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증권사 생활-480화 (480/650)

480화 나머지 돈으로 뭘 할지 잘 지켜봐라

세이지증권은 고객에게 보내는 편지로 향후 계획을 이야기했다.

세이지증권 산하 세이지 자산운용은 평소처럼 국내의 주식과 채권 시장에 주력하며 기업 간의 거래까지 영역을 넓혀갈 것이라는 계획을 알렸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는 신규 투자 계획에 자원개발 파트를 더했으며, 현재 남미 광산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 중이라고 알렸다.

지주회사 형태의 세이지증권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개인 고객의 모집과 브로커리지 영역을 확대를 꾀하며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간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지금 한창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코인 그라운드의 지분 정리도 함께 알렸다.

코인 그라운드 측의 요청으로 인해 초기 투자한 지분을 코인 그라운드가 회수해갔다는 것이 이야기의 중심이었다.

회수한 것은 세이지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20%의 지분과 한진영이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지분 1%까지 모든 것을 회수해갔다고 했다.

회수 시에 진행될 거래 단가는 공모가로 예상된 80달러로 거래금액은 252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는 30조가 넘는 돈이라고 발표했다.

사람들은 세이지의 선택에 깜짝 놀랐다.

코인을 아무리 안 좋게 본다고 하지만 코인 그라운드에 긍정적인 시각을 보이는 만큼 코인 그라운드의 상장까지는 함께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코인 그라운드가 지분 회수를 요청한 만큼 코인 그라운드가 세이지와 함께 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했을 거라는 것이 많은 사람의 예상이었다.

일각에서는 코인 그라운드가 부담스러운 초기 투자자를 어깨에 얹고 갈 수는 없어 정리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했다.

지분을 20%나 보유하고 있었기에 모든 일에 세이지의 입김이 들어갈 수 있다는 논리에서 나온 주장이었다.

그 외에도 추측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그런 추측이 한 방에 잠재우는 사건과 같은 발표가 세이지에서 나왔다.

[세이지 펀드 고객에 배당금 지급. 배당금 규모는 5조 원 규모로 집행 예정]

[세이지 직원들에 대한 인센티브도 증권사 역사상 최대 규모로 예정되어 있어. 과장급 최소 5억 이상이 지급될 것으로 보여]

[세이지증권 여의도 최고의 직장이라는 것이 이번에도 증명]

[올해 세이지증권 직원들이 가져간 인센티브만 1인당 평균 10억 가까이 돼]

세이지증권의 고객과 직원에게 엄청난 금액을 뿌린다는 발표가 나온 것이었다.

고객이 가입한 금액에 따라 비율대로 배당금이 지급될 거라는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100만 원당 20만 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약 20%의 금액이 배당금으로 지급된다는 발표였다.

시중금리가 2%대가 안 되는 현시점에서 시중금리의 10배가 넘는 금액이 배당금으로 지급된다는 이야기에 세이지증권의 고객들은 환호성을 내뱉었다.

배당금은 펀드의 수익률과는 관계없이 지급되는 것이라는 이야기에 가입 고객들은 더욱 크게 환호했다.

올해 위아래로 흔들리며 불안한 증시 속에서 전년도나 그 전해에 비해 낮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밖에 없었던 펀드 수익률이 배당금을 통해 단번에 지난 수익률과 같아지는 효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세이지증권에 펀드를 가입하면 손해 보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올해에도 증명됐다.

그동안 코인 거래자들에게 놀림을 당했던 세이지증권 펀드 가입자들은 단숨에 바뀐 처지에 코인 거래자들을 향해 반격을 가했다.

너희들이 아무리 코인을 열심히 거래하더라도 세이지증권 펀드의 수익률을 따라잡을 수 있겠냐는 것이 펀드 고객들의 주장이었다.

거래를 하면 할수록 높아지는 거래수수료에 등골이 휠 테고, 결국 얻게 되는 건 손목 관절염뿐이라는 이야기로 코인 거래자들의 비아냥을 반박했다.

펀드에 가입만 하면 편하게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50%에 가까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펀드 가입자들의 자랑이었다.

세이지증권의 펀드 가입자들만큼이나 크게 신난 사람들이 바로 세이지증권의 직원들이었다.

코인 그라운드의 초기 투자 비용은 30조에 비하면 매우 적은 돈에 불과했다.

그래서 수익을 30조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코인 그라운드에 투자한 금액은 대부분 세이지 자체 운용 금액으로 투자를 했던 만큼, 20조 이상의 금액이 세이지증권의 주머니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었다.

나창운의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투자 금액으로 일부를 돌리고 한진영의 개인 투자금에 또 일부가 떼어져 나가더라도 10조 이상의 금액이 세이지의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뜻이었다.

한진영은 이렇게 얻은 이익 중에 일부를 세이지증권의 주머니에 넣기 전에 먼저 직원들과 나누기로 했다.

코인 그라운드의 투자는 나창운의 섭외와 한진영의 결정에 의해 이루어진 일이었다.

세이지증권의 직원이 코인 그라운드의 투자에 어떤 영향을 끼치지도 않았으며 지분 매각에도 조언 한마디 한 것이 없을 정도로 한진영의 판단에 의해 결정된 일이었다.

그런데도 한진영은 직원들을 잊지 않았다.

모든 기쁨은 직원과 함께하겠다는 한진영의 약속대로 이번에도 한진영은 수익금을 직원과 함께 나누기로 했다.

“김 과장은 인센티브 얼마 들어와?”

세이지증권의 직원들은 쉬는 시간이나 퇴근 후 혹은 퇴근 전에 인센티브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라 했다.

“내걸 뭐 하러 물어봐? 자네 통장 보면 그게 내가 받는 인센티브인데 말이야.”

“하긴 이번에는 일괄적으로 주신다고 하셨지?”

“그래. 성과를 얼마나 올렸든 상관없이 일괄 지급이라고 하셨어. 그것도 본사나 자산운용, 인베스트먼트 가릴 것 없이 말이야. 하다못해 인포 데스크의 직원까지 모두 챙긴다고 하시더라.”

“그래 나도 들었어. 회사에 청소하는 아줌마, 경비업체 용역에 보안요원과 회사에 입주해 있는 식당 직원들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다 챙겨주신다고 하시더라.”

김 과장의 말에 최 과장이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대단하다는 말투로 계속 이야기했다.

“어떻게 우리와 관계있는 곳들까지 다 챙기시지? 아닌 말로 모른 척하고 넘어가도 괜찮아질 일이었잖아.”

“나도 같은 생각이야. 최 과장도 옆집에서 넘어와서 잘 알겠지만, 여기처럼 챙겨주는 곳이 어디 있어? 난 이런 곳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

“해외에도 이렇게 챙겨주는 곳 없는데 내가 가진 전 재산을 걸 거야. 이렇게 인센티브를 퍼 주는 곳이 세상에 있을까? 그것도 회장 혼자 한 일에 직원들을 어떻게 다 챙겨주냐고? 다른 곳이었으면 세이지처럼 하다가는 회사 망해서 못 한다고 죽는소리했을 거야.”

최 과장은 전에 있던 곳을 떠올리고 진저리를 쳤다.

전에 있던 곳은 탕비실에 있는 커피 스틱의 숫자까지 세고는 했다.

직원들을 위한 복지라고는 눈을 씻고 찾을 수도 없었던 곳이었다.

그런 곳이기에 인센티브도 기대할 것이 없었다.

내가 한 일에 대해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해도 돌아오는 답은 오히려 회사 돈을 축내는 사람이라는 말뿐이었다.

회사가 너그러워 너 같은 놈을 데리고 있는 것이니 회사에 감사하고 고마워하라는 것이 전 직장에 있던 임원에게서 들었던 말이었다.

노예보다도 못한 처우에 넌덜머리를 내던 차에 새로운 회사가 생겼다는 말에 주저 없이 이직을 선택했던 최 과장이었다.

주변에서는 사장이라는 사람이 업계에서 이름도 제대로 알리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에 곱지 못한 시선을 보였었다.

게다가 나이도 서른 안팎이라는 이야기에 세이지를 우습게 봤었다.

생겼다 사라지기를 수없이 하는 자산운용 계에 생긴 흔한 새로운 회사쯤으로 여긴 것이었다.

그래서 최 과장이 쉽게 들어올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경쟁자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자기를 향해 왜 그런 곳에 가 사서 고생을 하려고 하느냐고 비웃었던 사람들이 부탁하는 처지로 바뀌고 말았다.

자리가 비었냐는 것부터 시작해서 혹시 돈을 빌려줄 수 있냐고 묻는 사람까지 온갖 사람들이 모여들 정도였다.

최 과장은 이직할 때 자기를 향해 용기를 주었던 사람과 비웃었던 사람을 똑똑히 기억한 뒤 그대로 돌려주고 있었다.

사람 인생이란 모르는 것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이제 우리 회사에 들어오는 구멍이 더 작아졌겠어.”

김 과장의 말에 최 과장은 정신을 차리고 김 과장을 바라봤다.

김 과장은 입에 담배를 물며 말했다.

“지금 후배들한테 들으니까 우리 회사가 구직자들에게는 제일 입사하고 싶어 하는 곳이라고 하더라. 월급도 많이 주고 일도 제대로 배울 수 있다고 말이야. 게다가 운이 좋으면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경험도 쌓을 수 있으니까 말이야.”

최 과장은 김 과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왜 안 그러겠어? 최고의 직장이 맞지. 나도 들어오고 나서 느꼈다니까. 여기만 한 곳이 없다고 말이야.”

“나는 이번에 받은 인센티브로 이사 가려고 하는데 어때? 자네는 뭐 할 거야?”

“10억.”

최 과장은 통장에 찍힌 금액을 짧게 내뱉고 김 과장에게 웃으며 말했다.

“나도 이사나 가야지. 이참에 나도 강남에 입성해볼까 생각 중이야.”

“그래 잘 생각했어. 인센티브 1년 치만 모으면 하나 살 수 있을 정도인데 그동안 너무 몸 사렸어. 안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나 빼고 죄다 강남에 사는 거 보면 내가 좀 과하게 몸 사린 거 같기는 하다.”

“그렇다니까.”

김 과장은 잘 생각했다며 최 과장의 어깨를 두드렸다.

“애들 교육 때문에라도 넘어오는 게 좋지. 무리해서 가는 것도 아니고 이번에 받은 인센티브 10억에, 작년에 받은 인센티브. 그리고 올해 나올 인센티브까지 더하면 대충 20억쯤 되잖아. 월급이야 덤이고…… 그럼 하나 사지. 기존에 사는 집이 있으면 대출 안 끼고도 하나 사겠다. 안 그래?”

“맞아. 회사 입사하기 전에는 전세에 살던 내가 지금은 강남에 집을 그것도 대출도 안 끼고 살 수 있을 정도가 됐으니…… 이러니까 서로 우리 회사에 오고 싶어 하지. 운 좋게 초기에 지원했으니까 내가 들어왔지 지금이라면 불가능했을 거야.”

“누가 아니래? 나도 지금이라면 꿈도 꾸지 못했을 거야. 경쟁률도 경쟁률이고 지원자들 스펙이 무시무시하더라. 어휴~ 난 명함도 못 내밀어.”

최 과장뿐만 아니라 김 과장 또한 최 과장의 말에 동의했다.

현재 업계에서는 세이지가 가지는 위치는 빅4라느니 빅6라고 부르는 대형증권사들 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보수체계 자체가 합리적이고 직원들을 위하는 모습에 대형증권사들의 직원은 물론이고 임원들조차 이직하고 싶어 하는 곳으로 꼽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국내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았다.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고 특히 미국진출을 타진한다는 소식에 아시아권은 물론이고 미국 현지에서도 지원이 끊이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세이지는 이제 전국구급이 아닌 세계급의 회사로 거듭나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돈을 많이 뿌려도 괜찮나?”

최 과장은 문득 든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최 과장의 말에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으로 김 과장이 물었다.

“뭐가 괜찮냐고 그러는 거야?”

“아니. 나는 그게…….”

잠시 머뭇거리던 최 과장은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으로 김 과장에게 이야기했다.

자기보다 더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김 과장이라면 자기가 걱정하는 일에 대한 답을 줄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직원들에게 돈을 많이 풀어도 되나 싶어서. 이번에는 직원뿐만 아니라 회사와 관련된 사람들에게까지 모두 돈을 뿌린다고 하잖아. 이렇게 돈을 마구잡이로 뿌려도 괜찮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 참. 이 친구…….”

김 과장은 최 과장의 걱정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피우고 있던 담배를 끄고 최 과장의 어깨를 손으로 둘렀다.

“아까 자네가 그랬지? 지금이었으면 세이지에 못 들어왔을 거라고 말이야.”

“어. 내가 그랬지.”

“맞아. 잘 생각했어. 아마 지금이었으면 못 들어왔을 거야.”

무슨 말을 하려고 어깨까지 둘렀나 싶었던 최 과장은 어깨를 털어 김 과장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

그러나 김 과장은 더욱 강하게 어깨를 두른 채 설명을 시작하려 했다.

“잘 들어봐.”

김 과장의 말에 최 과장은 어깨를 털어내던 것을 멈추고 김 과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 회사 직원이 몇 명이야? 자회사까지 다 합쳐봐야 2,000명쯤이야. 맞지?”

“어. 나도 그렇게 알고 있어.”

“그래. 거기에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들. 그 사람들 다 더한다고 해도 200명이 조금 넘을까? 좋아. 500명이라고 치자. 도합 2,500명이라고 쳐.”

그렇게 대충 계산하는 게 어디 있냐고 말하려던 최 과장은 계속 계산하는 김 과장의 모습에 하려던 말을 할 수 없었다.

“2,500명한테 평균 10억씩 줬다고 쳐. 뭐 실제로 뿌린 돈을 본다면 그보다 안 되겠지만 계산하기 편하게…… 그렇다고 해봐. 그럼 얼마야?”

“2조 5천억. 2조 5천억이나 썼네. 아니 무슨 인센티브로 2조 5천억을 써?”

“실제로는 그보다 안 될 거야. 대충 2조 안팎으로 써도 많이 썼다고 하겠지. 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니까 2조 5천억을 썼다고 쳐봐.”

최 과장이 생각하는 금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계산 결과로 나왔지만 김 과장은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듯이 계속 이야기했다.

“2조 5천억이라고 해도 회사 입장에서는 별것 아니야.”

“별것 아니라고? 2조 5천억이나 썼는데?”

“하 참. 답답하네. 이번 코인 그라운드 건으로 벌어들인 돈이 얼마인지 기억 안 나?”

“30조?”

“그래. 30조야. 거기에서 20조가 넘는 금액이 우리 몫으로 떨어졌다는 거 잘 알지?”

“알지. 기가 막히게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자금에서 대부분 투자금이 나와 수익이 그렇게 나왔다는 거 아니야? 그것 때문에 말도 많았잖아. 진짜 그런지 알아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이야. 하지만 자산운용사 측에서 펀드 구성 종목 공개해버리는 바람에 이야기 쏙 들어갔잖아.”

“그래. 잘 알고 있네.”

김 과장은 이야기 잘했다며 최 과장의 어깨를 한번 두드리고 계속 이야기했다.

“그렇게 먹은 금액이 20조야. 그런데 2조 5천억 쓰는 게 아깝겠어? 실제로는 그것보다 더 적은 금액이지만 그걸 떠나서 20조에 2조 5천억쯤 인센티브로 뿌린다고 회사가 어떻게 될 것 같아?”

김 과장의 말에 최 과장이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렇긴 하네. 먹은 돈이 워낙에 많아서…… 뿌릴 만도 하겠어. 1/10 정도니까.”

최 과장이 자기 말에 동의하자 김 과장이 어깨를 두른 팔을 풀고 최 과장의 등을 두드렸다.

“그러니까 걱정은 접어둬. 그리고 우리 회장이 하는 일에 뒤만 잘 따라가. 내가 봤을 때 회장의 목표는 이거로 끝이 아니야. 20조 중에 2조 5천억을 인센티브로 풀고 나머지 돈으로 뭘 할지 잘 지켜봐.”

“어? 그게 무슨 말이야?”

“이 사람 참~ 둔하네.”

최 과장의 어깨에 다시 팔을 두른 김 과장은 저 멀리 보이는 구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말했다.

“한 회장이 나머지 돈을 가만히 가지고만 있을 거 같아?”

“남미 광산이 투자한다고 하지 않았어?”

“거참.”

계속 답답한 소리만 한다고 여겼는지 김 과장은 최 과장의 어깨를 꽉 움켜줬다.

“잘 생각해봐. 남미광산이 뭐 얼마나 비싸다고 나머지 돈이 다 들어가겠어?”

“하긴 그러네.”

“그래. 잘해봐야 3~4조 쓰면 땡이야. 그 정도면 남미 쪽에 있는 광산 싹 쓸어오고도 남아.”

“맞아. 이번에 인베스트먼트 쪽에서 넘어온 소식 들어보니까 광산 하나에 대략 2~3천억이면 충분하다고 하더라.”

“그래. 그것도 기풍하고 반반 투자하기로 되어 있으니 우리가 쓰는 돈은 천억에서 천오백억 사이라는 이야기야. 그렇다면 열 개를 넘게 사도 2조면 된다는 건데 그럼 나머지 돈으로는 뭐 하겠어?”

김 과장은 이제 알겠냐는 표정으로 최 과장을 바라보고 웃었다.

“차포 다 떼고 나서도 남는 돈이 10조가 넘어. 10조. 순수하게 세이지증권이 현금으로 동원할 수 있는 금액이…… 거기에 이번 일로 펀드 쪽으로 자금 들어오는 것까지 더하면 계산기 두드리기도 어려울 정도의 돈을 손에 쥐게 된 거라고. 이 정도 돈 가지고 한 회장이 돈을 튀긴다고 생각해봐. 다음은 100조 그리고 그다음은 1,000조 아니겠어?”

“1,000조…….”

최 과장은 말로 들어도 어질어질하게 느껴지는 금액에 잠시 굳어졌다.

김 과장은 그런 최 과장의 모습이 우습게 느껴졌는지 손등으로 최 과장의 배를 두드리고 말했다.

“먼저 들어와서 자리 잘 깔고 앉아있으니 튕겨 나가지 않도록 신경 바짝 써. 자네 애들도 아직 초등학생 아니야?”

“어. 이제 4학년, 2학년이야.”

“그래. 걔들 대학도 보내고 시집, 장가도 보내야 할 거 아냐? 여기 있으면 학비에 애들 자리잡는 것까지 고민 한번에 해결할 수 있어.”

“맞아. 그럴 거 같아.”

“그러니까 튕겨 나가지 말도록 바짝 긴장하라는 이야기야. 지금 자네 자리나 내 자리 노리겠다는 사람들이 바깥세상에 트럭으로 열 트럭은 넘게 대기하고 있으니까.”

김 과장의 말에 최 과장은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몇 시지? 어이쿠. 벌써 나와 있은 지 이렇게 됐네? 나 먼저 들어갈게.”

최 과장은 김 과장의 말도 듣지 않은 채 손을 들어 인사하고는 후다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김 과장의 말대로 바깥세상에 자기 자리를 노리고 있는 사람들이 열 트럭이 넘게 대기하고 있는데 여기서 이렇게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두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여튼 저 친구…….”

김 과장은 최 과장의 모습에 헛웃음을 내뱉고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다시 입에 물었다.

그날 오후 세이지 그룹의 모든 직원 계좌로 미리 공지됐던 인센티브 금액이 지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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