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화 거짓된 모습으로 행동하지는 않는다
전세기를 타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한진영은 의자에 누운 채로 조지훈의 보고를 들었다.
“말씀하신 대로 고모부님의 마스크 제조 공장을 1억에 인수했습니다.”
“자체적인 브랜드로 운영하던 곳이던가?”
“브랜드 업체의 외주를 받아 생산하던 업체였습니다. 원청 회사에서 공급하는 원단을 받아 생산하여 납품만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니 힘이 들지.”
한진영은 고모부가 왜 그렇게 힘이 들었는지 단번에 이해가 됐다.
“하청업체로 일을 하기엔 우리나라는 너무 힘들어. 브랜드를 가지고 있어도 힘든 판에 원청에서 원재료까지 공급받아 순수하게 임가공만 하는 건 살아남기가 힘들지. 아무리 기계가 대부분 마스크를 제조한다지만 100% 사람 손이 안 들어갈 수는 없잖아. 사람이 봉투에 넣든, 아니면 봉투에 넣어져 있는 것을 박스에 넣든. 사람 손을 거쳐야 하는데…… 사람 구하기도 힘들고 인건비 주는 것도 마땅치가 않고…… 우리나라에서 제조업은 80년대가 마지막이었어.”
조지훈은 한진영의 말을 끝까지 다 들은 후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게 잘 아시면서…… 왜 하려고 하시는 것인지 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기부하실 생각이시면 차라리 재단을 만드셔서 그곳을 통해 지원해도 되지 않습니까?”
“왜 쓸데없이 돈을 가져다 퍼부으면서 그 안 좋은 걸 하냐는 말이지?”
“네.”
한진영은 조지훈의 말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두고 봐. 돈을 퍼 길바닥에 뿌리는 일이 사람들의 찬양을 받게 되는 날이 곧 올 테니까.”
조지훈은 한진영의 말에 더는 이유를 묻지 못했다.
한진영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한 일의 결과는 언제나 한진영의 말대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조지훈은 의문을 계속 묻기보다 처리한 일을 계속 이야기하기로 마음먹었다.
한진영은 그런 조지훈을 향해 마스크 공장 관련된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기존 거래처와의 계약은 모두 파기하도록 해.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위약금까지 물어주고 깔끔하게 마무리 지어.”
“네. 알겠습니다.”
조지훈은 한진영이 지시 내린 것을 빼먹지 않고 진행하기 위해 노트에 필기하며 이야기를 들었다.
한진영은 조지훈에게 필기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면서 계속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새로운 브랜드를 하나 만들도록 해.”
“그럼 새로운 브랜드를 통한 납품처도 알아보도록 할까요?”
“굳이 우리가 나서서 그럴 필요는 없어. 어차피 취약계층을 위한 자선 정도로 운영할 계획이니까. 물건 달라고 하는 곳이 찾아오면 뭐…… 주도록 해. 하지만 굳이 우리가 찾아다니며 거래처를 확보할 필요는 없어.”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한진영은 이해한 조지훈을 바라보고 다음 지시를 내렸다.
“원단 같은 경우에는 미리 반년 치의 물량을 확보하도록 해.”
“반년 치나요?”
“마음 같아서는 1년 치를 확보하라고 하고 싶지만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고…… 반년 치면 충분할 거야. 급한 불을 끄는 데는 말이지.”
“무슨 불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조지훈은 노트에 필기하는 것도 잊은 채 한진영을 바라봤다.
한진영은 조지훈을 향해 말없이 웃고는 다음 지시를 내렸다.
“우리가 마스크를 만들어 취약계층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게 마스크를 무상으로 공급한다는 것을 숨기지 마. 오히려 적극적으로 홍보하도록 해. 어차피 지금은 그런 거에 별 관심이 없을 거야. 한 장에 200원도 하지 않는 것에 사람들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겠지. 하지만 지금부터 그런 것을 잘 쌓아놓는 게 좋아. 나중에 갑자기 일이 터졌을 때 뿅 하고 물건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이상하니까.”
조지훈은 이제 더는 물어볼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지금과 같은 지시가 어떤 식의 결과를 가지고 올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한참을 지시한 한진영은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대충 된 것 같으니까 나머지는 조 실장이 알아서 진행해. 난 좀 쉬어야겠다.”
“네. 알겠습니다.”
조지훈은 승무원에게 지시하고 전세기의 불을 취침 모드로 전환하게 지시했다.
한진영과 조지훈을 태운 전세기는 뉴욕 케네디 공항을 향해 날아갔다.
***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레이 젠슨이 바로 한진영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20억 달러로 뭘 샀다고?”
“20억 달러는 아니고 17억 달러가 조금 안 되는 돈입니다.”
“17억 달러나 20억 달러나?”
“큰 차이지요. 3억 달러라면 괜찮은 회사 하나를 인수할 수 있는 금액이니까요.”
“지금 내가 말장난하자고 여기 온 게 아니지 않나?”
레이 젠슨이 잔뜩 화난 얼굴로 한진영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나 한진영은 그런 레이 젠슨을 향해 빙글빙글 웃으며 그의 어깨를 양손으로 잡아 주물렀다.
“이런 모습을 보면 회장님 은퇴는 10년 뒤로 물러야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정정하시니 말입니다.”
“농담하지 말게. 농담할 기분이 아니니까.”
레이 젠슨은 한진영의 손을 뿌리치고 소파에 앉았다.
한진영은 이런 레이 젠슨의 모습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조지훈에게 차를 내올 것을 지시하고는 레이 젠슨 맞은 편에 앉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뭐가 말입니까?”
“그 해운사 말일세.”
“미래해운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걸 17억 달러에 샀건 20억 달러에 샀건 산 건 문제가 되지 않아.”
“산 걸 문제 삼는 게 아니셨습니까?”
한진영은 의외라는 듯한 얼굴로 레이 젠슨을 향해 물었다.
그러나 마치 무슨 일 때문에 온 건지 알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진영이었다.
레이 젠슨은 그런 한진영의 표정을 가만히 바라보고는 말했다.
“말로는 모르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표정은 내가 뭘 문제 삼는지 알고 있다는 듯한 얼굴이야. 자네 내가 여기 왜 온 건지 알고 있나?”
“뭐 대충 알고는 있습니다. 미래해운이 투자한 분야 때문에 그러시는 것 아닙니까?”
“맞아. 그것 때문에 왔네. 그런데…….”
레이 젠슨은 조금 전까지 화를 잔뜩 냈던 얼굴을 지웠다.
그리고 한진영을 향해 살짝 몸을 기울이고 말했다.
“설마 대형 유조선을 40척이나 임대한 이유가 있는 건가?”
“그러면 설마 제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대형 유조선을 그것도 40척이나 임대했을 거로 생각하신 겁니까?”
“허허.”
오히려 반문하는 한진영의 말에 몸을 기울였던 레이 젠슨은 몸을 뒤로 물렸다.
그리고 조지훈에게서 건네받은 차를 마시고는 한진영에게 물었다.
“그래. 40척을 임대한 이유나 한번 들어보세. 그 이유가 무엇인가?”
한진영은 레이 젠슨의 말에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대형 유조선을 임대한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배에 기름을 실어 나르기 위해서지요.”
“뭐라고?”
“다른 곳에 쓸 수 있는 배가 아니지 않습니까? 벌크선이라면 그 위에 이것저것 올려서 쓸 수라도 있겠지만 유조선은 기름을 싣는 것 외에는 다른 활용 영역이 없으니 당연히 기름을 실어 날아야겠지요.”
“40척을…… 모두?”
“회장님. 임대입니다. 다른 곳에 쓰고 싶다고 개조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레이 젠슨은 한진영을 빤히 바라봤다.
이런 이야기에 장난을 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도 어려웠다.
한참 한진영을 바라봐도 모르게는 레이 젠슨은 다시 찻물을 마시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해할 수가 없군. 내가 혹시 잘못 생각하는 게 있는지 자네가 듣고 지적 좀 해주게.”
차라리 레이 젠슨은 자기 생각을 먼저 한진영에게 이야기하고 한진영에게 교정받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레이 젠슨은 마지막 찻물까지 다 입에 털어 넣은 뒤 한진영을 향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80달러 돌파를 시도하던 WTI 가격이 중국 쪽에서 발표된 지표의 부진으로 경기 침체를 걱정하기 시작했네. 그래서 40달러 중반까지 미끄러져 떨어진 상태이지. OPEC에서는 가격이 40% 가까이 떨어진 것에 이번 회의에서 감산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네.”
한진영은 레이 젠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고 틀리고 지적할 것도 없습니다. 말씀하신 그대로니까요.”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게 잘못된 줄 알았네. 그렇지 않다면 자네가 이러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으니 말이야. 설마 감산 결정이 내려지면 죽었던 수요가 되살아날 거로 생각하는 건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해운사 입장에서는 차라리 가격이 싸져 기름을 많이 실어 나르는 편이 이득을 많이 보는 일이니까요.”
“그렇다면 도대체 왜 그런 건가? 좀 납득할 수 있게 나를 설득해주게.”
레이 젠슨의 말에 한진영은 가만히 빙그레 웃기만 했다.
레이 젠슨은 한진영의 미소에 따라 웃을 수가 없었다.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수십 년을 지내온 레이 존슨이 아는 상식선에서는 지금의 상황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로를 마주 보고 있던 두 사람 중 한진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는 이번에 임대한 유조선을 통해 기름 장사를 해볼 생각입니다.”
“기름 장사?”
“네. 오일을 싼값에 사서 유조선에 보관한 후 비싼 값에 파는 일을 해보려 합니다.”
“차액 거래를 하겠다고? 그것도 오일로?”
“네.”
레이 젠슨은 설명을 듣자 오히려 더 어지러운 느낌을 받았다.
의문이 풀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의문이 심하게 꼬여 버린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차액 거래를 왜 오일을 통해서 할 생각인데? 왜?”
레이 젠슨은 양손을 들어 한진영을 향해 펼쳐 보였다.
“차액 거래를 하고 싶다면 차라리 선물 거래를 하면 될 일 아닌가? 실거래를 하게 된다면 귀찮은 일이 한둘이 아니야. 유조선 임대를 한다고 뚝딱 내일 항구에 유조선이 들어오는 줄 아나? 최소 반년은 지나야 실제 배가 자네 눈앞에 나타나게 되어 있어.”
레이 젠슨은 기왕 이렇게 된 거 하나하나 다 설명해주겠다는 듯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래. 배를 어찌어찌 손에 넣었다고 치세. 기름을 싣고 내리는 건 돈이 안 드는 줄 아나? 텍사스산 오일을 40달러에 손에 넣었다고 하더라도 그 외 부가 비용을 생각한다면 45달러 아니 50달러까지 생각해야 해. 게다가 자네한테 오일을 팔 상대는 어디서 구할 생각인가? 살 상대는 어디서 구하고?”
레이 젠슨의 말에도 한진영은 웃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미 생각이 있는 것인지 레이 젠슨의 질문에도 주저함 없이 대답했다.
“기름을 싣고 내릴 때 돈이 드는 건 저도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배에 싣기 전 임시 탱크에 보관할 때 보관료가 드는 것도 알고 있고요. 그래서 할인이 들어가지 않습니까? 실제로는 거래 단가에 할인율이 적용된 가격에 손에 넣을 수 있지 않습니까? 40달러라면 35달러 혹은 30달러에도 물량을 넘겨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건 그렇지.”
“그러니 기름값 외에 돈이 드는 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애초에 저는 돈을 주고 기름을 살 생각이 없었으니까요?”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레이 젠슨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자 한진영은 손을 들어 이야기의 화제를 바꿨다.
“그건 차차 시간이 흐르면 알게 될 이야기입니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회장님의 말씀대로 기름을 사고팔 곳을 구하는 게 문제지요.”
“설마 정말로 그런 것도 구하지 않고 배를 임대할 생각부터 한 건가?”
“네. 회장님께서 조금 전 이야기하신 대로 임대한다고 해서 항구에 당장 배가 들어온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임대할 돈을 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요.”
“산업은행인가 하는 곳에서 대출이 나오는 것까지의 시간도 필요해서 그래?”
“네. 국책은행이니만큼 10억 달러가 나오기까지의 절차가 조금 복잡합니다. 세이지의 미래해운 인수가 마무리되고 대출 요청에 심사까지…… 못해도 석 달에서 대여섯 달은 걸릴 겁니다. 그렇게 대출을 받아 배를 임대한다고 하면…… 배가 항구에 들어오기까지 길면 일 년까지 염두에 둬야 하니까요. 시간이 제일 오래 걸리는 것부터 먼저 진행한 겁니다.”
날짜까지 계산하여 진행하고 있다는 한진영의 말에 레이 젠슨은 할 말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대출이 진행되는 시점과 배가 들어오는 시간까지 계산한 사람이 아무런 이유 없이 대형 유조선을 40척씩이나 인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회장님. 마침 이야기가 나온 김에 석유생산업자와 정유회사들을 소개 좀 해주십시오.”
“어? 석유생산업자와 정유회사를 소개해달라고?”
“네. 석유를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을 알아야 나중에 기름을 사고팔 수 있으니까요.”
“허허. 나 이거 참.”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다 계획이 있어 보였던 한진영이 지금은 또 아무런 계획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도대체 뭐가 진짜 자네 모습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네.”
“어떤 모습들을 저에게서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보신 것 모두가 다 제 모습입니다. 저는 거짓된 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보이지 않는 것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한진영은 가슴 한쪽에 지난 시절의 경험을 잘 숨겨 놓은 채 레이 젠슨을 향해 웃었다.
레이 젠슨은 한진영을 빤히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됐건 결론은 두고 보면 알 수 있다는 것 아닌가?”
“그렇지요.”
“그래. 지금까지 마법을 부려온 자네의 환상적인 투자 감각을 믿어보고 기다려 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한진영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은근한 눈으로 레이 젠슨을 바라봤다.
레이 젠슨은 한진영의 눈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아챘다.
“어차피 안 그래도 자네가 돌아오면 공식적으로 브릿지랜드와 세이지가 하나가 됨을 발표하려고 했네. 그 자리에서 자네가 원하는 사람들을 소개해 주도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기다리겠다는 말에서 했던 감사하다는 것보다 더 큰 감사를 표한 한진영이었다.
레이 젠슨은 그런 한진영의 모습을 보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설마 자네 내가 그들을 소개해 줄 것을 계산하고 일을 진행한 것은 아니겠지?”
한진영은 레이 젠슨을 향해 대답 대신 은은한 미소를 지어 보이기만 했다.
“했네. 했어. 내가 소개해 줄 것을 예상했어. 허허.”
레이 젠슨은 대답을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은 한진영의 모습에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당해낼 수가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가로젓기만 했다.
***
한진영이 뉴욕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와 브릿지랜드의 합병이 공식적으로 발표됐다.
브릿지랜드의 레이 젠슨 회장이 브릿지랜드의 보유지분을 모두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에 넘기며 두 곳의 합병이 성사된 것이었다.
레이 젠슨 회장이 보유지분을 얼마에 넘겼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브릿지랜드가 기업공개가 되어 주식시장에 상장된 곳이 아니었기에 그저 사람들은 예상만 할 뿐이었다.
[3년 전 발표 당시 브릿지랜드의 운용자산은 1,200억 달러. 현재 보수적으로 접근했을 때 얼마 전 있었던 손실분을 최대로 잡는다고 해도 약 1,300~1,500억 달러 정도로 예상됨]
[업계의 브릿지랜드 예상 인수 가격은 300억 달러 선으로 보고 있음]
[브릿지랜드의 레이 젠슨 회장이 자기의 후계자로 세이지의 한진영을 삼았다는 것으로 보았을 때 예상보다 낮은 200억 달러 설도 존재]
[무엇이 되었건 브릿지랜드의 가치는 15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 선은 유지되는 것으로 파악]
브릿지랜드와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합병 소식으로 인해 월스트리트에서는 한동안 레이 젠슨 회장이 얼마를 주고 회사를 넘겼는지에 관해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브릿지랜드의 펀드 운용 금액이 1,500달러까지 예상되기에 300억 달러는 주지 않았겠냐는 주장이 힘을 받았다.
그러나 레이 젠슨 회장이 세이지의 한진영을 자기의 후계자로 생각하여 브릿지랜드를 넘겼다는 말이 전해지며 인수가격은 200억 달러까지 급격하게 낮아졌다.
아무래도 후계자에게 제 돈을 주고 브릿지랜드를 넘기지는 않았을 거라는 것이 사람들의 생각이었던 것이었다.
“지금이라도 돈 받으시겠습니까?”
“됐어. 얼마 주지도 않을 거면서 생색낼 생각은 하지 마.”
“차라리 저는 돈을 주고 깔끔하게 가지고 오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고문 자리를 내어드리고 1년에 5,000만 달러의 연봉을 내어드리느니 말입니다.”
한진영의 말에 브릿지랜드의 레이 젠슨이 콧잔등을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