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3화 일 년 뒤에 다시 이야기하자
투자사업본부에서 이야기는 운용본부 때보다 더 간단했다.
투자할 곳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나창운이었기에 중요한 일이 생기면 뉴욕에 있는 한진영에게 직접 찾아오는 말로 모든 것이 설명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뉴욕에 가서도 설렁설렁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투자처를 찾는 일을 할 생각을 하고 있었던 한진영이었기에 자세한 내용은 뉴욕에서 만나 이야기하자는 말을 남긴 채 투자사업본부를 나왔다.
한진영은 잠시 쉴 틈도 가지지 않은 채 바로 최순옥이 부른다는 곳으로 향했다.
“이번엔 신사동에서 만나자고 했다고?”
“네. 그쪽에 있는 주소 하나를 알려주고 여기로 오라고 했습니다.”
“자기 건물로 부른 모양이구나. 하긴 그곳에서 원탁모임을 했다고 하니 거기가 그 여자의 본 거지겠지.”
“본거지요?”
조지훈이 한진영의 말에 반응하지 한진영은 가볍게 웃었다.
“아니야. 신경 쓰지 마. 오라는 데로 가자고. 어차피 그곳이 어디든 청와대보다는 나을 테니까.”
한진영의 말에 조지훈이 격하게 공감했다.
최순옥이 어디로 불렀건 지난 번에 갔던 청와대보다는 낫다는 말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차는 어느새 최순옥이 가르쳐준 곳에 도착했다.
7층 건물 앞에 도착한 한진영은 신사동 어디를 가든지 볼 수 있는 건물을 올려다봤다.
“한진영 사장님이십니까?”
한진영과 조지훈이 있는 곳으로 남자들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네. 제가 한진영입니다.”
“들어오시지요. 이사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조지훈은 이사장이라는 말에 이상한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나 한진영은 최순옥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여러 개 운영하며 이사장이라고 불렸던 사실을 알고 있어서 이상하지 않은 모습으로 남자의 뒤를 따랐다.
“일행분은 올라가지 못하십니다. 잠시 밑에서 기다려주시면 됩니다.”
한진영의 뒤를 따르려던 조지훈은 건물에서 나온 사람의 제지에 막혀 한진영을 따르지 못했다.
한진영은 조지훈에게 괜찮다는 손짓을 한 후 남자의 뒤를 따랐다.
건물 안은 밖에서 보는 것과 다른 것이 없었다.
너무나 평범했으며 1층과 2층 그리고 3층까지 상가들이 늘어서 있어 조지훈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게 오히려 이상하게 보일 지경이었다.
그러나 한진영은 이 건물이 겉으로 보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여기 엘리베이터를 타는 게 아닙니까?”
하지만 한진영은 남자들 앞에서 내색을 전혀 하지 않은 채 모르는 척 엘리베이터를 가리키고 물었다.
“이사장님께서 계시는 곳은 그 엘리베이터로 올라가지 못합니다.”
“아, 그런가요?”
한진영은 남자의 이야기에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남자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떠나며 슬쩍 엘리베이터 주변으로 달린 CCTV를 살폈다.
한진영이 엉뚱한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서성였던 이유는 CCTV에 어수룩한 모습을 찍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장면은 모니터를 통해 최순옥에게 전해졌을 것이 분명했다.
최순옥이 이런 자연스러운 모습을 확인하고 의심의 시선을 한 꺼풀 벗겨내고 싶어 한 행동이었다.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한진영에게는 강력한 카드가 쥐어져 있었던 만큼 결과가 달라질 거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결과까지 가는 과정이 조금이라도 수월하기를 바란 마음에서 한 행동이었다.
한진영은 자기의 의도가 어쨌든 잘 펼쳐진 것에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남자의 안내를 따라 안쪽에 자리 잡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다른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보안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는 6층과 7층 외에는 서지 않게 설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오직 최순옥과 그와 관련된 사람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타시고 7층으로 바로 가시면 됩니다.”
안내한 남자조차 엘리베이터 밖에서 대기하고는 한진영 홀로 탈 것을 권했다.
한진영은 안내를 해줘 고맙다는 뜻을 남자에게 전하고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7층 버튼을 누르자 엘리베이터는 기다렸다는 듯이 움직였고 단숨에 7층까지 올라갔다.
“어서 오세요.”
엘리베이터 앞에는 뜻밖에도 최순옥이 직접 나와 한진영을 반갑게 맞이했다.
“안녕하셨습니까?”
“네. 한 사장님도 잘 지내셨죠? 어서 오세요.”
최순옥은 한진영을 향해 어서 자기를 따라오라는 말을 남긴 후 안으로 들어갔다.
7층은 벽이 하나도 나뉘어있지 않은 커다란 공간이었다.
중간중간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은 존재했지만 칸을 나누는 벽이 존재하지 않아 운동장과 같은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뻥 뚫린 공간 가운데에 커다란 탁자와 의자가 마련되어 있었다.
“지금 제가 좋은 구절이 생각이 나서요. 잠시만요.”
최순옥은 조금 전까지 앉아 있던 것으로 보이는 자리에 앉아 태블릿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었다.
한진영은 잠시 건물 안을 구경한 뒤 비어있는 의자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최순옥 맞은 편에 앉아 최순옥이 태블릿에 적는 것을 멈추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한참 무언가를 적은 최순옥은 태블릿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죄송해요. 한 사장님을 기다리다 갑자기 좋은 구절이 떠올라서요. 이런 건 지금 적어놓지 않으면 바로 사라져 버려서 기억났을 때 적으려고 잠시 손님을 앉혀놓고 딴짓했네요. 이해하시죠?”
“네. 괜찮습니다.”
최순옥은 괜찮다는 한진영을 가만히 바라보다 태블릿을 들어 올렸다.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최순옥은 조금 전 떠올랐다는 구절이 마음에 들었던지 한진영의 대답도 듣지 않고 바로 읽었다.
“미래는 꿈꾸고 준비하는 자의 몫이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하나하나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화통일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 북한 당국에 세 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남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둘째, 남북한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를 함께 구축해 나가야 한다. 셋째,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에 나서야 한다.”
최순옥은 고개를 들어 한진영을 바라봤다.
“어때요? 남북의 평화로운 통일로 가기 위한 첫걸음으로 딱 좋은 이야기 같지 않나요?”
최순옥의 말에 한진영이 빙그레 웃었다.
“기왕이면 제안하신 것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을 공동으로 설치하자고 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남북교류 협력 사무소 같은 것 말입니다.”
“아~”
한진영의 말에 최순옥은 제자리에서 일어날 정도로 놀랐다.
“맞아요. 저도 적으면서 마지막에 어떤 결론을 낼 만한 무언가를 제안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역시 대단하시네요. 이야기를 한번에 듣고 빠진 핵심을 채워 넣으실 줄 아시니 말이에요.”
“아닙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한 것뿐입니다.”
“그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한 게 가장 중요한 것이었어요. 고마워요.”
최순옥은 잊지 않기 위해 한진영이 했던 이야기를 태블릿에 급히 적어 넣으며 자리에 앉았다.
‘유명한 이야기지.’
한진영이 최순옥의 말에 바로 남북교류 협력 사무소를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 최순옥이 이야기한 것이 지난 시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설문이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대충 마무리하고 자기가 적은 것을 다시 한번 살피던 최순옥을 향해 넌지시 물었다.
“그런데 지금 이야기하신 것은 어디에 쓰이는 것입니까?”
한진영은 모르는 척 질문했고 최순옥은 한진영의 질문에 웃으며 고개를 든 뒤 대답했다.
“글쎄요. 지금은 어디에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적은 글은 아니에요. 저는 생각날 때마다 이렇게 적어 모으고 필요할 때 가져다 쓰는 타입이라서요. 이번에 독일에서 연설한다고 하던데 그때 써먹을까?”
한진영의 질문에 대답한 최순옥은 마지막에는 혼잣말에 가까운 말을 내뱉었다.
‘독일에서 쓰이겠지.’
앞으로 일어날 사건에 중요한 열쇠가 되는 연설문의 글과 태블릿이 한진영의 눈앞에 있었다.
한진영은 역사의 한 현장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에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꾹 눌러 참았다.
“우선은 저장하고…….”
최순옥은 태블릿에 적은 것들을 저장한 뒤 태블릿을 한쪽으로 치웠다.
그리고 한진영을 똑바로 바라본 채 몸을 살짝 숙이고 입을 열었다.
“한 사장님.”
“네. 말씀하십시오.”
“저 섭섭해지려 해요.”
한진영을 향해 살짝 숙였던 몸을 일으켜 세운 후 한진영을 향해 계속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미국 진출을 하느라 자리를 비워야 하기 때문에 제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하신다 이 말씀이신 거죠?”
“죄송합니다. 제안받았을 때 그 자리에서 말씀을 드렸어야 했는데…… 저도 욕심이 나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이야기하지 못했습니다.”
“욕심이 난다면 하시면 되는 거죠. 지금도 보세요. 번뜩이는 생각으로 저에게 큰 도움을 주셨잖아요. 우리나라에 한 사장님과 같은 인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미 미국 쪽과 사업을 진행하는 상황에 그쪽 제안을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위약금이 꽤 많이 걸려있는 사업이라서요.”
“위약금이요?”
위약금이라는 말에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인 최순욱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사람의 약점은 돈이지.’
돈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던 한진영이었다.
그래서 곤란한 이유를 돈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야 최순옥 입장에서도 곤란한 정도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5억 달러의 위약금이 걸린 사업입니다. 미리 알았다면 그런 무리한 계약을 진행하지 않았을 텐데…… 절대 미국 진출을 거절할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여 무리한 계약을 진행한 제 잘못입니다. 죄송합니다.”
“5억 달러…… 6,000억이라…….”
최순옥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포기하고 청와대로 들어오라는 말을 하기에는 너무나 큰 금액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알겠다며 한진영을 포기하기에도 아깝다는 생각이 든 최순옥은 잠시 돈과 한진영을 양손에 올리고 저울을 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진영은 그런 최순옥을 향해 넌지시 정병선을 통해 가지고 온 선물을 풀어냈다.
“제가 빈손으로 와서 용서를 구하기는 염치가 없다고 생각하여 자그마한 선물을 가지고 왔습니다. 혹시 말 좋아하십니까?”
한진영의 말에 생각하던 최순옥이 급히 정신을 차렸다.
“말이요?”
“네. 제가 이사장님을 뵙고 처음에 든 생각이 이사장님 같은 분이라면 승마를 좋아하시겠다는 것입니다.”
“제가 승마를 좋아하는지 어떻게 아셨어요?”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승마를 참 좋아할 것으로 보여서요. 승마가 예전부터 귀족의 스포츠였으니까요.”
돌려서 귀족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 한진영이었다.
최순옥은 그런 한진영의 말에 나쁘지 않은 기분을 느꼈는지 웃으며 손을 휘저었다.
“별말씀을 다 하시네요. 호호호호.”
“아닙니다. 정말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이 맞은 건가요?”
“호호호. 외모로 보이는 게 어떤지 모르겠지만…… 네. 맞아요. 승마 좋아해요. 저희 딸이 승마 선수예요.”
“아 정말요? 그럼 잘됐네요.”
한진영은 손뼉을 치면서 진심으로 잘됐다는 모습을 보였다.
최순옥은 그런 한진영을 향해 고개를 내밀고 물었다.
“뭐가 그렇게 잘 됐다고 그러시는 거죠?”
“그냥 좋아하시는 게 아니라 따님께서 승마 선수까지 하신다면 제 선물의 값어치를 더 잘 아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사실 선물이라는 게 아무 뜻 없이 하는 거더라도 상대가 값어치를 알아주시면 더 기분이 좋아지니까요. 안 그렇습니까?”
“그렇기는 하죠. 그런데 무슨 선물이길래 그러세요? 듣기에는 말 같기는 한데…….”
최순옥이 흥미를 느끼고 물어봤다.
보통은 선물을 내놓을 때 별거 아니라는 말을 앞에 붙이면서 꺼내놓고는 했다.
그런데 이렇게 노골적으로 알아봐 주길 기대한다는 말한다면 그만큼 선물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다.
최순옥은 한진영을 향해 과연 어떤 선물을 내놓으려고 그러는지 궁금하다는 얼굴로 바라봤다.
“이번에 우연히 프랑스 챔피언이자 올림픽 우승 말인 카잔의 자마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카잔이요? 그거 웜블러드 계열 아니에요?”
“네. 역시 말에 대해서 잘 아시네요.”
“잘 알다 뿐인가요?”
최순옥은 손바닥을 비비고 입맛을 다셨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은퇴한 경주마를 길들여 승마용으로 쓰고는 하는데…… 웜블러드는 태생 자체가 승마용 아니에요? 게다가 카잔의 자마라면 혈통으로도 최상일 테고요. 혹시 몇 살이나 된 건가요?”
“3살입니다.”
“좋아요. 아주 좋아요. 아직 주인 인식이 안 된 놈일 테니 지금부터 키운다면 확실하게 주인을 가르쳐줄 수도 있겠어요. 게다가 우리 입맛에 맞게 교육도 가능할 테고요. 너무 어리면 혹시 중간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될 텐데 3살이라면 교육을 막 시작할 나이라…… 어머. 제가 너무 흥분했네요. 죄송해요.”
최순옥은 한진영을 향해 미안한 듯이 웃었다.
그러나 한진영은 그런 최순옥의 모습에 오히려 기분이 좋은 듯이 말했다.
“알아봐 주시니 제가 오히려 기분이 좋습니다. 보통 말에 대해 잘 아신다는 분들도 경주마만 아시거든요. 승마용 말의 경우에는 관심도 없고…….”
“맞아요. 하지만 승마용 말이 더 구하기 어렵고 비싸고 길들이기 힘들다는 걸 잘 모르죠.”
최순옥은 한진영의 말에 맞장구를 친 뒤 넌지시 물었다.
“그런데…… 가격이 만만치 않을 텐데 얼마나 주셨어요?”
“선물인데 가격을 말해서야 되겠습니까?”
“그래도 가격을 알아야 저도 얼마나 감사해야 하는지 알 수가 있으니 가격을 이야기해주세요.”
최순옥의 말에 한진영이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은 뒤 손가락 세 개를 들어 올렸다.
“세 장 줬습니다.”
“세 장이요? 3억은 아닐 테고…… 30억이요?”
“네. 싸게 잘 구했습니다.”
“그러네요. 싸게 잘 구하시기는 하셨네요. 하지만 30억을 그냥 선물로 받아도 될지 모르겠어요. 너무 큰 선물 같은데…….”
최순옥이 부담스럽다는 표정을 짓자 한진영이 웃으며 말했다.
“편하게 받아주십시오.”
“그래도 저도 뭔가 보답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뭐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보답을 바라고 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마음에 드신다면 제가 뉴욕에서 돌아왔을 때 그때 잘 길들여진 말을 보고 다시 이야기를 나누시는 게 어떠시겠습니까?”
“돌아오신다고요?”
“네. 계속 거기서 살 수는 없으니까요. 1년 동안만 밑바닥을 다지고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그 뒤에 제안과 선물에 대한 보답 이야기를 다시 나누도록 하시지요.”
한진영의 말에 최순옥은 더는 고민하지 않았다.
“좋아요. 그렇게 하죠. 일 년 동안 잘 다녀오세요. 그동안 한 사장님 자리를 따뜻하게 데워놓고 주신 선물도 잘 키우고 있을 테니까요.”
“네. 그럼 일 년 뒤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한진영이 꾸벅 최순옥을 향해 인사했다.
하지만 한진영은 이것이 최순옥과의 마지막 만남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일 년 뒤의 최순옥은 자유와는 거리가 먼 신분이 되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최순옥을 향해 밝게 웃고 있었지만 웃음 속에서는 잘 가라는 인사가 깊게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