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7화 모두가 행복해하는 결말
한진영은 당황한 미래해운 직원들을 향해 말했다.
“지금은 구조조정을 하여 몸집을 줄일 때가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몸집을 키울 생각입니다.”
몸집을 키운다는 말에 직원들은 모두 입을 벌리고 말았다.
당장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회사.
정부조차 들어가는 세금이 아까워 해운업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회사에 넘기기까지 한 회사.
그런 곳을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몸집을 키우겠다고 이야기하니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한진영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듣지 못할 지경이었다.
한진영은 이제 더는 적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미래해운 직원들을 향해 계속 이야기했다.
“두 번째 이야기가 바로 조금 전 몸집을 불리겠다는 것과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상단의 규모를 더욱 키울 생각입니다.”
웅성웅성.
한진영의 두 번째 말이 나오자 장내가 시끄러워졌다.
한진영은 마이크를 내려 손바닥으로 마이크 머리 부분을 때렸다.
스피커를 통해 귀를 때리는 소리가 나오자 웅성거림이 잦아들었다.
한진영은 잠시 자리에 앉아있는 미래해운 직원들을 쓸어보고는 다시 마이크를 입에 가져다 댔다.
“제 이야기를 다 듣고 곁에 계시는 분들과 이야기하기 바랍니다. 제 몸에서 나는 이 냄새가 여간 고약한 게 아니라서 말입니다. 빨리 가서 씻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한진영의 말에 자리에 앉아 있던 미래해운 직원들은 살며시 웃었다.
젊은 사람이라서 그런지 권위적인 모습이 한진영에게서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더는 세이지가 점령군처럼 느껴지지 않은 미래해운 직원들은 한진영의 말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한진영은 자기를 향해 집중하는 미래해운 직원들을 향해 얇게 웃어 보이고는 마이크를 통해 계속 이야기했다.
“현재 해운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해운 운임은 바닥을 기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움직이는 상단 동맹은 느슨한 상태입니다. 중국의 고전으로 벌크 운임은 지하실 밑에 지하실이 또 존재함을 알려주고 있지요. 하지만 저는 해운업에도 물결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지금이 파도의 가장 밑에 부분에 위치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를 바닥으로 하여 상승할 것이고, 그 상승에 저와 미래해운이 제대로 몸을 싣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한진영이 손가락을 들어 튀기자 한진영의 뒤로 화면이 떠졌다.
그곳에는 현재 미래해운의 보유 선박이 그래프로 그려지고 있었다.
“현재 미래해운의 보유 선박 비율은 컨테이너선이 87.25%, 벌크선이 9.58% 그리고 기타가 3.17%입니다. 저는 여기서 대형 유조선 비율을 늘리려 합니다. 저 3.17%. 저걸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의 조정 없이 10%까지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진영의 말에 800명이 모인 대강당은 바늘 하나 떨어지지 않을 만큼 조용하게 변했다.
그리고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문외한이 아니다.’
‘우리를 다 파악하고 있었구나.’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어.’
한진영의 말 하나하나가 모두 해운업에 문외한이라면 할 수 없는 말들이었다.
그리고 목표도 뚜렷했다.
단순히 배 숫자만을 늘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늘려야 할 곳이 어디인지까지 목표로 정한 상태에서 이 자리에 올라온 것이었다.
한진영은 대강당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느끼며 계속 이야기했다.
“세 번째이자 앞의 이야기에 이어진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구조조정 없이 상단 규모를 늘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누군가는 미래해운을 2조나 주고 사려 하는 저를 미친놈이라고 하더군요.”
“하하하하.”
자리에 있던 미래해운 직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분위기가 완전히 부드러워진 것에 한진영은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웃음이 잦아들 때쯤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저는 2조 원이 결코 비싼 금액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산업은행이 1조 5,000억 원에 대한 대출을 해준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2조 원은 오히려 싼 값에 미래해운을 인수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인수하는 데 필요한 것은 5,000억이면 되니까요.”
조금 전까지 웃음을 터트리던 미래해운 직원들은 한진영의 설명에 마른침을 삼켰다.
미래해운을 인수하는 데 실제로 필요한 자금이 5,000억이었다는 사실은 그들의 머리를 두드릴만한 이야기였다.
예상보다 미래해운의 가치가 매우 낮게 책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는 나머지 1조 5,000억을 모두 미래해운에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즉, 산업은행이 진행한 대출을 모두 제가 계획한 저 기타의 비율을 10%로 올리는 데 쓸 계획입니다.”
자리에 있던 미래해운 직원들은 모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한진영의 이런 투자가 쉬운 결정이 아니라는 것을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인수한 회사에 자본잠식을 걱정해야 하는 곳에 1조 5,000억을 투자한다는 것은 웬만한 강심장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걸 한진영이 하고 있었다.
그것도 직원들의 구조조정 없이…….
“사실 1조 5,000억이 큰돈이기는 하지만 배 가격을 생각한다면 만족할만한 수준의 돈은 아닙니다. 대형 유조선 VLCC 한 척의 건조 비용이 1,000억을 넘나드는 만큼 1조 5,000억이라고 해 봤자 15척 수준의 배를 건조하는 것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이제 발주하여 물건이 나오기까지는 수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한진영은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화면에는 조금 전과는 다른 내용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진영은 화면에 떠진 것을 돌아보고 사람들에게 설명했다.
“제 계획은 이렇습니다. 1조를 들여 국내 조선소에 선박 발주를 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당장 필요한 대형 유조선 40척을 그리스와 미국 선박회사를 통해 5년간 2,000억에 임대하기로 했습니다. 나머지 3,000억은 예비비로 인력 충원과 관리비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한진영의 계획에 모두 입을 벌리고 말았다.
대형 유조선 40척을 5년 동안 빌린다는 계획이 그들에게는 너무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진영은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이것은 미래해운의 미래를 위한 계획입니다.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면서 현실 또한 대비해야 할 겁니다. 저는 인수를 진행하며 기풍그룹과 계약을 물밑에서 함께 진행해 왔습니다. 오늘 여러분께 발표한 뒤 내일 오전 기풍과 10년 동안 물류를 독점적으로 우리 미래해운이 책임진다는 계약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쏟아내는 한진영의 계획에 놀라고 있었다.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오히려 인력을 충원하여 덩치를 키우겠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기풍과의 10년 독점 계약은 미래해운의 고민거리들을 모두 날려버리는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이다.
“저는 단순히 미래해운을 인수하여 보기 좋게 포장한 후 회사를 재매각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대로 회사를 키우고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곳으로 미래해운을 만들어낼 생각입니다.”
짝짝짝짝.
자리 한쪽에서 조용히 박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한진영은 박수 소리를 들으며 미래해운 직원들에게 마지막 말을 전했다.
“저와 세이지 이야기를 들으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저는 성과주의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리고 회사가 이익을 보면 그걸 직원과 나누는 걸 누구보다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회사가 돈을 벌고 이득을 본다면 그걸 여러분과 나누겠다는 약속을 이 자리에서 하겠습니다.”
짝짝짝짝.
박수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그들도 세이지증권의 엄청난 성과급 체계를 오래전부터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세이지처럼 성과급 파티를 벌일 수 있다고?”
“세이지증권의 말단이 작년에 4억을 가지고 갔다며? 팀장급 이상은 10억은 우습고?”
“우리가 세이지증권만큼은 돈을 벌지 못하겠지만…… 지난 10년 동안 성과급이 제로였던 걸 생각한다면 드디어 우리도 기본급 100% 같은 성과급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건가?”
박수 소리와 함께 웅성거리는 소리가 함께 대강당에 울려 퍼졌다.
한진영은 뜨거운 열기가 점점 올라가는 미래해운을 바라보고 웃으며 마이크를 통해 인사했다.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서 씻도록 하겠습니다. 냄새가 점점 더 심해지는군요. 아 참. 이 말을 빼먹을 뻔했습니다. 이미 사전에 임원분들에게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경영진 교체는 없습니다. 세이지증권의 직원이 점령군으로 미래해운에 들어와 모든 것을 컨트롤하려 하지도 않을 테고요. 미래해운의 자율성을 저는 보장하는 쪽으로 이어갈 생각입니다. 이거 냄새가 고약해서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한진영은 꾸벅 인사하고 마이크를 미래해운 직원에게 건네고 강단에서 내려왔다.
이인정을 비롯한 미래해운의 임원들이 일제히 한진영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사전에 알고 있었던 내용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들도 모르고 있던 이야기들이었다.
자기들을 살려준 것만으로도 놀랄 일인데, 거기에 더해 미래해운의 현재와 미래를 모두 염두에 두고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는 것에 임원들은 감동한 것이었다.
짝짝짝짝.
“잘 부탁드립니다.”
“한진영 회장님. 응원합니다.”
“미래해운도 세이지만큼 크게 키워주십시오.”
“감사합니다. 한진영 회장님. 감사합니다.”
떠나는 한진영을 향해 대강당에 자리한 팀장들 몇몇이 박수와 함께 큰소리로 한진영을 향해 감사 인사를 했다.
한진영은 문 앞에 잠시 서서 자기를 향해 환호하는 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줬다.
사람들은 한진영의 손짓에 더욱 큰 환호를 보냈다.
한진영이 대강당을 벗어났음에도 박수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자리에 있던 이들은 더 나은 미래가 보이는 것 같은 느낌에 처음 자리에 올 때 가졌던 적의를 모두 불살라내고 만 것이었다.
미래해운 직원들의 마음속에는 한진영에 대한 호감으로 마음을 가득 차게 됐다.
그리고 호감이 마음속에서 싹트자 처음 대강당에 들어올 때 한진영이 보여줬던 모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 회장님 옷이 왜 그렇게 된 거야? 그것만 아니었으면 회장님께서 더 오랫동안 계시면서 자세히 이야기해주셨을 것 같은데.”
어느새 한진영을 우리 회장님이라고 부른 미래해운 직원은 옆자리에 앉아 있는 동료에게 이유를 물었다.
동료는 박수 치는 것을 멈추지 않은 채 대답했다.
“회사 앞에서 시위하는 사람들한테 맞았다고 하신 것 아니야?”
“회사 앞에서 우리 직원들이 시위하던가?”
“아니지. 그런 건 노조 연합에서 하는 거잖아.”
“그놈들이 왜 남의 회사에 와서 진상을 피우는 건데?”
“떡고물이라도 받아먹을까 해서 그러는 거지. 자기들 힘도 과시하고…….”
“이놈들이 왜 엄한 곳 와서 난리를 피워서 우리 회장님을 곤란하게 만들어?”
마치 자기가 대신 한진영을 위해 나서겠다는 듯이 팔을 걷어붙인 직원은 씩씩댔다.
“세이지로 인수되는 걸 노조 놈들이 반대한다고 하는데…… 혹시 노조에서 계속 반대하지는 않겠지?”
박수를 치던 동료는 팔을 걷어붙이던 직원을 돌아보고 물었다.
그는 씩씩대는 것을 멈추지 않고 큰 소리로 말했다.
“노조 놈들이 반대하는 이유가 뭐야? 고용 보장 아니야? 그런데 회장님께서 뭐라고 하셨어? 고용 보장해주신다잖아. 그뿐이야? 산업은행에서 대출해준 거 고대로 회사에 집어넣어 투자도 하신다잖아. 인력도 충원하고 배도 더 사고…… 게다가 오자마자 장기 계약까지 따가지고 오셨는데 제 놈들이 머리가 돌지 않은 이상 회장님을 반대해서는 안 되지. 막말로 회장님이 인수한다고 하기 전까지 회사가 문을 닫느냐 마느냐 하는 상황이었는데.”
직원의 말소리에 여기저기서 호응하는 말소리가 들렸다.
“옳소.”
“회장님을 저렇게 만든 놈들을 색출합시다.”
“우리 회사 직원 아닐 겁니다. 분명 다른 회사 놈들이 한 짓일 겁니다.”
“다른 놈들이 우리 회사 앞에서 회장님을 욕보이려는 짓을 우리가 막읍시다.”
“회장님을 우리가 지킵시다.”
격앙된 분위기는 한진영을 이렇게 만든 이들을 비난하고 한진영을 지켜야 한다는 쪽으로 흘러갔다.
한진영을 지키는 것이 미래해운을 지키는 일이며 그것이 자기들의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한진영이 떠나간 미래해운의 본사에는 건물을 뒤덮는 뜨거운 열기가 휘몰아쳤다.
***
“언론이란 게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지훈은 한진영에게 가지고 온 신문들을 내보이며 말했다.
“얼마 전까지는 우리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던 곳들이 다 칭찬 일색으로 이야기하고 있으니…… 너무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뒤집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한진영은 조지훈이 가지고 온 신문들을 내려다보고 가만히 웃었다.
[미래해운을 살리는 기발한 방안]
[미래해운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어려움을 극복하겠다 선언]
[단순한 투자자가 아닌 미래해운을 살리는 소방수로 투입된 세이지의 한진영 회장의 행보가 궁금하다]
[기풍그룹과의 장기계약 체결은 관계자들조차 허를 찔렸다는 반응]
[세이지를 세계적인 투자회사로 일구어낸 한진영이 굴뚝산업에서도 진가를 보여]
한진영에 대한 칭찬과 기대 일색의 신문을 내려다본 한진영은 가볍게 하나를 집어 들며 말했다.
“그럴 수밖에 없지. 여론에 따라 움직이는 게 언론이니까. 어쨌든 우리에게는 호의적으로 바뀐 거 같네?”
한진영은 들고 있던 신문을 넘겼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하나 발견했다.
“미래해운 노조가 노조 연합에서 탈퇴했어?”
“네. 안 그래도 그 말씀을 드리려 했습니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맞은편에 앉으며 오전에 이인정에게 연락받은 내용을 이야기했다.
“미래해운 노조가 노조원들을 상대로 노조 연합 탈퇴에 관한 투표를 진행했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노조연합이 미래해운에 의사를 묻지도 않고 자기들 마음대로 회장님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는 데다 회장님께 위해를 가했다는 이유로 투표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하하.”
한진영은 가볍게 웃고는 계속 이야기하라고 조지훈을 향해 손짓했다.
조지훈은 한진영 앞에 놓여있는 신문을 살짝 내려다보고 이야기를 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보고 계신 신문에 나온 대로 절대적인 다수의 지지를 받아 통과됐다고 합니다.”
“찬성표가 80%가 나왔다면 뭐 대부분 노조 연합에서 나오길 바랐다는 말이겠네?”
“네. 이인정 사장 말에 의하면 노조 연합에서 파업하라는 지도부의 지시가 내려왔다고 합니다.”
“파업?”
한진영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파업을 지금 왜 해?”
“이유는 고용 안정과…….”
“고용 안정시켜준다고 했잖아.”
“미래해운의 경영에서 손을 떼라는…….”
“경영진도 유임해서 경영의 연속성을 보장하기도 했고.”
조지훈은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겉으로 보이는 투쟁의 이유는 이건데 사실은…….”
“사실은?”
“노조 연합의 영향력을 더 강하게 가져가려는 이유에서 투쟁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 같습니다.”
“호구 잡으려고 했구먼.”
한진영은 조지훈의 말에 노조 연합이 무슨 꿍꿍이로 파업하라는 지시를 내렸는지 이해했다.
“파업을 푸는 조건으로 위로금을 달라고 할 테고, 그 위로금 중 일부를 연합에서 가지고 가려고 했을 거야.”
“이인정 사장도 회장님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뭐 뻔하지. 오늘내일하던 집안에 돈 있는 주인이 안방을 차지하면 돈 내놓으라고 동네 거지들이 찾아와 난동 피우는 건 오래된 전통이니까.”
한진영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신문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아마 노조 연합에서의 압박을 계속 피하기 어려워 연합탈퇴를 고민했고, 그 결과가 이거인 것 같다. 고생했네.”
한진영은 뿌듯한 표정으로 조지훈을 향해 지시했다.
“직원들에게 위로금으로 준비했던 돈 집행하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어차피 줄 돈이었는데 이렇게 상황이 맞아떨어질 때 집행하는 편이 보기 좋지.”
한진영은 원하지 않아도 그림이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것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날 저녁 미래해운 직원당 200만 원의 위로금이 전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위로금은 한진영의 개인 돈으로 지급된 것으로 400억을 새로 인수한 회사 직원들에게 사용한 것에 사람들은 한진영의 통 큰 결정과 커다란 손에 감탄했다.
세이지의 미래해운 인수는 우려와 달리 깔끔하고 모두가 행복해하는 결말로 마무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