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9화 이미지를 바꿀만한 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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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아. 얘는 어떠니? 엄마 친구 딸인데…….”
한진영은 뉴욕을 떠나기 전 부모님을 모시고 식사 자리를 가졌다.
“엄마. 드시고 이야기하세요.”
“다 먹으면 가자고 할 텐데 그럼 이야기할 시간 없어. 진영아. 사진 좀 봐라. 이 아가씨는 어떠니? 초등학교 교사란다. 아가씨 어머니께서 교감까지 하신 분이야. 집안이 교육자 집안이란다.”
“아~ 엄마~ 쫌…….”
“좀 별로니? 하긴 얼굴이 좀 넙데데하다. 옛날이나 복스럽다고 맏며느릿감이라고 했지, 요새는 이런 얼굴은 좀 아니잖아? 그렇지? 그래. 그럼 이 아가씨 좀 봐라.”
한진영의 어머니는 사진첩에서 새로운 사진을 꺼내 한진영 앞에 내놓았다.
“농협 아줌마 알지? 엄마 친구 농협 다니는 미영 아줌마 직장 동료 딸이란다. 대학교 나와서 글쎄 삼선전자에 들어갔다지 뭐라니? 얼마나 잘했는지 몰라. 마침 애인도 없고 알뜰살뜰 돈도 잘 모으고…… 결정적으로 남자 보는 눈도 까다롭지 않다고 한다. 그냥 안정적인 직장만 가졌으면 그걸로 됐다고 하니 얼마나 좋니?”
“안정적인 직장에 진영이가 어울리지 않잖아.”
“그러게요. 미영이한테 여자애 엄마가 뭐하냐고 물어봐서 사업한다고 했더니 좀 껄끄러워하는 눈치라고 하데요.”
“그래. 사업은 좀 그렇지. 그러게 공무원을 했어야지. 안정적인 직업으로는 공무원이 최고야.”
한진영은 여전히 자기가 공무원이 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아버지를 보며 웃음이 터지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재산이 조 단위를 훌쩍 넘으며 올해 발표되는 부자 순위 상단에 당당히 이름 올릴 한진영이었다.
이 추세로 가다 보면 근시일 내에 한국 1등을 차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여겨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도 한진영의 부모님들은 사업을 하는 게 못마땅해 보이는 눈치였다.
“사업은 언제 어떻게 훅 갈지 아무도 몰라. 네 고모부 있잖아. 박 서방도…… 영~”
“고모부가 왜요? 무슨 일 있으세요?”
한진영은 자기를 무시해도 좋으니, 대화의 주제가 선에서 다른 곳으로 흘러가기만을 바랐다.
그래서 궁금하지도 않은 고모부 이야기에 화색을 돋우며 급히 고모부 이야기를 물었다.
한진영의 아버지는 한진영의 질문에 표정에서부터 고모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로 이야기했다.
“친구인지 회사 동료인지 꼬임에 넘어가 덜컥 기계 몇 대 놓고 아주머니 몇 사람하고 뭐 한다고 이리저리 움직이지 않았니?”
아버지의 말에 한진영은 기억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네. 맞아요. 그랬죠? 그래서요?”
한진영이 급히 관심을 보이자 아버지는 탐탁지 않아 하면서도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제조업이 어디 되기나 하니? 영~ 상황이 좋지 않나 보더라.”
“기계 들였다면 투자도 솔찬히 하셨을 텐데 투자금은 뽑으셨대요?”
“투자금을 뽑기는 뭘 뽑아? 네 고모 말 들으니까 생활비 못 준 지는 벌써 여러 달이라고 하더라. 집 담보로 끌어다 쓴 건 이자도 못 내서 딱지 붙고…… 난리가 아닌가 보더라.”
한진영의 아버지는 말을 할수록 열불이 나는 건지 밥을 먹다 말고 컵에 생수를 따라 벌컥벌컥 마셨다.
그러나 그런 아버지보다 더 크게 화가 난 사람은 따로 있었다.
“이이가 왜 화를 내? 지금 화를 내야 할 사람이 누군데?”
한진영의 엄마가 오히려 아버지를 향해 눈을 부라리자 한진영은 급히 엄마로 시선을 돌리고 물었다.
“엄마가 더 화가 난다는 거예요? 엄마가 왜요?”
한진영의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이 엄마는 아버지를 향해 눈을 흘기며 말했다.
“네 아버지가 고모네한테 빌려준 돈만 벌써 5천이라고 하더라. 5천이 끝이에요? 더 있는 거 아니에요?”
“아니야. 더 있기는 뭐가 더 있어? 없어.”
“통장 내놔요.”
“통장? 무슨 통장. 내가 통장이 어디 있어?”
“진영이한테 따로 용돈 받는 거 있잖아요. 그거 내놔요. 안 그러면 그 돈까지도 그 집안 입에 들어갈 거 같으니까요.”
“내가…… 무슨…….”
아버지는 아니라고 발뺌하려다 한진영이 눈앞에 있는 것을 보고 아니라고 말하는 것을 포기했다.
지금은 빠르게 인정하고 버티기 모드로 전환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통장을 왜 가지고 가려고 해? 그건 엄연히 진영이가 나한테 주는 돈이야.”
“진영이가 피 터지게 고생해서 얻은 돈을 엄한 사람 입에 넣어주니까 문제죠.”
“엄한 사람이라니? 진영이한테 고모 아냐?”
“그 고모라는 사람하고 고모부라는 사람이 진영이 클 때 뭐 용돈이라도 제대로 준 적 있어요? 아니면 예뻐하기라도 했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진영이가 번 돈을 왜 그 사람들 입에 집어넣어요? 아니. 그 사람들이 잘 되면 당신이나 진영이한테 뭐 밥이라도 살 줄 알아요?”
“이 사람아. 어렵게 살고 있잖아. 내가 내 동생이 어렵게 사는데 그걸 그러면 그냥 보고 있으란 말이야?”
“당신 동생 어려우면 당신이 도와주면 될 거 아녜요? 왜 애가 준 돈으로 고모네를 도와주는데요?”
“내 돈은 당신이 다 가지고 있잖아.”
“어휴~ 그 쥐꼬리만 한 공무원 연금인 당신 돈 가지고 있다고 그러는 거예요? 그깟 돈 몇 푼이나 한다고…….”
“그 몇 푼조차 당신이 쥐고 있잖아.”
점점 커지는 목소리에 한진영은 중재에 나섰다.
이대로 놔두다가는 분위기가 험악하게 변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아버지. 와인 한잔 드시겠어요? 엄마. 고기 좀 드세요. 그리고 선은 이번에 미국 다녀오면 그때 볼게요.”
“정말 선 볼 거지?”
“그럼요. 지금은 제가 미국에 들어가 봐야 해서 선을 보지는 못해요. 그러니 다음에…… 네? 다음에 볼게요. 아버지 이거 한번 드셔보세요. 이게 우리나라에서는 여기서만 맛볼 수 있다는 와인이에요.”
“그래? 크흠. 그럼 어디 한 번 맛이나 보자.”
“그럼 누구랑 볼래? 이 아가씨? 아니면…… 이 아가씨?”
아버지는 한진영을 향해 와인을 내밀었고 그 옆에 앉아있던 한진영의 엄마는 사진을 한진영에게 내밀었다.
한진영은 아버지의 잔에 와인을 따르며 엄마에게 말했다.
“다 준비해주세요. 하루에 한 명씩 만나보죠. 뭐. 그러다 보면 좋은 아가씨가 나오지 않겠어요?”
“그렇지? 잘 생각했다. 사람은 많이 만나볼수록 좋은 거야. 여러 사람을 만나야 그중에서 가장 좋은 사람을 만나지.”
“이거 맛이 괜찮구나. 은은하게 풍기는 향이 그윽해.”
“당신은 술 조금만 마셔요.”
“거참. 이제 첫 모금 마신 거야. 진영아. 너는 네 엄마 같은 사람 만나면 안 된다. 잔소리 때문에 잘 때 귀에서 이명이 들려.”
“당신이 잘하는 데 내가 잔소리를 하는 거겠어요? 당신이 잘못하니까 잔소리하는 거 아녜요?”
한진영이 다시 시작하려는 두 사람 사이를 손으로 휘저어 말리고는 다시 아버지 잔에 술을 따랐다.
그리고 조금 전에 듣던 고모부 이야기를 다시 물었다.
한진영의 감이 고모부 이야기를 다시 들으라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모부가 무슨 일한다고 하셨죠?”
“너는 또 왜 고모부 이야기를 꺼내니?”
“엄마. 그만요. 궁금해서 그러는 거니까 우리 즐겁게 이야기해요. 네?”
남편에게는 톡톡 쏘던 한진영의 엄마도 아들 말에는 고분고분해졌다.
한진영의 아버지는 그런 엄마를 향해 어이없다는 웃고는 한진영의 질문에 대답했다.
“글쎄 뭔 제조업 한다고 하던데…… 원단 받아서 기계로 찍어내는…….”
“마스크 한다잖아요.”
“아 그래. 마스크. 감기 걸렸거나 할 때 쓰고 다니는 거. 요즘 황사하고 미세먼지가 심해져서 그거 돈 된다고 꼬드겨서 동업했다는데 동업자는 손 털고 나갔다고 하더라. 네 고모부만 억지로 회사를 돌리고 있는데…… 이제 더는 버티지 못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보고 하라고 해. 내가 빌려준 돈 갚지 못하게 생겼으니 그냥 회사 넘겨받는 게 어떠냐고 말이야.”
“당신 그거 넘겨받기만 해봐요. 무조건 돈으로 달라고 해요. 알았어요?”
“알았어. 그냥 박 서방이랑 술 한잔하다가 한 말 가지고 왜 그렇게 성질을 내.”
“당신이라면 불쌍하다고 회사 받을 테니 내가 이러는 거 아녜요? 절대 받으면 안 돼요. 알았어요? 돈 잡아먹는 하마를 왜 받으려고 해요?”
“누가 받는다고 했나? 안 받아. 안 받는다고…….”
한진영은 아버지의 말을 듣고 가만히 기억을 떠올렸다.
‘그래. 그랬었지…….’
신경 쓰지 않고 넘겼던 일이었다.
지난 시절 고모부는 마스크 공장을 했었고, 다른 사람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해 회사를 빌린 돈 대신 넘겼었다고 했다.
한진영은 두 분의 대화를 들으며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앞으로 벌어질 일에 큰돈을 벌 준비를 마친 한진영이었다.
그러나 너무 큰 돈을 한 번에 벌게 되었을 때의 반발심을 한진영은 걱정했었다.
반발심은 단순히 적의로 끝날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려운 상황에 겪게 된 모든 원흉으로 지목될지도 몰랐다.
한진영이 의도한 일이 아니었지만 마치 세이지가 돈을 벌기 위해 상황을 만든 것처럼 사람들이 오해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분노의 대상이 정부가 아닌 세이지로 향하는 것을 각국 정부가 유도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걱정했다.
한진영은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를 찾기 위해 고심하는 중이었다.
‘이거면 되겠어.’
뜻하지 않은 곳에서 상황을 타개할 묘수를 찾은 한진영이었다.
분노가 향하기 전에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들게 하자.
한진영은 돈을 많이 번 상대에게 가질 분노가 사람들의 마음에서 싹트기 전에 먼저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한진영은 생각을 정리하고 아버지를 향해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버지께서 한번 해보시겠어요?”
“응?”
엄마와 돈을 받아올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던 아버지는 한진영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엄마 또한 한진영의 말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진영을 향해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니? 아버지보고 해보겠냐니?”
“네. 퇴직하시고 낚시하시면서 시간을 보내시느니 한번 해보는 게 어떠시나 해서요.”
“야 내가 무슨…… 회사를 운영하니?”
“제가 도와드릴게요.”
한진영은 말이 나온 김에 확실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조지훈을 불러들였다.
“부르셨습니까?”
조지훈이 노크를 하고 안에 들어오자 한진영의 엄마는 반갑게 조지훈을 맞았다.
“조 실장님. 식사하셨어요? 어서 와요. 같이 먹어요.”
“아닙니다. 저도 밖에서 식사하고 있었습니다.”
조지훈은 괜찮다고 사양한 뒤 한진영에게 부른 이유를 물었다.
“제가 할 일이 있습니까?”
“조 실장은 와서 내 옆에 앉아.”
한진영의 말에 조지훈은 조심스럽게 한진영의 옆자리에 앉았다.
한진영은 조지훈까지 자리에 앉자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돈 지원해드릴 테니까 인수하셔서 한 번 해보세요. 기왕에 할 거 확실하게 확장까지 해서요.”
“확장까지 하라고?”
한진영의 아버지는 한진영이 하는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한진영은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가만히 웃고는 조지훈에게 지시했다.
“비서실에 연락해서 내 고모부 명의의 마스크 제조 회사를 인수하도록 해. 그리고 인수한 회사는 아버지에게 양도하도록 하고…… 회사 인수 가격은 정확하게 따져서 한 푼도 깎지 말고 한 푼도 더 주지 말고 시세대로 매입하도록 해.”
“진영아. 너 진심인 거니?”
한진영의 엄마도 한진영을 향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네. 안 그래도 사회적 기업을 구상하고 있었어요.”
“사회적 기업?”
한진영의 아버지와 엄마가 동시에 한진영을 향해 말했다.
한진영은 앞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을 향해 마침 고모부의 회사 이야기를 알게 되어 잘됐다는 모습으로 이야기했다.
“네. 제가 운영하는 회사가 너무 악질적으로 보이는 것 같아 고민이 많았었거든요. 얼마 전에 투자를 진행할 때도 선의로 제안한 것에 상대방 측에서 오해하기도 했고요.”
한진영은 말을 하며 조지훈을 돌아보고 그렇지 않냐는 눈짓을 보냈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눈짓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얼마 전에 투자한 오션제로 말씀하시는 거군요? 맞습니다. 그때 우리는 선의로 대출 보증까지 서준다고 했는데도 우리 태도를 곱게 보지는 않았었습니다.”
조지훈이 맞장구를 치자 한진영의 엄마와 아버지는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 제일 악질이 돈놀이하는 놈들이라는 말이 있듯이 돈과 관련된 일을 하는 곳이 좋게 보이지 않는 게 어쩌면 당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에 기여하는 회사가 하나쯤 있었으면 했었죠.”
“그러니까 고모부의 마스크 제조 회사를 인수해서 사회적 약자라든지 어려운 노인과 아이들을 위해 일을 한다는 거니?”
“네. 봄마다 날아오는 황사와 미세먼지 등을 막아내는 것에는 돈이 드니까요. 그렇다고 생활에 필수적인 상품이 아니다 보니 정부에서 지원받기도 어렵고요. 그걸 우리가 지원해주면 좋지 않겠어요?”
한진영의 말에 아버지는 그럴듯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진영 엄마를 돌아보자 한진영 엄마는 불안한 듯이 한진영을 바라보고 말했다.
“그건 돈이 너무 많이 드는 일 아니니? 네가 무슨 돈을 번다고…….”
엄마의 걱정스러운 말에 한진영은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았다.
“엄마. 어디 가서 그런 말씀 하시면 큰일 나요.”
한진영의 말에 조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작년과 재작년 그리고 그 전에까지 몇 해 동안 대한민국에서 돈을 제일 많이 버는 사람이라면 단연 첫손에 꼽히는 사람이 바로 한진영이었다.
그런 사람을 앞에 두고 네가 돈이 어디 있어서 그런 일을 하느냐고 말한다면 세상 사람들이 눈꼴 시다고 말할 게 분명했다.
“이번 일은 제 개인적인 사비로 진행할 거예요. 세이지가 인수해서 움직인다면…… 그것도 보기가 안 좋을 것 같으니까요. 제 고모부 회사를 세이지가 인수해서 제 아버지에게 운영하게 만든다? 호사가들 입장에서는 회삿돈으로 가족들 배 두드리게 만든다고 생각할 게 뻔하니까요. 그러느니 제 주머니에서 돈이 나오는 게 좋아요.”
한진영은 조지훈을 돌아보고 말했다.
“인수하면서 회사 규모를 파악해서 한 달 생산량 4,000만 개 수준으로 맞춰.”
“4,000만 개?”
한진영 아버지는 한 달 생산량 4,000만 개라는 소리에 깜짝 놀라 소리쳤다.
한진영은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고 웃으며 말했다.
“뭘 그렇게 놀라세요? 4,000만 개라고 해 봤자. 전 국민 5,000만 명 얼굴에 다 씌우지도 못할 숫자예요. 해외 사람들까지 생각한다면 매우 부족한 숫자죠.”
“전 국민 얼굴에 마스크를 씌울 생각이니?”
“제가 씌우지 않아도 쓰게 될 테니까요.”
한진영의 엄마와 아버지 심지어 조지훈까지 한진영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게는 얼굴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한진영은 세 쌍의 눈을 바라보고 웃었다.
“봄에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를 생각해보세요. 공짜로 줄 테니 쓰라고 하면 하루에 하나씩 바꿔가며 쓴다고 하지 않겠어요?”
한진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봄만 되면 황사와 미세먼지에 숨쉬기가 곤란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 번씩 바꿔 쓴다고 하면…… 한 달 4,000만 개도 부족해요. 해외 사람들에게도 나눠줄 거 생각하면 더더욱 부족하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거로 돈을 벌 것은 아니니 딱 월 4,000만 개가 좋은 것 같아요. 조 실장.”
“네.”
“새롭게 기계를 주문해서 새 기계를 들이는 것보다 전국에 있는 마스크 공장 중 문을 닫는 곳에서 기계들 인수하는 쪽으로 진행해. 물론 그렇게 해도 모자란다면 그땐 새 기계를 주문하도록 하고.”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기계 인수할 때도 마찬가지로 제 가격 주고 제대로 가지고 오도록 해.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 기계를 파는 입장에서 기계 가격까지 후려친다면 그것만큼 서글픈 건 없을 테니까.”
“명심하겠습니다.”
마스크를 팔아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앞으로 벌 돈을 생각한다면 마스크를 팔아 버는 돈은 푼돈도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푼돈도 안 되는 일로 이미지를 좋게 색칠할 수 있다면 그건 돈 이상의 가치를 안겨다 줄 거로 기대했다.
한진영은 단번에 고민을 해결한 것에 만족하며 부모님 앞에 놓인 접시를 손으로 가리켰다.
“어서 드세요. 고기 식겠어요.”
한진영은 말을 마치고 먼저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고기를 썰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