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증권사 생활-538화 (538/650)

538화 최고의 동기부여는 돈이다

조지훈은 각 언론에 계약 사실을 알리기 위해 떠난 직원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직원들이 언론에 세이지의 테라 투자 계약이 발표되면 뒤를 이어 테라가 투자금을 어디에 쓸지에 관한 발표를 하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런 발표가 나온다면 테라의 주가 탄력은 한층 더 높게 오를 게 분명했다.

조지훈은 노아 스미스와 계약을 체결했을 때를 떠올렸다.

계약을 진행하는 도중에도 테라의 주가는 계속 떨어져 내렸다.

말 한마디를 내뱉는 것보다 주가 하락이 더 빠를 정도로 당시 증시 상황은 좋지 못했었다.

그러나 협상 자리에선 그런 주가와 증시의 움직임을 두 사람 모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주가가 -20%가 빠지든 20%가 오르든 그들은 상관이 없다는 식으로 협상을 빠르게 진행해 나갔다.

마치 오늘이 타이밍이라는 것처럼…….

조지훈은 한진영에게 미리 언질을 들었기에 그런 협상 자리에서의 모습에 당황하지 않은 채 협상 서류들을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지 못 했던 테라의 직원들과 법률팀은 너무 빠르게 진행되는 협상 내용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었다.

조지훈은 그날 일을 계속 생각하며 위층으로 걸어 올라갔다.

여전히 뉴욕주는 셧다운에 들어간 상태라서 한진영의 집에 차린 베이스캠프에서 이번 일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조지훈은 위층에 올라선 뒤 손에 들린 서류를 내려다봤다.

그곳에는 노아 스미스가 자기의 손으로 직접 적어 넣은 숫자가 쓰여 있었다.

80달러 3억 주.

조지훈은 한진영이 노아 스미스가 직접 숫자를 적어 놓도록 하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70달러 혹은 그보다 더 낮은 금액을 써넣게 하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한진영은 당시 주가보다 오히려 할증을 붙여 계약을 진행했다.

‘진짜 중요한 건 매수 단가가 70달러냐 80달러가 아니랬지.’

조지훈은 협상이 끝난 뒤 한진영이 자기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 자리에서 한진영은 진짜 중요한 것은 옵션에 걸어놓은 할증료라고 이야기했다.

‘왜 10%의 할증이 그렇게 중요하다는 거지?’

한진영이 욕심을 냈다면 주가 기준값을 70달러까지 내릴 수 있었다.

지금이야 주가가 20% 넘게 올라버린 상황이었지만, 협상이 진행될 당시만 해도 할인율까지 적용한다면 70달러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주장이 가능한 가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진영은 80달러에 기준값을 정하는 대신 어떤 방식으로든 옵션이 발동되었을 때 시가 대비 10%의 할증 또한 같이 발동하도록 조건을 집어넣었다.

마치 테라의 주가는 앞으로도 계속 오를 테니 퍼센티지 조건이 당장의 10달러 이득보다 많다는 사실을 한진영을 알고 있기라도 하다는 듯이 계약 조건에 욱여넣었다.

조지훈은 의아한 듯이 고개를 갸웃하고 한진영이 있는 방 앞에 섰다.

지금은 알 수 없는 이유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똑똑.

“들어와.”

안에서 한진영의 목소리가 들리자 조지훈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

한진영은 서류를 든 채로 들어온 조지훈을 향해 물었다.

“다 됐나?”

“네. 모든 절차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법률적인 절차까지 마무리된 계약서를 한진영에게 내밀자 한진영은 계약서를 그대로 나창운에게 건넸다.

“테라의 투자는 세이지 인베스트먼트 중심으로 이루어질 겁니다. 투자금 지급과 투자 진행에 대한 진행 그리고 지분의 보유와 그로 인한 자산 변동까지 모든 것이 인베스트먼트 이름으로 이루어질 겁니다.”

“네. 그럼 바로 투자금 집행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창운은 미리 한진영에게 언질을 받았던 것인지 질문 없이 바로 계약서를 받아서 들었다.

한진영은 그런 나창운의 모습을 바라보며 다음 이야기를 건넸다.

“고문님께서 연결해준 엑슨모빌과는 만나보셨습니까?”

“네. 안 그래도 그 이야기를 하려 했습니다.”

나창운이 계약서를 받아 옆에 잘 놓아두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려 했다.

한진영은 조지훈에게 문을 닫고 앉으라는 손짓을 건넨 후 나창운을 바라봤다.

나창운은 한진영이 자기를 주목하는 것을 확인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엑슨모빌에서는 투자받는 것에는 호의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투자금이 100억 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투자를 진행하는 주가의 기준값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군요.”

“네. 200달러는…… 그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금액이라고 했습니다.”

나창운이 간단하게 엑슨모빌 측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지만 실상 자리에서는 험악한 말이 오가기도 했었다.

투자를 그것도 100억 달러를 하겠다고 찾아온 쪽에서 주가 200달러를 기준으로 하겠다고 하니 엑슨모빌은 자기들을 농락하려 하는 게 아니냐며 나창운 측에 고성을 지르기도 한 것이었다.

한진영은 당시 상황을 보지 않아도 나창운의 표정을 보고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200달러를 고수하도록 합니다.”

“다시 연락해볼까요?”

“아니요. 그냥 기다리시면 됩니다. 이미 한번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으로 충분합니다. 기다리면 연락이 올 겁니다. 원유 수입도 이야기하셨지요?”

한진영의 질문에 나창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원유 이야기는 협상 자리에 앉기 전에 먼저 했습니다. 다만…… 협상 자리가 안 좋게 끝나면서 원유 수입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수 없었습니다.”

“됐습니다. 이야기를 꺼냈다면 그것으로 우리가 할 일은 다 한 겁니다. 이제 그쪽에서 연락이 오기만 기다리면 됩니다.”

한진영의 너무나 태평한 모습에 나창운은 당황했다.

“기다리면 연락이 오는 건가요?”

나창운은 한진영이 협상 자리의 모습을 보지 못해 이렇게 태평한 게 아니냐고 생각했다.

엑슨모빌 측에서는 세이지의 ‘세’ 자도 다시는 듣기 싫다는 듯이 학을 떼고 협상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었다.

좋은 관계에서 협상 자리가 마무리됐어도 연락이 올지 모를 텐데 두 번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는 표정과 말을 하고는 자리를 마무리했다.

나창운은 엑슨모빌 측에서 다시는 연락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한진영은 그들이 직접 제 발로 찾아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네. 기다리면 찾아와서 200달러에 투자를 진행할 수 있겠냐며 물어볼 겁니다. 그리고 원유도 제발 가져가 달라고 부탁할 겁니다.”

“부탁한다고요? 직접 찾아와서 말입니까?”

“네. 그들이 직접 찾아와 우리에게 사정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원유 또한 제발 가지고 가달라고 부탁할 겁니다. 머리까지 조아리면서요. 그러니 그냥 놔두셔도 됩니다.”

한진영의 단호한 말에 나창운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다.

다른 곳도 아닌 엑슨모빌이 자기 발로 찾아와 현재 주가보다 30%가 낮은 가격에 투자 유치를 진행하기를 부탁한다는 말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유도 가져가 달라고 머리까지 조아리며 부탁한다고 했다.

나창운으로서는 어떤 상황이 나와야 그런 모습들이 나타나는 것인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정도였다.

황당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창운을 향해 한진영은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 그 부분은 이제 더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것보다 저는 부동산 건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어떻게 됐습니까?”

한진영이 화제를 돌리자 나창운은 급히 정신을 차렸다.

더는 신경 쓸 것이 없다고 한진영이 결론 내린 일에 계속 신경을 쏟고 있을 정도로 한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창운은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비서에게 손짓하여 가지고 온 것을 한진영 앞에 내놓았다.

한진영은 나창운이 내민 서류를 훑어보며 나창운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시하신 대로 뉴욕과 홍콩 그리고 호주와 유럽 등 세계 각지에 나와 있는 부동산들을 매입했습니다. 대부분 한화로 500억 이상 되는 건물 위주로 매입했으며 총 30채의 건물을 매입할 수 있었습니다. 매입 금액은 약 2조가 조금 넘는 정도입니다.”

한진영은 나창운이 건넨 부동산 리스트를 내려다봤다.

부동산이 위치한 곳의 주소와 어떤 건물인지 용도와 사진 등이 종이에 적혀 있었다.

한진영은 서류를 훑어보며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우리도 포트폴리오를 점점 넓혀 갈 예정입니다. 인베스트먼트 산하에 리츠 회사를 하나 설립해서 그곳에서 현재 매입한 부동산을 관리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부동산 매입은 앞으로 석 달 동안 계속 진행해 주시고요.”

“네. 안 그래도 여기저기 나온 괜찮은 물량이 많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중입니다. 갑작스럽게 닥친 코로나19 사태에 급전이 필요하여 나온 물량들이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럴 겁니다. 그래서 기회가 지금이라고 이야기한 겁니다. 이제 유동성이 풀리게 되면 모든 자산이 천정부지로 오르게 될 겁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이런 상황을 우리는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진영은 보고 있던 것을 접어 뒤에 있는 조지훈에게 넘겼다.

가지고 가서 시간 내어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나창운에게 새로운 리츠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이었다.

“대한민국의 프라임 리츠와 이야기를 해 놓았습니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는 프라임리츠와 함께 사업을 협력해서 나가면 될 겁니다. 프라임리츠가 오랫동안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를 힘껏 배우도록 하세요. 그리고 그렇게 습득한 것으로 유럽과 북미의 부동산 투자에 이용하시면 됩니다.”

“그럼 저희는 프라임리츠에 무엇을 내어주면 되는 건가요?”

한진영의 말에 핵심을 바로 포착한 나창운이었다.

한진영은 나창운의 질문에 환하게 웃었다.

“역시 나 사장님은 말하지 않아도 아시는군요.”

“프라임리츠가 어떤 곳인지 저도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런 곳이 그냥 노하우를 넘겨줄 리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맞습니다. 그냥 넘겨주지는 않습니다. 업무협약을 맺고 투자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투자하신다고요? 프라임리츠에요?”

나창운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부동산 업체 그것도 부동산 개발보다는 임대사업에 특화된 프라임리츠에 투자를 진행한다는 것에 이상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세이지와 같은 곳에는 부동산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매력이 없는 일이었다.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수익이 매우 작았기 때문이다.

나창운은 평소의 세이지의 투자 형태와 완전히 다른 선택에 이상함을 느꼈다.

한진영은 그런 나창운의 반응을 예상한 듯한 얼굴로 말했다.

“평소의 프라임리츠라면 투자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프라임리츠가 신사업에 진출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고, 그곳에 투자를 유치하는 만큼 꽤 매력적이라 생각하여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겸사겸사 부동산 임대산업에 관한 노하우를 전수 할 수도 있으니까요.”

한진영의 설명에 나창운은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해가 갑니다. 본래 하고 있던 사업이 아니라 신사업에 진출하고 그곳의 시장성이 좋아 보인다면 말입니다. 그런데 프라임 리츠가 어떤 신사업에 진출한다는 건가요?”

“공유오피스 사업에 진출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공유오피스요?”

나창운이 깜짝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그건 이미 한번 거하게 망한 사업 아닙니까? 그곳에…… 프라임리츠가 진출한다는 겁니까?”

미국에서 유명한 사건이었다.

한때는 유명한 투자회사에 투자받아 세계 중심 도시에 주요한 빌딩을 매입하여 임대사업을 진행하며 승승장구했다가 망한 사건이었다.

한때 공유오피스 회사를 운영하던 이는 새로운 시대의 경영자 중 가장 혁신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으로 평가받으며 여러 곳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나스닥에 상장까지 하여 수십조의 재산을 형성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은 허상으로 공유오피스는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하며 파산 위협을 받기도 했다.

결국 공유오피스 설립자는 가진 주식을 모두 내놓은 채 회사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회사는 아직도 회생 절차에 들어간 상태이며 공유오피스 사업은 허상만이 존재한 현실감 없는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는 중이었다.

그런 사업에 프라임리츠가 진출하고 세이지가 투자하기로 했다는 것에 나창운은 의아한 표정을 짓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진영은 이런 나창운의 모습 또한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한번 망한 사업이지요. 하지만 그때는 시기가 좋지 못했습니다. 아직 시장이 공유오피스라는 것을 제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기였으니까요.”

“그렇다면 지금은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네. 지금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지금이라면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이용할 겁니다. 세상은 그때와 많이 변해 있으니까요.”

“많이 변했다고요? 그때와 몇 년 차이도 나지 않는데 말입니까?”

나창운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하자 한진영은 가만히 웃었다.

“시간상으로는 차이가 크게 나지 않지요.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많이 달라져 있는 게 있지 않습니까? 바로 코로나19 말입니다.”

한진영의 말에 나창운은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한진영의 말대로 시간으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상황은 일 년 전과 지금이 같은 세상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이해하는 듯한 모습의 나창운을 향해 계속 이야기했다.

“그래서 제가 부동산을 포트폴리오에 적극적으로 포함하는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 인베스트먼트가 주머니에 담아야 할 것은 더욱 많아질 겁니다.”

한진영의 말에 나창운은 각오를 단단히 한 얼굴로 말했다.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결코 회장님의 기대에 어긋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엑슨모빌부터 시작하여 차곡차곡 인베스트먼트로 몰려오는 일의 규모를 보고 나창운은 한 가지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라면 한진영이 말한 일을 잘 해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진영은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창운을 향해 그의 생각이 다르지 않음을 말했다.

“예상하고 계시겠지만 이번 여름 저는 세이지 인베스트먼트를 뉴욕증시에 당당히 상장시킬 계획입니다. 조로와 미래해운을 양손에 쥐고 테라와 코인그라운드의 지분을 주머니에 집어넣은 채로 말입니다. 그리고 프라임리츠와 SOOM과 같은 투자 기업의 성장을 발판 삼아 증시에 화려하게 등장할 생각입니다. 그러니 그때까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창운은 한진영의 말에 입을 벌린 채로 아무런 반응을 하지 못했다.

예상했지만 예상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나창운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주식이라고 한다면 젊은이들은 조로부터 떠올릴 정도로 조로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있었다.

기업가치만 현재 200~300억 달러에 달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곳이었다.

게다가 테라의 지분 가치에 코인 그라운드의 지분 가치 그리고 지금까지 투자해온 회사들의 기업 가치들을 더한다면 족히 1,000억 달러의 순수가치가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주머니를 채우고 있을 것으로 계산됐다.

세이지 자산운용의 자산보다는 못하지만 다른 의미로 성장성을 따지자면 세이지 자산운용보다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는 곳이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였다.

세이지 자산운용이 1년 수익을 100% 올리기란 하늘의 별 따기지만 세이지 인베스트먼트라면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진영은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생각 들었다.

나창운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세이지 인베스트먼트가 상장했을 때의 일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으로 그려졌다.

‘현재 자산 가치만 1,000억 달러라고 한다면 상장했을 땐 미래가치까지 더해져서 2,000억 달러. 여기에 자산운용사와의 관계까지 기대감으로 더해진다면…… 2,500~3,000억 달러.’

모두 장밋빛 계산으로 이루어진 것이지만 그래도 완전히 허무맹랑한 숫자들을 더한 것은 아니었다.

나창운은 진짜로 시장에 3,000억 달러의 평가를 받게 된다면 인센티브로 자기가 받을 돈은 적어도 10억 달러, 많으면 50억 달러까지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보여준 한진영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그럴 리가 없겠지만 최악에 최악의 경우를 대입한다고 하더라도 5억 달러는 무난할 것으로 생각했다.

‘6,000억?’

상장에 성공했을 때 자기 주머니에 들어올 돈이 최소 6,000억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나창운의 표정은 긴장감에 떨려오기까지 했다.

뒤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듣기만 하던 조지훈은 나창운의 표정을 보고 한진영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직원들에게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동기부여로 돈만 한 것이 없지. 스스로 최선을 다해 일을 한다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 그것만큼 직원을 열심히 일하게 만들만한 일이 없어.

조지훈은 한진영이 말한 최고의 동기부여가 지금 눈앞의 나창운에게 벌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지만 얇게 떠는 몸과 불빛이 튀기고 있는 눈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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