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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증권사 생활-396화 (396/650)

396화 공개 매수

한진영과 이성우가 한참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정리하는 것을 멈추지 않던 조지훈이 상패 몇 개 가지고 왔다.

“사장님. 이번에 한국증권협회에서 수여한 상입니다.”

한진영은 이성우와 함께 바깥 풍경을 바라보다 조지훈이 건넨 상패를 받아서 들었다.

곁에 있던 이성우는 목을 빼 들고 상패에 적혀있는 글을 읽어 내렸다.

“최우수 펀드, 최고 수익률 펀드, 소비자 만족도 1위…… 뭐 좋은 상은 다 휩쓸었네.”

한진영은 이성우를 슬쩍 돌아보고 웃어 보였다.

“너희도 뭐 하나 타지 않았어?”

“우리? 기풍증권?”

“그래. 내가 알고 있기로는 최우수 M&A 부문 상을 탔다고 알고 있는데?”

“아~ 그게 또 여기 뉴욕까지 소문이 났나?”

이성우는 한진영의 말에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우리는 M&A 부문 최우수 회사로 뽑혔어. 이게 참 M&A 부문에 진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상까지 타도 되는지 모르겠다.”

“표정이 싫은 표정이 아닌데?”

“당연히 안 싫지. 좋지. 그저 기존 회사들을 제치고 받은 게 머쓱해서 그런 거지.”

이성우는 머쓱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표정은 머쓱한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다.

자부심이 넘치며 자긍심까지 솟아난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진영은 그런 이성우의 등을 한 번 때리고 상패를 조지훈에게 건네줬다.

“나중에 서울에 돌아가거든 회사에 비치하도록 해. 나보다 직원들이 보면 더 좋아할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조지훈은 한진영에게 상패를 건네받은 뒤 조심스럽게 포장했다.

한진영은 조지훈에서 이성우로 시선을 돌리고 말했다.

“잘 봤다. 고생했다.”

이성우는 한진영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잠시 생각했다.

그러고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한진영의 무릎을 손바닥으로 때리고는 웃었다.

“네가 다 알려주고 간 건데 힘들 것도 없었다. 서율 엄마 아주 신났어.”

“그래?”

“당연하지. 특종이 아주 줄줄이 연이어 나오고 있으니 신이 안 날 수가 없지.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엮여 나오고 있어서 하루하루가 즐거운 것 같더라.”

“만족한다면 됐다.”

한진영은 웃으며 이성우의 등을 다시 한번 두드렸다.

한진영이 미국으로 떠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비워뒀던 정부 내각과 대통령실이 채워졌다.

그리고 한진영의 예상대로 민정수석의 자리에는 비서관을 지냈던 사람이 승진 형식으로 새롭게 자리를 채우게 됐다.

해가 바뀌고 한진영에 대한 소문이 점점 퍼져나갔을 때, 서준일보에서는 제일 먼저 한진영과 세이지에 관한 이야기를 내보냈다.

바로 대통령실이 꾸려지기 전에 경제수석 자리에 가장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던 세이지증권의 한진영 사장이 왜 경제수석 자리에서 낙마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채권이 휴짓조각이 되어가고 환율이 폭등하며 주식시장이 나락으로 갈 때 유일하게 대한민국을 지켜줬던 곳이었다.

다른 기관들이 손을 놓고 외국인들의 공격을 방관하고 있을 때 홀로 외국인들에 맞서 정부도 하지 못한 일들을 하며 사람들의 찬사를 받았던 곳이 바로 세이지였다.

그랬기에 경제수석 자리에 현역 경영인이 자리한다는 것에 거부감도 있었지만, 세이지증권의 한진영이었기에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세이지증권의 한진영이라면 잘해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하는 찰나였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경제수석 자리에서 낙마한 것도 모자라 미국으로 떠났다고 했다.

말로는 미국 진출의 교두보를 만들기 위해 떠난 것이라고 하지만 교두보를 사장이 직접 가서 만드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었기에 사람들은 의아한 시선으로 세이지증권과 한진영을 바라봤다.

그때 서준일보에서 사람들이 의아한 생각에 기름을 붓는 기사가 나왔다.

[세이지증권의 한진영이 미국으로 떠난 이유]

기사에는 정부 관계자에게 밉보인 바람에 쫓겨가듯 미국으로 떠났다는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그리고 한진영 소유의 승마용 말이 정부 산하 단체 소속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증거로 내밀었다.

주인이 한국에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마주가 바뀐 것이었다.

그리고 바뀐 정부 산하 단체는 의심스러운 것이 한둘이 아닌 곳이었다.

지원하는 승마 선수는 한 명뿐이었으며, 그 한 명이 지난 경선에서 이름이 오르내리던 목사의 손녀인 것이 밝혀졌다.

기사에서 명확하게 적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은 충분히 한진영이 말을 빼앗긴 채로 미국으로 도망치듯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에 충분한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커지고 번져 점점 의심이 확신인 것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오갔다.

한진영은 원하는 방향으로 반응이 만들어진 것에 만족해했다.

이제 이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여 최순옥과 대통령, 김한춘과 민정수석 등이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세상에 드러나게 될 것이 분명했다.

‘세상이 바뀌었을 때 돌아간다.’

한진영은 그때까지 미국에서 사태가 번져가는 추이를 확인하며 시간을 보낼 것을 마음먹었다.

“오느라 수고했으니까 밥이나 먹자.”

한진영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성우는 오자마자 무슨 밥이냐는 듯한 얼굴로 물었다.

“밥? 나 아직 시차 적응도 안 됐어. 그런데 밥이 들어가겠어? 좀 이따 먹자. 정신 좀 차리면…….”

“시차 적응의 가장 좋은 방법이 뭔 줄 알아?”

“뭔데?”

“규칙적인 식사.”

“어? 규칙적인 식사하고 시차 적응하고 무슨 상관인데?”

이성우는 그게 무슨 소리냐며 앉은 채로 한진영을 올려다보고 물었다.

한진영은 앉아 있는 이성우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규칙적인 식사를 하면 생체리듬이 알아서 시간을 맞춰준다고 한다. 그러니 시간에 맞춰 식사하는 게 시차 적응에 도움을 주는 일이야. 가자. 여기 밥 맛있어.”

“여기 밥? 네가 해주는 게 아니고?”

“언제 내가 밥해주는 거 봤냐?”

“나는 미국에 왔으니 직접 밥해 먹고 사는 줄 알았지.”

“내가 여기를 선택한 이유를 보여줄게.”

한진영이 말을 하고 조지훈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조지훈이 월패드로 다가가 중앙관리센터에 주문을 넣었다.

“식사 4개 부탁드립니다. 고기 굽기 정도는 미디움 레어 2개와 레어 하나, 미디움 하나입니다. 후식으로는…….”

이성우는 월패드에 주문을 넣는 조지훈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다.

한진영은 그런 이성우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너 고기 좋아하는 거 알고 메뉴 안 물어봤다. 다른 메뉴들도 있는데 아무래도 그것들은 시차 적응하고 이곳에 익숙해지거든 먹도록 해.”

“지금 뭐 하는 거냐?”

이성우는 한진영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조지훈이 하는 행동을 물었다.

“왜 월패드에 대고 주문을 하는 거야?”

“내가 말했지. 이곳을 선택한 이유를 보여주겠다고 말이야.”

“그거하고 저거하고 무슨 상관인데?”

“여기 제일 좋은 게 모든 시스템이 호텔하고 똑같다는 거야. 식사와 집, 청소는 물론이고 세탁까지 다 해줘. 그냥 주민들은 앉아서 월패드에 주문을 넣기만 하면 돼. 네가 잘 침대보도 건물에 자리한 세탁실에서 깨끗하게 세탁해서 여기 직원이 침대에 싹 씌워놓았다.”

“그게 다…….”

“관리비에 포함되어 있으니까 마음대로 이용해도 돼. 오히려 이용 안 하면 손해 보는 시스템이니까 3끼 다 챙겨 먹어라.”

“와~ 너…….”

이성우는 소파에서 일어나며 한진영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너 정말…….”

몇 번이나 손가락질한 이성우는 활짝 웃으며 즐거워했다.

“넌 정말 나를 잘 알아. 관리비에 포함되어 있으면 몇 번을 먹던 공짜라는 이야기 아니야? 갑자기 없던 식욕이 확 생긴다.”

이성우는 즐거운 듯이 조지훈을 향해서도 웃어 보인 후 식탁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조금 전 주문에서 이상한 것을 하나 떠올리고는 한진영을 향해 물었다.

“그런데 왜 주문을 4인분을 했냐? 설마 먹다 모자랄까 봐 1인분 더 시킨 거야?”

“아니야. 손님이 와서 1인분을 더 시켰어.”

“손님? 무슨 손님?”

“조카 100일 선물이자 조금 이른 돌 선물을 줄까 해서.”

“100일 선물이자 이른 돌 선물?”

이성우가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자 월패드를 통해 로비에서 연락이 왔다.

한진영은 로비 측과 이야기하는 조지훈을 보고 웃으며 이성우를 불렸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딱 시간 맞춰서 왔네.”

“누군데?”

“보면 알아.”

한진영이 가볍게 말하고 문 앞으로 걸어갔다.

***

조지훈이 열어준 문을 통해 들어온 큰 키의 백인 남자는 한진영과 이성우를 번갈아 바라봤다.

누가 한진영인지 알지 못해 번갈아 바라본 것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세이지증권의 한진영입니다.”

한진영이 남자의 시선에 먼저 인사를 건네며 자기 존재를 알렸다.

테라의 노아 스미스는 그런 한진영의 인사에 그제야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동안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테라의 노아 스미스입니다.”

“잘 오셨습니다. 들어가시지요.”

한진영과 테라의 노아 스미스는 반갑게 악수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이성우는 곁에서 두 사람의 인사를 바라보고 놀란 눈으로 뒤를 따르는 조지훈에게 물었다.

“저 사람이 테라의 CEO야?”

“네. 테라의 노아 스미스예요. 언론을 통해 몇 번 보신 적 있으시죠?”

“본 적 있지. 그런데…….”

이성우는 머리를 손으로 가리키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봤을 때는 머리가 좀 훵~ 했는데…… 지금은 머리가 수두룩하네.”

조지훈은 이성우의 말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이성우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이성우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얼마 전에 머리 심었다고 해요. 저도 처음에 봤을 때 사진하고 달라서 많이 놀랐었어요.”

“먼저 만났었어?”

“네. 테라 쪽에서 보고 싶다고 해서요.”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식탁 앞에 도착한 한진영은 맞은 편 자리를 손으로 가리키고 노아 스미스에게 앉을 것을 권했다.

“앉으시지요. 조금 뒤면 음식이 나올 겁니다. 음식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실까요?”

말을 마친 한진영은 이성우를 곁으로 불렀다.

노아 스미스는 한진영의 곁에 다가온 이성우를 경계했다.

오늘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찾아왔던 노아 스미스였다.

비서까지 함께 들어오는 것이 허락되지 않아 홀로 올라왔던 노아 스미스는 한진영의 비서인 조지훈에 이어 모르는 사람이 하나 더 있는 것에 불편한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한진영은 노아 스미스에게 이성우를 소개했다.

“이쪽은 저와 친구 사이인 기풍그룹의 이성우 사장입니다.”

“아~ 기풍. 기풍 알고 있습니다. 저희 쪽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대한에너지의 거래처 아닙니까? 니켈을 공급하는 곳 말입니다.”

“맞습니다. 전 세계 니켈의 절반을 여기서 장악하고 있습니다.”

절반까지는 아니라는 말을 하려다 한진영의 눈짓에 이성우는 급히 노아 스미스를 향해 인사했다.

노아 스미스도 처음 경계하던 모습을 풀고 반갑게 이성우에게 인사했다.

아주 모르는 사이가 아니라 테라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 경계심을 풀게 했다.

게다가 전 세계 니켈의 절반을 장악했다는 것이 노아 스미스의 마음에 들었다.

전기차의 여러 가지 자원 중에 니켈이 확보하기 제일 어려운 것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럼 다들 앉을까요?”

한진영이 자리에 앉자 그 옆에 이성우가 자리했다.

그리고 맞은 편에 노아 스미스가 자리에 앉았다.

한진영은 자리에 앉자 기다렸다는 듯이 차를 내온 조지훈을 보고 고맙다는 뜻의 눈짓을 한 뒤 노아 스미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럼 우선 음식이 오기 전에 이야기부터 시작해볼까요?”

이성우는 조용히 한진영의 다음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자기가 이곳에 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테라의 노아 스미스와 약속을 잡은 것으로 보아 자기와도 관련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카의 100일 선물이라느니 돌 선물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아 좋은 일일 거로 생각한 이성우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한진영은 조금 전까지 장난치던 이성우가 차분히 자리에 앉아 자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마음 놓고 노아 스미스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조 실장을 통해 전해 들었습니다. 테라가 곤경에 처해 있다고요?”

“회사 경영상의 문제는 아닙니다.”

노아 스미스는 한진영의 말에 분명히 선을 그었다.

“회사 외적인 문제입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오해를 살 수도 있기에 노아 스미스는 외적인 일임을 확실히 했다.

한진영은 그런 노아 스미스의 모습에 살며시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테라에 대한 공매도 공세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요?”

“공매도 공세 수준이 아닙니다. 언론은 우리 테라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모습으로 덤벼들고 있습니다. 거기에 맞춰 월가 놈들은 망하길 바라면서 우리 주식을 패대기치고 있고요.”

노아 스미스는 흥분한 모습으로 한진영을 향해 이야기했다.

그 모습을 한진영은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사업을 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기업 이미지가 나락으로 가고 있으니 누가 우리 물건을 사려고 하겠습니까? 전기차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우리를 머저리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될 수는 없습니다.”

노아 스미스는 잠시 흥분했던 모습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한진영의 도움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계속 흥분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사장님은 보기 드문 투자자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테라에 투자한 이후 우리를 이렇게 전폭적으로 믿고 지지해주는 투자자는 세이지증권이 유일했습니다. 어떻게든 우리를 흔들려 하던 다른 투자자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한 사장님을 찾아온 겁니다.”

“제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십니까?”

한진영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오히려 노아 스미스는 편안한 모습으로 한진영을 향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주가를 부양시켜 주십시오.”

“부양이요?”

“공매도 치는 놈들이 후회할 수 있게 세이지가 우리 주식을 공개매수해주십시오.”

이성우는 노아 스미스의 요구에 놀란 얼굴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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