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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증권사 생활-432화 (431/650)

432화 모든 순간, 모든 행동 속에서 이득을 본다

한진영이 곁으로 오자 이성우는 라자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서율 엄마가 너 먹으라고 주더라. 너 여기 와서 밥도 제대로 못 먹을 것 같다고 말이야.”

“제수씨가 줬다는 말이지?”

한진영은 이성우를 가만히 바라봤다.

이성우는 그런 한진영의 시선을 피해 딴 곳을 바라봤다.

한진영은 시선을 피하는 이성우의 모습에 피식하고 웃었다.

“뭔데?”

“어? 그게 무슨 말이야?”

“물어보고 싶은 거 있으면 그냥 물어봐. 너 물어볼 거 있어서 온 거 아니야?”

“물어보고 싶은 거? 나는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래? 몰라? 그럼 뭐 됐다.”

한진영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네가 됐다니까 나는 그런 줄 알고 있을게. 나중에 가서 딴소리하면서 물어볼 생각하지 마. 내가 물어보라고 할 때 물어보지 않았으니까 그거로 끝이야.”

“야!”

한진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성우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한진영은 이성우 소리친 큰 소리에 일어난 채로 내려다봤다.

“왜 갑자기 소리를 질러?”

자기도 소리 지른 게 놀랐던지 이성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그게…… 아니야.”

“뭐가 아닌데?”

“어…… 사실 물어볼 게 있어서 왔어.”

이성우가 잔뜩 주눅 든 표정을 짓자 한진영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럴 줄 알았다. 네가 빈손으로 와서 물어보기 멋쩍어서 제수씨한테 음식 부탁한 거지? 그거라도 내밀어야 좀 덜 창피할까 싶어서 말이야.”

“알고 있었냐?”

“그럼 내가 모를 거 같냐? 너하고 지낸 지가 몇 년이냐? 아직 내가 제수씨보다 널 더 잘 알 거다.”

한진영은 몸을 비틀어 이성우를 똑바로 바라보게 앉고는 팔을 소파 머리에 걸쳤다.

“나한테 뭘 물어보고 싶어서 왔는데? 괜찮아. 말해봐.”

한진영의 모습에 이성우는 쭈뼛거리고는 고개를 돌려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게…… 아버지가 시켰거든.”

“회장님이?”

“어.”

이성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진영과 마주 앉을 수 있게 몸을 돌렸다.

그리고 한진영을 똑바로 바라본 채로 물었다.

“이번에 들어온 돈 어디다 써야 하냐고…….”

이성우는 말을 하고 한진영의 눈치를 잠시 살폈다.

한진영은 이성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물었다.

“이번에 들어온 돈이라면…… 브릿지랜드하고 홀리스에서 들어온 투자금 말하는 거야?”

“어.”

이성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나라 돈으로 4,000억이 넘는 돈이 들어오는 건데…… 이걸 가지고 뭘 하는 게 좋을지 모르겠다고 그러셔. 그냥 은행이나 채권에 돈을 넣어 맡겨 놓자니 그러기엔 아쉽고…… 그렇다고 주식이나 위험상품에 투자했다가 손해라도 봤다가는 생돈을 내어줄 수도 있을 테니까 그러고 싶지 않으시다고…….”

한진영은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지 못한 투자금에 기풍 같은 곳도 당황한 것이었다.

이성우는 이야기를 꺼내자 오히려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계속 이야기했다.

“아버지 생각으론 그 돈을 너한테 맡기는 건…….”

“아니. 그건 안돼.”

“어?”

쌍수를 들어 환영하지는 않더라도 맡아달라고 건네면 싫다고 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 이성우였다.

세이지증권이 돈을 탐내 마구잡이로 투자금을 받지는 않지만 기풍의 투자금이라면 한진영이 자기와의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받아들일 줄 안 것이었다.

그러나 한진영은 이야기를 다 듣지도 않고 거절부터 했다.

이성우가 한진영을 당황한 눈으로 바라보자 한진영이 턱을 쓰다듬으며 이야기했다.

“그건 나한테 맡기지 마. 자칫 외부에서 보이기에 내가 투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브로커 짓을 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까.”

“아~”

이성우는 한진영의 말에 한진영이 왜 단호하게 거절했는지 알게 됐다.

그리고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한 것을 미안해했다.

“미안. 내가 거기까지 생각하지는 못했다.”

“아니야. 내가 이번 일에 조금 조심하는 자세를 취하느라 예민해서 그런 거니까 네가 이해해.”

한진영은 말을 마치고 잠시 생각한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투자금을 받았으니 투자해야지.”

“어? 투자하라고? 이 돈을 가지고?”

“그래. 그냥 놔두기는 아깝잖아. 4,000억이라는 돈이 작은 것도 아닌데 말이야.”

한진영은 이성우를 보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안 그래도 너희 호주 쪽 광산 인수한다고 하지 않았나? 내가 뉴욕에서 돌아왔을 때 회장님께서 언뜻 그 이야기를 하신 것 같았는데 말이야.”

한진영의 말에 이성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기억력도 좋다. 맞아. 호주 레이븐의 니켈 광산을 인수하기로 했어. 니켈 광산 중에서 고순도 니켈을 정제할 수 있는 광물이 많이 매장되어 있는 광산이라서 이차전지 원료로 아주 좋은 물건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그게 왜?”

“잘됐어. 그 돈은 정제공장 짓는 데 사용하면 딱 맞겠다.”

“뭐? 정제공장을 지으라고?”

“그래. 정제공장까지 지어서 이참에 너희 제철소 내에 광석부터 고순도 니켈까지 생산 공급하는 체제를 구축하도록 해.”

한진영은 놀란 듯한 이성우의 표정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자기 등 뒤를 따라오는 이성우의 시선을 받으며 조금 전 캔맥주를 꺼낸 냉장고로 걸어갔다.

한진영은 캔맥주 두 캔을 손에 쥐고 다시 돌아왔다.

“자 받아.”

캔맥주 하나를 이성우에게 던진 한진영은 자기 손에 들린 캔의 뚜껑을 딴 뒤 단숨에 맥주를 들이켰다.

조금 전 이성우가 보여주던 모습을 지금은 한진영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캬~”

한진영은 단숨에 들이켠 맥주 탄산에 저절로 나오는 탄성을 내뱉고 조금 전 앉아있던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리고 이성우를 똑바로 바라본 채로 물었다.

“지금 생산량이 얼마나 돼?”

“생산량? 연산으로 5,000톤 정도? 지금 테라에서 생산되는 차 기준으로 전기차 12만 대 분량이 생산되고 있어.”

“안 돼.”

한진영이 고개를 저었다.

이성우는 그런 한진영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내밀었다.

“뭐가 안 된다는 거야?”

“부족해.”

“그러니까 뭐가? 뭐가 부족하다고 그래? 설마 우리 생산량이 부족하다고 그러는 거야?”

“어. 전기차 생산량 12만 대로는 턱없이 부족해.”

“야.”

이성우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진영이 뭘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냐는 생각으로 이야기했다.

“12만 대가 부족하다니 무슨 소리야? 지금 테라 연간 생산량이 얼마인지 알기나 해? 그런데 왜 12만 대가 부족해? 오히려 우리 쪽에서는 테라가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으니 생산량을 조절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그건 지금까지의 생산량이고 앞으로 테라가 얼마나 생산하려고 목표를 잡았는지는 알아?”

한진영의 말에 이성우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내밀었던 목을 뒤로 빼며 말했다.

“알지. 아는데…… 그건 계획이잖아. 우리도 실제로 연초나 연말에 차년도 계획 잡을 때는 조금 뻥튀기해서 잡고는 해. 그래야 투자자들이나 주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온 숫자 아니야? 거기에 맞춰 생산할 수는 없는 거잖아.”

“아니야. 그렇지 않아.”

한진영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냥 나온 숫자가 아니야.”

“그냥이 아니라고?”

“그래. 이번에 내가 들어간 유상증자. 그거로 걔네 들이 뭘 하려는 지 알아?”

“알아. 공장을…… 세운다고…….”

이성우는 한진영의 질문에 대답하고는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그것만이 아니야. 한 가지 더 너희들이 놓친 게 있어.”

한진영은 생각에 잠긴 듯한 이성우를 향해 계속 이야기했다.

“회장님들과 함께 오골계 백숙 먹은 날. 대한정유의 윤길영 회장님을 만났을 때 윤길영 회장님이 나를 만나자마자 물었던 거 기억해? 그때 회장님이 나에게 물었던 말은 제3 공장의 증설과 제4 공장의 착공을 진행해도 되냐는 것이었어.”

“공장확장을 물었던 거야?”

생각에 잠겼던 이성우가 한진영을 올려다보고 물었다.

한진영은 이성우를 향해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래. 대한에너지의 공장확장. 이게 뭘 이야기하는 거겠어? 빠르게 생산량을 확장해야 할 이유가 있다는 뜻이야.”

“빠르게 확장…….”

“지금 전기차에서 테라의 지위는 독점적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기업들이 놀고 있는 것도 아니야. 특히 중국 쪽. 중국 쪽 업체들이 힘을 키우고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그들에게 전기차는 기존에 단단하게 굳어져 있던 자동차 산업에 진출할 좋은 기회일 테니까.”

“그건 나도 알고 있어. 기존 업체들이 등한시하는 지금이 전기차로 시장에 들어올 적기라는 것을…… 그럼 중국 쪽 전기차 업체들이 대한에너지에 발주를 넣기 시작한 건가?”

“그렇지 않으면 대한에너지가 급하게 공장을 확장할 이유가 있겠어? 다만 윤 회장님은 중국과 함께 일을 해도 괜찮은지 그게 궁금해서 나에게 물어본 것이지.”

“너는 뭐라고 대답했어?”

이성우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물어보는 것은 직접 한진영의 입을 통해 대답을 듣고 싶어서였다.

어림짐작으로 진행하기에 중국과 새로운 산업에서 힘을 함께한다는 것은 위험부담이 큰일이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이성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아채고는 미소 지었다.

“확실하게 이야기해줄게.”

한진영의 말에 이성우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연간 50만 대. 그러니까 생산량을 2만 톤까지 늘리는 작업을 이번 투자금을 통해 진행해. 그것부터 시작하는 거야. 이후에는 바로 4만 톤까지 늘릴 준비를 진행하고…….”

“전기차 100만 대 분에 공급할 것을 준비하라고? 그렇게나 많이?”

“지금 준비해 놓으면 나중이 편할 거야.”

나중이 편하다는 말이 이성우의 마음을 잡아끌었다.

시장을 선점한다느니 경쟁 상대와의 캐파 싸움에서 밀리지 말아야 한다는 문제가 아니었다.

시장을 지배하는 위치에 올라서서 몰려오는 발주를 처리하기 위해 미리 생산량 확보를 해둬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이성우는 한진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진영이 말하는 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이성우는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한진영은 이성우가 아닌 이정훈 회장에게 마지막 남아있는 불안감을 털어주기 위한 말을 이성우에게 건넸다.

“브릿지랜드하고 홀리스가 투자금 상환을 갑작스럽게 요구하더라도 괜찮다고 회장님께 전해.”

“투자금 상환을 갑작스럽게 요구한다니? 분명 계약서상에 만기 전에 투자금 상환을 요청하게 된다면 이자는 물론이고 위약금까지 10% 물어야 한다는 조항을 넣을 예정이잖아. 아니야?”

“맞아. 그 조항은 무조건 들어갈 거야. 하지만 조항이 있더라도 그들이 무시하고 계약을 파기할 가능성도 있어.”

“400억 아니. 합치면 1,200억이 넘는 돈을 포기한다고? 이자까지 더한다면 3,000억이 넘는 돈이 될 텐데? 3,000억이면 투자금의 거의 30%에 가까운 돈을 포기한다는 거야. 게다가 눈에 보이지 않게 돈이 묶여 있으면서 다른 곳에 투자하지 못하여 받는 피해도 있을 테고…….”

이성우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그러나 한진영은 그런 이성우를 향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능성 높아. 그리고 아마 회장님께서는 그 상황을 가장 걱정하고 계실 거야. 돈을 이미 써버렸는데 그 돈 내놓으라는 경우가 가장 찜찜한 경우니까. 하지만 그걸 우리가 해결해주겠다고 말씀드려.”

“너희가? 너희가 어떻게?”

한진영이 해결해주겠다는 말에 이성우는 기대에 찬 눈으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한진영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만약의 사태조차 한진영의 머릿속에서는 대비가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이성우의 생각이 맞는다는 이야기가 한진영의 입을 통해 나왔다.

“RCPS를 우리가 인수하면 돼.”

“RCPS를?”

말을 마치고 환하게 웃는 한진영을 보며 이성우는 깨달았다.

애초에 한진영은 브릿지랜드와 홀리스가 견디지 못하고 던지는 RCPS 상환전환우선주를 받아낼 생각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볼 손해인 3,000억을 고스란히 세이지증권의 주머니에 담아낼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는 것을 한진영의 미소를 통해 알게 됐다.

이성우는 모든 순간, 모든 행동 속에서 이득을 볼 생각을 하는 한진영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

소문과 사진 그리고 세이지증권의 인정으로 시장에 돌아다니던 이야기인 브릿지랜드 어소시에이츠와 홀리스 인베스트먼트의 투자가 정식으로 체결이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상환전환우선주를 통한 투자로 총 투자 금액은 1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1조 2,000억이 넘는 대형 투자 건이 성사된 것이었다.

시장은 이차전지 쪽에 계속된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며 이차전지 관련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테라가 흔들리며 함께 흔들리고 투자에 비해 아직도 실적으로 아무런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이차전지 산업이 어쩌면 우리의 미래 먹거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하게 만든 것이었다.

시장이 이차전지에 관한 시각이 바뀌어 간다는 것을 주식시장이 제일 먼저 감지했다.

투자가 진행되려 한다는 루머 속에서 100%가 넘게 상승했던 이차전지 관련주들이 또 한 번 상승 각도를 날카롭게 세우기 시작한 것이었다.

투자 계약이 체결됐다는 뉴스가 나오고 나서도 주간 상승률 30%를 보여줄 정도로 상승세는 다시 한번 계속 이어졌다.

테라 이슈가 터지기 전부터 따지자면 벌써 3배 가까운 상승률을 보여준 것이었다.

단순히 테마가 형성되어 오른 것도 아니었다.

상승에 대한 명분까지 갖추어진 상황에서 기관과 외인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상승이었기에 상승의 단단함은 여느 테마주들과 비교할 수가 없었다.

이제 명실상부 코스피의 한 축을 이차전지 관련주들이 차지할 정도로 대한에너지 등의 규모가 커지게 됐다.

시장이 이차전지와 관련된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는 사이 세이지증권은 다음을 준비해 나갔다.

한진영은 뉴욕에서 돌아오자마자 박도하에게 지시했던 일들을 점검하는 중이었다.

“어느 정도 진행됐습니까?”

한진영은 IT 센터 센터장을 맡은 박도하가 준비한 자료를 검토하며 물었다.

박도하는 한진영의 질문에 함께 온 직원을 향해 준비해온 것을 실행시키라는 지시를 한 후 한진영에게 대답했다.

“말씀하신 대로 휴대폰을 통한 매매프로그램인 MTS는 이대로 런칭해도 좋은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상태입니다.”

한진영은 자신 있는 박도하의 말에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짓고 보고 있던 보고서를 넘겼다.

그리고 시선을 보고서에 둔 채로 물었다.

“제가 주문했던 해외주식과의 실시간 연동 부분은 어떻습니까?”

박도하는 한진영의 질문에 가만히 자기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휴대폰을 켜 지금까지 만든 프로그램의 알파 버전인 트레이딩 앱을 실행시켰다.

박도하가 실행시킨 앱에는 국내 주식은 물론이고 미국 뉴욕거래소와 시카고거래소 등에 상장된 주식과 선물들이 모두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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