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7화 돈이 될만한 자리에선 원수와도 손을 잡는다
지난 코인 폭등 시기에 80달러에 250억 달러 치의 지분을 코인 그라운드에 매각하며 한몫을 단단히 잡았던 한진영이었다.
당시에 넘겼던 지분은 코인 그라운드 전체 지분의 20%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보다 더 적은 100억 달러의 금액으로 그때보다 더 많은 지분 30%를 획득하게 됐다.
한진영은 눈시울까지 붉히고 있는 타일러 버드의 감사를 받으며 코인 그라운드의 미래를 떠올렸다.
지금은 코로나19와 유가로 인한 경기침체 영향으로 끝 모를 추락을 보이는 코인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시기만 넘긴다면 그 이후에는 찬란한 미래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한진영이었다.
그래서 서슴없이 100억 달러를 내놓은 것이었다.
100억 달러가 나중에는 1,000억 달러가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이 연신 머리를 조아리는 타일러 버드에게 괜찮다는 말을 전한 후 노아 스미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제 두 번째 일을 진행해야 할 시간이 됐다고 생각한 한진영이었다.
“테라 또한 어려움을 겪고 계신 겁니까?”
지금까지 가만히 이야기를 듣기만 하던 노아 스미스는 자기 차례가 되자 마른기침만을 내뱉었다.
“크흠…… 크흠…….”
쉽게 한진영 앞에서 어려움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노아 스미스를 보고 한진영은 그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듣기로는 독일 쪽에 신규 공장을 짓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유럽에 진출하기 위해 짓는 공장이라고 이야기 들었는데…… 혹시 공장을 짓는 자금 융통에 어려움이 없으십니까?”
한진영이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먼저 이야기를 하자 그제야 노아 스미스의 입이 열렸다.
“알고 말씀하시니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어려운 상황입니다. 어쩌면 어렵다는 말이 부족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코인 그라운드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니까요.”
“저희보다 더 안 좋으시다고요?”
한진영의 약속으로 큰 시름을 덜었던 타일러 버드는 노아 스미스의 말에 놀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찌 됐든 이번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 시장의 가장 유명세를 높였던 기업이 테라였다.
그런 테라가 어려움을 겪는 것도 모자라 코인 그라운드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라는 이야기에 타일러 버드는 놀라고 만 것이었다.
노아 스미스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타일러 버드를 바라봤다.
“코인 그라운드의 경우에는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뱅크런을 걱정하여 그러는 것 아닙니까?”
타일러 버드는 노아 스미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 상태로 계속 진행된다면 뱅크런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요.”
타일러 버드의 말에 노아 스미스는 큰 한숨을 내쉬고 한진영을 바라봤다.
“테라는 코인 그라운드와 달리 위기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 회장님께 도움을 청하고자 찾아왔습니다.”
“위기가 현실이 됐다?”
한진영은 노아 스미스의 말을 가만히 따라 했다.
그리고 침중한 목소리로 노아 스미스를 향해 말했다.
“대출만기가 돌아온 겁니까?”
한진영의 말에 타일러 버드가 깜짝 놀랐다.
대출만기가 연장되지 않는 것이라면 노아 스미스가 이야기한 코인 그라운드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라는 말이 이해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예상보다 더 안 좋았다.
“대출만기가 돌아온 것이 아닙니다. 채권 회수가 들어왔습니다.”
“허허.”
한진영은 허탈한 웃음소리를 터트렸다.
“아무리 그래도 채권 중간 회수는 은행권에서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일인데…… 혹시 은행권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자금을 끌어오셨습니까?”
노아 스미스는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노아 스미스가 짧게 대답하자 한진영은 알겠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채권에 옵션을 걸어 놓으셨나 보군요. 예를 들면 언제든 원할 시에 회사가 채권을 매수해야 하는 풋옵션 같은 걸 말입니다.”
한진영은 마치 손바닥 안에서 들여다보고 있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테라의 노아 스미스는 그런 한진영의 말에 잠시 기가 찬다는 듯이 한진영을 바라봤다.
짧은 대화 속에 정보만으로도 어떻게 이 사람은 이렇게까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인지 놀랍기만 한 노아 스미스였다.
그러나 사실 한진영이 이렇게 자세하게 알 수 있었던 것은 지난 시절 테라의 어려움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초기 채권이 발목을 잡아 공장 증설 및 자금 경색의 위기가 찾아왔었던 테라였다.
그리고 그걸 타파하기 위해 노아 스미스가 시장에 보유 주식을 매도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던 한진영이었다.
‘그때는 여러 기관에 나눠 던졌지만, 이번에는 내가 받아야지.’
테라 또한 지금의 이 사태를 잘 헤쳐 나간다면 다시 한번 시장의 주도주가 되는 종목이었다.
그런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곳과 나누기보다 세이지가 모든 지분을 획득하려 했다.
돈이라면 다 받아내고도 남을 정도로 풍족했기 때문이다.
“맞습니다. 원한다면 채권을 모두 회사에서 되사줘야 한다는 옵션이 걸려 있습니다. 지금 그렇게 돌아올 채권의 규모가…… 70억 달러입니다.”
“70억 달러요?”
타일러 버드가 놀란 듯이 물었다.
노아 스미스는 곁에 앉아 있는 타일러 버드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이번에 돌아오는 것만 70억 달러이고…….”
“계속 돌아오겠지요. 안 그렇습니까?”
한진영의 말에 노아 스미스가 고개를 돌려 한진영을 바라봤다.
“네. 뭐 기왕 여기까지 이야기했으니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총액으로 2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이 돌아올 예정입니다.”
노아 스미스의 말에 타일러 버드는 입을 벌렸다.
자기보다 더 심하다는 노아 스미스의 말이 이해됐기 때문이다.
코인 그라운드는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여 100억 달러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테라는 당장 닥친 문제가 200억 달러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200억 달러 뒤에 남아있는 것들 또한 산더미처럼 자리를 잡고 있을 걸 생각한다면 200억 달러가 오히려 작게 느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채권이라는 것이 항상 그렇듯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는 것들이 더 몸집이 크기 마련이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입을 벌리고 있는 타일러 버드를 바라보고 살짝 웃은 뒤 노아 스미스를 향해 이야기했다.
“이해합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새로운 채권을 발행해봤자 사준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테니 더욱 힘든 상황일 겁니다.”
“그리고 이런 악순환은 계속 이어질 테니 그것도 저희가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테라도 마찬가지로 지분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겁니까?”
“네. 회사 보유분 1억 주, 제가 가지고 있는 주식 5,000만 주를 더해 1억 5,000만 주를 세이지에 매각하려 합니다. 지분율로는 5%입니다.”
한진영은 노아 스미스의 제안을 가만히 들었다.
그러고는 곤란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노아 스미스는 그런 한진영의 모습에 바짝 긴장한 얼굴로 한진영을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무 많습니까?”
한진영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너무 적습니다.”
“너무 적다고요?”
노아 스미스는 뜻밖의 말에 깜짝 놀란 얼굴로 한진영을 향해 물었다.
한진영은 놀란 노아 스미스와 달리 태연한 표정으로 새로운 제안을 건넸다.
“3억 주. 지분율 10%. 150달러에 총액 450억 달러 기준으로 진행하도록 하시죠.”
“450억 달러요?”
곁에서 이야기를 듣던 타일러 버드도 심장이 벌렁거릴 지경이었다.
450억 달러의 거래가 단순히 몇 마디 말로 진행이 된다는 것에 자기 회사가 아님에도 가슴이 터질 듯이 놀라고 말았다.
놀라기는 노아 스미스도 마찬가지였다.
“450억 달러라니…….”
“테라에도 마찬가지로 경영권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조항을 옵션으로 넣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원하신다면 무조건 노아 스미스 CEO의 의견을 따르겠다는 조항도 넣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지분만 건너가는 것뿐이지, 여전히 노아 스미스 CEO의 우호지분으로 자리하게 되는 겁니다. 보유하고 있는 것보다 더 나은 상황이지요.”
노아 스미스는 한진영의 제안에 마음이 흔들렸다.
언젠가는 덜어내야 하는 지분이었다.
그걸 지금과 같은 위험한 순간에 요긴하게 쓰면서 여전히 우호 지분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에 군침이 흘러내렸다.
그때 마침 노아 스미스의 눈에 사무실 한쪽에 테라의 주가 차트가 눈에 들어왔다.
320달러에서 폭포수처럼 떨어져 내린 주가는 현재 140달러대에 자리하고 있었다.
한진영이 150달러를 이야기한 것은 급락한 주가에 추가금을 더하여 나온 가격이었다.
일종의 보상이었던 것이었다.
그래도 노아 스미스는 현재 테라의 주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진영은 차트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노아 스미스를 따라 화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노아 스미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지금 주가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지요? 이해합니다. 한두 푼이 오가는 거래가 아닌 만큼 1달러의 움직임에도 큰 영향을 받으니까요. 그럼 이렇게 하시죠.”
노아 스미스는 화면을 바라보던 시선을 한진영 쪽으로 옮겼다.
한진영은 여전히 화면을 바라본 채로 말했다.
“10달러의 보상 이상을 해드리기는 어려우니…… 차라리 지금 가격이 아니라 일주일 뒤의 가격을 기준으로 하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대신 그때는 10달러의 보상이 없이 종가를 기준으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괜찮으시겠습니까?”
노아 스미스는 한진영의 배포에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미국과 러시아에서 나온 이야기에 시장이 단숨에 회복을 보이는 모습을 보이는 시장이었다.
비록 테라는 회복세 속에서도 하락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10%, -20%씩 떨어질 때에 비하면 -0.8%의 하락은 하락이 아니라 진정국면에 들어갔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한진영은 웃으며 다시 화면을 바라봤다.
“저는 상대의 약점을 잡고 거래를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지금 가격이 아쉽고 반등이 보이는 자리라면…… 기다려줄 수 있습니다. 다만 한없이 반등할 때까지 기다리지는 못합니다. 제가 가진 배려의 크기는 이 정도니까요.”
한진영은 말을 하고는 양손을 벌려 조금 큰 그릇 모양을 만들었다.
타일러 버드는 그런 한진영의 모습에 크게 소리를 지르며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한 회장님의 그릇은 그만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큽니다.”
손을 양쪽으로 쫙 뻗은 타일러 버드는 이조차도 부족하다는 듯이 손을 양쪽으로 더 벌리려 노력했다.
노아 스미스는 이런 타일러 버드의 모습에 인정하는 듯한 표정을 보였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이렇게까지 배려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일주일 뒤 여기서 더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습니다. 오히려 제가 여쭙고 싶습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320달러로 다시 회귀하지만 않으면 괜찮습니다. 그렇게 되면 저도 좀 곤란합니다. 하하하.”
한진영이 말을 하고 웃자 노아 스미스와 타일러 버드 모두 크게 웃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진영은 얼마가 됐건 일주일 뒤의 가격으로 정하기로 다시 한번 약속을 정한 뒤 타일러 버드에게도 같은 조건으로 하겠냐는 제안을 건넸다.
“아닙니다. 저는…… 이거로 만족합니다.”
일주일 뒤 어떤 상황이 벌어져 계약이 파투가 날지 모를 일이었다.
타일러 버드는 차라리 계약을 확정 짓는 안정을 택했다.
한진영은 알겠다는 말과 함께 바로 계약을 진행하고 돈을 입금하겠다는 말로 타일러 버드의 결정에 화답했다.
그리고 노아 스미스에게는 일주일 뒤 가격을 따라 진행한다는 가계약을 체결한 상태로 자리를 마무리했다.
조지훈은 모두가 떠난 자리에 들어와 그때까지 떠 있는 화면을 바라보고 말했다.
“회장님 말씀대로 화면을 띄우니 바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내가 그러지 않았나? 노아 스미스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그래서 거래도 끝냈던 것 아니었습니까? 노아 스미스뿐만 아니라 타일러 버드의 욕심 또한 과하다고 하셨는데…… 오늘 두 곳 모두와 거액의 투자 계약을 진행하셔서 조금 놀랐습니다.”
“나 또한 그들 못지않게 욕심이 많은 사람이니까. 돈이 될만한 자리에서는 원수와도 손을 잡을 수 있어.”
한진영은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창문 쪽으로 걸어갔다.
이제서야 어스름해져 오는 바깥 풍경을 내려다봤다.
“내가 왜 두 곳을 동시에 불렀는지 궁금하지 않나? 서로 다른 곳인데 한 자리에 앉혀놓고 협상하는 게 이상하지 않았어?”
“안 그래도 이상해서 여쭤보려고 했습니다. 급해서 그러신 것 같지는 않고…… 이유가 있으셨습니까?”
“확인해보고 싶었어.”
“확인이요?”
조지훈은 한진영이 무슨 확인을 하려고 했다는 것인지 알지 못해 고개를 갸웃했다.
한진영은 점점 밝아오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말했다.
“두 사람이 함께하고 있는 건지 알고 싶었거든.”
“같은 지역에 자리를 잡고 있는 만큼 아는 게 이상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은 건 이상한 건 아니지. 하지만 그렇다고 위기를 함께 공유할 이유까지는 없지.”
한진영은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조지훈을 바라본 채로 말했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내 약점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걸 극도로 꺼려. 하물며 그게 친한 사이라고 하더라도 말이지. 그런데 두 사람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주거니 받거니 서로가 처한 어려움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했어. 마치 그것조차 함께 나눠야 하는 동료라는 것처럼 말이야.”
“그럼 두 사람이 친한 사이를 넘어선 관계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래. 마치 동업자 같아 보이지 않았어?”
“동업자요?”
한진영의 말에 조지훈은 그제야 이상한 것이 느껴졌다.
한진영이 함께 오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함께 비행기를 타고 온 두 사람이었다.
게다가 함께 자리에 앉아 한진영을 기다렸다.
한진영을 만난 자리에서는 서로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나누며 한진영에게 부탁하기까지 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동료와 같은 두 사람의 모습이 이제야 조지훈에게 이상함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두 사람은 함께 일하고 있어.”
“두 사람이 함께 일할 일이 뭐가 있습니까? 한 사람은 코인 거래소를 하고 있고 다른 사람은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지 않습니까? 플랫폼과 제조업으로 서로 완전히 다른 업종에 자리한 사람들인데 함께 할 게 있는 건가요?”
“있지. 왜 없어?”
한진영은 비릿하게 웃으며 창밖을 바라봤다.
이야기하는 사이 어느새 해가 떠오른 뉴욕 거리는 아직 새벽공기의 차가움이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조지훈은 창밖의 차가움보다 창안에서 느껴지는 한기가 더욱 차갑게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한진영은 창밖을 내려다본 채로 이야기했다.
“욕심 많은 두 사람이 모였으니 돈을 벌 궁리를 하겠지.”
“그게 나쁜 건 아니지 않습니까? 돈을 많이 벌 생각을 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그렇지.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는 건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가지는 욕망이니까 나쁘다고 할 수 없지. 하지만 욕망 덩어리 두 사람이 만났으니 정상적인 방법만으로 돈을 벌려 할까?”
“그러면 불법으로…….”
한진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불법은 아닐 거야. 지켜보는 시선이 많으니 불법을 저지른 순간 철퇴를 두들겨 맞는다는 것은 두 사람도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다른 곳도 아니라 미국에서 얻어맞는 철퇴는 아프거든.”
“그럼 또 다른 방법이 있는 건가요?”
“있지. 지켜보는 시선이 많다는 건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일 수가 있는 거거든.”
한진영은 지난 시절을 떠올렸다.
“역시 함께하고 있었어. 한 사람은 앞에서 사람들을 현혹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뒤에서 귀가 얇은 사람에게 코인을 팔아먹고…….”
한진영은 지난 시절 그들이 했던 짓을 떠올리고는 함께 오래 해서는 안 될 사람들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