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증권사 생활-428화 (427/650)

428화 연합을 공고히 하다

한동안 침묵이 오가는 방안에 가든 주인이 뜨거운 냄비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낮게 가라앉은 방 안의 분위기에 가든 주인은 테이블 위에 오골계 백숙만을 올려놓고 조심스럽게 나갔다.

커다란 냄비에 물이 끓는 소리만 방을 가득 채우던 중에 이정훈 회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싫다고 할 수는 없겠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질문이지만 그래도 묻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기에 꺼낸 말이었다.

한진영은 이정훈 회장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싫다고 말하는 건 좋은 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작정하고 국내 시장에 발을 들이겠다고 나온 상황에서 차라리 그들의 베이스캠프를 연합 측에 세우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포격을 퍼부을 때 포격의 사정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베이스캠프를 향해 폭탄을 날리는 법은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 한 사장의 말이 맞아. 싫다고 해서 그들을 쫓았다가는 그들의 사정 범위에 우리가 포함될지도 몰라. 차라리 그러느니 품에 안고 다른 곳에 쏟아붓는 걸 지켜보는 편이 안전할지도 몰라.”

조병수 회장이 한진영의 말에 동의했다.

이정훈 회장도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정훈 회장까지 동의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대한정유의 윤길영 회장은 한진영을 향해 한 가지 궁금한 것을 물었다.

“왜 하필 우리인가? 우리 입장에서 우리를 선택해서 좋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그런 큰 짐 덩이가 우리에게 굴러들어온다니 불편한 것도 사실이네. 왜 우리를 선택한 건지 한 사장은 알고 있나?”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유추할 수는 있습니다.”

“그래. 한 사장이 생각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윤길영 회장은 한진영이 유추한 이야기가 바로 이유일 거로 생각했다.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윤길영과 같은 생각을 하고 한진영을 바라봤다.

한진영은 자기를 향해 모여드는 시선을 맞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나라에 진출하기 가장 좋은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조병수 회장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최근 이차전지가 잘나가고는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나라 산업 전체로 봤을 때 해외에서 투자 매력을 가지고 있을 만큼의 산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길영도 조병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특히, 이차전지 완제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곳이 대한에너지였기에 누구보다 시장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윤길영 회장은 한진영을 향해 의문이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최근 이차전지 산업이 급성장하기는 했네. 하지만 그렇다고 산업 전체로 봤을 때 그 비중은 미미한 게 현실이야. 우리 내부에서야 희망을 품고 투자를 진행해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지만 다른 곳도 아니라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는 헤지펀드가 관심을 가질 만큼…… 우리가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윤길영의 질문에 한진영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닙니다. 충분히 관심을 끌 만한 산업입니다. 특히, 이번 테라를 보고 인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냄새를 가장 잘 맡는 투자자들이 변화를 감지하고 연관산업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서 이차전지는 가장 선두에 선 산업입니다.”

“우리가…… 그 정도야?”

이정훈 회장도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현재 남모르게 진행하고 있는 사업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이상하다는 생각하기는 했어. 이번에 새롭게 진행하는 호주 니켈광산 지분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광산 측에서 가격을 올리더라고. 그것도 30%나.”

“30%요?”

조병수가 이정훈 회장의 말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협상 과정에서 인수가를 30%나 올리는 일은 들어본 적도 없을 정도로 특이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정훈 회장은 조병수의 놀람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10% 정도 움직이는 거야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있는데 30%나 움직이는 건 이건…….”

“이상한 일이지요.”

“그래. 이상했어.”

한진영이 추임새를 넣자 이정훈 회장이 맞는다며 무릎을 치고 말했다.

“그래서 알아보니 그곳만 그런 게 아니더군. 전체적으로 가격이 한 번에 적게는 30%, 많게는 50%까지 올라버렸어.”

“50%요? 아니. 30%도 황당한 수준인데 50%나 올랐다는 말입니까?”

“네. 그러니 제가 30% 올린 가격에 오히려 고맙다는 말하고 말았지요. 조금 올려줘서 고맙다고 말입니다.”

조병수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LZ도 신소재사업을 진행하며 원자재 가격을 민감하게 확인하고는 했다.

원재료 가격에 따라 수익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만큼 바짝 신경 쓰고 가격을 예측하여 원재료 수급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원재료 가격은 안정적인 상태로 흘러가는 중이었다.

갑작스럽게 원재료를 생산하는 곳의 인수가를 30%에서 50%까지 올릴 만큼의 이슈는 조병수가 아는 한 없었다.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지 않았다면 광산 가격이 오른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광산을 원하는 곳이 많다는 것.

산업의 팽창기가 원재료 확보부터 시작하는 것이기에 산업이 성장할 것을 예상하고 이곳저곳에서 광산을 무차별적으로 사며 광산 가격이 폭등했을 가능성이 제일 높았다.

조병수는 이런 생각을 확인하기 위해 한진영을 향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차전지 산업이 팽창기에 들어간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는 건가?”

“네. 제 판단에는 팽창기에 이미 접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허허.”

간혹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다 보면 그 산업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모르고 지나쳐버릴 때가 있고는 했다.

특히 중심에 가까이 있을수록 팽창을 모를 가능성이 높았다.

밖에서 쳐다볼 때와 안에서 쳐다볼 때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조금 달랐다.

당사자가 하나도 아니라 셋이나 되면서도 모두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자리에 있던 세 명의 회장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만큼 빠르게 확장하고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브릿지랜드와 홀리스가 투자하겠다고 나선 이유를 알았으니 대책을 세워야 할 때였다.

이정훈 회장은 세 명의 회장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이야기하기보다 한진영에게 먼저 묻는 것을 선택했다.

이곳에 위험을 알리기 위해 불렀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이정훈 회장의 생각이 맞는다는 듯이 한진영이 바로 이정훈 회장의 질문에 대답했다.

“대책은 간단합니다. 조금 더 이곳에 모인 분들께서 단단해지시면 됩니다.”

“단단해져? 어떻게?”

윤길영 회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한진영은 윤길영 회장의 질문에 맞은 편에 앉아있는 세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고 대답했다.

“연합을 조금 더 공고히 다지는 겁니다. 그래서 브릿지랜드와 홀리스가 빠져나갈 때의 충격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그 공고히 하는 걸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저희 쪽에 있는 자금을 세 곳의 주가 안정화에만 쓰이도록 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뭐?”

“뭐라고?”

“안정화에만 쓰라고?”

한진영의 말에 세 사람이 동시에 같은 반응을 보였다.

세이지증권에 각자 다른 이유로 투자를 한 세 곳이었다.

그러나 투자한 이유는 달라도 지금의 마음은 똑같았다.

수익이 짭짤하다.

본래 투자의 목적보다는 다른 이유가 컸지만 지금은 그 이유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투자금이 짭짤하게 붙어 나오는 중이었다.

기풍 같은 경우에는 벌써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고도 처음 투자금 이상의 돈이 불어 있는 상태였다.

다른 곳들도 마찬가지였다.

수익의 20%를 수수료로 세이지에 넘기고도 원금 이상의 돈이 불어난 것에 사업을 왜 하냐는 회의감이 들 정도로 세이지증권에 투자한 자금에 큰 재미를 느끼고 있는 그들이었다.

그런데 그 자금을 주가의 안정만을 도모하자니 어딘가 모르게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드는 생각마저 들었다.

“꼭 그래야 하나?”

조병수 회장이 불편한 기색으로 한진영을 향해 물었다.

한진영은 조병수의 질문에 이해한다는 듯이 대답했다.

“아쉽다는 것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진영의 말에 윤길영이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차라리 그냥 놔두는 건 어떤가? 주가가 내려가면 떨어지는 대로 우리에게는 이득이 있기도 하니까.”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 핑계로 지분율을 올릴 수도 있으니 뭐 마냥 위험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윤길영의 말에 이정훈이 동의했다.

세 사람 모두 세이지증권에 투자한 자금을 빼서 주가 안정화에 쓴다는 것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한진영은 아쉬워하는 세 사람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요. 제가 세 분을 억지로 끌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저는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 나중에 알아주시면 됩니다.”

아쉬운 것이 없다는 한진영의 모습에 이정훈이 급히 손을 들어 올렸다.

“잠깐!”

이정훈은 나머지 두 회장을 바라본 뒤 한진영을 향해 천천히 물었다.

“만약 주가가 안정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건가?”

“헤지펀드가 그냥 철수하지는 않지요. 빠져나가며 주가를 망가뜨려 놓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면 어떻게 망가뜨린다는 말이지?”

“간단합니다. 공매도를 쳐서 주가를 찍어 누르는 거지요. 얼토당토않은 가격대에 리포트를 내는 것은 물론이고요. 얼마 전 테라가 잘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한진영은 잠시 테라를 생각하는 듯이 조금은 먼 곳으로 시선을 두고 이야기했다.

“어쩌면 망가뜨리는 것으로 멈추지 않고 오히려 공매도까지 쳐서 위아래로 다 먹으려 할지도 모릅니다. 투자해서 주가를 일부러 부양시키고 공매도로 찍어 누르며 떨어질 때도 먹는다. 그편이 오히려 더 어울리는 일이겠네요.”

한진영의 말에 세 사람은 가만히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됐을 때를 상상했다.

한진영은 그런 그들에게 계속 이야기했다.

“주가만 빠지면 다행일 겁니다. 급락하는 주가에 신용평가사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신용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할 겁니다. 그리고 신용평가사의 기준으로 발행하는 채권은 흥행에 실패하겠지요. 그렇게 되면 채권 만기가 도래했을 때 연장이 불가능해 생돈으로 갚아야 하는 상황이 닥칠지도 모릅니다. 대출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은행이 대출금 회수에 들어가거나 새로운 담보를 요구하게 될 거라는 것도 불 보듯 뻔하지요.”

사업을 계속 진행해야 하는 입장에서 채권발행과 대출을 무시할 수 없었다.

하다못해 인수합병 과정에서도 주식 교환이라는 패가 사라져 버리게 된다면 공격적인 인수합병은 진행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정훈 회장은 한진영의 말에 헛웃음을 내뱉었다.

“우리에게 선택은 없겠군.”

“그래. 새롭게 돈을 추가해서 진행하는 것도 아니고 가지고 있는 거를 돌리면 되는 거니까 아쉬워할 것은 없을 것 같아.”

“좋게 생각한다면 모르고 당했을 뻔한 일을 한 사장 덕분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하도록 합시다.”

한진영의 말을 들은 그들은 싫다고 말을 할 수가 없게 되고 말았다.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결심한 듯한 세 사람을 향해 차분한 목소리로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다.

세이지증권에 투자된 세 곳의 자금을 모아 하나의 펀드를 만든다.

펀드는 세 곳의 주가 급변동 시에 안전판 역할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평상시에는 채권과 같은 곳에 안전하게 보관한다.

세 곳 모두가 동의할 때만 펀드의 해체가 가능하며 임의적인 탈퇴는 없다.

펀드의 유지 기간은 무제한이다.

세이지증권은 평상시에는 펀드 수수료를 받지 않으며 안정화 작업이 작동됐을 때만 수익과 손실을 따져 수수료를 받는다.

수수료 책정은 추후 협의를 통해 정해지지만 기본 수수료율인 20% 이하에서 책정할 것을 기본으로 한다.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몇 가지 규칙을 만들었다.

그리고 자세한 규칙은 나중에 각 회사의 법무팀이 모여 세부 조정을 하자는 것으로 정했다.

이야기를 나누느라 다 식어버린 백숙을 가든 주인이 다시 나가 끓여서 왔다.

그사이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세 사람은 한진영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한진영이 이야기해주지 않았다면 모르고 당할 뻔했기 때문이다.

조용재는 가만히 이야기를 듣다 이성우의 옆구리를 찔렀다.

이성우는 돌아가면 한진영에게 물어봐야겠다는 생각하는 찰나에 찔려오는 옆구리에 고개를 돌려 조용재를 바라봤다.

조용재는 한쪽에서 한진영과 세 명의 그룹 오너들이 대화하게 만들고 이성우를 불렀다.

그리고 궁금해하는 것을 이성우를 향해 물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헤지펀드인가 뭔가가 투자한다는 게 뭐가 얼마나 대단한 일이라고 이렇게 준비까지 해야 해?”

안 그래도 궁금해하던 김윤오도 귀를 쫑긋 세우고 이성우의 대답에 귀를 기울였다.

이성우는 한창 이야기를 나누느라 이곳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한진영과 오너들을 살피고 낮은 목소리로 조용재에게 지난 일 중 하나를 이야기했다.

“몇 년 전에 소선그룹이 외국계 펀드와 경영권 다툼 벌였던 거 기억하세요?”

“알지. 그것 때문에 소선그룹 회장님이 우리한테 도와달라고까지 했었는데…… 그거하고 이거하고 무슨 상관인데?”

이성우는 조용재를 향해 더욱 몸을 낮추고 말했다.

“시작이 바로 그 헤지펀드들 때문이었어요.”

“헤지펀드 때문이었다고? 그거 경영권 싸움 나면서 주가 올랐었잖아. 헤지펀드는 공매도로 주가를 떨어뜨린다며?”

“맞아요. 그런데 지금 형님 말에 순서가 바뀌었어요.”

“순서가? 무슨 순서?”

“공매도가 먼저. 그리고 경영권 싸움 뒤에 주가가 오른 게 그다음이에요. 그리고 그사이에 이야기가 하나 더 있고요.”

조용재는 이성우의 설명에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자기가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무래도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공매도로 주가가 흔들리고 그걸 막아내기 위해 소선그룹이 움직이면서 지분에 공백이 생겼던 거예요. 그 틈을 외국계 펀드가 비집고 들어온 것이고요. 그런데 소선그룹을 그렇게 만든 곳도 이번에 들어온다는 브릿지랜드나 홀리스에 비하면 아이 수준에 불과한 곳이었어요.”

“뭐? 두 곳에 비하면 아이 같은 곳에 소선그룹이 넘어갈 뻔한 거라고?”

“네. 그들이 공매도 쳐서 살아남은 곳이 거의 없어요. 이번에 테라도…….”

이성우는 한진영을 슬쩍 돌아본 뒤 나머지 이야기를 내뱉었다.

“진영이가 막지 못했다면 테라도 분명 무너지고 말았을 거예요. 테라가 왜 그렇게 공매도가 많이 들어간 줄 아세요? 그게 다 두 곳이 공매도를 쳤다는 소문이 돌아서 그렇다는 말이 있어요. 아무리 테라가 세워진 지 얼마 안 되는 회사라지만 시가총액만 보면 여기 있는 세 곳을 합친 것보다 더 큰 곳이에요. 그런 곳도 망하기 일보 직전까지 갔었는데…….”

이성우의 설명에 조용재는 이번 일이 작지 않음을 깨달았다.

김윤오도 오골계 백숙을 먹으며 듣기에는 주제가 범상치 않은 것에 놀란 가슴을 다스리며 조용히 입을 다물고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지켜만 봤다.

한진영은 회장들과 이야기 나누며 이성우가 있는 쪽을 슬쩍 눈으로 살폈다.

‘잘 설명해줬나 보군.’

이성우라면 두 곳이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대로 이성우가 자기를 대신하여 잘 설명해줬음을 조용재와 김윤오의 표정을 보고 알 수 있었다.

한진영은 백숙이 끓어오르는 접시를 마주하고 앉아 있는 회장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들은 쉴 새 없이 한진영을 향해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들으며 국물이 진해지기를 기다렸다.

한진영은 웃고 있는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노리고 일부러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이었다.

‘내일부터 전화기에 불이 나겠지.’

지금은 주변에 다른 회장들이 함께하고 있어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헤어진 뒤 바로 계산기를 두드리고 다시 한진영에게 새롭게 펀드에 가입하고 싶다는 이야기할 것이 한진영의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수익의 유혹에 그들은 이미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앞에 앉아 있는 회장들이 비워진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불이 나게 전화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백숙에 젓가락을 가져다 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