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8화 이제 겨우 반환점을 돈 것이다
전날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급여세 인하에 이어 국제유가 폭락으로 타격받은 셰일 업체와 코로나19 여파가 큰 항공 및 크루즈 산업 등을 지원하는 부양책도 약속했다.
그러나 이런 부양책에 대한 실질적인 효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하루 만에 시장에서 번져갔다.
코로나19 사태 전에 치열하게 맞부딪혔던 야당이 여당의 부양책을 순순히 받아들일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던 것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처음 나타냈을 때 의료인에 대한 추경조차 반대했던 야당이었다.
그런데 3,000억 달러에 달하는 부양책을 아무런 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지 시장은 회의적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대통령과 맞서며 인기도를 높였던 여성 하원의장이 3,000억 달러에서 어느 정도나 인정해줄지 혹은 모든 것을 다 부결시켜 새롭게 부양책을 만들어오라고 강짜를 놓을지 불확실하기만 하게 바라봤다.
시장은 전일 상승분에서 일정 부분을 되돌린 채로 시작됐다.
나스닥 기준 시가가 8,136, -2.49%에서 시작되며 부양책에 대한 결과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은 그래도 8,000은 지키지 않겠냐는 평가가 나왔다.
-지금 나오는 하락은 모두 언더슈팅이야!
매드스톡의 머치 버치킨스도 마찬가지의 반응을 보였다.
-세이지 놈들이 맞힌 것이 아니라 세상이 억지로 세이지의 주장을 따라가고 있는 거야!
머치 버치킨스는 이제 노골적으로 방송에 세이지를 언급했다.
한진영의 사무실에서 한진영과 함께 방송을 보던 조지훈은 걱정하는 얼굴로 한진영을 향해 물었다.
“우리 이름을 언급하지 말라고 항의라도 할까요?”
“놔둬. 재미있구먼 뭘.”
여전히 매드스톡 방송이 한진영에게는 재미있었던 것인지 선을 넘을 듯한 머치 버치킨스의 행동에도 웃으며 방송을 시청했다.
한진영은 머치 버치킨스의 행동과 말에 큰소리로 웃으며 바짝 신경이 돋아 있는 조지훈에게 말했다.
“저 사람이 돈도 안 받고 우리를 광고해주니 얼마나 좋아? 신경 쓰지 말고 즐기도록 해. 지금은 즐기는 자리니까.”
“우리를 광고해준다고요?”
“그래. 봐봐. 저 사람이 소리 지르고 박박 우기는데도 지수는 하락하고 있어. 그럼 누구 말이 맞는 게 되는 거야?”
“회장님께서 맞히신 게 되는 겁니다.”
“그래. 그러니 얼마나 좋아. 공짜로 저렇게 광고해주니까. 하하하. 저 봐라. 저 봐. 열 받으니까 아주 어쩔 줄 몰라 하네. 재미있지 않아?”
한진영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말대로 머치 버치킨스가 억울해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으로 방송을 바라보자 화가 나기보다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튜디오에서 발광해도 오르지 않고 떨어져 내리는 지수에 머치 버치킨스가 얼마나 열 받아 하는지 눈에 선하게 들어온 것이었다.
-이 개 같은…… FXCK FXCK FXCK!
“하하하.”
한진영은 머치 버치킨스가 욕을 내뱉자 손뼉까지 치며 즐거워했다.
마치 잘 짜인 각본처럼 지수의 움직임과 머치 버치킨스의 욕지거리가 한데 어우러져 화면에 나타나고 있었다.
아무리 머치 버치킨스가 욕을 하더라도 지수의 하락을 멈추지는 못했다.
부양책에 대한 의회의 반응을 보아야 안심하겠다는 시장 참여자가 더 많았던 것이었다.
그래도 점심 무렵까지는 어떻게든 8,100선을 지키며 8,000선은 확보한 채로 오후에 펼쳐질 의회의 반응까지 시장을 끌고 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전일 보여주었던 5%에 가까운 상승세를 훼손시켰다가는 호재에도 시원치 않은 상승이 나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2시쯤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회장님!”
조지훈이 급히 한진영의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는 한진영에게 인사도 하지 않은 채 급히 화면부터 조정했다.
화면이 원하는 곳에 멈춰 서고 나서야 조지훈은 한진영에게 보고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한진영은 보고하려는 조지훈을 향해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았다.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 조지훈이 급히 들어온 이유를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지난 2주간 중국 이외 지역의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13배 늘었고, 영향받은 국가의 수도 3배가 됐다”며 “114개국에서 11만 8,000건이 넘는 사례가 나왔고, 4,291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앞으로 며칠 몇 주 동안 우리는 코로나19 확진 사례와 사망에 영향받는 나라의 수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본격적인 전세계 유행인 “팬더믹”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전문가는 파악했습니다.
방송 앵커가 긴급 타전하는 소식을 모두 들은 조지훈이 한진영을 향해 말했다.
“회장님. 팬더믹입니다. 팬더믹이요.”
“그게 왜?”
“그동안 죽어라 인정하지 않던 WHO조차 팬더믹을 인정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되면…….”
“공황이 오겠지.”
한진영은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지수 차트를 확인했다.
WHO 사무총장이 팬더믹을 인정하자 지수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1,400포인트 이상 하락하며 투자자들에게 공포를 안겨줬다.
결국 최고점 대비 20% 이상 미끄러지며 심리적이 아니라 수치적으로도 약세장에 돌입하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S&P 500과 나스닥도 하락세를 키웠다.
-2% 중반에서 어떻게든 자리를 지키던 지수는 장중 -6% 가까이 하락하며 지난 저점을 깨트리는 모습을 보였다.
투자자들이 그렇게 지키고 싶어 하던 8,000선을 재차 무너뜨린 것이었다.
“회장님.”
“차 준비시켜.”
“자산운용사로 움직일까요?”
“어. 가자.”
8,000이 재차 깨지자 한진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다음 스텝으로 움직일 준비를 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 한진영이었다.
***
한진영이 자산운용사로 자리를 옮긴 사이에도 뉴스는 계속 쏟아져 나왔다.
그만큼 WHO의 팬더믹 선언은 시장에 큰 혼란을 주는 사건이었다.
-‘팬더믹’을 시장이 예상하지 못한 것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시장은 팬더믹을 인정하고 거기에 맞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팬더믹’이라는 말에 이렇게 급하게 반응한 것이죠? 시장이 저점을 갱신하고 말았습니다.
CNBC에서는 투자회사 KBW의 제리 브라크먼 전략분석가를 초대하여 오늘 있었던 이슈를 정리하는 중이었다.
브라크먼 전략 분석가는 앵커의 질문에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시장 투자자들이 팬더믹을 인정했다고 하지만 그것과 WHO가 인정한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무엇이 차이가 있는 건가요?
-WHO가 공식적으로 인정함으로써 세계 각 정부들의 움직임에 변화가 있게 될 겁니다. 이탈리아를 예로 든다면 WHO의 인정을 바탕으로 전 국민의 이동을 제한하겠다는 발표를 조금 전 했습니다.
-WHO가 팬더믹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이탈리아 국민들도 반발할 수가 없겠군요.
-그렇습니다. 정책의 방향은 좋은 쪽이 아닌 나쁜 쪽으로 나오게 될 겁니다. 시장은 공황에 한 발짝 내디뎠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브라크먼 전략분석가의 ‘공황’이라는 말에 앵커는 잠시 멈칫했다.
그는 재빨리 화제를 돌리기 위해 조금 전 CNBC가 존스홉킨스대학에 자문을 구해 얻은 답변을 이야기했다.
-저희 CNBC는 존스홉킨스대학에 코로나19에 대한 자문을 구했습니다. 존스홉킨스대학에서는 “미국 내 확진 환자의 확대는 우려스러울 정도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한다”라고 대답해왔습니다. 우리 미국 또한 이제 코로나19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는 화제를 바꾸기 위해 꺼낸 존스홉킨스의 자문도 어두운 내용뿐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착잡한 듯이 브라크먼 전략 분석가를 바라봤다.
브라크먼 전략 분석가는 앵커의 시선에 어두운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오늘 폭락도 문제지만 내일이 저는 더 걱정됩니다.
-내일이요?
-네. WHO의 팬더믹 인정이 정부의 개입을 불러와 시장에 공포를 몰고 왔습니다. 하지만 존스홉킨스대학의 이야기대로 정부의 적극적 개입만이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장 마감 후 나온 뉴스는 내일 시장을 걱정하게 할만한 이야기였습니다.
-백악관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적 대응에 대해 구체적인 세부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 말씀이십니까?
앵커의 질문에 브라크먼 전략 분석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대통령이 의회를 직접 찾아 여당 상원의원들과 3,000억 달러 규모의 급여세 인하 방안을 논의했지만, 야당이 기업이 아닌 저임금 근로자와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이 없다는 이유로 반기를 든 것이 바로 걱정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부양책이 정치이슈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말씀이시군요.
-현재 시장은 공포를 넘어 공황 단계에 들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치인들이 초당적인 모습으로 시장을 안정시킬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어두운 표정의 브라크먼 전략분석가의 말이 끝나자 조지훈이 화면을 껐다.
홍대민, 레이 젠슨 그리고 세이지 자산운용사의 팀장들이 몸을 돌려 한진영을 바라보고 앉았다.
“자 지금 상황이 어떤지 다들 아실 겁니다. 전저점은 깨졌고 시간외 시장에서 폭락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진영이 말하기 시작하자 다들 한진영의 입을 주목했다.
한진영이 자산운용사의 임원은 물론이고 팀장급 이상을 모두 소집한 것에는 지금 상황이 위기여서만은 아니라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이미 예상하고 거기에 맞는 준비를 해놓은 상태입니다. 그 덕분에 큰돈을 벌고 있고요. 그렇지 않습니까?”
“네. 상상을 초월할 금액을 벌어들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레이 젠슨은 중간 정산이나 좀 해보자고 이야기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지난번에 대충 들어 예상되기는 했지만 예상하고 실제는 달랐기 때문이다.
팀장들의 생각도 레이 젠슨과 마찬가지였다.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것은 알고 있지만,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 있는지 그들은 자세한 것까지는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진영은 이 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돈을 많이 벌고 있다는 것만 알리는 것이 그들의 목표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돈 이야기가 나오자 이글거리는 눈빛을 보이는 팀장들을 살핀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얼마나 벌었는지 다들 궁금하실 겁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그림 속에서의 상황에서는 이제 겨우 반환점을 돈 것뿐입니다. 그래서 지금 중간 정산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의미가 있는 자리가 왔을 때 그때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게 반환점이란 말인가?”
레이 젠슨이 깜짝 놀란 얼굴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지금 얼마를 벌었는지 대충 알고 있는 레이 젠슨에게 반환점이라는 말은 충격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팀장들은 레이 젠슨의 반응에 심장이 뛰었다.
레이 젠슨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들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팀장들은 전설조차 놀랐다는 사실에 수익이 상상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한진영은 예상대로 깜짝 놀란 반응의 레이 젠슨을 바라보고 웃었다.
바로 이 반응을 팀장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는데 레이 젠슨이 알려주지 않았어도 마치 짠 것처럼 한진영이 원하는 반응을 보여줬다.
한진영은 레이 젠슨을 향해 조금 진정하라는 손짓을 보이며 말했다.
“전체로 봤을 때는 반환점도 아니라 이제 겨우 시작 총성을 들은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길게 보는 건 저만 하면 되는 일이겠죠. 여러분께 그때까지 기다렸다가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한진영의 말에 자리에 있던 팀장들은 다들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그들의 눈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한진영은 그들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말을 건넸다.
“단계별로 나누었을 때 지금은 1단계의 반환점을 돌았다. 이렇게만 알아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저는 거기에 맞춰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이 자리에서 하겠습니다.”
‘누구도’라는 말에 힘을 준 한진영은 팀장들의 눈빛이 다시 한번 바뀌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팀장들은 각자 생각해놓은 인센티브 규모가 있었다.
그들이 예상하는 세이지의 수익을 계산하여 이번에 받을 인센티브를 예상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한진영은 ‘누구도’라는 말을 회의 자리에서 내뱉었다.
항상 예상 이상을 인센티브로 내놓았던 한진영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인센티브를 장담하는 것에 팀장들의 열기가 회의장을 가득 메울 정도였다.
한진영의 생각대로 모든 일의 최고의 동기부여는 돈이라는 것이 이번에도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자 그럼 제가 말한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번 반환점을 돌아 골라인까지 어떻게 와야 하느냐가 중요할 것입니다. 조 실장.”
한진영이 조지훈에게 손짓하자 회의실 앞에 화면이 띄워졌다.
바로 김준하가 이끄는 전략분석실이 분석한 현재 증시의 상황이었다.
“우리 전략분석실은 현재 흘러가는 상황을 대입하여 계산한 나스닥의 최저점을…… 6,600으로 보고 있습니다. 나스닥의 업종 중 가장 대표적으로 보고 있는 테라 같은 경우에는…….”
한진영이 손가락을 튕기자 조지훈이 다음 화면이 나타났다.
“최저점을 110달러쯤으로 계산했습니다.”
조지훈도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화면에 그려진 차트를 바라보고 혼자 생각했다.
‘노아 스미스는 150달러에 회장님이 투자하겠다고 할 때 투자했어야지.’
주가 1달러에 3억 달러짜리 투자였다.
150달러에서 110달러까지 주가가 빠진다면 120억 달러가 날아간다는 것이었다.
이런 것도 모르고 주가가 오르기만을 바라고 있는 노아 스미스를 생각하자 조지훈은 안타까운 마음이 일어났다.
“종가가 7,952에 잡힌 지금 6,600을 이야기하는 것이 굉장히 먼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하루에 5%, 7%가 우습게 움직이는 시장에서는 지금부터라도 대비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우리가 들고 있는 수량도 장난이 아니기에 8,000이 재차 깨진 지금 슬슬 저점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진영이 말을 마치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조지훈이 다음 화면으로 넘겼다.
한진영은 새롭게 나온 화면을 바라보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 전략분석실은 미 정부의 정책을 크게 두 가지로 예측합니다. 첫째, 제로금리입니다. 제로금리를 시행할 것은 이미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습니다. 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핵심은 금리고, 현재 시장 침체가 예상된 지금 제로금리는 필연적인 수순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둘째, 무제한적인 유동성 공급. 이건 지난 서브프라임 때 확인했던 정책입니다. 확실하게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최고의 검증된 방법입니다. 그렇게 두 가지가 겹쳤을 때…….”
한진영이 손가락을 다시 한번 튕겼다.
그러자 결론이 화면에 떴다.
“결론은 증시의 폭등이 앞으로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우리 전략분석실의 분석입니다.”
시장이 붕괴하느냐 마느냐 하는 시점이었다.
코로나19의 팬더믹을 WHO가 인정했으며 미국의 양당이 서로 자존심 싸움을 하며 급한 불을 외면한 날이었다.
관계자들은 하방 위험이 사라졌다는 확신을 보여주지 않는 한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투자자들에게 지속적인 시장 변동성 속에서도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런 날에 한진영은 시장 폭등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들고 있는 물량이 많으니 전부 털고 다시 잡는 데 굉장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저는 세계 최고라는 여러분이라면 잘 해내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진영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훑어본 후 지시했다.
“저점이 6,600에 자리한 만큼 홍 사장님께 먼저 이야기했던 자리를 조금 뒤로 무르도록 하겠습니다. 청산 목표 자리는 7,000언더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청산하자마자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여 매수합니다. 7,000이 깨지면 변동성이 폭발하여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겁니다. 그 자리를 놓치면 물량 잡는 데 힘일 들 겁니다. 그러니 집중해서 잘해주시기를 바랍니다.”
한진영은 적막마저 느껴지는 회의장 안의 팀장들에게 마지막 말을 건넸다.
“분기 인센티브로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돈을 받고 즐거운 여름휴가를 가도록 합시다.”
아직은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부는 3월이건만 한진영의 마음은 벌써 뜨거운 여름 해변을 향해 있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