닮았지. 그게 뭐 어때서? 당연한 일인데.”

“그게 어때서라니? 그게 문제가 되지. 딸인데 너랑 닮았잖아.”

한진영은 근심이 가득 찬 표정으로 이성우의 딸을 내려다봤다.

“너랑 너무 닮았어. 기풍그룹에서 태어난 걸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 정도로 말이야.”

“야. 그런 목소리로 그만해.”

“그래도 제수씨를 닮았다면 뭐 그럭저럭 살아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을 텐데 왜 하필이면 너를 닮았냐? 야. 너는 친자검사 이런 거 하지 말아라. 그냥 빵틀에 찍어 나온 수준이다.”

자기를 너무 닮아 걱정이라는 말에 기분이 나쁘면서도 또 그 이야기가 마냥 나쁘지만은 않았던 이성우였다.

아무리 딸이라도 자기를 하나도 닮지 않은 것보다 차라리 자기를 왕창 닮았다는 편이 아빠로서 더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근데 확실히 제수씨 닮은 부분은 있다.”

“어디?”

“뭔 아기가 저렇게 크냐? 엄마 뱃속에서 다 커서 나온 수준이야. 요람이 작은 것 같은데 좀 큰 거로 바꿔 달라고 해. 옆에 아기 봐라. 옆에 애에 거의 2배야.”

“야 인마.”

이성우는 혹시라도 다른 사람이 들을까 걱정되는 듯이 한진영의 입을 막으려 했다.

“와이프가 들으면 어쩌려고…….”

“내가 뭐 나쁜 말 했냐? 키가 크다. 뭐 이런 뜻으로다가 한 말인데 뭘 그렇게까지 반응해?”

“너 가슴에 손을 올리고 말해봐. 정말 아기 키가 크다는 의미로 한 말이야?”

이성우의 말에 한진영은 가슴에 손을 올리고 맞는다고 말하려다 웃음을 터트렸다.

그때 한진영의 전화기가 울렸다.

따르릉.

“미안. 전화 좀 받고…….”

한진영은 여전히 웃음이 나오는 목소리로 이성우에게 미안하다는 손짓을 하고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이성우를 바라본 채로 전화를 받은 한진영은 수화기 건너편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점점 표정이 굳어져 갔다.

이성우는 조금 전까지 장난을 치던 한진영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이상함을 느꼈다.

“알았어. 바로 갈게.”

한진영이 전화를 끊자마자 이성우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한진영을 향해 물었다.

“누군데?”

“조 실장.”

“조 실장이 왜? 회사에 무슨 일 있어?”

“어. 회사에 일이 좀 터졌어.

“어떤 일이 터졌는데?”

“조리원 들어가서 제수씨랑 뉴스 봐. 그럼 알게 될 거야. 나는 바로 회사로 돌아가 봐야 하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조카 이야기는 다음에 만나서 하도록 하고…….”

한진영은 잠시 말을 멈추고 무언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이성우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혹시 내가 연락할 수 있으니 전화기 잘 붙들고 있어.”

“연락? 무슨 연락?”

“아무리 조리원에 있다고 해도 제수씨 정보력이 있으니까 물어볼 게 생길지도 모르겠다.

“정보력이라니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무슨 일인지 알 수 없는 말만 내뱉은 한진영이었다.

이성우는 한진영의 모습에 답답하기만 했다.

그러나 한진영은 이성우에게 말할 시간이 없다는 듯이 어깨만 두드리고 조리원을 나섰다.

조리원 앞에는 연락받은 김 기사가 차를 몰고 대기하고 있었다.

한진영이 바로 차에 올라타자 차는 회사로 달려갔다.

주말 저녁 시간의 올림픽대로는 차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한진영은 막히는 차 안에서 라디오를 통해 뉴스를 들었다.

-오늘 집회에서 불상사가 일어났습니다. 청와대로 행진을 진행하려던 집회 측과 광화문을 벗어나는 것을 막는 경찰과의 충돌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집회에 참석했던 이들 십여 명과 경찰 스무 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집회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불상사가 벌어졌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차분한 모습으로 집회를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집회에는 어린아이들과…….

한진영은 김 기사를 향해 라디오를 꺼줄 것을 말했다.

그리고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고 생각을 정리했다.

집회에서의 충돌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하필이면 충돌이 일어났던 시기와 장소가 좋지 못했다.

평화적인 집회를 할 것으로 예상됐던 곳에서 충돌이 일어났다는 것에 집회를 주최하는 측과 경찰 간의 간극이 심각하게 벌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차가 회사 앞에 도착하자 조지훈이 미리 나와서 한진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지훈이 열어준 차 문을 통해 밖으로 나온 한진영은 조지훈에게 바로 지금 상황을 물었다.

“어떻게 됐어?”

“상황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역시 올 때 들은 뉴스는 많이 축소됐나 보군. 그래. 몇 명이나 다쳤어?”

“현재 병원에 실려 간 집회 측 인원만 서른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경찰은 그것보다 더 많이 다쳤고요.”

“경찰이 가만히 있지 않겠는데?”

“경찰 쪽보다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더 흥분한 상태라고 합니다. 지금 분위기는 일촉즉발인 상태로 흘러가고 있다고 합니다. 평화적인 집회에 경찰이 무력을 사용했다면서 격앙된 모습을 보인다고 합니다.”

“실제로는? 실제로 경찰이 무력을 사용한 거야?”

“아직 정확하게 나온 내용은 없습니다.”

워낙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기에 정보 전달에 한계가 느껴진 모습이었다.

한진영은 알겠다는 뜻을 전한 뒤 회사로 들어갔다.

한진영은 곧바로 IT 센터로 향했다.

전 세계의 모든 정보가 모이는 곳이었기에 그곳에 가면 조금 더 정확한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됐기 때문이다.

박도하 센터장이 들어오는 한진영을 향해 인사했다.

“오셨습니까?”

“주말인데도 고생하십니다. 어떻습니까?”

“SNS를 통해 정보들이 퍼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집한 내용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박도하는 말보다는 글과 그림이 낫다고 생각했다.

박도하는 팀원을 향해 손으로 지시를 내렸고 화면에는 SNS를 통해 퍼지는 당시 상황들이 띄워지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보이는 건 집회에서 빠져나와 어딘가로 가려는 무리가 화면에 떴다.

그리고 뒤를 이어 그런 그들을 막는 경찰들이 보였다.

“흐음~”

한진영이 짧은 신음을 내뱉자 바로 다음 사진이 화면에 떴다.

“이런.”

조지훈은 사진을 보고 놀란 듯이 소리를 쳤다.

화면에는 핏물이 흐르는 머리를 감싸고 사람들에 의해 실려 가는 사람이 보였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생각한 것보다 심각하게 다친 모습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뒤를 이어 더욱 크게 다친 듯한 경찰의 모습에 박도하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집회에 참가한 인원 중 무기가 될만한 것을 들고 참석한 사람들이 있었던 겁니까?”

“현재 퍼지고 있는 사진에는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건 SNS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퍼지는 사진이기 때문에 왜곡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자기들에게 유리한 내용만 나오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말이군요.”

“네. 우선은 집회는 평화적이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보이는 사진일 수도 있습니다.”

한진영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SNS가 가진 특수성으로 정보의 왜곡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한진영도 알고 있었다.

한진영은 말없이 화면을 바라봤다.

화면에서는 계속하여 사고 당시의 SNS들과 SNS가 퍼지는 경로 등이 화면에 그려졌다.

박도하는 손을 들어 화면을 조정하고 있는 팀원에게 지시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현재 해외 언론을 통해 퍼져나가는 기사들이 화면에 보였다.

“해외언론사들은 국내에 있는 특파원의 소식을 받아 오늘 있었던 일을 특보로 전하고 있습니다.”

한진영은 화면에 보이는 뉴스 중 기사 하나의 제목을 읊었다.

“집회 도중 경찰과 집회 참석자 간에 충돌 발생. 대한민국 정국 안갯속으로 들어가.”

한진영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주말이기에 뉴스가 적게 나오는 걸 텐데도 소식이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

그만큼 해외에서도 이번 상황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고 볼 수 있었다.

“현재 집회 참석자들은 해산한 겁니까?”

“그게 문제입니다.”

한진영은 고개를 돌려 박도하를 바라봤다.

박도하는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진영에게 이야기했다.

“경찰을 비롯한 언론에서는 집회가 평화롭게 해산이 됐다고 하는데, SNS상에 퍼진 이야기로는 해산이 되지 않는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사진이 올라온 시간과 사진이 찍힌 시간 등이 SNS의 말에 신빙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해산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해산이 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혼란이 한 번 더 나올 수도 있겠네요.”

“참석자들은 일촉즉발의 모습으로 대치하고 있다는 이야기들을 하는 중입니다.”

한진영은 박도하의 말에 잠시 고개 숙여 생각에 잠겼다.

그때 한진영을 향해 김준하가 다가왔다.

“사장님.”

한진영은 생각하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김 실장도 있었어?”

“네. 소식을 듣고 모델을 새롭게 뽑아내야 할 것 같아서 지금까지 전략실에 있었습니다. 그러다 사장님께서 회사에 도착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이렇게 왔습니다. 사장님. 이것 좀 보시지요.”

김준하는 한진영에게 인사하고는 바로 화면에 분석 프로그램을 띄웠다.

한진영과 박도하 그리고 조지훈은 김준하가 띄운 프로그램에 시선을 고정했다.

“오늘 있었던 일을 변수로 넣어 예측한 모델입니다.”

“흐음…….”

화면에는 환율 1,500원 돌파와 재차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 신용등급 그리고 코스피 1,500 붕괴 등이 적혀져 있었다.

김준하는 잠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델을 확인할 시간을 준 후 천천히 전략실에서 분석한 내용을 이야기했다.

“오늘 있었던 일이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채권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게 오늘 나온 분석 결괏값입니다.”

김준하는 화면에 채권의 움직임을 띄우고 한진영의 표정을 살폈다.

화면에는 우리나라의 CDS 프리미엄이 500bp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김준하는 사실 지난 몇 주 동안 초조한 시간을 보냈었다.

한진영이 500bp를 이야기했고 500bp에 맞춰 세이지증권이 움직이는 만큼 전략실에서는 그 가능성을 도출해내야 하는 의무 같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이리저리 계산을 돌려보아도 우리나라 CDS 프리미엄이 500bp까지 상승할 경우의 수가 나오지 않았다.

만약 정말로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한진영을 설득하여 포지션을 변경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또 500bp까지 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자기가 아무리 계산을 완벽하게 해내더라도 한진영에게 미치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진영의 결정은 어떤 프로그램보다 완벽했고 어떤 계산보다 정확하다는 것을 경험해서 알고 있던 김준하였다.

그래서 김준하는 어떻게든 500bp라는 값을 계산해내려 했고 그 결과가 지금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결국 500bp를 간다는 값이 나오고 말았군요.”

“네.”

짧은 대답을 한 김준하는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있었던 일을 전해 듣고 급히 회사로 달려와 계산을 한 것이 정말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김준하였다.

한진영은 그런 김준하를 향해 가볍게 감사의 말을 건넸다.

“수고했어요. 이렇게 주말 저녁에도 회사에 달려오느라 고생했어요.”

“아닙니다. 대표님의 전략에 힘을 보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에 오히려 제가 기쁜 마음입니다. 앞으로는 더욱 열심히 준비해서 대표님께서 말씀하시기 전에 제가 먼저 알아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준하의 말에 한진영이 가볍게 김준하의 등을 두드렸다.

‘나를 앞서는 공식이 나타난다는 것은 미래의 모든 것을 알아낼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한진영은 마음속에 있는 말은 혼자만의 생각으로 간직하고 김준하를 보고 그저 웃기만 했다.

그리고 뒤에 있는 조지훈을 향해 지시했다.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먼저 전하고 홍 본부장을 비롯한 운용본부 산하 팀장들 소집하도록 하세요. 긴급회의를 진행하겠다고 말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지시를 받고 바로 비서실로 달려갔다.

긴급회의를 하기 위해서는 팀장들만 소집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회의 준비를 위해 비서실로 달려간 조지훈을 슬쩍 돌아본 뒤에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서는 여전히 경찰들과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SNS를 통해 퍼지고 있다는 내용이 화면에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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