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증권사 생활-467화 (467/650)

467화 돈이 도는 곳에서 돈을 벌어야 한다

코인 그라운드 본사에서 나온 한진영과 조지훈은 코인 그라운드가 제공한 차를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조지훈은 차 안에 타자 운전대를 잡고 있는 코인 그라운드 직원을 슬쩍 살폈다.

그리고 한진영을 향해 한국말로 운전사가 알아듣지 못하게 조금 전 있었던 일을 물었다.

“이야기는 잘 마치셨습니까?”

“브릿지랜드와 홀리스에 말해서 바로 계약하자고 해.”

“코인 그라운드에서 받아들인 건가요?”

운전사는 자기 회사 이름이 나오자 룸미러로 슬쩍 뒷자리를 살폈다.

그러나 전혀 알아듣지 못 하는 말에 관심을 끄고 운전대를 잡은 뒤 앞만 바라봤다.

한진영은 뒤쪽을 살피다 이내 관심을 끄는 운전사를 바라보고 피식 웃고는 조지훈을 향해 이야기했다.

“받아들였어.”

“다행입니다.”

조지훈을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진영은 그런 조지훈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 뒤 웃었다.

“왜 조 실장이 가슴을 쓸어내려?”

한진영의 말에 조지훈은 가슴과 자기 손을 번갈아 바라본 뒤 어색하게 웃었다.

“15억 달러에 팔겠다고 말씀하셨을 때 많이 놀랐었습니다.”

“그 가격에 안 사줄 거 같아서?”

한진영의 말에 조지훈이 말없이 웃기만 했다.

“하긴 그럴 만해. 시장의 적정가가 4억에 5억 달러쯤 하니까. 그걸 세배나 받겠다고 하니 미쳤다는 말이 나올만하지. 하지만 그 적정가도 오늘과 내일이 달라.”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지금 코인 시장 확인해 봤어?”

한진영의 말에 조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조지훈은 한진영을 잘 모시는 게 자기의 업무였기에 시장을 관찰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한진영은 자기와 함께 일하기 위해선 시장의 흐름을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는 명목으로 항상 시장을 관찰할 것을 주문했다.

그 덕분에 조지훈은 누구보다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정확했으며 빨랐다.

하지만 그런 그도 코인 시장까지 관찰하지는 않았다.

코인 시장은 그야말로 메인 스트리트에서 한참 떨어진 변방 중에서도 변방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머뭇거리는 조지훈을 보고 슬며시 웃으며 어깨를 두드렸다.

“이제부터는 코인 시장도 확인해. 앞으로 돈이 꽤 많이 몰릴 테니까.”

“설마 코인 시장에도 진출하실 생각이십니까?”

조지훈은 걱정된 눈으로 한진영을 바라보고 물었다.

한진영은 그런 조지훈의 시선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괜찮아.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사장님. 제가 코인 시장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확인하지는 않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코인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조지훈은 잠시 말을 멈추고 운전석을 돌아본 뒤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들 놀이터보다도 못한 평가를 하는 곳이 코인 시장입니다. 특히, 주류에서는 철저히 배척당하고 있고요. 그래서 코인 그라운드나 코인 머치 등에 간접적으로 투자는 해도 직접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지는 않고 있습니다. 괜히 삼류나 그보다도 못한 취급을 당할 수 있으니까요.”

조지훈은 마른침을 넘기고 한진영에게 계속 이야기했다.

“사장님. 이제 미국이라는 주류 시장에 첫발을 내디디는 우리가 처음부터 무시당할만한 일을 할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한참 동안 조지훈이 이야기하는 걸 가만히 바라보던 한진영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 참. 조 실장. 내가 언제 코인 시장에 발을 들이민다고 하던가? 그저 코인 시장이 최근에 어떤지 확인했냐고 물은 게 전부야.”

“그럼…….”

조지훈이 살짝 부끄러운 얼굴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한진영은 조지훈을 바라보고 크게 웃었다.

“하하하.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코인 시장에 기웃거릴 정도로 배고프지는 않으니까.”

한진영은 조지훈을 안심시키고는 잠시 차창 밖을 바라봤다.

그리고 시내로 들어오자 보이는 높다랗게 솟은 건물들을 바라보고 말했다.

“자네 말대로 주류 시장에 발을 디디려는 지금 그들에게 얕잡아 보일 이유는 없지. 물론 그곳에 돈이 많다고 하지만 내가 있는 이곳에서도 그곳 못지않게 돈을 벌 자신이 있으니 들어갈 이유는 없어.”

“코인 시장이 지금 발을 담그고 있는 주식과 채권 시장만큼 돈이 많다는 말씀이십니까?”

의아한 듯한 표정의 조지훈을 향해 한진영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지금 코인 시장을 확인했냐고 물어본 거야. 코인 시장이 지금 꽤 재미있게 흘러가고 있으니까 말이야.”

조지훈은 한진영의 말에 당장 숙소에 들어가면 코인 시장부터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암호화폐 시장은 지금 마이너 중의 마이너에 불과해.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는 것도 모자라 하찮게 여길 시점이지. 하지만 그러기엔 시장이 많이 무르익었어. 과거에 코인으로 피자 사 먹었다고 뉴스에 나오던 때와 지금은 다른 시장이야. 그러니 한번 알아봐. 그럼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

한진영은 말을 마칠 때쯤 한진영이 탄 차는 숙소로 정한 호텔에 도착하게 됐다.

***

한진영에게서 연락받은 브릿지랜드와 홀리스 인베스트먼트 관계자들이 한진영이 있는 호텔로 찾아왔다.

“회장님께서 직접 찾아오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브릿지랜드의 대표로 찾은 회사관계자는 한진영을 향해 깍듯이 인사했다.

“다음에 뉴욕에 오시게 되면 오늘 일까지 더해 제대로 대접할 테니 오늘 일은 눈감아 달라고도 말씀하셨습니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해주십시오. 그리고 뉴욕에 돌아가면 반드시 연락할 테니 그때 가서 모른척하면 안 된다는 말도 전해주셔야 합니다.”

한진영은 가볍게 인사를 받고는 계약 체결을 진행했다.

코인 머치의 지분 10%씩을 양측에서 건네받는 계약으로 계약서에 사인하자마자 지분이 바로 세이지증권 측으로 넘어가는 것이었다.

“돈은 한 달 뒤에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셨습니다.”

한진영은 계약을 체결한 뒤 브릿지랜드와 홀리스 인베스트먼트의 대표들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바로 코인 그라운드 본사로 움직였다.

“우리 쪽에는 하루도 있지 않은 거네요.”

“그렇지.”

한진영은 준비된 계약서가 놓인 의자를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웃었다.

“하지만 덕분에 5억 달러라는 요긴한 돈이 생겼지.”

한진영은 계약서에 손바닥을 올려놓은 채로 조지훈에게 지시했다.

“5억 달러가 입금되면 바로 일을 시작하도록 하자.”

“네. 알겠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여야지. 멀리 돌아왔으니 돌아온 만큼 바쁘게 움직여야 해.”

한진영은 조지훈을 향해 말하고 있지만 조지훈은 말이 향하는 방향이 자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진영 스스로를 다잡는 중이었다.

“반갑습니다. 그동안 푹 쉬셨습니까?”

마중 나온 코인 그라운드의 타일러 버드는 좌우로 직원들을 잔뜩 끌고 한진영 앞에 서 있었다.

타일러 버드는 뒤에 서 있는 직원들을 둘러보고 별것 아니라는 듯이 한진영을 향해 말했다.

“법률 자문을 해줄 변호사들입니다.”

“우리는 두 명이 전부인데 많이 필요하셨나 봅니다.”

“아무래도 금액이 적지 않으니까요. 신경 쓰지 마십시오. 어차피 이번 계약은 사인만 남은 거니까요.”

사인만 남았다는 계약에 법률 자문을 해줄 변호사를 10여 명 이상 끌고 나온 것에 한진영은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러나 남의 회사 일에 왈가왈부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 한진영은 타일러 버드를 따라 코인 그라운드의 본사로 들어갔다.

“사장님께 코인 머치 지분을 넘겨받으면 바로 인수합병에 들어갈 생각입니다.”

“좋은 판단입니다. 지금이 가장 쌀 때이니까요.”

“그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요새 코인 시장이 재미가 있다는 소문이 돌아서 그런 건지 여기저기서 들어오겠다는 곳들이 많거든요. 투자를 하겠다는 곳도 많고요.”

타일러 버드는 슬쩍 한진영을 돌아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세이지의 위치는 굳건하니까요.”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한진영은 가볍게 타일러 버드의 말을 받은 뒤 계약이 체결될 회의실로 들어갔다.

계약 진행은 타일러 버드가 건물에 들어오기 전에 말했던 대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미 물건과 가격이 정해진 마당에 나머지 세세한 것들은 문제 될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조지훈은 연달아 이어진 두건의 계약을 한진영의 곁에서 지켜보며 위화감을 느꼈다.

그리고 이런 위화감이 자기가 잘못 느낀 것은 아니라는 것을 계약이 체결된 뒤 확인할 수 있었다.

한진영이 계약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조지훈에게 피곤함에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코인 그라운드 잘 살펴봐.”

“어떤 걸 살펴볼까요?”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게 아닌가 살펴봐야 해.”

여전히 모호한 한진영의 말에 조지훈은 대답 없이 한진영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한진영은 잠시 턱을 괴고 생각을 정리한 뒤 무엇이 쓸데없는 짓인지에 관해 조지훈에게 설명했다.

“돈맛을 보기 시작하니까 정신이 좀 나간 것 같아. 조금 전에 자네도 들었지?”

“조금 전이라면…… 본사 이전을 또 이야기하던 것 말씀입니까?”

“그래. 본사 이전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본사 이전을 꿈꾸고 있어? 돈이 주체할 수 없이 들어오니까 정신 차리지 못하는 것 같아.”

한진영은 계약 체결 전 타일러 버드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아무래도 이번에 들어온 이곳이 조금 좁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큰 곳으로 옮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도시와 가까운 곳으로 옮기는 것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도시와 떨어져 있으니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요.

도시에서 떨어져 자리를 잡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바로 돈 때문이었다.

간단하게 오피스 건물 한두 개 사무실을 빌려 일을 하는 것이 아닌 만큼 큰 부지에 높은 건물이 필요했다.

그렇게 큰 건물들은 도시에서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값은 천정부지로 솟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유명한 회사들도 도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를 잡는 이유가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여 자리를 잡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타일러 버드는 도심을 원하고 있었다.

그것도 새롭게 본사 건물을 사들인 지 일 년이 되지 않았는데 더 크고, 더 좋고, 도시에서 더 가까운 곳을 원하고 있는 것이었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기가 알아낸 것을 이야기했다.

“사장님께서 첫날 코인 시장에 대해 알아보라는 말씀하셔서 확인해봤습니다.”

“어떻던가?”

한진영은 생각하던 것을 멈추고 조지훈을 바라봤다.

조지훈은 잠시 차 안의 천장에 시선을 둔 채로 이야기했다.

“확실히 지금 코인 시장이 심상치가 않기는 했습니다. 대장 코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의 가격이 1년 만에 6배가 올라 있는 상태니까요. 500달러였던 것이 지금은 3,000달러에 거래가 되고 있는 데다 그 아래 자리하고 있다는 코인들의 경우에는 10배, 20배 오른 것들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코인 시장에서 고무적으로 평가되는 것은…… 거래량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 그래서 코인 그라운드도 돈이 지금 엄청나게 들어오고 있는 상태일 거야. 그러니 쓸데없는 것에 신경을 쓰고 쓸데없는 짓을 벌이려 하고 있지.”

한진영의 말에 조지훈은 차 천장을 바라보던 것을 멈추고 한진영에게 물었다.

“본사를 이전하는 것 외에 또 다른 걸 계획하고 있는 건가요?”

“어. 다른 걸 계획하고 있어.”

한진영은 씁쓸하게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자체 발행 코인을 만들 생각을 하고 있어.”

“코인 그라운드가 코인을 만든다는 건가요?”

“그래. 중개소로 거래해보니 알게 된 거지. 진짜 돈을 버는 건 코인을 만들어 파는 거라는 걸 말이야.”

한진영의 말에 조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생각을 할 만도 하겠네요. 코인 시장에서 재산 순위로 줄을 세우면 코인 개발자들이 상위 자리를 다 차지하니까요. 그러니 타일러 버드 CEO도 자체 발행 코인을 생각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처럼 보입니다.”

“문제는 욕심을 낸다는 거야.”

“욕심을요?”

“그래. 언제나 그렇듯이 욕심이 화를 부르지.”

한진영은 앉은 채 팔짱을 끼고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조지훈은 그런 한진영의 모습에 타일러 버드의 선택을 한진영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불편하시면 하지 말라고 말씀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럴 수 없으니 문제야. 욕심내는 곳이 이번 상승으로 성숙해지고 다음 상승에 폭발할 텐데…… 욕심을 안 냈다면 모를까 막을 수는 없어. 그러기에는 시장이 너무나 크니까.”

한진영의 곤란하다는 모습이 조지훈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코인 그라운드의 대주주로서 그 정도 요구는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진영은 그를 막기 위해서는 적절한 명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명분이 없이 그냥 막을 수는 없었다.

앞으로 코인 그라운드에서 빼먹을 게 많은 상황에서 이유 없이 타일러 버드가 하려는 일을 막았다가는 관계가 나빠질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명분을 만들어야지.’

지금 당장에는 명분이 없으니 하지 못 할 말이지만 명분을 만든 뒤에는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명분을 만들기 전에 타일러 버드가 유혹을 참지 못하고 나설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지금 당장은 눈에 보이는 곳이 커지고 있으니 욕심이 날 거야. 하지만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야. 그리고 그렇게 만들 자신도 있고…… 문제는 그 전에 움직이는 거니까. 조 실장.”

“네.”

“자네가 계속 주시하고 있어. 이상한 움직임이 보이면 바로 이야기하도록 하고.”

“네. 알겠습니다.”

한진영은 조지훈에게 지시한 뒤 멈춰 선 차에서 내렸다.

계약을 마치고 이제 뉴욕에 돌아가려고 한 한진영과 조지훈은 공항에 도착하여 타고 이동할 비행기 앞에 섰다.

그곳에서 조지훈은 한진영을 향해 미소를 띠고 서 있었다.

“어떻습니까?”

“뭐야? 그사이에 비행기 하나 샀어?”

평범하게 이용하는 게이트가 아닌 개인 격납고로 이동한 한진영과 조지훈은 개인용 자가용 비행기 앞에 서 있었다.

“말씀하시자마자 알아봐서 임대한 비행기입니다. 생각보다 싸던데요? 시간당 3천에서 비싸 봐야 만 달러면 이용이 가능했습니다. 하루 전에만 연락하면 이렇게 모든 게 준비된 비행기를 임대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미국은 미국인가 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받기 힘든 서비스를 생각보다 싼 가격에 이용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소비의 천국이라고 하잖아. 돈만 있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한진영은 늘씬하게 뻗어 있는 비행기를 머리부터 꼬리날개까지 훑었다.

“그러니 여기서 돈을 벌어야지. 돈이 도는 곳에서 말이야.”

그렇게 한참을 비행기를 바라보던 한진영은 열린 문을 통해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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