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증권사 생활-536화 (536/650)

536화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

조지훈은 한진영의 곁으로 다가와 힘을 전혀 쓰지 못하는 지수를 바라보고 말했다.

“연준이 무제한 달러를 공급하겠다는데도 시장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제한 양적완화도 지난번에 한 번 써먹었던 방법이라서 시장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건가요?”

“그렇지 않아.”

한진영은 쏟아져 나오는 물량을 열심히 주워가는 세이지의 계좌들을 바라보고 말했다.

“무제한 양적완화는 전가의 보도나 마찬가지야. 모든 것을 베어버리기 때문에 한 번 써먹었다고 하더라도 시장에 효과가 없을 수가 없어. 저 칼에 베이면 죽는다는 걸 안다고 해서 베이지 않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왜 시장이 이렇게 힘이 없는 건가요? 또 저점이 깨졌습니다.”

-3%를 넘어 -4%를 향해 달려가는 나스닥 지수였다.

S&P 500과 다우지수는 하락 폭이 더 컸다.

이대로 간다면 서킷브레이커가 걸릴 것만 같은 하락추세를 보여주고 있었다.

한진영은 하락을 이어가는 지수를 바라보고 뒷짐을 지고 있었다.

조지훈은 그런 한진영을 바라보며 오늘 나온 연준의 무제한 유동성 공급에 관한 내용을 떠올렸다.

연준은 위기에 직면한 회사채를 직접 지원한다는 지난번에도 쓰지 않은 카드를 뽑아 들었다.

미국 회사채 시장 9조 5,000억 달러 규모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투자 등급이 이에 해당했다.

게다가 2008년 가동됐던 ‘자산담보부증권 대출기구 TALF’도 다시 설치한다고 했다.

TALF는 학자금 대출, 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대출, 중소기업청 보증부대출 등 자산으로 발행된 유동화증권 ABS를 무제한에 가깝게 사들이게 될 거라고 했다.

그리고 연준의 대책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시장이 놀랄만한 깜짝 대책을 더 내놓았다.

바로 앞서 발표한 최소 5,000억 달러에 달하는 국채 매입과 최소 2,000억 달러 규모로 주택저당증권을 매입하겠다는 태도를 바꿔 매입 한도를 설정하지 않겠다는 발표가 나온 것이었다.

필요한 만큼 모두 매입하겠다는 신호를 직접적으로 시장에 보낸 것으로 그야말로 시장에 무제한으로 돈을 공급하겠다는 말로 시장을 놀라게 했다.

연준의 무제한 유동성 공급은 지난 금융위기 때도 나왔던 대책이기는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직접적으로 시장에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한다는 발표하지는 않았었다.

그저 사람들이 유추할 수 있을 정도만 시그널을 주는 것으로 시장의 판단에 연준은 맡겼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이번에는 연준의장이 직접 기자들 앞에 얼굴을 드러내고 마이크를 통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돈으로 시장을 살려낼 테니 그리 알라는 경고를 시장에 직접적으로 전했다.

조지훈은 이런 연준의 발표를 떠올리며 화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한진영에게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이 정도면 시장이 깜짝 놀라 튀어 올라가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가요?”

“잘못 생각하는 것 없어. 조 실장이 맞게 생각하는 거야.”

“그런데 도대체 왜 떨어지는 건가요?”

뒷짐을 지고 있는 한진영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연준의 발표만 나왔다면 시장은 지금 보는 것처럼 -4%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아마 10% 상승을 보여줬을지도 몰라. 시장에 무제한으로 돈을 풀겠다는 정책은 정말 ‘미친’ 정책이니까.”

한진영이 자기 생각과 같이 미쳤다고 평가하는 것을 보며 조지훈은 궁금증이 더 커졌다.

연준의 정책은 한진영의 말대로 무조건 통하는 필살기였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여전히 속절없이 떨어지는 지수를 바라보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연준의 정책과는 무관하게 정치 불안이 계속 발목을 잡고 있어. 이번에도 2조 달러짜리 경기부양책이 상원에서 통과가 되지 않았잖아.”

“네. 6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오늘도 49대 46으로 부결됐다고 합니다. 자가격리 중인 여당 상원의원 5명이 투표를 하지 못한 탓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그 5명이 찬성에 투표한다고 하더라도 60명 달성은 요원해 보이는 모습입니다.”

“그래. 그게 발목을 잡고 있는 거야.”

한진영이 바라보고 있는 화면 속의 세이지 포지션은 점점 몸집을 불려 갔다.

오늘 하루에만 벌써 500억 달러의 물량을 계좌에 담아내고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쉽게 세이지가 포지션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선가 물량이 폭발적으로 시장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물량을 시장 참여자들은 헤지펀드들의 청산으로 봤고, 그것을 세이지가 받아내며 생각보다 쉽게 몸집을 불릴 수 있었다.

한진영은 점점 늘어나는 매수포지션을 보여주고 있는 화면을 바라보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야당은 정부가 대기업 지원에 치중해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서민과 소기업 등에 대한 지원에 집중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법안 통과를 막고 있어. 지난 금융위기 때 일반 서민들은 무시하고 대기업에 막대한 지원을 하고,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하지도 않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이야.”

한진영의 말에 조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네. 야당 상원의원은 여당의 경기부양책 초안은 대기업에 대한 방만한 지원만 있을 뿐 노동자와 병원에 대한 지원은 없다면서 이런 법안을 통과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상원을 통과하더라도 하원에서 막힐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에게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야당 하원 의장은 2조짜리는 집어치우고 아예 2조 5,000억짜리 자기네들 부양책을 새롭게 진행하자고 이야기하고 있어서 부양책 통과가 쉬워 보이지 않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그래. 그래서 빠진 거야.”

“그래서 빠진 거라고요? 연준이 전가의 보도를 휘둘렀는데도…… 정치 불안 때문에 말입니까?”

한진영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조지훈을 돌아봤다.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국민들이 어려워하는 건 알 바가 아니거든.”

한진영의 노골적인 말에 조지훈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알 바가 아니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을 조지훈도 직감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조지훈의 표정을 보고 더욱 짙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지금 정치인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이 없어. 여당은 ‘야당이 통과시켜주지 않습니다’라고 할 수 있고, 야당은 ‘여당이 지금 기회로 대기업만 퍼주려 합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 게다가 지난번에도 그랬지만 하원의장을 맡고 있는 야당 할머니 의원. 그 양반은 대통령과 맞서는 이미지로 인기를 끌었으니 쉽게 정부가 하려는 일에 동의해주지 않을 거야. 이번 기회로 자기 인기를 다시 한번 올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을 걸 테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딴지를 걸어서 정부의 목줄을 쥐고 싶어 안달 난 양반인데 국민들이 어려운 게 눈에 들어오겠어?”

한진영은 코웃음을 치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 한진영 등이 있는 곳으로 비서실 직원이 새로 들어온 소식을 알렸다.

“인큐어 헤지펀드가 파산절차를 밟는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헤지펀드 물량은 약 300억 달러로 파산 전 일시 청산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한진영은 들으면 기분 좋은 소식에 바로 지시를 내렸다.

“튀어나온 물량을 가장 가까이서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홍 사장에게 전해. 밑에서 받는 게 아니라 따라붙으면서 받으라고 말이야.”

“그렇게 되면 우리 포지션이 너무 그대로 드러나는 건 아닐까요? 자칫 잘못하다가는 우리의 포지션 물량까지도 계산해낼지 모릅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 물량보다 더 많은 물량을 쏟아내 우리를 손절하게 할지도 모르는 일 아닙니까?”

헤지펀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포지션 물량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는 것이었다.

그게 드러난다면 펀드가 매수하려는 금액 이상으로 물량을 쏟아내 진입하자마자 손절치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손절로 나온 물량을 다시 받아낸다면 포지션이 공개된 헤지펀드만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헤지펀드의 포지션과 물량이 계산되면 말을 하지 않아도 다른 업체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는 했다.

모두가 공개된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헤지펀드를 공격해 나온 전리품을 얻기 위해서였다.

조지훈도 몇 년 동안 시장에 있으며 그와 같은 상황을 몇 번이나 두 눈으로 목격했었다.

그래서 포지션이 오픈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기에 걱정되는 목소리로 말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진영은 오히려 그런 상황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홍 사장에게도 말했지만 지금 포지션 공개되는 건 신경 쓸 필요 없어. 오늘 최대한 많이 잡아야 나중이 편해지니까 붙어서 마구 긁어 들이라고 해.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포지션이 노출되면 우리한테 던지겠다는 놈들도 나올 거야. 그러면 그것들도 받아내면 돼. 아직 우리 주머니는 충분히 비어있고, 손에 들고 있는 돈도 많으니까 오늘이 기회야.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한 마지막 날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해.”

“정신을 차리지 못한 마지막 날이요?”

조지훈이 한진영의 말을 의아한 듯이 묻자 한진영이 가볍게 조지훈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야당과 여당이 싸우느라 일이 진척 안 된다고 말했는데 만약 둘이 우선 급한 불부터 끄고 싸우자고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조금 전에는 분명 국민들의 어려움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합의가 될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까?”

“지금 당장은 눈에 안 들어와서 파투가 났지. 그런데 파투가 나고 보니 국민들의 원성이 대단하고 범인을 찾으려 한다면…… 정치인들이 그런 위기를 느끼면서도 계속 고집을 부릴 수 있을까?”

한진영은 -4%까지 떨어져 내린 뒤 잠시 하락이 정체된 지수를 바라봤다.

장 초반을 지나 중반에 접어들자 무섭도록 달라붙는 세이지의 매수세에 시장이 잠시 움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었다.

한진영은 지난 9,800대에서 한 달 만에 6,600대까지 빠져 내린 지수를 바라보고 말했다.

“지금 다들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 너무 빨리 떨어져 내린 바람에 뭐가 맞고 뭐가 틀렸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 거야. 그러니 사람들의 원성이 드높은데도 상대 당의 제안에 우선 딴지를 걸고 보는 거지.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잘못하다가 내가 범인으로 몰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면 우선 합의하고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는 자세를 보이게 될 거야. 그때가 되면 남는 건…….”

“무제한 유동성 공급만 남게 되겠군요.”

“그렇지.”

한진영은 잘 말했다는 듯이 조지훈의 어깨를 두드렸다.

“무제한 유동성 공급으로 억지로라도 인플레이션을 만들려고 하는 연준의 생각을 그냥 따라가면 되는 거야. 특히 인플레이션과 가장 밀접한 주식의 경우에는 눈 질끈 감고 달리는 연준 옷자락만 잡고 있으면 돼. 그랬다가 인플레이션이 너무 심하니 억제하겠다는 소리가 나오거든 그때 뒤도 안 보고 옷자락 놓고 달리는 기차에서 내리면 되고…… 얼마나 심플해? 이런 심플한 장에서는 머리 쓸 것 없이 연준이 하겠다는 대로 따라 하면 되는 거야.”

한진영의 말에 조지훈은 심플하다는 말이 이해됐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이런 사실을 모를 거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단지 알고 있는 것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시장을 뒤덮는 공포 때문에 너무나 당연한 것을 못 하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회장님은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건가?’

눈앞에 있는 한진영이라는 사람은 처음부터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일주일에 절반 이상이 서킷브레이커로 장이 얼어붙었는데도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러려니 하면서 시장을 바라보기만 했다.

오히려 즐기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공포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는 듯이 행동했던 한진영이었다.

그래서 어쩌면 지금처럼 차분하게 시장을 분석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냉정하여 소름마저 돋는 모습이 보일 정도였다.

“저…… 죄송합니다.”

비서실 직원이 찾아와 조지훈에게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이야기했다.

조지훈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 이야기를 들은 뒤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만히 화면만 바라보던 한진영은 비서실 직원이 떠나자 천천히 입을 열었다.

“노아 스미스 테라 CEO가 왔다고 하던가?”

“어떻게 아셨습니까?”

조지훈은 자기가 보고하기도 전에 마치 곁에서 보고를 들었다는 듯이 말하는 한진영을 향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한진영은 조지훈의 반응에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손가락으로 날짜가 보이는 화면을 가리켰다.

“뻔하지. 약속된 시간이 오늘이 마지막이지 않나? 거래하지 않을 거면 몰라도 거래하려면 오늘밖에는 시간이 없을 테니까.”

“그럼 정말…… 80달러에…… 거래하러 온 건가요?”

조지훈은 놀란 눈을 현재 거래가 되는 테라의 주가를 확인하고 말했다.

일주일 전만 해도 140달러에 달했던 테라는 지금 80달러까지 주가가 빠진 상태였다.

지수 폭락에 제일 앞에서 시장을 내리눌렀던 테라였다.

그리고 다른 종목들이 반등할 때도 테라만큼은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시장의 선두에 섰던 만큼 시장의 하락에 충격 또한 가장 크게 받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늘도 지수는 -4%를 찍고 있는 상황에서 테라는 -10%가 넘는 하락을 보여주는 중이었다.

한진영은 10거래일 연속 마이너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테라를 바라보고 말했다.

“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야. 독일 공장을 준공하기 위해서는 돈이 절박하게 필요한 시점이거든. 그리고 독일 공장을 완성해야 유럽의 판로가 확보되고…… 텍사스 공장에서 전기차를 만들어 배에 싣고 유럽에 나르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까. 그렇다고 다른 곳들처럼 물류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지도 않아서 테라에게는 독일 공장이 더욱 절실하지.”

한진영은 움직이지 않던 지수가 꿈틀대며 천천히 오르는 것을 확인하고는 몸을 돌렸다.

“됐다. 저점 잡혔다. 이제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이 지수대가 나오지 않을 거다.”

한진영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야기하고는 멀리서 기다리고 있던 비서실 직원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밑에서 대기하고 있는 테라 관계자들을 들여보내. 나는 위로 올라갈 테니까 130층으로 모셔.”

“네. 알겠습니다.”

노아 스미스 등에 대한 지시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직원은 한진영의 말에 급히 몸을 돌려 로비로 연락을 넣기 위해 이동했다.

한진영은 직원의 등을 바라보고 조지훈에게 말했다.

“법률팀에 이야기해서 투자 진행에 관련된 서류를 준비해 오라고 해.”

“네. 이미 작성된 것이 있으니 바로 팩스로 보내라고 하겠습니다.”

“서류 넘어오거든 조 실장이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가지고 올라와.”

“네. 알겠습니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지시에 알겠다는 대답을 한 뒤 궁금한 점 한 가지를 물었다.

“회장님. 그럼 가격은…… 어떻게 할까요?”

조지훈의 말에 한진영의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비워서 가져와.”

“비우라고요?”

“그래. 직접 적게 만드는 편이 더 재미있겠다.”

한진영은 재미있는 생각을 떠올렸다는 듯이 웃음을 흘리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조지훈은 그런 한진영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으스스함을 느꼈다.

***

한진영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곳 앞에 서서 찾아온 노아 스미스를 향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십시오.”

노아 스미스는 엘리베이터에 내려 한진영과 악수를 하고는 집을 살피며 탄성을 내뱉었다.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뉴욕의 하늘에 자리한 펜트하우스군요.”

노아 스미스는 눈이 휘둥그레진 얼굴로 집안을 살폈다.

그의 눈에선 부러움과 가지고 싶다는 소유욕 등이 함께 스쳐 갔다.

“마음에 드십니까?”

“네. 마음에 듭니다.”

노아 스미스는 한진영의 말에 단번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는 목소리를 내뱉었다.

“이걸 본 사람들은 모두 마음에 들어 할 게 분명합니다. 뉴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니 누가 싫어하겠습니까?”

“이리 와보시지요.”

한진영은 노아 스미스를 이끌고 창가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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