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증권사 생활-431화 (430/650)

431화 내가 들고 있는 걸 선도주로 만든다

홍대민은 상황판을 바라보고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홍대민의 곁에서 함께 상황판을 바라보고 있던 최수찬도 웃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상황판 속에 보이는 펀드수익률을 보고 웃고 있었던 것이었다.

홍대민은 곁에서 웃고 있는 최수찬을 돌아보고 이야기했다.

“나는 지금까지 시장을 이끄는 주식이 무엇인지 예측하고 거기에 맞게 대응하는 게 시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게 잘못됐던 거 같다. 봐봐.”

홍대민 운용본부 본부장은 기풍 등이 폭등하며 뛰어오른 펀드의 수익률을 바라보고 다시 한번 헛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들고 있는 주식을 시장의 선도주로 만든다. 이건 정말 내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방법이야. 정말 대단해. 정말 사장님은 사람이 아닌 것 같아.”

정말이라는 말을 몇 번씩이나 내뱉은 홍대민은 고개까지 흔들고는 계속 이야기했다.

“어느 정도 비슷해야 샘도 나고 따라잡겠다는 노력이라도 할 텐데 이건 뭐 까마득하게 차이가 나니 경쟁심도 생기지 않는다. 와~ 이게 뭐냐?”

레이 젠슨 등이 방한했을 때 한진영과 사장 비서실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홍대민 본부장은 고개를 갸웃했었다.

그리고 비서실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레이 젠슨 등이 이차전지 연합에 투자하는 것을 돕기 위함인 것을 보고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다.

남의 회사 투자에 너무 깊이 관여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를 보고 나니 자기가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음을 깨달았다.

홍대민은 상황판 속에 나와 있는 펀드 수익률을 바라보자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반기 동안 내내 올려낸 수익률이 27%야. 그런데 사장님은…… 오시자마자 10%를 올려버리시니 황당할 지경이다. 게다가 투자협약까지 마무리되면 여기서 더 오를 거 아냐? 이건 실제 진행되는 사항이라 체결이 이루어진 후 썰물처럼 투자자들이 빠져나갈 일도 없고…… 미쳤다. 미쳤어. 이게 도대체 뭐냐?”

화면 속에 보이는 수익률 37%라는 숫자에 홍대민은 뛰는 가슴을 가라앉히고 최수찬을 향해 말했다.

“더 열심히 해야겠어. 이대로는 사장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버거운 것 같아.”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최수찬은 홍대민의 다짐과 같은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본부장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시니 저 같은 사람들은 어떻겠습니까? 본부장님도 업계에서는 괴물이라는 평가받고 계시는데 말이에요.”

“괴물? 내가 괴물이면 사장님은 신이다. 신. 나는 사장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해. 열심히 해야 해. 죽을힘을 다해 뛰어야 겨우 사장님 등을 볼 수 있을 거다.”

최수찬은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홍대민도 괴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한진영을 보고 기가 질려 포기하기 마련인데 홍대민은 포기가 아니라 따라잡기 위해 노력을 다한다는 생각하는 게 보통이 아닌 것처럼 보인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사람이니 한진영이 운용파트를 믿고 맡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진영이라는 운용의 신이 홍대민이라는 운용의 괴물에게 세이지의 돈을 맡긴 것.

바로 이게 세이지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구 세이지증권 본사에서 홍대민과 최수찬이 혀를 내두르고 있는 시간에 신 세이지증권의 본사이자 과거 경기증권의 본사인 건물에서의 한진영이 조지훈에게 이번 계약과 관련하여 조심해야 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현재 태훈로펌의 주도하에 계약서 작성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브릿지랜드하고 홀리스도 모두 동의했고?”

“네. 두 곳 모두 세이지증권의 파트너사를 믿는다는 뜻을 전해왔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두 곳의 자문 법무법인 담당자를 보내달라고 그래. 아니면 회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고문 변호사라도 보내든지. 나중에 가서 다른 소리 듣지 않으려면 계약서 작성 때도 그들이 관여했다는 것을 증거로 깔아두는 게 좋으니까.”

“네. 확인해서 조치하겠습니다.”

조지훈은 사소한 것도 허투루 넘어가지 않는 한진영의 지시를 놓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트에 한진영이 말한 것을 적어갔다.

한진영은 조지훈이 노트에 자기가 한 말을 적는 것을 보고 주의해야 할 것 몇 가지를 더 이야기했다.

“계약서 작성이 다 끝났다고 해서 그대로 덮지 말고 복사본을 각 회사에 넘겨줘서 확인을 다 받아. 그리고 각 회사의 변호사들이 모두 모여 있는 자리에서 최종 확인을 또 받은 뒤 마지막으로 우리가 계약의 증인으로 마지막에 날인을 하게 해. 명심해. 우리는 당사자가 아닌 증인의 신분이라는 것을 말이야.”

조지훈은 한진영의 지시를 모두 적어 넣은 뒤 고개를 들어 한진영을 향해 물었다.

“사장님. 차라리 우리는 빠지는 것이 어떤가요?”

조지훈은 노트를 잠시 내려다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사장님께서 말씀하신 것들은 모두 주의하라는 이야기인데 이 주의가 마치 꼬투리 잡히지 말라는 뜻으로 보입니다.”

“맞아. 정확히 봤어. 내가 주의하라고 한 것들은 모두 꼬투리 잡히지 말라는 의미로 이야기한 거야.”

“그렇다면 차라리 계약에서 한발 물러나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조금 전에도 말씀하셨지만 우리는 증인이지 계약의 주체는 아니니까요.”

한진영은 조지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맞는 말이야.”

한진영은 말 잘했다는 표정으로 조지훈을 바라봤다.

그러자 조지훈은 한진영의 시선에 기쁜 듯이 웃으며 자기 생각을 계속 이야기했다.

“둘 사이를 연결해주고 중간에서 계약이 성사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면 사장님 입장에서는 할 만큼 다 한 것이니 이제는 둘이서 알아서 하도록 놔두시는 건 어떨까요?”

“평범한 계약이었으면 그랬겠지.”

한진영은 담담한 목소리로 조지훈의 말을 받았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말에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리고 자기가 이상하게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급히 한진영을 향해 물었다.

“그럼 지금 계약이 평범한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래. 이건 일반적인 계약이 아니야. 그래서 우리가 끝까지 함께 해야 해. 자칫 잘못하다가는 기풍 등의 회사가 크게 다칠 수가 있으니까. “

한진영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로 당황스러울 만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세상에 어디서 매수자가 계약가를 올리는 경우가 있겠어? 안 그래? 게다가 매수자가 다른 놈들도 아닌 헤지펀드 놈들이야.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고 가족도 벗겨 먹는다는 놈들인데 매수 가격을 올려준다? 하하. 세상에 그렇게 착하게 살아서는 헤지펀드를 운용하지도 못하고 그 위치까지 올라가지도 못해.”

조지훈은 한진영의 말에 당혹해하며 물었다.

“그럼 꿍꿍이가 있어서 가격을 올린 건가요?”

“당연하지.”

한진영은 의심하는 것조차 무의미하다는 건조한 대답을 내뱉고 조지훈을 향해 설명했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헤지펀드 놈들은 투자해서 돈을 버는 놈들이 아니야. 물론 그런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극히 드물어. 대부분 그들이 돈을 버는 경우는…….”

“공매도.”

“그래. 공매도로 돈을 벌어.”

한진영은 조지훈이 말을 잘했다고 칭찬하는 눈빛을 보낸 다음 계속 이야기했다.

“주가는 항상 하락할 때 속도가 더 빠르니까. 그리고 주가를 빼는 게 더 쉽기도 하고…… 올리는 건 나의 힘이 아니라 시장의 힘도 필요한 법이야.”

조지훈은 한진영의 말을 듣고 무언가를 떠올렸다.

그리고 생각난 걸 한진영에게 말했다.

“그럼 주가를 빼기 위해 일부러 더 올린 건가요?”

“그래. 더 높은 곳까지 올려야 찍어 누를 때 너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러기에는 집어넣은 돈이 너무 많지 않습니까? 10억 달러나 집어넣고……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벌려고 10억 달러를 빠져 내려갈 주식에 집어넣으려고 하는 건가요?”

“무슨 소리야? 10억 달러를 빠질 주식에 넣는다니? 왜 그들이 주식에 돈을 집어넣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한진영이 무슨 소리 하는 거냐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오히려 한진영의 그런 표정에 조지훈이 더 황당함을 느꼈다.

“브릿지랜드와 홀리스 말입니다. 그들이 세 곳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분명 저는…… 그렇게 들었는데요?”

자리에 없었다면 자기가 잘못 전해 들었을 수도 있다고 오해할만한 한진영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자기는 분명 협상 자리에 함께 자리하고 있었기에 똑똑히 그들이 투자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지금 진행하는 협상 서류 안에도 분명히 명시되어 있었다.

브릿지랜드 어소시에이츠와 홀리스 인베스트먼트가 각각 5억 달러씩 내놓아 기풍 등의 회사에 투자한다.

조지훈이 진행하는 협상 계약서 초안 제일 윗머리에 적혀있는 글이었다.

그런데 한진영은 조지훈의 말에 금시초문인 것처럼 반응했다.

조지훈은 자기가 꿈을 꾸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진영의 반응이 당황스럽기만 했다.

한진영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의 조지훈을 향해 피식 웃었다.

“하긴 그렇게 생각할 만해. 어쨌든 그들이 계약하려 하는 게 상환전환’우선주’이니까.”

한진영의 말에 자기가 그 말이라는 듯한 표정을 지은 조지훈이었다.

한진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조지훈의 어깨를 두드리고 앞으로 걸어가 모니터링 화면 앞에 섰다.

그리고 천천히 조지훈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했다.

“이름은 상환전환우선주이지만 사실은 거기에 조건이 많이 붙어있어.”

“투자받은 회사들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넣은 콜옵션처럼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런 것처럼…….”

한진영은 조지훈을 향해 말 잘했다는 얼굴로 손가락을 들어 가리켰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화면을 바라보고 말했다.

“상환전환우선주. 우선주에 시선이 쏠려 주식으로 느껴지겠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야. ‘상환’부터 먼저 생각해야지.”

“아~ 애초에 태생은 채권과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 거군요.”

“그래. 기본 조건 자체가 채권과 흡사해. 그래서 장부상에도 채권이 표시되어 빚으로 적히는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장부상에 빚으로 적어놓을 이유가 없지.”

한진영의 말에 조지훈은 그제야 알게는 표정을 지었다.

“브릿지랜드와 홀리스 입장에서는 주가가 아무리 올라도 혹은 아무리 떨어져도 상관이 없는 거군요. 상환을 요청하면 투자한 돈에 이자까지 얹어서 줘야 하는 조건이 붙어있으니까요.”

한진영은 이제 이해한 듯한 조지훈의 모습에 마음이 들었는지 고개를 돌려 조지훈을 보고 미소를 띠었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미소를 보자 이제야 깨달은 것이 부끄럽게만 느껴졌다.

한진영은 살짝 고개를 숙이는 조지훈을 보고 턱짓했다.

“그렇게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걸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사람도 사실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한진영의 말에 용기를 낸 조지훈은 숙이던 고개를 들어 올리고 한진영에게 물었다.

“상환이 조건으로 붙어 있는 걸 이용하여 브릿지랜드와 홀리스가 더 좋은 가격에 공매도를 때리기 위해 일부러 주가를 부양하려 하는 사실을 알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공매도 충격이 생각보다 더 강하게 나올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안정화 펀드가 있는 거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그들이 공매도를 치더라도 안정화 펀드 자금으로 주가를 지킬 수 있도록…… 그리고…….”

한진영은 상황판을 가만히 바라보고 계속 이야기했다.

“애초에 내가 그렇게 만들 생각이 없어.”

“무얼…….”

“부양시키는 것 이상으로 주가가 오르면 되는 일이니까. 그리고 지금보다 더 오른 가격에 브릿지랜드와 홀리스가 인심 쓰듯이 붙여놓은 조건인 콜옵션을 발동하면 이중으로 얻어맞는 건 저쪽이 될 테니까.”

한진영의 말에 조지훈은 한진영이 애초에 브릿지랜드와 홀리스를 연결해준 이유가 미국진출 때문이 아니었음을 알게 됐다.

우리를 먹잇감으로 생각하여 덤벼든 그들을 오히려 함정에 빠트려 잡아먹으려 했던 생각을 가지고 흔쾌히 대한에너지 등과 연결을 시켜준 것이었다.

한진영은 레이 젠슨 이야기가 나오며 120%가 넘게 오른 대한에너지가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을 바라보고는 즐거운 듯이 말했다.

“전기차에 부정적인 그들이 이제는 타겟을 돌려 이차전지 쪽으로 온 건 뭐라고 할 생각은 없어. 공매도를 치는 그들에게 여전히 전기차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들릴 테니까. 그런데 하필이면 일본 놈들과 손을 잡고 우리나라를 개판 치려고 와? 내가 그 꼴은 못 보지. 일본 놈들이 우리나라에서 난장 피우는 모습은 내가 못 봐.”

한진영이 혼잣말과 같은 말을 내뱉었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말속에 일본이라는 말이 언뜻언뜻 들리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브릿지랜드와 홀리스는 분명 미국계 헤지펀드이며 지금 일에 일본과 연관성을 조지훈은 찾을 수가 없었다.

조지훈은 일본과의 문제는 조금 더 지켜보면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한진영의 혼잣말에서 나오는 일본이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우선 계약이 체결되는 것이 먼저로 보였기 때문이다.

조지훈은 조용히 한진영의 뒤에 서서 오늘도 5% 넘게 상승하는 대한에너지를 한진영과 함께 가만히 바라봤다.

***

한진영은 서울에 돌아온 뒤 편안한 주말을 보냈다.

뉴욕에서도 딱히 밖을 돌아다니지 않았던 한진영이었지만 같은 집에 있더라도 한국에서 지내는 집이 더욱 편안하게 느껴지기만 했다.

늦은 오후 늦잠을 자고 일어난 한진영이 찬물을 마시며 잠을 깨 식사를 하려 할 때 요란하게 벨이 울렸다.

“또 왔네.”

한진영은 월패드를 통해 누가 왔는지 확인하지 않아도 집에 찾아온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외부에서 방문한 사람이면 아파트 정문 벨을 누르고 자신이 왔음을 알렸을 텐데 그러지 않은 것이 딱 한 사람밖에 이런 방법으로 찾아올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탈칵.

누구냐고 묻지도 않고 문을 열자 한진영의 예상대로 이성우가 문 앞에 커다란 유리그릇을 들고 서 있었다.

“그건 뭐냐?”

“무거워. 받아.”

문 앞에서 가지고 온 커다란 유리그릇을 넘긴 이성우는 손을 털고 한진영을 지나쳐 집 안으로 들어갔다.

한진영은 얼떨결에 받아 든 유리그릇의 뚜껑을 열어보며 이성우에게 물었다.

“이게 뭔데?”

“어 그거 라자냐.”

“라자냐? 웬 라자냐?”

한진영은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라자냐를 내려다보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성우는 한진영 집에 오자마자 냉장고를 열어보며 말했다.

“돌아온 지 시간 좀 흘렀다고 이제 냉장고에 먹을 게 쌓여있네.”

이성우는 만족스러운 듯이 웃으며 안에서 캔맥주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뚜껑을 따고는 벌컥벌컥 캔맥주를 마셨다.

한진영은 부엌에 따로 나와 있는 싱크대에 이성우가 가지고 온 라자냐를 올려놓고 이성우를 대단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네가 우리 집에 쳐들어와서 이러는 모습이 한두 번이 아니라서 그런가 이제는 익숙하다. 제수씨는 밥 안 주냐? 왜 여기 와서 음식을 먹어?”

시원하게 캔맥주를 한 모금 마신 이성우는 소매로 입을 훔치고는 한진영의 질문에 대답했다.

“집에서는 맥주 못 마셔. 서율 엄마가 질색한다.”

“내가 질색하는 건 눈에 안 들어오냐?”

“그래서 내가 라자냐 가지고 왔잖아.”

이성우는 태연하게 한진영의 말을 받고는 라자냐 그릇을 턱짓했다.

한진영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라자냐가 담긴 유리그릇을 내려다봤다.

“이거 제수씨가 가져다주라고 해서 가지고 온 거 아니냐?”

“그게 곧 내가 주는 거지.”

이성우는 한진영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웃으며 거실로 걸어갔다.

한진영은 그런 이성우의 모습에 이길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고 이성우와 마찬가지로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꺼내든 채로 거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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