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8화 올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올 내년을 준비한다
회의가 시작되자 세이지증권부터 시작하여 차례로 앞에 나갔다.
세이지증권의 경우에는 앞으로 출시할 펀드와 종류 그리고 드라이브하는 방향 등을 알리는 것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그리고 각 계열사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관한 것을 발표함으로써 다른 계열사들에 앞으로의 계획을 먼저 알리는 자리를 가졌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경우에는 지금까지 투자한 회사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
또한 그들이 올린 실적을 알렸고, 앞으로 어떤 종류의 회사에 투자를 진행할지를 알리며 계열사들이 투자할 방향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맡았다.
세이지 자산운용과 브릿지랜드는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과 수익률, 그리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밸런스 조절을 할 것인지에 관한 내용을 공유했다.
조로와 미래해운의 경우에는 발표 내용이 조금은 달랐다.
회사의 운영에 관한 것들을 발표하는 것으로 다른 계열사들 앞에 섰다.
특히, 미래해운의 경우에는 투자금을 받아 어떤 식으로 쓰였는지를 소개하는 것으로 회의 자리에서 자기들의 존재를 알렸다.
각자 배정받은 30분의 시간 속에서 세이지의 각 회사는 그들이 가진 회사의 특징과 진행 상황 등을 알리는 것으로 계열사들에 자기를 알리는 자리를 가졌다.
그리고 모든 소개가 끝이 났을 때 김준하가 앞으로 나섰다.
“세이지증권 전략분석실 실장 김준하입니다.”
세이지증권의 전략분석실에 관한 소문만 들었을 뿐 실제로 처음 본 계열사 임원들은 김준하를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도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한진영이 절대적인 믿음을 보내는 것인지 궁금하다는 눈으로 김준하를 관찰했다.
김준하는 여러 사람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던지 발표를 하기 전부터 식은땀을 흘렸다.
조지훈은 그런 김준하의 모습에 걱정하는 얼굴로 한진영의 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와 귓속말을 건넸다.
“김 실장이 괜찮을까요?”
한진영은 김준하를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조지훈의 질문에 대답했다.
“꽤 연습 많이 했잖아?”
“그래도 지금 모습이……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만 같아서 그게 걱정입니다.”
“괜찮아. 잘할 거야. 바로 저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것만 몇 번이나 연습했는데 못해서야 되겠어?”
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조지훈이 가장 신경 썼던 것이 바로 김준하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보다 먼저 도착하여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고, 모든 상황을 대비한 적응 훈련까지도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저렇게 비 오듯 쏟아내는 식은땀에 조지훈은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걸 극복해야 해. 여기서 뒤로 물러나면 김 실장을 비롯한 전략분석실에 대한 신뢰에도 금이 가.”
조지훈은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한진영의 말대로 전략분석실에 대한 신뢰를 단단히 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상황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곳에 와서도 조지훈과 함께 연습에 연습을 더했던 시간이 헛되이 쓰이지 않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지훈은 김준하를 속으로 응원했다.
김준하는 인사를 하고 나서도 한참 동안 제자리에 서서 땀을 닦아내기만 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자 사람들은 서로를 돌아보며 어떻게 된 일인지 의아해했다.
그때 김준하의 두 번째 말이 입 밖으로 나왔다.
“저희 전략분석실이 어떤 곳인지 굳이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조지훈은 김준하가 시선을 멀리 반대쪽 벽을 바라보고 말을 하는 것을 확인하고 기쁨에 손뼉을 칠뻔했다.
발표를 어려워하는 김준하에게 알려줬단 조지훈의 특별 비기를 김준하가 잊지 않았던 것이었다.
[무서우면 반대편 벽을 보고 말하세요.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고 외워온 것을 그냥 말씀하시면 돼요.]
조지훈이 말대로 김준하는 반대쪽 벽을 바라보고 외워온 것을 그대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저희가 분석한 앞으로의 시장 방향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세계 증시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S&P 500의 경우에는 내년 초까지 3,000을 넘겨 3,300까지 열려있다는 것이 전략분석실의 판단입니다.”
김준하의 말에 자리에 있던 이들이 술렁였다.
역사적 고점인 3,000 돌파를 두 번 실패한 지금. 세 번째 도전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 현재 S&P 500의 위치였다.
나스닥이 고점을 힘차게 뚫어내는 모습을 보였지만, 언제 꼬꾸라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일각에서는 S&P 500의 3,000 돌파는 조금 시간을 두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중이었다.
그런데 S&P 500의 3,000 돌파는 물론이고, 고점을 3,300. 그것도 내년 초라는 굉장히 단기적인 시점에 이루어낼 수 있다는 발표를 김준하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 것이었다.
장내에 자리하고 있는 베테랑들은 전략분석실의 판단에 의아함을 가졌다.
오늘 자리가 한진영이 주도하여 세이지의 모든 계열사가 자리한 것이 아니었다면 여기저기서 질문 세례가 쏟아졌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전략분석실의 판단은 당황스러운 수치라고 할 수 있었다.
김준하는 자기 얼굴로 쏘아지고 있는 따가운 시선을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자리하고 있는 이들의 궁금증이 회의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준하는 회의실에 떠다니고 있는 공기가 품고 있는 것이 무엇임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자기가 하려는 말을 계속 쏟아내기만 했다.
“나스닥의 경우에는 10,000선 돌파가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준하의 이야기에 회의실은 더욱 심하게 웅성거렸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이야기를 한 사람과 이야기를 한 시점이 오묘하여 10,000이라는 숫자에 의미가 부여됐기 때문이다.
“나스닥 지수로 9,800을 살짝 상회하는 선이 에너지를 모두 쏟아내는 지점이라고 분석됐습니다. 그곳이 바로 테라의 300달러 지점이 될 것입니다. 시장이 추세전환의 자리에 거의 다다랐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추세전환 속에서 오일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저희 전략분석실이 내린 결론입니다.”
“오일?”
누군가의 입에서 나왔는지 모르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그만큼 지금 상황에서 오일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갑작스러웠기 때문이다.
김준하는 이런 반응조차 이해했다는 듯이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저희는 오펙과 러시아 사이의 이견이 가격에 혼란을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레이 젠슨은 참지 못하고 한진영을 돌아봤다.
S&P 500부터 시작하여 오일까지. 도대체가 이해가 되는 이야기가 하나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에 설명 좀 해달라는 의미를 담아 한진영에게 바라봤다.
한진영은 이런 레이 젠슨의 시선에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들어 김준하의 말을 우선 멈추게 했다.
“김 실장님. 잠시만 정리하고 가도록 합시다.”
한진영의 말에 김준하는 말하는 것을 멈추고 한진영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한진영은 바라볼 수 있었던 김준하였다.
한진영은 시선을 마주한 김주하를 향해 차분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정리해 나갔다.
“그러니까 S&P 500과 나스닥 모두 아직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죠?”
“네. 지금 자리부터 두 지수 모두 10% 내외의 상승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판단의 근거는 무엇입니까?”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한진영의 말에 모두 귀를 세우고 집중했다.
오늘 회의에서 가장 궁금했던 것이 바로 판단의 근거였기 때문이다.
“저희가 그동안 쌓아온 자료와 과거 데이터를 근거로 하여 계산해서 나온 결과입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알지만, 오늘 자리에 계신 분들의 경우 이런 자료 분석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계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분석이 얼마나 정확했는지 숫자로 알려줄 수 있겠습니까? 아무래도 오늘 자리한 사람들은 숫자에 민감한 사람들이니 말입니다.”
한진영의 말에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역시 한진영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지금 상황에서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한진영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한진영의 말에 김준하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기하고 있던 직원에게 신호를 줬다.
그러자 회의실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스크린에 김준하가 준비했던 자료들이 뜨기 시작했다.
조지훈은 며칠 동안 준비한 것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에 가슴 한쪽을 쓸어내렸다.
여기까지 상황이 진전됐다면 이후부터는 안심이 됐기 때문이다.
김준하 또한 조지훈과 마찬가지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던 것인지 조금 전보다 편안한 얼굴로 화면상에 보이는 것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전략분석실이 제안한 포지션에 대한 확률은 89% 확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89%. 거의 전략분석실이 제안한 대로 시장이 흘러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인데…… 저 89%의 확률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과거 데이터의 성공률을 먼저 보여주시지요.”
한진영의 말에 김준하가 이번에도 기다렸다는 듯이 신호를 줬다.
그러자 이번에는 과거 세이지가 전략분석실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을 때의 승률이 화면에 그려졌다.
“전략분석실이 세워진 이후 증시 방향에 대해 지금까지 8번의 방향 지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8번 모두 맞추었다는 것은 회장님을 비롯한 설립 초창기부터 함께 하셨던 분들은 알고 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준하의 말에 최석영을 비롯하여 전략분석실이 세워졌을 때부터 함께 한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전략분석실이 제시한 증시의 방향은 틀린 법이 없었던 것을 직접 두 눈으로 지켜봤었기 때문이다.
김준하는 이것으로 증명을 끝내지 않았다.
“개별종목에 대한 고점과 저점의 경우에는 전략분석실이 제시한 포인트에서 10% 내외에서 모두 고점과 저점이 형성되었습니다. 수치를 7%로 줄이면 90%의 확률로 고점과 저점을 정확히 이야기했으며, 5%로 범위를 더욱 좁혔을 때는 85%의 성공률을 보여주었습니다.”
개별종목까지 이야기하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전략분석실의 성과에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증시 방향이야 8번밖에 되지 않았지만, 개별종목의 경우 화면에 쓰인 건수만 100건을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100건이 넘는 종목의 고점과 저점을 오차 10%를 기준으로 100% 맞췄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오차율 범위를 5%까지 좁힌다면 85%의 성공률을 보였다는 것에 전략분석실의 말을 한진영이 왜 그렇게 신뢰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어떤 식으로 전략분석실이 분석하는지 이 자리에서 알 수는 없었지만, 전략분석실의 말을 따르면 매우 성공률 높은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수치를 통해 알 수가 있게 됐다.
한진영은 납득하는 임원들을 살피고 김주하와 다시 이야기를 정리했다.
“좋습니다. 그러니까 S&P 500과 나스닥의 경우 지금부터 10%의 상승 여력을 더 보유하고 있으며, 기간은 내년 초로 보고 있다. 이렇게 정리하면 되겠습니까?”
“네. 테라의 고점 또한 회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300달러 부근까지 열려 있음을 분석 결과를 통해 알 수가 있습니다.”
한진영의 말을 받아 자연스럽게 테라 이야기까지 끌어낸 김준하였다.
확실히 한진영과 대화를 하면서 불안감과 두려움을 많이 털어낸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진영은 그런 김준하의 모습에 만족한 미소를 띠고는 오일 이야기로 이야기를 넘겼다.
“오일 이야기는 뭡니까? 오펙과 러시아 간의 불화가 오일값에 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분석이 나왔습니까?”
“네.”
김준하는 한진영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여 대답하고는 자세한 내용을 설명했다.
“오펙은 세계 경제 흐름에 따라 증산과 감산을 계속한다는 것은 저보다 여기 자리에 계신 분들이 더 잘 아는 사실일 겁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경우에는 조금 다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는 게 최근 분석을 통해 나왔습니다.”
“증산을 요구한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그런 건가요?”
“네. 맞습니다. 끊임없는 증산을 요구하며 세계 경제의 흐름을 도외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게 만약 세계 경제의 불황과 부딪히는 일이 일어난다면…….”
“오일 가격의 급변을 불러올 수 있겠군요.”
“전략분석실에서는 이런 상황을 높은 확률로 보지는 않습니다. 10%가 안 되는 한 자리 확률로, 웬만한 상황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벌어진다면…….”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오일 가격의 대폭락이 나올 거라는 것이 저희 전략분석실의 판단입니다.”
한진영은 김준하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있는 임원들을 돌아봤다.
그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김준하와 한진영을 번갈아 바라볼 뿐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자리에 돌아가셔도 됩니다.”
한진영의 말에 김준하는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앉아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한진영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의 김준하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 자리는 세이지 아래 어떤 회사들이 모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자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올해의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어떻게 올해를 마무리하고 앞으로 다가올 내년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본론을 바로 이야기하지 않은 한진영이었지만,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한진영이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대충 알아들을 수 있었다.
바로 조금 전 대화를 기준으로 포지션을 정리해 나가라는 것이 한진영의 의도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이렇게 모든 계열사 임원이 모인 곳에서 이야기함으로 일말의 다른 의견도 허용하지 않을 거라는 한진영의 태도를 알게 됐다.
S&P 500 – 3,300.
나스닥 – 9,800.
테라 - 300달러.
오일은 오펙과 러시아의 의견 충돌.
여기까지가 한진영이 각 계열사들에 내리는 지시라고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해하게 됐다.
한진영은 임원들의 눈빛을 통해 자기의 뜻이 잘 전달됐음을 확인하고는 별다른 말을 더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이야기는 잔소리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주의해야 할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우리 세이지에서는 전략분석실의 지시가 무엇보다 앞서 있음을 확실히 알기를 바랍니다. 전략분석실에서 세운 전략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그 점 명심하시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한진영이 부탁한다는 말을 마치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박수로 한진영의 말에 화답했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뒤에서 박수를 치고는 전략분석실이 모든 것에 앞서있다는 말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전략분석실의 말도 안 되는 승률 뒤에는 한진영이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조지훈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전략분석실이 분석을 할 수 있는 곳을 지정해준 것도 한진영이었으며, 분석해야 할 때를 알려준 것도 한진영이었다.
오늘 자리에서 발표한 S&P 500과 나스닥 등도 모두 한진영이 준비하라고 지시하여서 한 것으로, 심지어 오펙과 러시아 간의 기 싸움 또한 한진영의 지시로 분석한 것이었다.
분석 결괏값까지 한진영이 원하는 대로 맞추어 값을 계산해낸 것은 아니지만, 분명 한진영의 의도가 다분히 섞인 분석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 조지훈이었다.
그리고 그런 느낌으로 인해 얻은 결과는 전략분석실의 말도 안 되는 승률조차도 한진영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사람이 아닌 줄은 알고 있었는데 기계의 분석조차도 손바닥 위에서 올려놓고 있었네.’
조지훈은 자기만 알고 있는 이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 차례로 앞에 나온 오소마스크의 강출식 부장에게로 다가갔다.
“부담 가지지 마시고 이야기하세요.”
“아니 저는…… 그러니까…… 저는…… 한국말로 해도 괜찮은 건가요?”
오소마스크의 강출식 부장은 김준하보다 더 긴장한 얼굴을 하고 마이크를 채워주는 조지훈을 향해 물었다.
“부장님께서 하신 말씀은 여기 마이크를 통해 동시통역사에게 전달됩니다. 그리고 동시통역사가 통역한 부장님의 말은 외국 임원들의 귀에 끼워져 있는 이어폰으로 전달될 테고요. 보이시죠?”
조지훈이 외국 임원들이 하나둘 이어폰을 끼우는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강출식 부장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큰 숨을 몰아쉬었다.
“그런데 정말 제가…… 여기서 발표해도 괜찮은 건가요?”
“오소마스크도 결국 회장님의 회사나 마찬가지니까요. 아시죠? 회장님 아버님께서 사장님이시지만, 회장님 돈으로 회사가 돌아간다는 거 말입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 고모부님 때부터 일을 해왔으니까요. 어휴…….”
강출식은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 땀을 손바닥으로 훔쳤다.
조지훈은 그런 강출식에게 힘내라는 뜻으로 어깨를 주물렀다.
“다 됐습니다. 이제 가셔서 준비한 걸 말씀하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강출식은 다시 한번 크게 심호흡하고는 앞으로 나가서 인사하고는 준비했던 말을 사람들 앞에 펼쳐놓았다.
“저희 오소마스크는 KF94 기준 마스크를 약 8,000만 장 보유하고 있습니다. 월 2,000만 장을 생산할 수 있으며…… 회장님의 지시를 따라 월 3,000만 장까지 생산량을 늘려가는 중입니다. 저희 마스크는…….”
자리에 있던 임원들은 회의의 마지막을 마스크로 장식하는 한진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오늘 같은 중요한 자리의 피날레를 마스크로 장식하는 것이 맞느냐는 임원들의 시선이었다.
그러나 한진영은 진짜 마스크맨이라도 된 것처럼 오소마스크 강출식 부장의 보고를 뿌듯한 눈으로 바라보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