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증권사 생활-517화 (517/650)

517화 일어나기는 하되 다른 모습으로 일어난다

증시의 급락에는 정치적인 의미도 크다는 분석까지 전해졌다.

WP는 코로나19가 미국에 가져오는 여러 위험에 대해 대통령이 전략적으로 평가 절하하던 것이 모여서 터졌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리고 이런 분석이 틀리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는 일이 미국 정계에서 벌어졌다.

인도를 방문하는 미국 대통령은 SNS를 통해 질병통제예방센터 CDC와 세계보건기구 WHO가 매우 열심히 그리고 스마트하게 일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급락한 미국 시장에 대해서는 ‘좋아 보인다’라는 표현하며 별일 아니라는 듯이 표현했다.

하지만 무대 뒤의 행정부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바로 의회에 25억 달러 추경 예산 편성을 요청하여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행정부의 제안에 야당 하원의장은 ‘뒷북’이라며 제안을 거절했다.

현 긴급사태를 고려할 때 추경 규모는 ‘완전히 부적절하다’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적당한’ 규모의 추경예산을 제안한다면 의회에서 검토하여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말로 제안을 돌려보냈다.

이런 하원의장의 모습은 대통령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적인 판단이었다.

보수적인 집권 여당에 대항하는 강력한 야당의 여성 지도자 역할을 대중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런 정치 불안까지 더해지자 코로나19 사태는 이제 걷잡을 수 없는 불길로 치솟는 게 아니냐는 불안이 시장을 휘감았다.

조지훈은 추경이 의회의 논의 단계에도 오르지 못했다는 뉴스를 보며 한진영에게 물었다.

“이게 큰 영향을 미칠까요?”

“추경이 진행되지 못했다는 것보다 여당과 야당의 불협화음이 영향을 주겠지.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정치까지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니까.”

한진영은 재킷을 벗어 소파에 던졌다.

조지훈은 그걸 받아 잘 개어 손에 든 후 한진영에게 말했다.

“조금 전 매드스톡 측에서 연락받았습니다. 항의 전화가 엄청나게 쏟아져서…… 다음부터는 출연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받아주지 않겠다고요.”

소파에 앉은 한진영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은 듣기 싫은 말일 테니까 사람들이 반발하는 거 이해해. 하지만 그것도 오늘까지야. 내일부터 재미있는 광경이 연출될 테니 지켜봐.”

사람들의 항의 전화가 방송국으로 쏟아졌다는 말에도 한진영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만약 이런 불만이 펀드와 같은 세이지로 칼끝을 겨눈다면 어찌하냐는 걱정도 되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한진영이 태연한 이유는 바로 다음 날 증명됐다.

전날 매드스톡의 머치 버치킨스의 말대로 시초에는 하락을 회복하는 상승 출발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그러나 이런 모습도 한 시간이 채 가지 못했다.

0.8% 상승으로 시작하여 1% 대인 9,300라인을 넘었던 나스닥이 단번에 보합까지 밀려 내려가고 만 것이었다.

미국에서도 감염자가 53명까지 늘어나며 미국 내 확산 가능성을 강하게 경고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경고 속에서 정치 불안까지 더해지자 미국은 이 사태를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미국의 보건 당국은 급히 기자회견을 열어 지역사회 전파를 예상했다.

언제 일어나느냐가 시간문제일 뿐 코로나19는 매우 빠르게 번지고 있어 기업과 학교, 병원들은 지금이라도 당장 준비해야 한다는 강경한 발언까지도 내뱉었다.

CDC 부소장인 앤 슈채트는 언론을 통해 현재 코로나19는 세계적 대유행이 될 가능성을 얘기하며 팬데믹의 현실화를 경고했다.

전날 폭락을 보였던 증시는 코로나19가 현실로 다가오자 혼란에 빠져들었다.

1% 넘게 오르던 지수는 그대로 다시 하락을 보였으며 채권가격은 급등했다.

금이 안전자산으로서 위용을 뽐냈을 뿐 원유와 같은 원자재들 또한 이틀 연속 폭락의 늪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다우지수가 4년 만에 연이틀 3%대 폭락에 들어갔다는 뉴스입니다. 그리고 나스닥은…… 9,000선을 깬 8,965에 마무리됐습니다. 장중 -3%가 넘게 빠지기도 했지만, 장 막판 소폭 반등하여 -2.77%로 마무리된 모습입니다. 현재 시장은 미국의 성장 엔진마저 코로나19로 인해 제동이 걸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합니다. 정치, 경제, 문화 등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눈치입니다.”

조지훈의 보고를 들으며 한진영은 가만히 화면 속의 미국 대통령을 바라봤다.

장 마감 이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밝혔다.

미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 방송사가 모두 미국 대통령의 입을 바라보고 대책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미국 확진자가 몇 명이라고?”

화면을 바라본 채 한진영이 묻자 조지훈이 급히 가지고 온 자료를 확인하고 대답했다.

“53명이라고 오늘 CDC에서 발표했습니다.”

“밖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안에 들어오니까 확실히 알겠어.”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조지훈은 한진영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가 밖이고 어디가 안인지 한진영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조지훈이 이해를 하건 말건 신경 쓰지 않은 채 화면 속의 미국 대통령을 바라보고 말했다.

“왜 저 사람이 코로나19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지 이해가 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말씀은…… 오늘 기자회견에서 별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거란 말씀이신 겁니까?”

“그렇겠지. 53명이라는 숫자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으니까. 아마 지금 503명이 사망했다면 나오는 발언은 달랐을 거야. 하지만 주변에서 호들갑 떠는 것에 비해 53명의 숫자는…… 크게 느껴지지 않을 거야.”

조지훈은 한진영의 말에 놀란 얼굴을 하고 이야기했다.

“조금 전 미 보건복지부(HHS) 장관이 상원 위원회에 발병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고 했습니다. 감염성 입자의 흡입을 막아주는 마스크가 부족하다는 내용의 보고서였다고 합니다. 현재 미국의 마스크 재고는 3,000만 개지만 앞으로 의료부문 종사자들만 3억 개가 넘게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정부가 경각심을 가지고 있어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 아닐까요?”

한진영은 화면을 바라보던 것을 멈추고 조지훈을 돌아봤다.

“마스크가 부족하다는 보고서가 나왔어? 마침 궁금하던 건데 잘됐네. 3억 개가 부족하다고? 그것도 의료부문 종사자만?”

한진영이 반색하며 조지훈에게 물었다.

“네. 사무실에 막 들어오기 전에 받은 보고였습니다.”

“그래? 그쪽으로 화면 돌려봐. 이건 더 볼 필요 없어.”

한진영은 볼 것도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자 조지훈은 머뭇거리며 화면을 넘겼다.

그곳에는 조금 전 조지훈이 이야기한 내용이 각 언론을 통해 이야기되고 있었다.

“마스크 수급을 위해 긴급예산을 편성해달라는 이야기. 좋아. 한국 쪽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 알아봐. 이제 얼추 우리가 준 100만 장도 다 쓸 때가 온 것 같으니 말이야.”

“그러고 보니 돌아가서 이야기한다고 하고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때에는 돈이 아까워서 그런 거겠지.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니까.”

한진영은 미국이 마스크의 부족을 호소한 순간 이미 게임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확보한 마스크 원단이 얼마나 되지?”

한진영의 질문에 조지훈은 들고 있던 태블릿을 이용하여 답을 찾았다.

“현재 석 달 치의 생산물량을 돌릴 정도의 재고를 확보해놓은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에 확보한 원단 또한 조만간 해운을 이용하여 넘어올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배 말고 비행기로 실으라고 해. 얼마가 들어도 괜찮으니까. 지금은 돈이 문제가 아닌 시기야.”

“네. 알겠습니다.”

한진영은 드디어 기다리던 마스크 부족 사태가 눈앞에 다가온 것에 기분 좋게 손을 비볐다.

모든 일이 손안에서 흘러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

한진영의 예측대로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자화자찬하는 자리로 마무리됐다.

자기네들은 잘 대처하고 있고 미국 정부의 컨트롤 아래 사태를 진정시키고 있는 만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로 30분이란 시간을 할애했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책은 30분 동안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기대했던 대책이 나오지 않자 시장은 차게 식어버리고 말았다.

이틀 연속 급락하여 고점부터 900포인트가 하락하여 내려온 나스닥 시장이건만, 장중 반등이 전부일 정도로 상승 움직임은 제한됐다.

결국 다시 한번 음봉 마감한 나스닥은 9,000을 회복하지 못하고 주저앉으며 다시 한번 하락을 예고했다.

조지훈은 한진영 앞에서 세이지증권 및 세이지 그룹의 각 자회사가 올린 수익을 보고했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하락으로 세이지 증권이 올린 수익이 약 20억 달러, 세이지 인베스트먼트가 올린 수익이 25억 달러, 세이지 자산운용이 올린 수익이 약 300억 달러로 도합 350억 달러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수익을 올린 상태입니다. 현재 나스닥 기준 9,000 하향 돌파한 상태에서의 1차 수익인 만큼 앞으로 우리가 목표로 한 곳까지 지수가 밀리게 된다면 수익은 더욱 올라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지훈은 보고하면서도 뿌듯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뉴욕 월스트리트에서도 단기간에 이 정도 수익을 올린 곳이 없다고 자신할 정도로 높은 수익을 보이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조지훈은 한진영과 레이 젠슨을 향해 계속 보고를 이어갔다.

“세부적으로 나누어 보고하겠습니다.”

먼저 총수익을 발표한 조지훈은 표를 화면에 띄워 각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포지션과 그 포지션을 통해 얻은 수익 등을 이야기했다.

“가장 크게 이득을 본 곳은 세이지 자산운용 산하 브릿지랜드 펀드의 공매도 쪽이었습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을 상대로 약 700억 달러 치의 공매도를 진행했고, 현재 12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상황입니다. 다음으로 많은 수익을 올린 곳은 브릿지랜드가 보유한 지수선물 매도 포지션입니다. 3대 지수에 약 20만 계약의 선물매도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각각 20억 달러, 30억 달러 그리고 50억 달러의 수익을 보이는 상황입니다. 금액으로는 총 100억 달러의 수익으로 이 포지션은 지시하신 대로 계속 이어갈 계획입니다.”

조지훈의 보고에 한진영은 미소를 지었고 레이 젠슨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기만 했다.

“원유 선물 매도와 대한민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매도 포지션을 강화한 곳에서도 수익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현재 홍콩의 항셍 시장에서의 포지션은…….”

조지훈의 보고는 20여 분간 계속 이어졌다.

세이지가 잡아놓은 매도 포지션이 폭넓었던 만큼 보고할 곳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조지훈은 홀로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야기하면서도 피로감을 느끼지 못했다.

모든 것이 다 좋은 상황에서 웃음이 마를 일이 없었던 조지훈이었다.

심지어 손실을 본 곳을 이야기할 때도 웃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손실분을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수선물 매도에 헷지 개념으로 들어간 근월물 콜옵션과 차월물 콜옵션에서 약 1억 5,000만 달러의 손해가 발생 됐습니다. 원유선물의 헷지분인 콜옵션에서도 2,000만 달러의 손해가 발생 되었습니다. 아시아 파트의 헷지로 잡아놓은…….”

한동안 계속 손실을 이야기한 조지훈은 마지막에 총합을 이야기했다.

“모든 손실을 더했을 때 현재 손실 보유분은 약 3억 달러인 상태입니다.”

“말 안 해도 알겠지만 헷지 이동에도 신경을 쓰라고 각 회사에 지시해.”

보고를 이어가는 동안 아무런 말이 없었던 한진영이 손실분을 이야기할 때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운용하는 직원들 또한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오너로서 걱정되는 마음에 한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네. 안 그래도 지수가 9,000을 하향 이탈하며 기존 보유분 헷지 가격 또한 기준값 라인을 하향 이탈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헷지 종목들을 새롭게 셋팅하는 중이며 완료되는 대로 셋팅에 들어간 종목들을 보고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좋아.”

한진영은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조지훈의 말을 듣고 앞에 놓여있던 보고서를 덮었다.

“혹시 질문이 있으시면 하시겠습니까?”

한진영이 먼저 레이 젠슨을 향해 질문할 기회를 건네자 레이 젠슨이 조지훈을 바라보고 가장 궁금해했던 것 한 가지를 질문했다.

“혹시 여기 있는 한 회장이 목표로 한…… 그…… 나스닥이 7,000 하향 이탈하는 상황이 펼쳐진다면…… 최종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나?”

레이 젠슨은 믿기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의 결과를 알고 싶어 했다.

월스트리트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레이 젠슨도 목표로 한 상황이 이루어졌을 때 올릴 수익이 궁금한 것이었다.

조지훈은 마치 레이 젠슨의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얼굴을 상기시킨 상태로 대답했다.

“7,000을 하향 이탈할 때까지 모든 물량을 들고 간다는 전제로 따졌을 때 총 1,500억 달러의 수익이 예상됩니다.”

“1,500억 달러?”

레이 젠슨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은 채로 한진영을 돌아봤다.

레이 젠슨이 브릿지랜드를 한진영에게 넘겼을 때 브릿지랜드의 총자산이 1,500억 달러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수익으로만 브릿지랜드의 총자산만큼을 번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레이 젠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감정이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거기까지 들고 가면 안 돼.”

한진영은 1,500억 달러라는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흔들리는 모습 없이 차분한 목소리로 조지훈을 향해 지시했다.

“지금의 하락이 중요한 게 아니야. 그러니 끝까지 다 보고 던질 생각하지 말고 8,000대가 깨지면서부터 정리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해.”

“네. 알겠습니다.”

조지훈이 한진영의 주의에 명심하겠다는 말투로 대답했다.

레이 젠슨은 한진영과 조지훈을 번갈아 바라본 뒤 한진영을 향해 물었다.

“지금 하락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한 건가? 내가 들은 게 맞아?”

“고문님께서는 저와 조 실장의 영어 실력을 여전히 미덥지 않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희의 발음이 좋지 못하나요? 제가 듣기에는 저나 조 실장 모두 괜찮은 것 같은데 말입니다.”

“발음이 듣기 어려워 그러는 게 아니네. 말이 믿기 어려워 그러는 거지.”

레이 젠슨은 답답하다는 듯이 한진영에게 다시 물었다.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말고 대답이나 어서 해주게. 하락이 중요한 게 아니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레이 젠슨의 모습에 태연한 표정의 한진영은 살며시 미소 지으며 레이 젠슨이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고문님께서도 아시지 않으십니까? 큰 하락 뒤에는 언제나 큰 상승이 동반하여 온다는 것을 말입니다. 911테러 때 그랬고 서브프라임 때도 그랬습니다. 제가 경험하지 못한 대공황 시절에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다고 하니 이건 뭐 거의 성립된 이론이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자네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큰 상승이 나올 거로 생각하고 있다는 건가?”

“이번에는 전과 조금 다를 겁니다.”

레이 젠슨은 한진영의 말에 답답함을 느꼈다.

“성립된 이론이라면서 이번에는 아니라는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아니라는 말이 아니라 이번에는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도대체…… 내가 영어 모국어자 임에도 자네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구먼. 지금 자네가 하는 말이 내가 한 이야기와 다르다는 뜻인가?”

“네. 다릅니다.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어나기는 하되 다른 모습으로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다른 식으로 일어난다?”

레이 젠슨이 알 듯 말 듯 한 표정을 짓자 한진영이 레이 젠슨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했다.

“하락 뒤의 상승은 이번에도 나올 겁니다. 하지만 이번은 전과 다른 식으로 나온다는 뜻입니다.”

“어떻게 다르다는 건가?”

“과거에는 하락분을 일정 정도 회복하는 모습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하락세를 다 지워낸 후 상승을 이어 나갔지요. 하지만 이번에는 다릅니다. 이번에는 빠르게 하락세를 지워 단번에 전고점을 넘기는 상승세가 나올 겁니다. 하락 때보다 더 강한 힘으로 말입니다.”

“지금 하락 때보다 더 강한 상승세가 나온다는 말인가?”

“맞습니다.”

“지금 이 하락세보다 더?”

레이 젠슨은 믿기 어렵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지수의 움직임이 그려진 차트로 다가갔다.

그리고 화면을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5거래일 동안 단번에 10%가 빠진 이 하락세보다? 여기서 7,000언더까지 가려면 지금만큼의 힘이 더 필요한데…… 그것보다 더 강하다고?”

레이 젠슨이 믿기 어렵다는 듯이 한진영을 바라보자 한진영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더 강할 겁니다. 그러니 지금은 1차 포지션에 불과합니다. 1,50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쯤은 덜어내더라도 전혀 아쉽지 않은 시장이 펼쳐질 겁니다. 그러니 눈앞에 보인 자그마한 이득 정도는 포기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500억 달러가 자그마해?”

레이 젠슨은 황당하다는 듯이 한진영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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