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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증권사 생활-417화 (416/650)

417화 안달을 내니 답을 주겠다

조지훈은 직각으로 치고 올라가는 테라의 분봉 차트를 보며 기가 찬다는 듯이 말했다.

“상한가가 없는 곳의 무서움이네요. 도대체 어디까지 오를지 감도 오지 않습니다.”

조지훈은 그동안 어깨너머로 배운 것들을 한진영 앞에서 풀어놓았다.

“매물대가 있으니 저항이라는 게 생기기 마련일 텐데…… 그동안 추세하락으로 빠지며 쌓여 있던 그 많은 매물이 어디로 갔는지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추세선은 물론이고 20선과 60선, 120선까지 다 뚫어 올리는 게 상승이 오늘 하루로 끝날 것 같지도 않고요.”

“그동안 제법 배웠어. 말하는 게 아주 그럴 듯해.”

한진영의 칭찬에 조지훈이 얼굴을 붉히고는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앞에서 괜히 아는 척을 해서…….”

“아니야. 괜찮아. 잘했어. 그렇게 아는 척을 해야지 나도 어디까지 아는지 알 수 있지. 그래야 나중에 이야기할 때 어디까지 알고 어디를 모르는지 알 수 있어서 설명하기 더 편해. 하나하나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야.”

“그동안 제가 너무 모자라서 사장님께서 괜히 불편하셨던 것 같습니다.”

“거참. 아니라니까. 괜찮아.”

한진영은 숙이고 있던 조지훈의 등을 두드리고는 그래프가 그려지고 있는 화면 앞으로 걸어갔다.

“숏스퀴즈가 나와서 상승이 이렇게 더 큰 거야.”

“숏커버링하고 숏스퀴즈하고는 다른 개념인가요?”

한진영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진 조지훈을 돌아보고 웃었다.

“잘 질문했어. 달라. 비슷한데 개념이 조금 아주 조금 달라. 그리고 그 조금이 큰 차이를 만드는 거고…….”

한진영은 손가락 엄지와 검지로 조금을 조지훈을 향해 표현하고 계속 이야기했다.

“숏커버링은 공매도 들어간 사람들이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청산이 들어갈 때 나오는 매수세를 말해. 숏스퀴즈도 공매도 들어간 사람들이 청산하며 나오는 매수세를 말하기는 하는데 중간에 단어 하나가 달라.”

“수익이 아닌 건가요?”

“그렇지. 숏스퀴즈를 말하면서 내가 숏커버링에 나온 단어 하나를 빼고 말했는데 잘 알아들었네. 맞아. 수익이라는 단어가 숏스퀴즈에는 쓰이지 않아.”

“그럼 어떤 게 쓰이는 건가요?”

조지훈의 말에 한진영의 입꼬리가 말아 올라가며 손가락으로 화면을 튕겼다.

“손실.”

“손실이요?”

“그래. 숏스퀴즈는 눈물을 머금은 채 손실을 감수하고 청산할 때 나오는 매수세를 말해.”

“일종의 손절인가요?”

조지훈의 말에 한진영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그래. 손절. 맞아. 손절이야.”

한진영은 잘 말했다는 뜻으로 조지훈의 등을 두드린 후 이야기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손실이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이라고 느껴서 손실이 확정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 숏스퀴즈이지.”

“차이가 크네요.”

“크지. 많이 커. 숏커버링과 숏스퀴즈는 단어 하나만 다를 뿐이지만 차원이 다른 이야기야. 그리고 글자 상으로는 표현이 안 되어 있지만 진짜 중요한 차이점이 속에 숨어 있기도 해.”

“진짜 중요한 거요? 그게 무엇이죠?”

“바로 이거.”

한진영은 화면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속도. 속도가 달라.”

조지훈은 한진영의 말에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현재 화면에 그려지고 있는 분봉이 클라이밍을 하듯이 깎아진 절벽을 오르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한진영은 조지훈과 마찬가지 화면을 바라본 채로 말했다.

“숏커버링은 나름대로 아래서 천천히 공매도를 청산해 나가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야. 블랙문이나 우리가 테라를 공매도 친 후 꽤 오랜 시간을 들여 공매도를 청산해 나갔던 것처럼 말이야.”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테라와의 계약 체결 소식을 뒤로 미루고 공매도 청산을 했던 것 아닙니까?”

“그래. 시간이 좀 오래 걸려. 그래야 주가에 영향을 끼치지 않은 채 청산이 가능하니까. 하지만 숏스퀴즈는 달라.”

상승세가 꺾일 모습을 보이지 않는 테라를 보고 한진영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을 때 나오는 거니까. 1분 생각하면 1분 생각한 것만큼 손해를 보니 우선 매수 버튼부터 누르고 보는 거지. 저기 봐봐. 1분 생각한 것에 대한 대가가 얼마인지 말이야.”

한진영이 보라고 한 1분의 대가는 1달러였다.

주식 숫자가 한 주에 불과했다면 1달러 차이만큼의 손해를 감수할 수 있었다.

단순 금액상으로 1달러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천만 주 혹은 그보다 더 많다면 문제는 달라졌다.

1분 생각하는 비용으로 수백억을 내놓아야 한다면 매수 버튼부터 누르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었다.

1분 동안 수백억에 달하는 생각을 하는 경우는 보통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매도에 진입했던 사람들은 우선 청산 버튼부터 누르고 나중에 얼마나 손실이 났는지 영수증을 확인하고는 했다.

지금 손해 본 게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에는 상황이 너무나 급박하게 돌아갔다.

한진영은 이야기를 알아들은 조지훈을 돌아본 뒤 미소 지으며 화면을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어때? 재미있지 않아? 잘 들어봐. 차트에서 비명이 들릴 테니까.”

조지훈은 한진영이 하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들었다.

차트에 그려지는 양봉 하나하나가 공매도 친 세력들의 울부짖음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라가는 주가는 그들의 시체처럼 보이기도 했다.

공매도 세력은 한순간에 여름날 저녁 파란 불빛을 내뿜는 해충 제거 트랩에 하루살이들이 튀겨져 나가듯이 박멸되어 산화되어 갔다.

***

테라에 관한 이야기는 미국은 물론이고 전세계에 화제가 됐다.

60달러 붕괴를 눈앞에 둔 주가가 단숨에 100달러로 치고 올라간 것에 사람들은 감탄과 놀람은 함께 보냈다.

[테라의 급등은 공매도 세력의 숏스퀴즈로 보여]

[현재 총공매도 물량 중 절반 정도만 청산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앞으로도 상승 여력이 충분할 것으로 예상됨]

[월가에서는 이번 사태로 자산운용사 세 곳 정도가 파산할 것으로 파악]

[파산하지 않은 곳도 막대한 피해에 복구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을 것으로 보여]

마음 놓고 레버리지까지 사용하여 테라를 때렸던 투자사들이 급등하는 테라 주가에 견디지 못하고 파산 절차에 돌입했다는 소리까지 들려오고 있었다.

그정도로 테라의 상승은 파괴적이었던 것이었다.

전세계가 테라에 놀라는 사이 대한민국에서는 놀랄만한 일이 한 가지 더 생기는 중이었다.

“사장님. 기풍홀딩스의 이성우 사장님 연락입니다.”

집 아래 자리 잡고 있는 입주민만을 위한 헬스장에서 운동하던 한진영은 수행비서가 내민 수건과 전화기를 받아들였다.

“여보세요.”

-우리 사랑하는 나의 베스트 프렌드이자 소울메이트며 우리 딸의 대부인 진영아.

살갑다 못해 사랑스럽다는 느낌을 한가득 담아 인사한 이성우였다.

한진영은 전화기를 건네준 비서에게 이제 가보라는 손짓을 하고는 전화기 속의 이성우를 향해 짜증을 부렸다.

“아니 왜 전화하자마자 느글거리게 말하고 있어? 듣는 사람 짜증 나게.”

-짜증 났어? 그러면 안 되는데. 내가 미안하다. 사과하고 싶은데 어떻게 할까?

한진영의 짜증에 바로 반응하는 이성우의 모습에 한진영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너…… 어디냐?”

-어디긴? 한국이지.

“그러니까 한국 어디?”

-아~ 전화 통해서 들리는 거야? 공항의 비행기 날아가는 소리가?

“너 설마 여기 오는 건 아니지?”

-사랑하는 진영아. 나 보고 싶었지? 나는 너무 보고 싶었어. 그래서 너 보러 내가 지금 간다.

“아니. 왜 오는데? 너는 일 안 하냐?”

한진영은 자기가 있는 곳으로 오겠다는 이성우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성우는 그런 한진영의 말에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대답했다.

-이게 일이야. 아버지 아니 회장님께서 직접 너한테 가서 감사를 표하라고 하셨어.

“서영 씨는?”

-와이프도 마찬가지고. 너한테 간다니까 프리패스던데? 오히려 가서 뭐 하나 물어오라고 내 등을 떠밀더라.

“하아~”

한진영의 깊은 한숨 너머로 이성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야 이제 비행기 출발한다고 전화 끊으란다. 나 도착이 뉴욕시간으로 내일 아침 9시니까 조 실장하고 차 좀 보내줘.

“너…….”

-부탁한다. 그러면 이따 보자.

한진영은 대답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은 이성우의 모습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얼마나 좋으면…….”

이성우의 목소리에서 신나 하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한진영은 땀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온 비서를 향해 전화기를 넘겼다.

그리고 비서에게 차를 대기시켜 놓을 걸 지시했다.

씻은 뒤 바로 사무실로 가기 위해서였다.

운동을 하고 개운해진 모습으로 뉴욕 사무실에 도착한 한진영은 깔끔하게 정리된 사무실을 살펴본 뒤 조지훈을 불렀다.

“조 실장이 수고했어.”

“아닙니다. 이미 가지고 있던 시스템을 이곳으로 들여온 것뿐인데요. 나머지는 다 돈이 한 일입니다.”

“하하하하. 나하고 같이 지내니까 생각하는 것도 나하고 비슷해졌어. 맞아. 돈만 있으면 못 하는 일이 없기는 해.”

한진영은 가볍게 조지훈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구축된 시스템을 확인했다.

서울에 자리한 본사에 있는 시스템을 그대로 들여와 이곳에 설치한 것이었다.

한진영은 조지훈을 향해 코스피 종목을 화면에 띄우도록 지시했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지시를 따라 코스피 특징주들을 화면에 띄우며 홍대민에게 전해 받은 이슈들을 한진영에게 보고했다.

“현재 코스피는 테라 관련 테마가 형성되어 시장을 끌고 가는 중이라고 합니다. 기풍홀딩스가 현재 2연속 상한가를 포함하여 100%가 넘는 상승세를 보이는 중입니다. LZ신소재와 대한에너지의 경우에는 상한가는 나오지 않았지만, 기풍홀딩스보다 더 큰 상승을 보이며 시장을 선도하는 중이라는 보고가 홍 본부장을 통해 들어왔습니다.”

“성우가 좋아서 바로 달려올 만하네.”

“이성우 사장님이 오신다고 하나요?”

조지훈은 한진영을 향해 보고하던 것을 멈추고 물었다.

한진영은 조지훈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 내일 9시에 도착이라니까 나가서 데리고 좀 와. 아휴 귀찮다 귀찮아.”

“네. 알겠습니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지시 받은 것을 스케줄 표에 입력한 후 나머지 내용들을 계속 이어 보고했다.

“3사의 폭등으로 인해 우리가 얻은 수익도 만만치 않다고 전해왔습니다. 3사를 통해 얻은 수익이 약 3,000억 정도로 펀드 총수익의 30%를 차지할 정도라고 했습니다.”

“쭉~ 끌고 가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지시를 받아 적은 뒤 한진영을 향해 물었다.

“서울에서 연락받은 내용에 따르면 우리가 진행하려는 펀드에 참여하고 싶다는 개인과 기업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들이 앉아서 거저먹으려고 하네.”

“55달러에 100달러짜리 주식을 받을 수 있으니 그거 보고 들어오겠다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자금만으로 들어갈 거라고 모든 문의를 거절하라고 해.”

“거절하기 힘든 곳에서도 이야기가 들어오는 것 같았습니다.”

“거절하기 힘든 곳?”

한진영이 고개를 돌려 조지훈을 향해 물었다.

조지훈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거부하기 힘든 곳이 어디인지 이야기했다.

“정치권에서도 참여하고 싶다는 말이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사장님과 저를 비롯한 비서실의 대부분이 자리를 옮겨 결정권자가 없다는 핑계를 지금까지 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쪽에서는 원하면 자기들이 이곳으로 오겠다면서…….”

“아니. 이 미친 것들은 지랄도 적당히 해야지.”

한진영은 인상을 쓰며 이야기했다.

“언제는 테라 사태를 어떻게 할 거냐며 나를 국정감사 자리에 앉히려고 하더니 지금은 펀드에 가입하고 싶다고 지랄을 해?”

한진영은 짜증을 내보였다.

감정의 기복이 잘 없는 한진영에게서 흔히 볼 수 없는 모습으로 그만큼 화가 잔뜩 나 있다는 뜻이었다.

조지훈은 자기가 그런 것이 아님에도 한진영의 짜증에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이 짜증을 내고 화를 내는 한진영이 화살을 쏘아 보내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 실장.”

“네.”

“방송 하나 잡아.”

“방송이요?”

조지훈은 갑작스러운 방송 스케줄을 잡으라는 한진영의 지시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한진영은 인상을 찌푸린 채로 조지훈을 향해 말했다.

“그렇게 안달을 낸다고 하니 거기에 맞는 대답을 해줘야지.”

혼잣말과 같은 말을 내뱉은 한진영은 상황판 한쪽에 떠 있는 CNBC 방송을 바라보고 말했다.

“CNBC가 이번 일로 인터뷰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네. 하지만 사장님께서 거절하라고 하셔서 거절하고 서면으로만 답변을 한 상태입니다.”

“다시 연락해. 인터뷰 진행하고 싶다고…….”

“인터뷰를요?”

조지훈이 뜻밖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진영은 조지훈에게 고개를 돌린 채 이야기했다.

“그리고 최 이사님에게 인터뷰 방송에 나가자고 전해.”

“설마 최 이사님에게 CNBC 인터뷰를 진행하라는 말씀이신 건가요?”

“맞아. 원고 최대한 빨리 작성해서 넘기도록 해. 그리고 원고 완성돼서 넘기기 전에 나한테 가지고 와. 내가 넣고 싶은 멘트가 있으니까.”

조지훈은 CNBC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바로 한진영이 매체를 통해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서 그런 거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말하는 상대가 어디인지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

“어이구. 우리 동생. 잘 지냈어?”

볼 때마다 호칭이 바뀌는 이성우의 모습에 조지훈은 가볍게 웃고는 짐을 건네받았다.

“얘는 진짜 안 왔어?”

이성우는 고개를 휘저어 한진영을 찾았다.

조지훈만 내보내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내심 함께 나올 것을 기대했던 이성우는 한진영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섭섭해하는 모습이었다.

“지금 중요한 일이 있으셔서 저 혼자 나왔습니다.”

“중요한 일? 내가 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

“네. 그럼 가실까요?”

이성우는 조지훈의 안내를 따라 주차된 차로 가며 기대에 부푼 표정을 지었다.

자기를 배웅하는 것보다 더 바쁜 일이라면 분명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성우의 기대는 한진영의 집에 도착한 뒤 산산이 깨지고 말았다.

“뭐야? TV 보고 있었어? 난 또 뭔 중요한 일이 있다고 해서 무슨 일인가 잔뜩 기대했는데…….”

“조용히 하고 와서 앉아. 타이밍 좋게 왔다. 이제 막 중요한 이야기 하려고 하니까 보고 말해.”

우선 앉으라는 말에 겉옷을 조지훈에게 건넨 이성우는 한진영의 곁에 앉으며 화면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익숙한 얼굴인 최석영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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