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4화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일이 진행된다
레이 젠슨이 홍대민의 말에 헛웃음을 내뱉자 잠시 말이 멈췄다.
그러나 이번에도 혼잣말임을 깨달은 홍대민은 레이 젠슨의 혼잣말을 신경 쓰지 않은 채 계속 이야기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서른 곳 이상이 위험한 상태에 도달해 있다고 합니다. 몇몇 대형 헤지펀드의 이름이 파산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곳들의 물량이 나온다면 조금 더 좋은 자리에서 물량을 수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우리는 처음 계획대로 갑니다.”
한진영은 홍대민의 말에 바로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지금부터 계속 잡아갑니다. 7,000 언더에서 잡는 것을 우선으로 하며 그게 안 되면 7,500까지 열어놓은 채로 잡는 것을 기준으로 갑니다.”
한진영의 말에 홍대민이 머뭇거리고는 현재 시장에 알려진 내용을 이야기했다.
“회장님. 현재 익스포저 물량이 3조 달러에 달한다고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이게 터진다면…….”
“터질 것을 예상하지 말고 계획 그대로 진행하세요.”
“터진다고 확정되지 않은 것을 기다리는 것은 기약이 없는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우리 포지션이 오픈 되어 있는 상황에서 연달아 들어가는 것도 무리가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 포지션이 모두에게 노출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말입니다.”
홍대민은 현재 투자자들이 모두 세이지의 포지션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리스트를 내려다보던 레이 젠슨은 고개를 들어 한진영을 바라봤다.
과연 한진영이 지금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한진영의 선택은 처음과 똑같았다.
“지금부터는 포지션이 공개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시간 싸움입니다. 얼마나 빨리 잡느냐의 싸움이 될 테니 우리는 조금이라도 좋은 가격에 잡는다는 생각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한진영은 애초에 계획을 바꿀 생각이 없었다는 듯이 잠시 주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살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공매도 때도 그렇지만 지금 매수 물량 또한 만만치 않은 크기입니다. 쉽게 생각하고 잡아 들어가다가는 타이밍을 놓칠 수 있습니다. 규모가 달라지면 생각하는 것도 달라져야 합니다. 외부 요인을 신경 쓰고 외부에서 움직이는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기에는 우리 사이즈가 커졌습니다. 우리는 세워놓은 전략 아래 외부 요인을 신경 쓰지 말고 계속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니 다른 생각하지 말고 처음 계획대로 진행하도록 하세요.”
한진영은 자기의 뜻이 잘 전달됐는지 확인했다.
한진영의 말을 이해한 듯한 홍대민의 표정을 확인하고는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
“포지션이 공개되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은 걱정할 것 없습니다. 앞으로는 그걸 이용할 계획이니까요.”
“포지션이 공개되는 것을 이용한다고요?”
홍대민이 놀란 얼굴로 한진영에게 묻자 한진영은 자연스럽게 최석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우리가 뭐 하는 곳인지 잘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이런 경험을 우리는 전에도 했습니다. 이곳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최 부사장님. 이번에도 자신 있으시죠?”
한진영의 말에 최석영이 환하게 웃었다.
이미 한진영의 이야기 속에서 익숙한 냄새를 맡았던 최석영이었다.
그리고 자기를 바라보고 확인하는 모습에 최석영은 한진영이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지 않습니까? 맡겨 주십시오. 이번에도 사람들이 서로 가입하겠다고 만들 테니 말입니다.”
최석영의 말에 홍대민은 그제야 한진영이 포지션이 공개되어도 괜찮다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됐다.
한진영은 공개된 포지션을 펀드를 광고하는 데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레이 젠슨은 황당하다는 듯이 한진영을 바라보고 물었다.
“혹시 이런 일에 경험이 있는 건가?”
“제가 이렇게 빨리 이 자리까지 어떻게 올라왔겠습니까? 적절한 타이밍에 고객의 숫자를 늘리기에는 이런 상황이 매우 좋다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허허. 허허.”
레이 젠슨은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허탈한 웃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허탈한 느낌이 느껴지는 말투로 말했다.
“내가 브릿지랜드를 맡기지 않았어도 언젠가는 지금 자리까지 올라왔겠구먼.”
“아닙니다. 브릿지랜드가 있었기에 큰 기회를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을 수 있었던 것이고요. 브릿지랜드의 1,500억 달러라는 자산이 저는 물론이고 세이지에는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입에 발린 말이라도 이렇게 해준 것에 레이 젠슨은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하지만 한진영의 말은 입에 발린 말이 아니었다.
코로나19는 엄청난 기회였다.
10년에 한 번, 20년에 한 번 찾아오는 기회였다.
그런 기회를 아무리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굴릴 돈이 적다면 얻는 수확 또한 적은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브릿지랜드 덕분에 한진영은 큰돈을 굴릴 기회를 얻게 됐고, 그 덕분에 지금 2,000억 달러에 가까운 자산을 늘리는 기회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또다시 자산을 늘리려 하고 있었다.
한진영은 레이 젠슨에게 진심이 담긴 인사를 건네고는 홍대민에게 말했다.
“쉬는 것은 여름에 하도록 합시다. 지금 이 추세는 연속된 하나의 추세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바로 움직이도록 직원들을 독려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돌아가는 대로 직원들을 독려하여 매수 포지션을 강화하도록 하겠습니다.”
한진영은 홍대민의 이야기를 들은 후 최석영을 향해 미소 지었다.
그리고 조지훈에게 지시했다.
“비서실은 최 부사장님과 스케줄 조절 잘해서 최대한 많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서포트해 줘. 기왕 포지션이 드러난 김에 본격적으로 우리를 알릴 테니까. 그리고 조 부사장님은 브릿지랜드가 보유하고 있는 펀드의 풀(pool)을 늘려주시고 우리 이름으로 새롭게 펀드를 출시하도록 하세요.”
“네. 알겠어요.”
부사장으로 승진하여 뉴욕으로 이번에 들어온 조수아는 한진영의 지시에 알았다는 말로 대답했다.
한진영은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마지막 말을 전했다.
“그럼 또다시 달려봅시다. 이번에는 롱포지션이기 때문에 길게 이어질 겁니다. 하지만 매우 강하고 깊은 하락이 나왔던 만큼 완만하다는 롱의 특유의 특징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모두 초반에 바짝 정신을 차리고 집중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나 사장님은 끝나고 제 사무실로 와주세요.”
한진영은 나창운에게 따로 오라는 말을 지시하고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쳐 인사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나창운이 회장실에 들어갔을 때 사무실 안에서는 한진영과 레이 젠슨이 소파에 앉아 나창운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앉으세요.”
한진영이 맞은편 자리를 손으로 가리키자 나창운은 두 사람을 향해 가볍게 인사하고는 자리에 가 앉았다.
한진영은 조지훈에게 손짓으로 아무도 들어오지 못 하게 하라는 지시를 하고는 나창운에게 이야기했다.
“제가 나 사장님을 따로 부른 건 다름이 아닙니다. 조금 전 있었던 사장단 회의에서는 말하기 어려운 지시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장단 회의에서 하기 어려운 지시라면…… 극비인 건가요?”
나창운이 마른침을 삼키고는 한진영과 레이 젠슨을 번갈아 바라봤다.
한진영이 하는 일은 모두 다른 사람이 알면 까무러칠만한 일들이었다.
그런데도 세이지 직원들과는 정보를 공유하며 놀랄만한 일이 현실이 되는 상황을 함께 지켜보게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같은 편 그중에서도 최측근이라고 볼 수 있는 사장단에게조차 공개하지 않는 일이었다.
나창운은 마치 어린 시절 짝꿍이 비밀 이야기를 가르쳐줄 때와 같은 떨리는 마음으로 한진영을 바라보고 비밀이 무엇인지 기대하는 표정을 지었다.
한진영은 잔뜩 기대에 찬 나창운의 표정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극비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나 사장님께만 알리는 일이니 극비는 극비겠네요.”
한진영은 나창운의 말에 동의하고는 본격적으로 나창운을 부른 이유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 사장님께서는 다른 분들보다 더 바쁘게 움직이셔야 합니다. 제가 몇 가지 일을 맡길 생각이라서요. 우선 첫 번째는…… 여기 계신 젠슨 고문님께서 대신 말씀해주실 겁니다.”
한진영이 레이 젠슨을 손으로 가리키자 레이 젠슨은 앉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나창운에게 말했다.
“텍사스에 자리한 원유 생산업체 몇 곳에 연락을 해 놓았네. 그리고 엑슨모빌과 쉐브론에도 연락을 넣어 놓았으니 만나보도록 하게.”
“엑슨모빌과 쉐브론이요?”
나창운은 레이 젠슨이 도대체 엑슨모빌과 쉐브론을 왜 만나 보라고 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한진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기로 시선을 돌리는 나창운에게 이유를 설명했다.
“엑슨모빌과 쉐브론에 투자를 진행할 생각입니다.”
“엑슨모빌에요? 그렇게 몸집이 큰 곳에는 투자를…… 지금까지 진행한 적이 없지 않았습니까?”
“그렇지요. 지금까지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은 좀 특별합니다.”
“엑슨모빌이…… 성장성이 있어서 그런 건가요? 그런데 그곳은 성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두 배…… 이렇게 성장할 가능성이 없는 곳인데…….”
나창운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두 곳은 이미 세계 최고의 기업 아닙니까? 성장과는 거리가 먼 곳으로 알고 있는데 혹시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가요?”
“잘 알고 계십니다. 성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기업이지요. 이미 성장이 끝난 상황이니까요. 하지만 주가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지분을 확보하려고 하시는 겁니까?”
“네. 그리고 지분 확보에 이어…… 원유도 확보하고 싶습니다.”
“원유도요? 원유를 확보해서 어디에다가 쓰시려고요?”
나창운은 혼란스러운 머리를 풀어내기 위해 질문을 했건만 더욱 꼬이는 이야기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레이 젠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한진영을 대신하여 레이 젠슨이 해결해주지 않을까 하여 던진 시선이었다.
그러나 레이 젠슨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나창운의 머리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원유를 확보하면 뭘 하겠나? 당연히 팔아먹으려고 그러는 거지.”
“팔아먹는다고요? 원유를요? 현물을 말씀입니까?”
레이 젠슨은 자신의 반응과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나창운의 모습을 보고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하하. 거 보게. 지금 자네한테 그 이야기를 들으면 모두 같은 반응을 보인다니까.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어.”
나창운은 자기를 보고 웃는 레이 젠슨을 슬쩍 돌아봤다.
레이 젠슨은 한참을 웃고는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나창운을 향해 이야기했다.
“놀랍게도 유조선을 임대한 이유가 원유를 사서 배에 채우기 위함이었다고 자네 회장님께서 이야기했다네.”
“안 그래도 미래해운에서 유조선을 어찌 운용해야 하는지 물어왔었습니다.”
나창운은 고개를 돌려 한진영을 바라보고 말했다.
“그런데 그걸…… 엑슨모빌 등의 원유로 담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맞습니다. 투자를 진행하고 지분을 확보한 뒤 원유를 우리에게 팔라고 하는 게 제가 생각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원유를 확보하기 위해 지분을 확보하고, 지분 확보를 위해 투자를 하시는 겁니까? 차라리 그러면 그냥 적당한 가격을 주고 원유를 확보하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괜히 돌아가는 바람에 돈만 더 나가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아닙니다. 괜히 돌아가는 게 아닙니다.”
한진영은 가볍게 고개를 젓고 엑슨모빌의 주가를 모니터링 화면에 띄웠다.
“현재 엑슨모빌의 주가는 300달러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10년 기준 가장 낮은 가격이지요. 저는 원유를 확보하기 위해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지분도 확보하고 원유도 확보하려 하는 겁니다.”
한진영은 나창운을 향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했다.
“우리가 그냥 돈을 주고 원유를 사겠다고 한다면…… 그들은 팔지 않으려 할 겁니다. 기존 거래선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투자를 진행한다면 원유를 사겠다는 우리의 말에 관심을 기울일 겁니다.”
정확히는 원유를 넘길 곳에 세이지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그러나 한진영은 그런 이야기까지는 하지 않았다.
지금은 이 정도가 딱 설명하기 알맞은 수준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한진영의 뜻을 확인한 나창운은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현재 유가 때문에 주가가 바닥을 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여기가 엑슨모빌 주가의 바닥이라고 보고 계시는 건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이 엑슨모빌의 지분을 확보하기 가장 좋은 시기이기도 하고요.”
한진영은 전략분석실에서 확보한 자료를 화면에 띄웠다.
“이번 유가의 하락으로 인해 엑슨모빌이 받을 타격은 매우 심각한 수준입니다. 영업 적자 규모가 200억 달러를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일 정도니까요. 이로 인해 엑슨모빌은 업계 1위를 형제기업인 쉐브론에게 뺏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진영은 다음 화면을 넘겼다.
그곳에서는 엑슨모빌의 전용기 움직임이 화면에 그려지고 있었다.
“최근 미국 항공 통제센터가 공개하는 비행기의 움직임을 분석하면 엑슨모빌의 전용기가 쉐브론 측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엑슨모빌과 쉐브론은 뿌리가 같기 때문에 서로 머리를 모아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모이는 것 아닌가요?”
“비슷합니다. 하지만 대책이 조금은 색다른 방법입니다.”
한진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략분석실에서는 엑슨모빌과 쉐브론의 합병 움직임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합병이요? 두 곳이 합병한다고요?”
나창운은 레이 젠슨을 돌아봤다.
한진영의 말을 자기가 잘못 알아들었나 싶어 나온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레이 젠슨은 그런 나창운을 향해 그 마음 잘 안다는 듯이 말했다.
“잘못 들은 거 아니야. 나도 자네만큼이나 처음 들었을 때 놀랐다네.”
레이 젠슨의 말에 나창운은 고개를 돌려 한진영을 바라보고 최대한 논리적으로 한진영의 말을 반박하려 노력했다.
“두 곳이 어떻게 합병합니까? 반독점법에 걸리지 않습니까? 예전 엑슨과 모빌이 합병할 때도 굉장히 말이 많았는데 여기에 쉐브론까지 더하게 된다면…… 스탠더드오일의 재림이라는 말을 듣게 될 겁니다. 이건 미국 정부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사안인데요?”
차분하게 말한 한진영의 말에 레이 젠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게 일반적인 사람들의 시각이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고…….”
나창운은 레이 젠슨도 한진영을 향해 자기가 한 말과 똑같은 말을 했음을 알게 됐다.
그리고 레이 젠슨이 들었던 말이 조금 뒤 한진영의 입을 통해 나오게 될 거라는 것도 알게 됐다.
나창운의 생각대로 한진영은 나창운을 향해 레이 젠슨에게 했던 말을 똑같이 하기 시작했다.
“합병 결과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두 곳이 만나고 있다는 것을 외부에 알려주기 위한 것이니까요. 말씀대로 두 곳은 합병할 수 없습니다. 두 회사가 합병한다면 세계 원유 생산의 7%를 점유하게 될 거라는 예측이 나오는데, 이런 것을 미국은 물론이고 그 어떤 나라도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으니까요. 심지어 OPEC조차도 이런 건 원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두 곳이 만나고 있다는 것을 외부에 왜 알려주려 하는 건가요?”
“이대로 계속 유가가 하락한다면 합병할 수 있다는 시위를 하는 겁니다. 적자가 심해지고 회사가 어려움에 계속 처한다면 형제끼리 다시 힘을 합쳐서라도 이 위기를 헤쳐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지요.”
“누구에게 알려준다는 말씀입니까?”
“누구긴 누구겠습니까? 지금 이 사태를 만든 당사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지요.”
“사우디와 러시아에요?”
나창운의 질문에 한진영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진영의 말대로 그들에게 보여주기식이라면 효과는 확실히 있을 게 분명했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석유가 나오는 땅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시추하고 석유를 뽑아내는 역할을 하는 곳은 엑슨모빌과 같은 회사가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뽑아낸 석유를 원하는 곳에 팔아야 사우디와 러시아도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리고 엑슨모빌은 물론이고 나머지 회사들도 모두 형제나 혹은 연합으로 묶여 있는 곳들이었다.
볼멘소리한다면 그들은 그 소리를 무시할 수만은 없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 예측대로 두 곳의 시위가 먹혀든다면 우리의 투자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닙니까?”
“받을 겁니다.”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야기한 한진영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두 곳의 시위에도 불구하고 서로 머리를 맞부딪치는 것을 멈추지 않을 테니까요.”
한진영은 조금 전까지 이야기한 것을 모두 뒤집는 말을 나창운에게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