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6화 은혜를 베풀다
아직 찬기가 느껴지는 새벽 거리에 한진영을 태운 차가 움직였다.
“어제 프라임리츠의 정 회장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차가 움직이자마자 조지훈은 고개를 돌려 한진영에게 프라임리츠에서 온 연락을 보고했다.
“정 회장님이? 뉴욕에 언제 오신다고 그래? 이번에 오시면 그냥 가시지 마시고 나 좀 꼭 만나고 가라고 해. 내가 섭섭해한다고 말이야.”
피곤이 가시지 않아서 그런지 한진영은 손바닥으로 눈을 비볐다.
한참을 눈을 비비던 한진영은 눈에서 손을 떼며 조지훈에게 말했다.
“그런데 웬일로 연락하셨대? 코로나 때문에 요새 비행기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데 뉴욕에 온다고 연락하신 건 아니실 테고 말이야.”
“네. 그것 때문에 연락하신 건 아니셨습니다.”
조지훈은 창밖을 바라보고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마침 지나가네요. 여기 말입니다.”
한진영은 조지훈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창밖을 바라봤다.
그곳은 한진영이 머무는 곳과 함께 뉴욕에서도 부자들만 산다고 유명한 빌딩이 서 있었다.
한진영은 살짝 고개를 틀어 높이까지 솟아 있는 건물을 올려다보고 말했다.
“여기가 왜?”
“이곳 펜트하우스가 매물로 나왔다고 합니다.”
“여기가?”
한진영은 고개를 돌려 앞자리에 앉아있는 조지훈을 바라봤다.
조지훈도 한진영의 시선을 느꼈는지 창밖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한진영을 돌아봤다.
“네. 129층과 130층 그리고 131층 세 개로 이루어진 펜트하우스가 매물로 나와 일부 고객에게만 공개됐다고 합니다.”
“경기가 많이 안 좋나? 여기 매물이 다 나오네.”
“정 회장님 이야기로는 펜트하우스가 공개되기는 건물이 지어지고 난 뒤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360도 파노라마 창을 통해 뉴욕시가 전부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지구의 굴곡조차도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하하. 재미있는 표현이야. 그만큼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한진영은 이제는 지나쳐가는 건물을 다시 올려다봤다.
조지훈은 그런 한진영에게 프라임리츠의 정 회장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계속 전했다.
“침실이 8개, 화장실이 11개, 풀 키친 2개, 70평에 달하는 테라스를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프라이빗 레스토랑과 시가를 피울 수 있는 시가 룸, 실내 수영장과 실외 수영장, 스파와 헬스장까지 모두 펜트하우스 안에 포함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레스토랑이 집 안에 들어가 있다면…… 괜찮네. 괜히 밖에 나가서 밥 먹을 일 없을 테니까.”
조지훈은 자기 입으로 펜트하우스를 설명하면서도 조금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안에 레스토랑이 있다는 것이 어떤 건지 말로 설명 들어서는 구체적으로 머릿속으로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마래?”
한진영이 가격을 묻자 조지훈이 급히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2억 5,000만 달러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대충 3,000억쯤 하네.”
한진영은 잠시 고민한 뒤 조지훈을 향해 손짓했다.
“내가 이번에 받을 성과급이 얼마나 되지?”
한진영이 이런 질문을 할 것으로 예상했던 조지훈은 빠르게 외워 온 숫자를 한진영에게 이야기했다.
“이번 분기 성과급으로 5억 달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또한 현재까지 개인적으로 회장님의 계좌가 벌어들인 금액이 10억 달러 정도입니다. 그리고 지수의 흐름이 예상대로 진행됐을 시 다음 분기에 받을 회장님의 예정 성과급은 20억 달러로 계산됐습니다.”
“우선 이번에 받을 게 5억에 내 재산이 10억 달러 늘어났다고 하고…… 그리고 다음 분기에 받을 예상 금액이 20억 달러라면…… 2억 5,000만 달러는 별거 아니잖아.”
“네. 뭐…… 회장님께는 별거 아니기는 합니다.”
3,000억짜리 집을 향해 별것 아니라는 말을 한 한진영이었다.
다른 사람이 했다면 그게 무슨 망발이냐고 하겠지만, 한진영이라면 그런 말을 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성과급으로 받는 돈만으로도 3,000억짜리 집을 몇 개는 사고도 남을만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조지훈의 이야기를 듣고 결정했다는 듯이 손바닥으로 무릎을 때렸다.
“내가 산다고 해. 안 그래도 여기 펜트하우스가 궁금하기는 했어. 뉴욕에서도 잘 나왔다고 평이 자자한 소문을 예전부터 들었거든.”
“그럼, 우선 집을 구경할 날짜를 잡을까요?”
“구경할 것 없어. 그냥 사.”
“보지도 않고 그냥 사신다고요?”
한진영은 조지훈을 향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3,000억짜리 집이야. 이런 물건은 뉴욕에서도 흔하게 나오지 않아. 기회가 왔을 때 잡고 나중에 천천히 살펴봐도 돼. 이상이 있다면…… 여기 건물 지은 아저씨가 책임지지 않겠어? 자기 이름 걸고 지은 거니까.”
한진영의 말대로 최고급 중에서도 최고급을 지향하여 만들어진 건물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가장 비싼 펜트하우스였다.
세계에서 첫째로 꼽는 건축가가 자기 이름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쌓아온 명성과 미래까지 모든 것을 걸고 만든 것이기에 한진영은 보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야기한 것이었다.
한진영은 잠시 생각한 뒤 이야기했다.
“집은 내 개인 재산으로 산다고 전해. 몇 푼 아끼겠다고 회사 이름으로 샀다가는…… 골치 아파질 수 있으니까.”
조지훈은 한진영이 말하는 몇 푼이라는 돈이 수천억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한진영에게는 이제 그 수천억조차 몇 푼에 불과한 돈이 된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지낸 곳은…… 자네가 써.”
한진영은 몸을 앞으로 기울여 조지훈의 어깨를 두드리고 말했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말에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제가요?”
“새로 구입하는 곳이 층이 3개나 있어서 하나는 자네 쓰라고 하고 싶은데…… 직장 상사하고 한집에 사는 거 불편하잖아. 안 그래? 그러니까 지금 내가 지내는 곳에는 자네가 쓰고 자주 찾아오기만 해. 알았지? 여기라면 얼마 멀지도 않으니까.”
한진영이 창밖에 서 있는 건물을 엄지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마치 문방구에 놀러 갔다가 앞에 있는 뽑기 기계에 동전을 넣고 돌리듯이 3,000억짜리 집을 사버린 한진영이었다.
3,000억짜리 집을 보지도 않고 차 안에서 몇 마디 말만으로 산 한진영을 향해 조지훈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라 했다.
그런 조지훈과 달리 한진영은 이제 관심이 사라진 듯했다.
이른 시간에 움직이는 거라 짧은 이동 시간이더라도 푹 쉬고 싶은 마음이었는지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아 버린 것이었다.
조지훈은 더는 한진영에게 질문하지 않은 채 몸을 돌렸다.
차는 새벽안개를 헤치고 미끄러지듯이 나아갔다.
***
“오랜만입니다.”
한진영은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던 노아 스미스 CEO에게 인사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잘 지내신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요즘 같은 때에 잘 지내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특히 저희 같은 주식쟁이들은 지금이 가장 죽을 맛인 시장 아니겠습니까?”
한진영이 아니라는 듯이 손사래를 쳤지만, 노아 스미스의 눈초리는 바뀌지 않았다.
“그래도 세이지만은 다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저희 쪽에도 공매도를 많이 치셨다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하하하. 그렇습니까? 최근에 저는 인베스트먼트 쪽에 신경을 많이 쓰느라 펀드운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진영은 전혀 몰랐다는 듯이 이야기하고는 고개를 돌려 타일러 버드를 바라봤다.
그래도 평소와 다름없어 보이는 노아 스미스와는 다르게 타일러 버드의 얼굴은 핼쑥하기만 한 얼굴로 한진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이 많이 상하셨습니다. 괜찮으십니까?”
“회장님. 도와주십시오.”
다짜고짜 한진영을 잡고 고개부터 숙인 타일러 버드는 한진영의 손을 놓지 않고 계속 매달렸다.
“회장님께서 살려주셔야 합니다. 저와 코인 그라운드를 이 자리까지 올려주셨으니 이번에도 회장님께서 꼭 좀 살려주십시오.”
“손을 놓고 자세히 말씀해 보십시오. 도대체 뭘 어떻게 살려달라는 말씀이십니까?”
“약속부터 해주십시오. 회장님. 약속을 먼저 해주셔야 손을 놓겠습니다.”
마치 한진영의 손이 인질이라도 되는 것처럼 타일러 버드는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
“이거 참…….”
한진영은 곤란하다는 듯이 노아 스미스를 돌아봤다.
노아 스미스는 타일러 버드가 무엇 때문에 이러는 것인지 알고 있다는 듯이 안타까움을 담은 눈으로 타일러 버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약속하겠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코인 그라운드와 우리가 보통 인연이 아닌 만큼 코인 그라운드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 몸을 일으켜 세우세요.”
“정말이십니까?”
한진영의 말에 희망을 찾은 듯한 눈으로 타일러 버드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정말입니다. 자자. 일어나세요.”
한진영은 타일러 버드를 향해 가볍게 웃고는 오른팔을 잡고 굽힌 타일러 버드의 몸을 일으켜 세우도록 도와줬다.
그리고 노아 스미스에게도 자리를 가리키고 앉을 것을 권했다.
“앉으세요. 자자. 다들 앉도록 합시다. 어서요.”
한진영은 직접 타일러 버드를 이끌고 의자 앞으로 다가가 자리에 앉게 했다.
그리고 노아 스미스가 앉을 의자를 빼준 후 반대편으로 돌아가 자리에 앉았다.
노아 스미스는 짧은 한숨을 내쉬고 한진영이 빼준 자리에 앉았다.
한진영은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제 나 사장에게 대충 이야기 들었습니다.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고 말입니다.”
타일러 버드는 힘든 상황이라는 표현조차 부족하게 여겨지는 것인지 입을 달싹이며 몇 번이나 이야기하려 했다.
한진영은 그런 타일러 버드를 못 본 척 외면하고 계속 이야기하여 타일러 버드에게 이야기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만나고 싶다는 말에 그러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인연이 깊은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데 그걸 모른 척 지나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오늘 이른 아침에 찾아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한진영의 말이 끝나길 기다리던 타일러 버드는 잠시 한진영이 말을 멈추고 쉬는 모습을 보이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회장님. 힘든 정도가 아닙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뱅크런을 감당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뱅크런을 감당하지 못하다니요?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분명 거래소에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일을 대비하여 자체적으로 준비금을 확보해 놓은 상태 아닙니까? 비록 일시적으로 자금 유출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걸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 않습니까?”
한진영은 마치 몰랐다는 듯이 놀란 얼굴로 타일러 버드를 바라봤다.
타일러 버드는 입이 바짝바짝 말라오는 모습으로 한진영에게 말했다.
“그게…… 지급 준비금을 코인으로 마련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지급 준비금을 코인으로요? 허허.”
한진영은 황당하다는 듯이 타일러 버드를 바라봤다.
타일러 버드는 자기의 잘못을 아는 것인지 잠시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이대로 부끄러워하다가는 아무 일도 안 된다고 생각하여 붉어진 얼굴을 한 채로 한진영에게 다시 애원했다.
“회장님. 지금은 코인 시장에 한파가 닥쳤지만 따뜻한 바람이 분다면 상황이 완전히 바뀌게 될 겁니다. 지급 준비금을 코인으로 보유하고 있던 것이 지금은 악재지만 그땐 호재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진영은 지급 준비금을 코인으로 보유한 것에 대한 반성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타일러 버드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타일러 버드는 그런 한진영을 향해 계속 이야기했다.
“세이지가 이번 위기만 잘 넘길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됩니다. 이번만 넘기면 밝은 미래가 코인 시장과 저희 코인 그라운드에 비칠 겁니다.”
한진영은 타일러 버드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 노아 스미스를 돌아봤다.
“노아 스미스 CEO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진영의 말에 노아 스미스는 왜 자기에게 그런 걸 묻느냐는 표정을 잠깐 지었다.
그러나 그도 한진영에게 부탁하러 온 입장이기에 한진영의 질문을 그냥 모른 척할 수는 없어 질문에 대답했다.
“저도 코인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성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전기차와 같이 새로운 산업을 이끄는 곳이 될 거로 예상합니다.”
노아 스미스는 타일러 버드의 말에 동의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타일러 버드는 노아 스미스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냈고 노아 스미스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받았다.
한진영은 두 사람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본 뒤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노아 스미스 CEO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좋습니다. 투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타일러 버드는 한진영의 결정에 엉덩이까지 들썩였다.
한진영은 당장에 탁자를 건너 자기에게 덤벼들 것 같은 타일러 버드를 향해 손을 들어 올려 진정시키며 말했다.
“잠시만요.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시고 버드 CEO께서는 저의 투자를 받아들일지 아닐지 결정하도록 하세요.”
“끝까지 듣고 말고 할 것도 없습니다. 저는 무조건 한 회장님의 투자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입니다.”
앞뒤 가릴 것 없이 한진영이 어떤 제안을 하더라도 받아들이겠다는 모습을 보인 타일러 버드였다.
그만큼 급하고 지금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숨기지 않고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한진영은 타일러 버드의 모습에 가만히 웃어 보이고는 제안을 이야기했다.
“지분 30%를 취득하고 싶습니다. 투자금은 100억 달러. 어떻습니까?”
“지분 30%에 100억 달러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떤 제안이든 받아들이겠다는 타일러 버드의 표정이 굳어지고 말았다.
“어떻습니까? 만족스럽지 않으십니까?”
“저는…….”
타일러 버드는 대답하지 못한 채 잠시 고개를 숙였다.
지분 30%는 회사를 넘어갈 수 있는 수량이었다.
그렇다고 투자금이 만족스럽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100억 달러는 뱅크런이 발생할 시 예상되는 피해액 300억 달러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으로, 이 정도로는 뱅크런을 막을 수는 없었던 것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타일러 버드를 향해 한진영이 결정에 도움이 되는 말을 건넸다.
“만약 뱅크런이 발생하면 추가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조항을 넣어도 좋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타일러 버드가 고개를 들어 한진영을 바라봤다.
한진영은 타일러 버드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외부에 알리셔도 됩니다.”
“외부에 알려도 된다고요? 그게 정말입니까?”
타일러 버드의 표정이 세이지가 투자하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보다 더욱 활짝 펴지고 말았다.
그만큼 타일러 버드에게 지금의 말은 천상의 하모니와 마찬가지로 들렸던 것이었다.
“코인 그라운드를 세이지가 보장해준다고 하면 한결 편안한 상태로 고객을 맞을 수 있을 겁니다. 거래소에 대한 불신도 낮아져 뱅크런에 대한 위험에서도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테고요. 어떠십니까? 이렇게 한다면 100억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요?”
“보장 금액은…… 어디까지입니까?”
“무한대입니다. 코인 그라운드를 세이지가 보장하겠습니다.”
타일러 버드는 한진영의 말에 입이 쩍 벌어졌다.
그리고 다음 말을 들었을 때 타일러 버드는 땅바닥에라도 주저앉아 절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지분 30%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코인 그라운드가 원할 때 시가에 맞춰 아무런 조건 없이 바로 넘기도록 할 테니 말입니다. 물론 경영권과 관련된 것도 간섭하지 않을 생각이고요. 이것도 계약서에 명시해도 상관없습니다.”
“회장님.”
타일러 버드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였다.
“저는 이곳에 새벽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걱정하는 마음으로 찾아왔습니다. 상장 이후 관계가 정리되며 다시 세이지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회장님께서 이렇게 저를 잊지 않고 다시 불러주신 것도 모자라 이렇게 은혜를 베풀어 주시니 저는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한진영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타일러 버드를 가만히 바라보고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