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증권사 생활-395화 (395/650)

395화 비싸지만 싼 곳

세이지증권의 미국 진출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는 술렁이는 분위기였다.

2년에 걸쳐 대한민국 최고의 수익을 올린 세이지증권이 미국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잘못된 루머로 이야기를 바라봤다.

아무리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세이지라고 하더라도 2년 만에 자본시장의 중심이라는 미국에 진출한다는 게 아무래도 이상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면서?”

“그렇다니까. 작년에는 상을 받으면서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번에는 대리로 사람을 보내 대신 받았다고 해.”

“이상하네.”

가만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동료가 그게 그렇게 크게 이상한 일이냐며 물었다.

그러자 이상하다고 이야기했던 이가 펄쩍 뛰며 말했다.

“당연히 이상한 일이지. 그냥 동네 단체에서 주는 것도 아니라 공신력 있는 곳에서 주는 상이야. 게다가 다른 것도 아니라 한해 최고의 펀드를 시상하는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건 너무나 이상한 일이지. 그냥 바지사장도 아니라 세이지증권 사장이 모든 걸 컨트롤한다고 하는데 말이야. 일 년 농사지은 곡식을 수확하는 자리에 농부가 나타나지 않으면 당연히 이상한 거 아니겠어?”

설명을 들은 동료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닌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듣기로는 미국 진출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는 것 같아.”

“다른 이유? 다른 이유가 뭐가 있는데?”

이야기를 처음 꺼낸 이가 잠시 주변을 살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국내에 못 들어온다고 하더라고.”

“국내에? 못 들어와? 왜? 뭐 마약이라도 했대?”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목소리를 낮추라고 양손을 내밀고는 다시 한번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조금 전보다 더욱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현 정권에 단단히 찍혔다는데?”

“현 정권에? 왜? 얼마 전만 해도 경제수석 자리에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는데 말이야.”

“그러니까 찍혔다는 거지.”

영문을 모르게는 표정을 짓고 있는 두 사람에게 이야기를 꺼낸 이가 설명했다.

“잘 봐봐. 경제수석이라는 자리가 어떤 자리야? 말이 대통령 비서이지 영향력은 경제부총리 못지않다고.”

“맞아. 경제수석이라면 보통 자리는 아니지.”

“그런 자리에 올라가고 싶어도 못 올라가는 사람이 대다수인데 하물며 이론가도 아닌 현역 경영자가 그런 자리를 왜 마다하겠어?”

“마다할 이유가 없기는 하지.”

“단단히 눈 밖에 나서 대통령이 잘라내지 않는 한 이유가 설명이 안 되는 상황이야.”

“흐음…… 그것도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설명을 듣던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러나 여전히 남아있는 찜찜함이 얼굴에 묻어 있었다.

이야기를 꺼낸 이도 그걸 알았는지 두 사람을 향해 한가지 말을 더 꺼냈다.

“물증도 있어.”

“물증?”

서로를 바라보던 이들은 고개를 돌려 이야기하는 동료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는 더욱 몸을 숙이고 앞에 있는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한 사장이 국내에 하나밖에 없는 말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강탈당했다는 거야.”

“강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동료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지금이 무슨 군사정권도 아니고 강탈을 당한다는 게 말이 돼?”

“군사정권이 아니라고? 청와대를 봐봐. 지금 청와대를 장악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도 군사정권이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

“어…….”

“대통령은 군사정권의 마스코트였고, 비서실장은 군사정권이 독재하는 데 정당성을 부여하는 헌법을 만든 사람이야. 다른 사람들은 또 어때? 직간접적으로 다 군사정권에 영향을 받거나 끼쳤던 사람들이야. 그런 사람들을 보고도 지금이 군사정권이 아니라고 말하는 거야?”

“아니. 그렇긴 한데…….”

“사람은 바뀌기 어려워. 게다가 자기가 가장 잘나가던 시절 해왔던 습관은 버리는 건 더더욱 어려워. 나이가 들수록 말이야. 그런데 지금 현 정권을 잡고 있는 사람들 나이를 생각해봐. 60대도 젊다고 이야기할 만한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있는데, 과거 자기들이 하던 짓을 그대로 하는 짓이 쉬울까? 아니면 지금 세대에 맞는 식으로 움직이는 게 쉬울까? 답은 뻔한 거 아니겠어?”

살짝 격앙된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듣던 두 사람은 수긍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한 사장이 국내에 못 돌아오는 게 이해가 가네. 세이지가 보수적인 증권 업계에서도 유독 더 진보적이라는 말을 듣던 곳 아니야? 월급 체계도 다르고 복지나 일하는 분위기도 무슨 IT기업 같다는 말까지 들을 정도니까.”

“내 말이 그 말이야.”

이제서야 말이 통했다는 생각에 시원한 표정을 지어 보인 동료는 앞에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지금 정권하고 세이지하고는 결이 다른 거야. 그러니 부딪힐 수밖에 없는 거지. 두고 봐. 아마 정권이 교체되지 않는 한 한 사장은 국내에 못 들어올 테니까. 세이지도 힘든 시간을 보내게 생겼어.”

“그렇네. 안 됐네. 그래도 한때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나가던 곳이었는데.”

“뭐 아직도 잘 나가기는 하는데 이제 앞으로 점점 기운이 빠지겠지. 정부가 눈에 독기를 품고 달려드는데 잘 될 리가 없으니까.”

같은 업계의 종사자들은 불쌍한 눈으로 세이지를 바라보며 앞으로 세이지의 운명이 바람 앞의 촛불이지 않으냐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오랜만에 대한민국에 다녀온 조지훈은 캐리어에 가득 물건을 가지고 미국 뉴욕에 도착했다.

“어디야? 여기야?”

그리고 캐리어 외에도 사람 하나가 조지훈을 따라 뉴욕에 도착했다.

“진영이 완전히 잘 지내고 있었구나. 여기가 그 유명한 맨해튼 57번가 아니야?”

“사장님. 이제 가시죠.”

“사장님은 무슨 사장님? 내가 네 사장님이야? 그냥 이렇게 있을 때는 편하게 형이라고 불러.”

“아무리 그래도 저희 사장님 친구분이신데…….”

조지훈이 머뭇거리며 이성우에게 말하자 이성우는 조지훈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잡아당겼다.

“나하고 형 동생을 먹어야 자연스럽게 진영이하고도 형 동생을 먹지.”

“아닙니다. 저는 사장님과 형 동생 사이로 지낼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저에게는 주군이나 마찬가지시니까요.”

조지훈의 말에 이성우가 어깨에 올린 손을 풀고 조지훈을 이상한 듯이 쳐다봤다.

“얘가 삼국지를 너무 많이 봤네. 요즘 세상에 주군이나 수하가 어디 있어? 정신 차려.”

“아닙니다. 저는 한진영 사장님을 위해 평생 목숨 바쳐 일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얘가. 야!”

조지훈은 이성우 앞에 손가락을 들이밀고 정신 차리라는 뜻에서 손가락을 튕겼다.

“네가 상상하는 곳하고 지금 여기는 거의 2000년 가까운 세월이 차이가 나는 곳이야. 지금은 주군 뭐 이런 거 없어. 충성할 존재도 사람이 아니고…….”

“돈이죠.”

이성우보다 먼저 대답한 조지훈의 모습에 이성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알고 있네. 그래. 돈이 전부인 세상이야. 그런 곳에서…….”

“제가 작년에 얼마를 받았는지 아십니까? 월급과 상여금으로만 말입니다.”

“어?”

이성우는 조지훈이 말한 뜻밖의 이야기에 잠시 주춤거렸다.

조지훈은 다가가 이성우의 귀에다 대고 작은 목소리로 작년 한 해 받은 돈이 얼마인지 이야기했다.

그리고 몸을 떼 이성우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도 순수하게 통장에 꽂힌 금액만 이 정도입니다. 그 외에 한 사장님의 도움으로 부동산과 주식을 매입하여 얻은 수익은 이것보다도 훨씬 많고요. 그러니 제가 한 사장님에게 평생 충성을 약속하는 겁니다.”

“그래. 너는 목숨 바쳐 충성해야겠다. 아니. 뭔 월급을 그렇게 많이 준다냐? 진짜야?”

“네. 진짜입니다. 제 목숨값이 생각보다 비싸요.”

“야! 비싼 정도가 아닌데? 놀랐다. 놀랐어. 그 정도면 내가 진영이 비서가 되고 싶을 정도야.”

이성우는 조지훈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도는지 고개를 흔들며 조지훈의 뒤를 따라 한진영이 뉴욕에 자리 잡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한진영이 뉴욕에 자리 잡고 있는 곳은 세계 경제의 중심인 뉴욕에서도 억만장자 거리로 유명한 57번가였다.

그리고 57번 가에서도 중심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주거용 콘도인 센트럴 파크 타워(Central Park Tower)에서 거주하는 중이었다.

센트럴 파크 타워는 131층 높이에 179세대 만이 사는 초호화 럭셔리 콘도였다.

콘도 내에서 5성급 호텔 서비스를 무료로 받을 수 있으며, 콘도 14층에 위치한 클럽에는 국제규격의 수영장과 바, 피트니스 센터, 사우나, 농구코트 등이 마련되어 있어 입주민의 편의를 제공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센트럴 파크 타워의 강점은 보안이었다.

입주민의 비서로 등록된 조지훈조차 올 때마다 로비에서 검사받아야 했으며, 이성우같이 처음 방문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방문 카드에 직업과 현재 거주하는 곳은 물론이고 입주민과의 관계까지 상세히 적어야 통과가 가능했다.

물론, 몸과 가방 등을 수색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뭐가 이렇게 빡세?”

이성우는 여권까지 보여주고 나서야 통과가 되는 것을 확인하고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조지훈을 바라봤다.

“아니. 여기 경비는 네 얼굴을 아는 것 같은데 아는 사람도 통과하는 게 이렇게 어렵냐?”

“매뉴얼대로 하는 거니까요.”

“어휴. 보안이 좋아서 좋기야 하겠다만 놀러 오는 사람 입장에선 무지하게 귀찮은 일이다.”

이성우는 혀를 내두르고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엘리베이터에 타자 번호를 누르지도 않았는데 자동으로 한진영이 자리한 80층에 번호가 눌렸다.

“뭐야? 이거 자동으로 가는 거야?”

“중앙제어센터에서 조정하는 시스템이에요. 다른 층으로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어요. 오직 거주하고 있는 층과 커뮤니티 센터가 자리 잡고 있는 14층만 갈 수 있는 시스템이죠. 다른 층은 버튼을 눌러도 먹히지도 않아요. 지금처럼요.”

이성우는 조지훈에게 직접 보여주기 위해 버튼을 눌렀지만 버튼에 불은 들어오지 않았다.

이성우는 그런 모습을 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럴 거 뭐 하러 버튼은 만들었어?”

이성우도 조지훈을 따라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엘리베이터 안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왔다.

-무슨 문제 있습니까? 도와드릴까요?

이성우는 깜짝 놀라 버튼에서 손을 뗐고, 조지훈이 민망한 표정으로 마이크로 보이는 곳에 입을 가져다 대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80층에 거주하시는 한 사장님의 비서입니다. 이곳의 시스템을 한 사장님의 친구분께 설명해 드리다가 과한 행동을 했습니다. 앞으로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주의해 주십시오.

조지훈은 스피커의 말에 잘 해결됐다는 뜻으로 이성우를 바라봤다.

이성우는 그런 조지훈의 시선에 찔끔하는 표정을 짓고는 엘리베이터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고 물었다.

“풍경 하나는 기가 차네. 센트럴 파크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웬만한 뉴욕 건물들이 다 눈에 보이니 죽이기는 한다. 여기 얼마라고?”

“한 사장님께서 거주하시는 곳은 이곳 센트럴 파크 타워에서도 가장 넓은 평수인 120평 4 베드룸 사이즈예요. 제가 알고 있기로는 150억 정도 주고 사셨다고 알고 있어요.”

“150억? 어휴. 비싸다. 아닌가? 싼가?”

이성우는 처음 150억을 주고 샀다는 말에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평당 1억이 조금 넘는 꼴에 비싼 게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른 곳도 아니라 뉴욕에 중심이랄 수 있는 센트럴 파크 코앞 빌리어네어 거리에 자리하고 있는 곳이 150억이라면 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장 이성우가 사는 집도 120평보다 훨씬 작은 50평대임에도 30억에 가까운 금액으로 거래가 되고 있다는 걸 생각한다면 120평에 150억이 그리 비싸 보이지 않은 것이었다.

스릉.

이성우가 집값을 생각하는 사이 어느새 엘리베이터가 한진영이 위치한 80층에 도착하게 됐다.

“어서 와라.”

한진영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찾아온 이성우와 조지훈을 향해 인사했다.

“잘 지냈냐? 반갑다.”

이성우는 단숨에 한진영에게 달려가 한진영을 꼭 끌어안았다.

한진영은 이성우의 행동에 그의 가슴을 밀어냈다.

“오버하지 마. 나 제수씨 아니야.”

“아니라는 거 아니까 더 반가운 거다. 내가 서율 엄마한테 이럴 거 같냐?”

“어이구. 잘났다. 제수씨 앞에서는 한마디도 못 하면서…… 들어가자.”

한진영이 이성우와 조지훈을 향해 손짓하고는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갔다.

이성우는 조지훈보다 앞서 집으로 들어가고는 칩을 둘러보고 큰 소리로 외쳤다.

“야. 여기 죽인다.”

한진영은 문 앞에서 소리친 이성우를 돌아보고 손짓했다.

“거기서 그러지 말고 안으로 들어와. 여기 창문 앞에서 보면 더 죽이니까.”

한진영의 말에 가지고 온 짐을 문 입구에 내팽개치고 한진영이 있는 창문 쪽으로 달려갔다.

“우와~”

이성우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광경을 자기 혼자서만 보기 아쉽다는 생각에 급히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는 영상통화를 걸었다.

-잘 갔어요?

“여보. 여보. 이거 봐.”

이성우는 뒤편 창문 너머로 풍경이 보이도록 몸을 돌려세우고는 전화 속 문서영에게 소리쳤다.

“여기 풍경이 완전히 죽여. 저기 보여? 센트럴 파크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그리고 저기 강. 저거 허드슨강이잖아. 저게 여기서 다 보여. 여보. 보여?”

-보여요.

“우리 서율이에게도 보여주자. 서율이 좀 바꿔줘.”

이성우는 호들갑을 떨면서 아빠가 있는 곳이 뉴욕인지 뽀로로가 사는 세상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딸내미와 한참을 통화했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한 후 전화를 끊고 한진영을 향해 소리쳤다.

“여기 150억이라고?”

“왜? 너도 하나 사려고?”

“내가 150억이 어디 있냐? 사지는 못하고…… 여기 방이 4개라고 했지?”

“쓸데없는 소리 하려거든 시작도 하지 말아라.”

“네 개 중에 하나만 빌리자.”

“빌리자?”

“방 하나가 우리 집값 정도니 당연히 살 수는 없고 빌려야지. 한 달에 100만 원.”

한진영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고는 이성우를 끌고 와 소파에 억지로 앉게 했다.

이성우는 소파에 앉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한진영에게 제안했다.

“좋아. 좋아. 까짓거. 200만 원. 나도 더는 안 돼.”

“좋아. 200만 원이라고 했다.”

이성우는 좋다는 말이 한진영의 입에서 나올 걸 예상하지 못했다는 표정으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한진영은 이성우에게 손바닥을 내밀고는 말했다.

“너 일주일 있기로 했으니까 50만 원 내놔.”

“50만 원?”

“그래. 내가 호텔 잡아주겠다는데도 굳이 네가 우리 집 남는 방에서 머문다고 했으니까 사용료 내야지. 한 달에 200이라고? 좋아. 그거 받아줄 테니까 일주일 가격인 50만 원 내놔. 보통 한 달 계약하면 하루를 있더라도 한 달 치를 받아야 정상인데 내가 특별히 너라서 봐주는 거야.”

“에이~ 왜 그래. 진짜 돈 받으려고?”

“어. 네가 먼저 준다고 한 거잖아.”

“에이~ 야. 나 이성우야. 이성우. 그냥 농담한 거다. 집에 너무 좋아 보여서…….”

농담이라는 데도 한진영의 손이 거둬지지 않자 이성우는 자리에 똑바로 허리를 세우고 앉고는 말했다.

“알았어. 농담은 여기까지. 더는 농담하지 않을게.”

이성우 입에서 원하는 대답이 나오자 한진영은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거뒀다.

이성우는 그런 한진영의 표정에 마주 웃어 보이고는 창문 너머 노을이 지는 것을 구경했다.

뉴욕 최고의 풍경이라는 이야기를 귀가 따갑게 들었던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성우는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풍경을 가만히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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