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증권사 생활-472화 (472/650)

472화 기회는 내가 잡았다

타일러 버드와 이야기를 마쳤을 때쯤 새로운 인물이 한진영 앞에 등장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타일러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조로의 미하엘 퍼터입니다.”

“조로요?”

한진영이 살짝 눈을 찌푸리자 타일러 버드가 미하엘 퍼터를 대신하여 설명했다.

“함께 스탠퍼드를 다녔던 친구입니다. 저는 코인 거래소를 만들었고, 이 친구는 증권을 거래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하였지요.”

타일러 버드의 설명에 한진영은 미하엘 퍼터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이름인 조로의 주인공이 자기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조로를 따라 앱을 만들었는데 그 당사자가 눈앞에 나타나다니 이거 참…….’

당황스럽다기보다는 난처하다는 느낌이 든 한진영이었다.

한진영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가자마자 진행했던 일이 바로 간편한 거래 앱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누구보다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한진영의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던 조로의 프로그램 컨셉을 가져와 출시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의 원저작자라고 볼 수 있는 사람이 한진영 앞에 등장한 것이었다.

한진영은 세상이 좁음을 느끼고 자리에 앉을 것을 권했다.

“앉으시지요.”

조로의 미하엘 퍼터는 코인 그라운드의 타일러 버드를 돌아봤다.

타일러 버드는 어서 앉자는 뜻을 전한 뒤 먼저 자리에 앉은 후 한진영에게 말했다.

“이 친구가 만든 프로그램 좀 보십시오. 아주 좋습니다.”

“그래요?”

“네. 사실 제가 투자를 할 수도 있지만 이 친구가 받지 않겠다고 하여 이렇게 한 사장님께 소개한 겁니다.”

한진영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회사 소개를 요구했다.

누구보다 조로라는 회사를 잘 알고 있는 한진영이었지만, 조로의 미하엘 퍼터에게 직접 소개를 듣는다는 것이 색다르게 느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미하엘 퍼터는 잠시 입술에 침을 바른 뒤 한진영에게 조로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 일하는 회사를 꿈꾸고 있습니다. 개인들에게 거래수수료를 받지 않고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 일을 하지요. 몇몇 거대한 기업이 착취하고 소유하고 있는 정보를 모두와 함께 나누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수수료 무료의 개인 거래 플랫폼입니까?”

“맞습니다.”

조로는 한진영이 자기의 설명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고 점차 표정을 바꿨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자기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미하엘 퍼터의 설명을 들은 뒤 탁자에 양팔을 얹고 앞으로 몸을 내밀었다.

“그럼 우선 그 프로그램부터 보여주시겠습니까?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고 싶습니다.”

프로그램을 직접 보고 싶다는 한진영의 모습에 미하엘 퍼터의 마음은 완전히 열려버렸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도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한진영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수수료 무료가 마음에 걸리지 않으십니까?”

“그건 차차 생각해볼 문제이고…… 제일 궁금한 건 프로그램이 어떻게 구동하는지입니다. 들으셔서 아시겠지만, 저희는 투자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에 증권사를 가지고 직접 브로커리지 업무까지 다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거래 프로그램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 것과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다른 부분에서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알고 싶으니까요.”

한진영의 말에 미하엘 퍼터가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진영은 어느 부분에서 미하엘 퍼터가 주저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웃음을 터트렸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조로의 프로그램을 보고 그걸 따라 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이래 봬도 저는 저희 프로그램에 자부심이 상당한 사람입니다.”

한진영의 말에 타일러 버드가 어서 프로그램을 선보이라고 재촉했다.

한진영을 만나기 전 타일러 버드는 미하엘 퍼터에게 한진영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의 투자로 코인 그라운드가 이렇게 성공했기 때문에 미하엘 퍼터의 조로 또한 자기와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는 말로 그를 설득했다.

타일러 버드에게 미하엘 퍼터는 친구 이상이었다.

대학 시절 함께 즐거움과 어려움을 함께 겪은 동료이자 가족과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성공 또한 함께 이루고 싶었던 타일러 버드였다.

미하엘 퍼터 또한 타일러 버드의 마음을 모르지 않았다.

그리고 코인 그라운드의 성공을 곁에서 지켜봐 온 만큼 한진영에 대한 믿음 또한 작지 않았다.

그러나 믿음 이상으로 걱정되는 것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사람이란 알 수 없다는 말을 미하엘 퍼터는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하엘 퍼터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한진영에게 약속 하나를 요구했다.

“보시고 난 뒤 저희 프로그램을 따라 해서는 안 됩니다.”

“하하하. 좋습니다.”

한진영은 유독 조심하는 모습의 미하엘 퍼터를 보고 이해한다는 듯이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조지훈에게 다가가 휴대폰을 받아서 안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하시지요.”

자리에 앉아서 한진영을 바라보고 있는 미하엘 퍼터와 타일러 버드 쪽으로 한진영은 걸어갔다.

“저희 프로그램을 먼저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조로의 기능을 따라 한 것이 나오거든 저희 세이지에 소송을 거셔도 저는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원하시면 각서라도 쓰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굳이 그렇게까지…….”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타일러 버드가 뭘 그렇게까지 하냐고 말하려 했지만, 미하엘 퍼터가 먼저 한진영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한진영은 미하엘 퍼터의 대답에 가볍게 웃고는 들고 있던 휴대폰에 깔린 앱을 실행시켰다.

“이게 바로 우리 세이지의 거래 프로그램입니다.”

한진영이 내민 휴대폰에서는 한창 거래가 돌아가는 프로그램이 화면에 떠 있었다.

캘리포니아와 서머타임이 발동하는 동안엔 16시간 차이를 보이는 한국에선 막판 거래가 한창 이루어지는 중이었다.

“어? 이거…….”

타일러 버드는 프로그램을 보자마자 놀란 눈으로 미하엘 퍼터를 돌아봤다.

미하엘 퍼터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들어 한진영을 올려다봤다.

한진영은 나란히 앉아 자기를 올려다보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본 후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이거…… 맞지?”

타일러 버드는 우선 확인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하여 미하엘 퍼터를 향해 물었다.

그러나 대답을 듣지 않아도 알 것만 같은 표정으로 미하엘 퍼터는 아랫입술을 떨고 있었다.

“뭐가 잘못됐습니까?”

“이거…… 이거 어떻게 된 겁니까?”

미하엘 퍼터는 제대로 열리지 않는 입을 겨우 열어 한진영을 향해 물었다.

한진영은 그런 미하엘 퍼터를 향해 고개를 갸웃하고는 물었다.

“뭐가 어떻게 됐냐는 말씀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왜들 그러십니까?”

한진영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타일러 버드와 미하엘 퍼터를 번갈아 바라봤다.

타일러 버드는 난감한 표정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당사자가 아니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것이 불편해 죽겠다는 모습이었다.

타일러 버드와 달리 당사자인 미하엘 퍼터는 놀란 심장이 입을 통해 튀어나올 것을 억지로 참아내고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었다.

누군가 톡하고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기절할 것 같은 기분을 느낀 미하엘 퍼터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사시나무 떨듯 떠는 중이었다.

한진영은 두 사람이 왜 이러는지 알고 있었다.

‘놀랐겠지? 자기가 만든 프로그램이 다른 곳에서 돌아가고 있으니…….’

미하엘 퍼터의 조로가 만든 프로그램이 바로 한진영의 세이지가 만든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똑같은 것은 아니었다.

인터페이스를 포함하여 한국과 영어에서 오는 차이로 인해 기능의 순서와 모양 등이 조금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외에 프로그램에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것들은 모든 것이 똑같다고 말할 수 있었다.

“잠시만…… 제가 좀 실행해봐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세요.”

한진영은 만지기 편하도록 휴대폰을 미하엘 퍼터 쪽으로 밀었다.

미하엘 퍼터는 떨리는 손으로 한진영의 휴대폰 속의 프로그램을 이리저리 만져봤다.

“이것 좀 해봐.”

곁에서 지켜보던 타일러 버드까지 합세했다.

미하엘 퍼터의 프로그램이었기에 그도 미하엘 퍼터만큼이나 프로그램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타일러 버드는 떨리는 손으로 제대로 프로그램을 만지지 못하고 있는 미하엘 퍼터를 대신해서 프로그램을 이리저리 작동하고는 놀란 듯이 말을 내뱉었다.

“똑같은데?”

타일러 버드는 자기도 모르게 나온 말에 깜짝 놀라고는 급히 미하엘 퍼터를 향해 사과했다.

“미안. 내 생각에는…….”

“아니야. 네 말이 맞아. 똑같아. 그냥 똑같은 정도가 아니라 쌍둥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야.”

미하엘 퍼터는 한진영을 빤히 올려다봤다.

한진영은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미하엘 퍼터를 바라보기만 했지만 사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일부러 먼저 내민 것이었다.

상대를 당황스럽게 만들고 세이지 쪽에 정당성을 더 부여하기 위해서 한진영이 일부러 한 행동이었다.

미하엘 퍼터는 의문이 들었지만, 한진영의 행동으로 인해 어떤 의심도 할 수 없었다.

먼저 프로그램을 내미는 것 하나만으로 한진영이 확실히 주도권을 잡게 됐다.

“뭐가 똑같다는 말씀이십니까?”

“이것 좀 보십시오.”

미하엘 퍼터는 휴대폰을 꺼내 한진영 앞에 내밀었다.

그리고 매매 프로그램을 실행시킨 뒤 한진영을 향해 말했다.

“몇 가지 인터페이스와 배경만 다를 뿐이지 모든 게 똑같습니다. 컨셉까지도…….”

미하엘 퍼터는 말을 차마 다 내뱉지 못하고 한진영을 바라봤다.

베꼈냐고 말하고 싶지만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자기는 프로토타입에 불과하지만, 상대는 이미 정상적으로 거래가 가능한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진영의 다음 말에 미하엘 퍼터는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이런 일이 다 있군요. 그런데 저희는 이 프로그램을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출시를 준비한 상태입니다. 아무래도 저희 쪽이 더 빠른 것 같습니다.”

“언제 만드셨습니까?”

“글쎄요? 제가 미국에서 한국에 잠시 돌아갔을 무렵 프로그램을 만들어 출시를 했으니 1년이 조금 넘은 정도인 것 같습니다.”

“저는 대학생 때부터 만든 겁니다.”

“그런가요?”

한진영은 내놓았던 휴대폰을 챙겨 손에 들고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좋은 생각을 참 이른 시점에 하셨군요. 하지만 생각을 빨리했다고 해서 소유권을 주장할 수는 없지요. 그게 가능했다면 이런 휴대폰은 제가 20년 전에 먼저 생각했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한진영은 휴대폰을 들어 미하엘 퍼터를 향해 흔들고는 주머니에 넣었다.

미하엘 퍼터는 안 될 줄 알고 괜한 말로 어깃장을 부린 것이었다.

그만큼 아쉬웠고 그 정도로 절박했기 때문이다.

“한 사장님.”

미하엘 퍼터의 사정을 알고 있는 타일러 버드가 대신하여 한진영에게 말했다.

“방법이 없겠습니까? 이 친구는 정말 이 프로그램 하나만 보고 달려온 친구입니다.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이제 투자만 받으면 출시까지 계속 달려 나갈 수 있는 상황까지 와 있던 친구입니다. 그런데…….”

“인정에 의해 움직이기에는 시장이 만만하지 않습니다.”

한진영은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리고 시꺼멓게 변한 미하엘 퍼터를 바라보고 말했다.

“조로에서 먼저 생각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프로그램을 만든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너무나 많으니까요. 한국에 있는 우리 회사 직원들은 물론이고 프로그램을 통해 거래하는 일반 투자자들까지 대부분이 아는 사실이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 없지요. 분명 먼저 생각하시고 오랫동안 고심하셔서 프로토타입까지 만드셨다는 것 인정합니다. 하지만…….”

한진영은 탁자 위에 손바닥을 펴서 올려놓은 채로 점점 죽어가는 미하엘 퍼터를 향해 말했다.

“어쨌든 실용화에 성공한 쪽은 우리입니다. 이미 한국에서는 회원 수천만을 돌파한 프로그램입니다. 미국 내에서 출시 준비까지 마친 상태이고요. 아직 자회사 설립과 그에 따른 법적 조치를 정리하느라 출시하지 못한 것뿐입니다.”

한진영은 안타깝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이 안타깝다는 것 이해하지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미 우리가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에 또다시 투자를 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우리 쪽으로 들어온다면야 모르지만…….”

한진영은 방법이 없다는 듯이 말하고는 마지막 말을 흐렸다.

타일러 버드는 한진영이 흘린 말을 놓치지 않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뭐가 말입니까?”

“그…… 세이지 쪽에 들어간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제가요?”

“네. 한 사장님께서 분명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타일러 버드의 말에 한진영은 가슴에 손을 얹은 채로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 대화를 많이 해서 그런가, 저도 모르게 마음속에 있는 말이 나와버린 것 같습니다.”

“마음속에 있는 말이요?”

점점 흙빛으로 변해가던 미하엘 퍼터의 얼굴이 천천히 한진영을 향해 들려졌다.

그도 분명 세이지 쪽에 들어오면 모른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두 쌍의 눈을 바라보고 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좋습니다. 뭐 솔직하게 말씀드리지요. 네. 조로가 세이지 밑으로 들어온다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 사장님께서 조로를 인수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니요. 인수가 아닙니다.”

“그럼…….”

한진영은 조로의 대표인 미하엘 퍼터를 똑바로 바라본 채 말했다.

“세이지의 자회사가 되어 일을 진행한다면 저희가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까지 모두 조로 측으로 넘겨 매매 프로그램과 관련된 사업을 조로의 이름으로 진행할 생각이 있습니다. 사실 미국에서 사업을 이제 시작하는 입장에서 매매 프로그램을 통한 사업까지 함께 진행하는 데는 무리가 있기는 했습니다.”

“그게 인수가 아닌가요?”

“아니지요. 인수는 제가 미하엘 퍼터 씨에게 돈을 주고 조로 지분을 사는 것이고, 제가 말하는 것은 이번에 설립한 세이지의 자회사인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와 주식 교환을 통해 자회사로 편입하여 들어오시라는 뜻입니다. 지배구조 위치상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자회사이지만, 경영권을 보장하고 자유롭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주식 교환이요?”

미하엘 퍼터는 한진영의 말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세이지라는 든든한 회사의 그늘 아래서 사업을 진행했을 때의 이로움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영권도 보장한다고 했다.

지배구조 상으로 세이지 아래 있는 것이지만 개별적인 사업행위를 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조로의 지분을 계속 유지할지 혹은 교환을 통해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지분을 획득할지도 미하엘 퍼터 씨의 선택에 맡기겠습니다. 원하시는 대로 일을 진행하시면 됩니다.”

“정말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불편한 것 때문에 저희를 자회사로 편입하시는 겁니까?”

“하하.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십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한진영의 품 안에 들어가 있는 휴대폰과 달리 미하엘 퍼터의 휴대폰은 여전히 탁자에 올라가 있는 상태로 프로그램이 돌아가고 있었다.

한진영 것과 달리 실제 거래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움직임만은 한진영의 것과 같았다.

“솔직히 프로그램을 만들기는 했지만, 유지보수가 조금 막막한 상황이기는 했습니다. 한국과 미국 양측을 모두 진행한다는 것은 버거운 일이었지요. 그래서 고민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조로가 나타났으니 저는 속으로 잘됐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술도 우리와 큰 차이 없고 오히려 애정도만큼은 우리보다 조로가 더 나을 테니까요.”

한진영의 말에 미하엘 퍼터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학 때부터 만진 프로그램이기에 미하엘 퍼터에게 있어 프로그램은 자식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기대에 찬 얼굴을 하는 미하엘 퍼터를 바라보고 손을 내밀었다.

“제가 그늘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자본 걱정 없이 저희와 함께 일하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타일러 버드는 곁에서 미하엘 퍼터의 옆구리를 찔렀다.

한진영이 내민 손을 잡지 않는다면 대학 때부터 목표로 달려왔던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어서 빨리 저 손을 잡으라고 타일러 버드가 곁에서 미하엘 퍼터를 재촉한 것이었다.

미하엘 퍼터는 타일러 버드를 돌아보고 고개를 끄덕인 후 한진영이 내민 손을 잡았다.

한진영은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는 뜻이 전해지는 미하엘 퍼터의 손을 잡고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기회는 미하엘 퍼터가 잡은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잡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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