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4화 꿈 같은 상황
나창운은 한진영에게 남미 출장에 관한 보고를 마쳤다.
그리고 남미 출장 전에 한진영이 시킨 일에 관한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회장님. 진단과 백신에 관련된 회사를 찾아보라고 하신 것 말입니다.”
“아 참. 그거 어떻게 됐습니까? 안 그래도 슬슬 준비해야 할 타이밍이라 물어보려고 했는데 마침 말씀 잘하셨습니다.”
“그게…….”
나창운의 말에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인 한진영이었다.
나창운은 그런 한진영의 모습에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한진영은 나창운의 모습에 알겠다는 듯이 먼저 말을 꺼냈다.
“진단 시약을 제조하는 업체가 마땅치가 않았군요.”
“어떻게 아셨습니까?”
“하하. 이해합니다. 그럴 겁니다. 아무래도 의약 분야에서 마이너에 자리한 곳이니까요.”
“마이너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회장님도 아시겠지만 사인노스 일로 인해 진단 분야가 초토화를 당한 상태입니다. 그러다 보니 진단과 관련된 일을 하는 곳들도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입니다.”
큰 태풍이 지나간 곳은 땅이 뒤집어지고 모든 게 쓸려가기 마련이었다.
사인노스라는 사기 사건이 진단 분야를 덮치자 태풍이 지나간 것처럼 산업 전반이 모두 뒤집어지고 만 것이었다.
한진영은 나창운의 말에 오히려 반가운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그러니 더 잘됐지요. 지금이라면 좋은 기업의 지분을 싸게 획득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한진영의 말에 나창운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진단 분야가 그 정도로 괜찮은 곳입니까? 사인노스가 대형 사고를 쳐놔서 산업이 부흥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텐데 말입니다.”
“희망 정도가 아닙니다. 코인 그라운드 못지않은 이익을 얻는 곳이 바로 그곳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코인…… 그라운드에 못지않다고요?”
나창운은 한진영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코인 그라운드는 땅 파서 장사하는 곳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영업이익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그 어떤 업종을 들이댄다고 하더라도 코인 그라운드보다 높은 영업이익률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오직 코인 그라운드와 비견할 수 있는 것은 은행강도만이 비슷한 수준일 거라는 농담이 진담처럼 느껴질 정도의 영업이익을 보였었다.
그런 코인 그라운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곳이 진단 분야라고 말하는 것에 나창운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정말입니다. 지금이 가장 저점일 겁니다.”
한진영은 단호함이 느껴질 정도로 딱 잘라 이야기하고는 나창운 어깨너머로 보이는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여전히 코인과 코인 그라운드의 움직임이 모니터에 그려지고 있었다.
“코인 그라운드에서 번 돈을 투자할 생각입니다. 진단 분야와 백신 업체에 말입니다.”
“코인 그라운드에서 번 돈을 모두 말입니까?”
나창운은 놀란 눈으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코인 그라운드에 투자하여 얻은 이익은 족히 30조는 된다고 알고 있는 나창운이었다.
그중 일부를 투자자 배당금과 직원들의 인센티브로 지급했다.
그리고 자기와 이성우가 발품 팔며 돌아다니며 쓴 돈까지 뺀다고 해도 최소 10조는 남아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10조는 산업 전체를 뒤흔들 수도 있는 금액이었다.
목표로 한 것을 위해 산업 전체가 뛰어들 수 있는 금액이었으며 생각만 하던 것을 현실에서 구현해볼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런데 그 돈을 푼다는 말을 태연하게 이야기하는 한진영의 모습에 나창운이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진영은 나창운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치채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 돈을 모두 투자하고야 싶지요. 하지만 진단 분야와 백신 분야가 다 받아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10조라는 돈이 생각보다 큰돈이라서요.”
한진영의 말에 나창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한진영이 투자하겠다고 하니 무조건 모든 돈을 다 투자할 줄 알았던 자신이 우습게만 느껴진 나창운이었다.
나창운은 멋쩍게 뒷머리를 만지며 한진영에게 말했다.
“하긴 다 받아주기에는 너무 많은 돈이지요?”
“네. 그래서 일부만 돌릴 생각입니다. 나머진 다른 곳에 쓸 생각이고요.”
“다른 곳이요?”
나창운은 머리를 만지던 손을 멈추고 한진영을 향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회장님께서는 코인 그라운드를 통해 얻은 자금을 어떻게 운용할지까지 모두 계획하고 계셨던 겁니까?”
“그럼요. 그런 계획 없이 일을 진행해서야 되겠습니까?”
한진영의 태연한 모습에 나창운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 한진영을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면 혹시 얼마를 벌 건지도 처음부터 계획을 세우시고 코인 그라운드에 들어가신 겁니까? 그러니까 투자하기 전에 목표금액을 설정하고…….”
말을 하던 나창운은 자기가 말하고도 어처구니가 없었던지 헛웃음을 내뱉으며 웃었다.
“하~ 나 참. 죄송합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제가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코인 그라운드를 보고 30조라는 수익을 목표로 세운 채 투자에 들어간다는 생각은 자기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던 나창운이었다.
그는 말을 하다 말고 멈추고는 얼토당토않은 말에 사과했다.
“코인 그라운드를 픽업해서 회장님께 데리고 간 사람이 저인데 이상한 생각을 다 했습니다.”
“아닙니다. 죄송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대로 보셨으니까요.”
“네? 제대로 봤다고요?”
한진영은 그대로 멈춘 채로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나창운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네.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코인 그라운드의 타일러 버드를 데리고 온 것은 나 사장님이시지만 타일러 버드를 본 순간 얼마를 벌지 머릿속으로 계산이 끝났었습니다. 그리고 그 계산은 전부터 계속 이어져 왔고요. 물론 앞으로도 이어져 갈 겁니다.”
“그 말씀은 지금 투자하는 모든 것이 계획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정확히 수익률까지 계산해서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에 나창운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진영은 나창운의 허무맹랑한 말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모두 철저한 계산 아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투자입니다. 성공한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 계산은 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기는 한데…….”
한진영이 하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맞게 움직이는 것이 투자의 성공을 향하는 지름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상황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였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기에 매번 계획을 성공시킨다는 것은 꿈과 같은 일이었다.
그런데 한진영은 그런 꿈과 같은 일을 성공시키고 있었다.
그것도 매번, 매 순간, 어떤 상황에서도 성공시키고 있으니 한진영의 말을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도 저는 다 계획을 세워놓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나 사장님께서 저를 조금만 도와주시면 계획을 수월하게 성공시킬 수 있을 겁니다.”
“회장님을 실망하게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창운은 한진영의 부탁에 바로 고개를 숙이고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자기는 한진영의 뒤를 착실히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올라온 것이었다.
한진영은 나창운의 모습에 가만히 미소 짓고는 달력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고야 터지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지만, 그 전에 회사를 선별하여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니 여유가 많지는 않습니다. 먼 길을 다녀오느라 힘드시겠지만, 더욱 박차를 가해 이번 일을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진단과 백신 분양의 일은 정말 중요한 일이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나창운은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나 대답 뒤에 의문이 하나 찾아오는 것을 느꼈다.
‘사고?’
한진영이 말한 사고라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증이 몰려온 것이었다.
하지만 나창운은 궁금증을 물어보지 못했다.
기업을 선별하는 일에 필요한 이야기였다면 한진영이 미리 알려줬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기는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됐고 그렇게 일을 처리하면 나중에 자연스럽게 알게 될 일이라며 나창운은 궁금증을 털어냈다.
***
대한민국에서는 기풍과 세이지가 손을 잡고 남미의 광산들을 다수 매입했다는 이야기가 신문의 1면을 장식했다.
세이지의 미국 법인인 세이지 인베스트먼트가 약 5조의 자금을 들여 기풍과 남미의 광산을 인수했다는 이야기였다.
사람들은 세이지가 코인 그라운드를 정리하고 난 자금을 어디다 쓸지 크게 관심을 가졌었다.
30조나 되는 큰 자금이었기에 그 돈이 흘러 들어가는 곳에 시선이 주목된 것이었다.
그리고 세이지가 투자할 곳이 어딘 지에도 관심을 가졌다.
세이지가 투자하는 곳이 바로 다음 시장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코인과 코인 그라운드는 이미 끝이 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코인 가격이 폭락에 폭락을 거듭했고, 그로 인해 코인 그라운드의 영업이익은 곤두박질칠 것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제 사람들은 코인은 끝이 났으며 다음 시장을 향해 세이지가 옮기는 걸음에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발걸음이 여전히 이차전지 쪽을 맴도는 것에 사람들은 기운이 빠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차전지는 예전부터 세이지가 밀어붙이던 분야였기에 새롭지 않은 분야였다.
그리고 꾸준히 성장은 하고 있지만 코인과 같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곳은 아니었기에 사람들은 세이지의 선택에 김이 새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에 사람들은 정신을 차렸다.
[그럼 나머지 돈은 어디다 쓴 건가?]
30조를 벌었다는 것은 이미 시장 참여자라면 누구나 알만한 이야기였다.
코인 그라운드가 발표했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인증한 내용이었다.
30조 중 일부는 직원들의 인센티브와 투자자의 배당금으로 사용됐다고 했다.
그리고 일부는 남미 광산 인수하는 데 쓰였다고 했다.
그래도 10조에 가까운 금액이 남아있을 것이 분명한데 도대체 그 돈이 어디로 갔냐는 것이 목소리의 주장이었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는 투자회사였다.
돈을 창고에만 담아두고 있는 곳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분명 세이지는 투자를 감행할 것이고 10조라는 돈도 어딘가에는 분명 쓸 거라는 것이 사람들의 판단이었다.
시장 참여자들은 여전히 10조라는 돈을 어디에 쓸지 세이지를 주목했다.
그리고 세이지가 투자하는 곳에 따라 투자하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긴장한 채로 준비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세이지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만 했다.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갈수록 기대하던 모습이 나오지 않자 점차 지쳐가기만 했다.
긴장은 풀어졌고, 달려가기 위해 들어 올렸던 팔은 자연스럽게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세이지를 주목했던 시선은 점차 다른 곳을 향해 돌아갔다.
전혀 움직이지 않는 세이지의 모습에 사람들의 관심은 점차 멀어져 간 것이었다.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전혀 보이지 않던 움직임과 달리 세이지 내부에서는 바쁘게 움직였다.
새롭게 진행한 자원개발 분야에 역량을 강화했으며 투자했던 기업들에 대한 성과를 정리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저 외부에서 기대했던 신규 투자 건이 진행되지 않았을 뿐이지 내부적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는 와중에도 세이지를 시끄럽게 만드는 사건은 일어났다.
“한 회장.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저야말로 묻고 싶습니다. 설득이 안 된 겁니까?”
코인 그라운드의 문제를 가지고 다시 찾아온 레이 젠슨과 바비 힉스로 인해 세이지는 시끌시끌한 분위기가 연출된 것이었다.
바비 힉스는 바로 맞받아친 한진영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한진영은 이번에는 레이 젠슨을 돌아보고 물었다.
“돈을 마련해 놓은 상태입니다. 언제라도 투자를 진행하도록 말입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못하셨다면 저도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한 회장. 우선 투자하고…… 그 뒤에 압박해도 되는 일 아닙니까? 그러니까 지금은 발언권이 없어 아무런 말을 못 하는 것이니 직접 지분을 투자한 뒤 가지고 있는 지분을 통해 압박을 가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레이 젠슨을 바라보고 말을 했지만 대답한 사람은 바비 힉스였다.
그만큼 지금 상황에 가장 압박을 받는 사람이 바비 힉스였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바비 힉스를 향해 대답했다.
“힉스 최고 투자책임자께서는 제가 지난번에 몇 퍼센티지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는지 잊으셨나 봅니다. 20%가 넘게 지분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분을 가지고 압박하는 일이 이번에는 가능할 것으로 보이신 겁니까?”
한진영의 말에 바비 힉스는 빨개진 얼굴로 탁자를 두드렸다.
“그러면 어쩌란 말입니까?”
“저야말로 되묻고 싶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길 원하시는 겁니까? 두 분을 위해 돈을 투자하여 코인 그라운드의 주가를 살려주길 바라시는 겁니까? 그런데 저는 묻고 싶습니다. 제가 투자한다고 코인 그라운드의 주가가 살아나기는 하는 겁니까?”
바비 힉스의 모습에도 한진영은 눈썹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되물었다.
바비 힉스는 이런 한진영의 모습에 오히려 움찔하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한진영의 질문에 어느 것 하나 대답할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한차례 폭풍 같은 순간이 지나가자 지금까지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던 레이 젠슨이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 아니오?”
“무엇을 말씀입니까?”
“코인 그라운드가 우리 설득을 듣지 않을 거라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레이 젠슨의 말에 한진영은 대답 없이 가만히 레이 젠슨을 바라보기만 했다.
레이 젠슨은 그런 한진영의 시선에 헛웃음을 터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럴 줄 알았지.”
바비 힉스는 레이 젠슨의 말에 한진영을 슬쩍 바라보고는 레이 젠슨에게 물었다.
“뭐가 그럴 줄 알았다는 말씀이십니까?”
“여기 있는 한 회장은 우리의 설득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애초에 코인 그라운드의 타일러 버드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단 거지.”
“그게 무슨…… 그러면 여기 세이지가 우리를 놀렸다는 말입니까?”
바비 힉스가 분을 못 이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까지 동양에서 온 어린놈에게 농락당했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오른 것이었다.
“내가…….”
바비 힉스가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려 하자 언제 나와 마찬가지로 레이 젠슨이 바비 힉스를 진정시켰다.
“그렇게 화낼 필요 없어. 알고 있건 모르고 있건 달라지는 건 없었을 테니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가 타일러 버드를 설득하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젠슨 회장님은 아시지 않습니까?”
“알지. 아니까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야. 이대로 모든 우리의 고생을 수포로 만들지 말고…….”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레이 젠슨은 한진영을 바라보고 말했다.
“어쨌건 우리를 살려줄 사람은 여기 있는 한 회장이 유일한 희망인 것 같다는 말이야. 그러니 한 회장하고 날 세우지 말란 말라는 이야기야. 괜히 한 회장이 기분 안 좋다고 모른 척하면 그것만큼 골치 아픈 일이 없으니까.”
“회장님.”
바비 힉스가 레이 젠슨을 불렀지만 레이 젠슨은 바비 힉스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는 한진영을 똑바로 바라보고 물었다.
“우리가 지금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지 그걸 말해주시오. 우리가 한 회장의 말에 따라 움직일 테니 말이오.”
바비 힉스는 코인 그라운드에 돈이 물린 사실도 까맣게 잊을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레이 젠슨이 한진영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보고 있는 모습이 바비 힉스에게는 마치 꿈같이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