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증권사 생활-498화 (498/650)

498화 계획했던 일

***

나창운은 바짝 긴장해있는 오션제로 천윤구 사장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어깨를 두드렸다.

“걱정하지 마세요. 회장님께서는 오션제로와 같은 진단시약 관련 회사에 관심이 아주 많으시니까요.”

“정말 괜찮을까요?”

“괜찮습니다. 제가 올린 보고서에 확신이 있으셨으니 보시겠다고 하신 것이겠지요.”

“그게…… 저희는 이번 투자를 정말 성공시켜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건 누구보다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긴장하지 마세요. 잘될 겁니다.”

“부탁드립니다. 꼭 좀 부탁드립니다.”

천윤구 사장은 몇 번이나 나창운 사장의 손을 붙잡고 애원했다.

처음 투자전문 회사가 자기를 보고 싶다고 했을 때 여느 회사처럼 오션제로를 욕심내어 찾아온 하이에나쯤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투자회사가 세이지증권의 자회사인 세이지 인베스트먼트라는 사실에 급히 돌아가는 사람을 잡아 세우고는 이야기를 나눴었다.

세이지라면 기존의 다른 곳들과 다르지 않겠냐는 생각에서였다.

이미 세이지 인베스트먼트는 산업계에서 큰손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투자 금액이 인색하지 않으며, 경영에 있어서 간섭도 심하지 않아 오롯이 회사를 잘 키워나가는 데 주력하게 해준다는 것이었다.

다만, 투자를 받는 곳은 한정되어 있고 굉장히 유망한 곳에만 투자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래서 천윤구는 자기에게 그런 기회가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오션제로는 기존에 세이지 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해왔던 곳들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미래해운이 오히려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오션제로의 상황은 좋지 못했다.

직원들 월급은 석 달이나 밀린 상태이며, 은행에 빌린 채무 독촉에 당장이라도 회사 집기들이 뜯겨 나갈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를 팔라는 곳들이 오션제로에 접근해 왔었다.

이대로 망하면 빚덩이에 앉겠지만, 지금이라도 회사 지분을 넘긴다면 아이들 대학교 등록금이라도 몇 푼 챙길 수 있지 않겠냐고 설득했던 것이었다.

천윤구 사장은 마른침을 삼키며 비어있는 소파를 바라봤다.

‘마지막 기회야.’

여기서 투자받지 못하면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회사를 안고 함께 죽을지 아니면 평생을 일궈온 회사를 거저 내놓아야 할지 천윤구는 선택해야만 했다.

“회장님께서 오십니다.”

조지훈이 먼저 들어와 한진영이 도착했음을 알리자 자리에 앉아있던 나창운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윤구는 나창운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자리에서 따라 일어났고 천윤구가 옷매무새를 만지고 나자 한진영이 안으로 들어왔다.

“반갑습니다. 세이지의 한진영입니다.”

한진영이 천윤구를 향해 반갑게 손을 내밀고 인사했다.

천윤구는 화면으로 보기보다도 더 젊어 보이는 한진영의 모습에 잠시 놀란 듯이 제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다 나창운이 찌른 옆구리에 정신을 차리고 한진영의 손을 잡고 마주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오션제로의 천윤구입니다.”

한진영은 여전히 놀란 얼굴을 숨기지 못하는 천윤구의 손을 잡고 잠시 웃은 뒤 조금 전까지 앉아있던 자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앉으시지요. 앉아서 이야기하시도록 하시죠.”

한진영은 천윤구에게 앉을 것을 권한 후 나창운에게 고갯짓으로 인사를 대신한 후 자리에 먼저 앉았다.

천윤구는 잠시 나창운을 돌아봤다.

나창운이 자리에 앉으며 천윤구에게 앉아도 괜찮다는 손짓을 하자 천윤구는 그제야 자리에 뒤따라 앉을 수 있었다.

“천 사장님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오션제로에 관해서도 이야기 많이 들었고요.

천윤구는 아무런 대답하지 못하고 마른침을 삼키며 한진영을 바라보기만 했다.

한진영은 그런 천윤구를 향해 가볍게 웃고는 조지훈을 향해 손을 들었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손짓에 가만히 책상에 서류 봉투를 내려놓고 뒤로 물러났다.

“우리 제안입니다.”

한진영이 서류 봉투를 내려다보고 천윤구에게 말하자 천윤구는 서류 봉투와 한진영을 번갈아 바라보기만 했다.

“어서 보세요.”

나창운이 천윤구에게 서류 봉투를 열어볼 것을 권하자 그제야 천윤구가 서류 봉투를 열어 제안서를 꺼내 읽어 내렸다.

“투자금 200억에 지분 30%를 건네받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저희가 30% 지분을 보유하며 사장님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리 세이지는 오션제로의 경영과 연구개발 등에 일절 관여하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 저희는 투자자로 천 사장님은 회사 경영자로 남아 있을 것을 제안합니다.”

“꿀꺽.”

한진영의 뜻밖의 제안에 천윤구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회의실을 가득 채울 정도로 크게 들렸다.

한진영은 그런 천윤구의 모습에 가만히 웃으며 계속 이야기했다.

“200억 외에도 추가로 대출을 일으킬 생각입니다. 약 500억 정도를요.”

“대출이요? 저희가 대출이 된단 말입니까?”

그렇게 하고 싶어도 은행에서 거부하여 하지 못하던 대출이었다.

그러나 한진영이 너무나 대수롭지 않게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자 천윤구는 놀란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저희가 200억을 투자함으로써 회사 운영에 문제가 사라진다면…… 500억쯤이야 가능합니다. 은행에서 대출이 안 된다면 세이지가 내어드릴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설마 500억으로 회사를 사실 생각은 아니시죠?”

세이지는 200억으로 오션제로의 지분 30%를 확보할 수 있었다.

500억이라면 경영권은 물론이고 오션제로의 모든 것을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이었다.

천윤구의 걱정은 어쩌면 당연할지 몰랐다.

한진영은 천윤구가 무엇을 걱정하는 것인지 알아채고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한참을 웃던 한진영은 손을 들어 천윤구에게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죄송합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천 사장님의 말씀이 우스워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저 우리 같은 사람들이 천 사장님과 같은 분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알게 되어서 웃은 것뿐입니다.”

사과를 마친 한진영은 손을 내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천윤구에게 말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경영권을 보장한다고 말했는데 이상한 조건을 걸어 500억으로 회사를 삼키려 하지는 않습니다. 500억은 순수한 조건이 없는 대출일 뿐입니다. 이자가 존재하는 대출 말입니다.”

“대출에는 담보가 걸리지 않습니까?”

한진영의 말에도 여전히 불안감을 지우지 못한 천윤구가 질문을 던졌다.

한진영은 천윤구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가만히 웃어 보이고는 천윤구를 향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타 은행에서 대출이 진행되면 저희가 보증인이 되겠습니다.”

“세이지가요?”

“네. 그런데도 대출 진행이 안 된다면 그때 저희가 500억을 무담보로 대출하도록 하겠습니다.”

“무담보로요?”

천윤구는 놀란 표정으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담보로 회사를 내놓는다고 해도 대출이 진행되지 않는 것을 한진영은 너무나 쉽게 대출해준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천윤구로서는 한순간에 바뀐 처지에 이게 맞느냐는 의심이 들기까지 했다.

한진영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의 천윤구를 향해 이야기했다.

“처음부터 저희가 500억을 무담보로 진행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주변의 시선이 우리가 오션제로를 탐내 돈을 집어넣는다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사장님도 같은 생각이실 테고요.”

천윤구는 한진영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진영은 순순히 인정한 천윤구를 향해 웃는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저희는 진심으로 오션제로를 탐내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오션제로에 큰 기대를 하고 있어 투자하려고 하는 겁니다.”

“큰 기대요?”

“네. 그래서 투자금은 어려운 회사 사정을 복구하는 데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대출금으로 생산량 확대를 진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공장을 새로 지어 생산량을 지금보다 5배 이상 늘려주는 것을 목표로 하기를 바랍니다.”

“5배요?”

“진단 키트 기준으로 월 2,000만 키트 생산이 목표가 되겠군요.”

“2,000만…… 키트요? 월간 단위로 말입니까?”

천윤구는 나창운을 돌아봤다.

나창운은 천윤구의 시선에 한진영이 한 말을 설명했다.

“우리는 진단 키트의 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 수요에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네? 해외 수요요? 뭔가 잘못 알고 계시는 것 아닙니까? 우리는 물론이고 국내 모든 업체를 다 합쳐도 일 년에 100만 달러 치도 수출이 안 되는 게 진단 키트입니다.”

천윤구는 한진영 등이 오션제로가 만드는 제품을 오해하여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투자를 진행하기 전에 오션제로가 만드는 제품을 설명하려 했다.

“저희가 만드는 진단 키트는…….”

그러나 한진영은 손을 들어 천윤구의 말을 막았다.

“천 사장님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오션제로가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오션제로가 개발한 신속항원검사키트에 큰 관심이 있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신속키트도 알고 계십니까?”

“네. 검사율이 기존 키트들에 비해 거의 2배 가까이 좋아졌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결과까지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다른 것들에 비해 1/3 수준밖에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 제품에 대해 많이 알고 계시는군요.”

천윤구는 의외라는 눈으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알고 보면 별것 아닌 것들이지만 이 별것 아닌 것들을 아는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진단검사 키트가 있다는 것조차 아는 사람이 적었으며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아는 것도 모자라 한진영은 새롭게 개발한 신속항원 키트에 관해서도 알고 있었다.

한진영이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가 괜한 말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어쨌든 검사율에서는 PCR 그러니까 중합효소연쇄반응 검사법이 탁월하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일 겁니다. 하지만 현재 기술력으로는 검사 결과까지 나오는데 12시간이라는 시간이 걸려서 그게 발목을 잡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천윤구는 놀란 얼굴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한진영이 하는 말들은 그냥 관심 있다는 정도로는 알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출로 얻은 500억을 이용하여 생산량 확대와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주십시오. 그래서 내년 초까지는 검사 완료 시간을 6시간으로 줄여주십시오. 그리고 최종 내년 말까지 4시간까지 줄이는 것을 타겟으로 진행해주셨으면 합니다. 하실 수 있으시겠지요?”

“어…… 저희도 그 부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여 중점적으로 기술 개발에 힘을 쏟는 중이었습니다. 4시간이면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최고 기술에 근접하기 때문입니다.”

“진행하는 중이라니 잘됐습니다. 그럼 이제 천 사장님은 저를 믿고 계약서에 사인하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바로 200억의 자금이 오션제로로 넘어갈 겁니다. 그리고 투자금이 넘어감과 동시에 500억 대출 진행이 시작됩니다.”

“바로 말입니까?”

나창운이 건넨 펜을 들고 천윤구는 멍한 얼굴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진행하는 한진영의 모습에 천윤구는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한진영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는 천윤구를 바라보고 다시 한번 웃으며 말했다.

“돈은 빨리 들어올수록 좋은 거니까요. 아 참. 이 말을 빼먹을 뻔했군요.”

“무엇을 말씀입니까?”

천윤구는 한진영이 무리한 부탁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한 얼굴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너무나 오션제로에 유리하게 흘러가는 모습에 이제야 진짜 한진영의 본색이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래도 자금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감사 한 명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천 사장님을 믿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한없이 믿고 맡기기에는 700억이라는 돈이 작은 돈이 아니니까요.”

“감사요? 그러니까 회사 운영에 대해 감시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닙니다. 그저 약속대로 오션제로가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인지, 생산량 확대를 위해 신공장 건설과 기존 공장 확충을 하는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사람을 보낼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질병본부와 오션제로를 이어줄 사람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질병본부와 이어준다니요?”

질병본부 이야기에 이번에는 나창운이 천윤구를 향해 설명했다.

“새로운 질병이 발생했을 때 질병본부가 확보한 병원균을 빨리 받아야 진단 키트를 누구보다 먼저 제작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질병본부와 좋은 유대관계를 맺어야 하고요. 그래서 질병본부와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을 감사로 보낼 생각입니다.”

“독감 바이러스 같은 경우에는 오션제로에서도 충분히 샘플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질병본부에서 유행이 예상되는 독감 바이러스를 알려주면 거기에 맞춰 검사 키트를 생산하는 것이고요. 질병본부와 유대관계를 좋게 맺고 말고 할 게 없습니다.”

천윤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한진영에게 말했다.

지금까지 누구보다 진단 분야에 관심이 많은 줄 알았던 한진영이 이번에는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한진영은 천윤구의 말에 살며시 고개를 저으며 오히려 천윤구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건넸다.

“지금까지 진단 키트 분야의 대세인 독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아닌 새로운 바이러스를 대비해야 합니다.”

“새로운 바이러스요?”

“네.”

한진영이 나창운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이야기는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전하는 편이 나았기 때문이다.

나창운은 한진영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리며 천윤구를 향해 세이지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전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유럽권에서는 독감 인플루엔자의 확산보다 종간 장벽을 넘나드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더 깊이 주의를 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오고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심각한 증상을 가지고 대유행을 보이는 것이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건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을 주력 공격 대상으로 하지 않은 만큼 전파력 면에서는 독감 인플루엔자에 비할 바가 못 됩니다. 그래서 대유행이라고 할 만한 사건도 잘 없었고요.”

“하지만 그건 지금까지의 이야기지요. 앞으로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건…….”

진단 분야의 전문가인 자기를 향해 가르치려 하는 것이 기분 나빴던지 나창운의 말에 한치도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천윤구였다.

한진영은 이런 천윤구의 모습에 예상했다는 듯이 손을 들어 잠시 말을 막았다.

“저희가 그걸 중점적으로 생각하라고 강요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에는 질병본부를 통해 바이러스 샘플을 건네받아야 진단 키트를 제조할 수 있는 만큼 질병본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에서 드린 말씀이었습니다.”

“굳이 질병본부에게 잘 보이지 않아도 샘플을 각 진단 키트 업체에 나눠줍니다.”

“그렇죠. 나눠 주겠죠. 하지만 먼저 받느냐 늦게 받느냐는 차이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독감 인플루엔자처럼 유행할 종류의 것을 미리 선정하여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대유행이 퍼지는 경우 같은 때 말입니다.”

“그건…… 한 회장님 말이 맞습니다.”

천윤구는 그럴 일이 벌어지겠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진영의 말을 반박할 수는 없었다.

어쨌든 상대는 총액 700억을 오션제로에 내놓을 상대였기 때문이다.

“이제 그럼 모든 의견이 서로 어느 정도 맞춰진 것 같으니…… 사인하시겠습니까? 돈은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천윤구는 한진영의 말에 나창운이 건넨 펜을 들고 계약서에 사인했다.

한진영은 천윤구가 사인한 계약서를 받아 들고 기분 좋게 웃은 뒤 조지훈에게 건네고 바로 진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한진영은 조지훈에게 끝마쳤다는 확인을 받은 뒤 천윤구에게 말했다.

“입금이 되었을 겁니다. 돌아가시는 길에 확인해 보십시오.”

“벌써 말입니까? 감사합니다.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은혜라고 할 건 없습니다. 그저 최선을 다해 회사를 키워주시면 그게 저를 위하고 대한민국 국민 나아가 전 세계를 위한 일이 될 테니까요.”

천윤구는 거창한 한진영의 말에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저 잘하라는 뜻으로 알아듣고 알겠다는 말만 연신 한진영에게 건넸다.

그리고 회의실을 나가며 믿어달라는 말을 여러 차례나 내뱉고 회의실에서 나갔다.

“감사 잘 붙여. 우리가 원하는 대로 잘 움직이는지 확인하는 것 잊지 말라고 하고…….”

“네. 이미 섭외한 질병본부의 전임 감염병관리센터 센터장에게 충분히 이야기해놓은 상태입니다.”

조지훈의 말에 한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달력을 잠시 돌아봤다.

“얼추 다 끝났나?”

한진영이 계획하던 일이 시간에 맞춰 마무리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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