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증권사 생활-544화 (544/650)

544화 누가 우위에 있는지 확실히 알려줘라

유가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았다.

부양책이 통과되고 코로나19가 터닝포인트를 지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이틀간 약 35% 가까이 올랐던 유가가 어느새 20달러를 깨는 자리까지 내려오고 만 것이었다.

지난 하락 때처럼 하루 만에 -20% 하락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3%, -5%씩 계속 빠져 내려온 것이 어느새 지난 상승을 모두 돌리는 자리까지 오고 말았다.

감산 합의가 이루어진 날에도 유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의 원유 재고량이 폭증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미국 EIA(에너지청)은 매주 발표하는 원유 재고량이 1,920만 배럴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예상치인 1,010만 배럴보다 90%가 늘어난 수량으로 경기침체가 사람들이 체감하고 있는 것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였다.

FXTM의 루크만 선임연구원은 “미국 셰일 업계에 전혀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40달러 미만이 셰일 업계의 마지노선인데 20달러 미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라며 우려했다.

CNBC가 셰일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셰일의 채산성은 50달러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50달러 미만에서는 셰일 업체가 밸브를 잠그고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현재 20달러 미만인 가격에서는 생산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 간판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예상했다.

셰일 업계가 고사할 위기이며 관련 업종들 또한 모두 개점휴업인 상태로 생존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었다.

하루 970만 배럴의 감산은 지난 10년 동안의 수요 증가분을 모두 지워버리는 수치였다.

그런데도 시장은 감산 양이 부족하며 회원국 간의 신뢰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에 지금의 감산은 의미가 없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시장이 유가를 바라보는 눈이 감산 합의 뒤에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렇듯 불안한 유가 시장과는 달리 주식시장은 다시 힘차게 상승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과 유럽 등 핵심 발병지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의 둔화 조짐이 점점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뉴욕 주지사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최악의 상황은 지났을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경제 활동의 재개도 본격적으로 거론하며 셧다운으로 멈췄던 시장이 이제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시장에 안겨 주었다.

이런 뉴욕 주지사의 이야기에 미국 대통령이 희망을 더 하는 이야기를 시장에 던졌다.

미국 대통령은 브리핑 자리에서 “나라를 열기 위한 계획을 완성하는 데 거의 접근했다. 경제활동 재개가 예정보다 빠르길 바란다”면서 “주지사들이 주를 여는 데 필요한 정보를 주기 위한 아주 중요한 새 지침을 곧 마무리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뉴욕의 이야기가 이제 정부의 지침으로 확산하여 미국이 정상화되는 길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희망을 심어준 것이었다.

투자자들은 경제활동이 재개된다는 것은 코로나19가 지워진 뒤 대규모 유동성 공급만이 남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세이지가 이야기한 유동성 공급으로 인한 자산 인플레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558포인트 2.39% 상승했다.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각각 84포인트 3.06%, 323포인트 3.95%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8,200 앞에서 눈치를 보던 나스닥 지수가 단숨에 치고 올라가 8,500 마저 장악하고 만 것이었다.

“어제 하루에만 300만 명의 가입자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조지훈은 한진영 앞에서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와 세이지 자산운용을 통해 올라온 보고를 한진영에게 이야기했다.

“펀드의 경우에도 어제 하루에만 2,800만 계좌 7,000만 달러의 금액이 몰렸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이대로라면 펀드의 경우 목표로 했던 20억 달러 자금 모집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보고입니다.”

“조수아 부사장에게 이야기해서 펀드 계좌를 30억 달러까지 열어놓으라고 해. 앞으로 유입되는 금액이 더 가팔라질 테니 그 부분도 염두에 두라고 하고…….”

한진영은 화면에 나란히 보이는 나스닥 지수와 원유선물의 차트를 바라보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사람들이 점점 더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게 될 거야. 그리고 결정타가 터지면 자금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어. 그런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우리 이름을 사람들의 머리에 깊게 각인시킬 수 있으니까 바짝 긴장하라고 해.”

“네. 바로 전달하겠습니다.”

조지훈은 잠시 뒤에 떨어져 있는 비서실 직원을 불러들여 귓속말로 무언가를 지시했다.

자기가 돌아가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와 자산운용에 한진영의 말을 전달할 준비를 미리 마쳐놓으라는 지시였다.

조지훈이 비서실 직원에게 충분히 이야기한 것으로 보이자 한진영은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물었다.

“텍사스에서는 뭐라고 하던가?”

한진영의 질문에 조지훈이 급히 자세를 고치고 텍사스 엑슨모빌 본사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협상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협상단에서 전해온 소식으로는 250달러까지 엑슨모빌이 물러났다고 합니다.”

“내가 이야기한 대로 협상 시작 전에 우리가 적당한 가격이 오면 원유를 사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하던가?”

“네. 그것도 충분히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원유를 사고 싶은데 가격이 너무 심하게 흔들려 지금 확실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정도로 뉘앙스만 흘렸다고 했습니다.”

“잘했어. 그 정도가 딱 좋아. 그래야 선택을 저쪽에서 할 수 있게 되는 거니까.”

한진영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엑슨모빌 주가를 바라봤다.

지수는 쭉쭉 오르고 있지만 엑슨모빌을 비롯한 정유주의 가격은 바닥없이 하락을 보이는 중이었다.

유가가 20달러 아래로 빠지며 주가을 짓누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소문이 빠르게 시장에 흘러 다녔다.

저장소가 없다.

기름을 생산하는데 저장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소문이 시장에 빠르게 번져나간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시추를 하기도 어렵지만 한번 꽂은 관을 통해 뽑아져 올라오는 기름을 멈추는 것은 시추보다 몇 배나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었다.

그래서 OPEC+와 같이 산유국들이 감산 시기가 늦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 달이라는 시간을 두고 감산을 진행하는 것은 그만큼의 시간이 밸브를 잠그는데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였다.

이렇게 생산량을 줄이는 데 시간이 필요한 것과 다르게 소비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제 원유 수요는 하루 1,800만~2,000만 배럴로 예상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하루 5,000만 배럴을 사용하던 것에 비해 3,000만 배럴이나 줄어든 수치로 감산 합의보다 3배가 넘는 수준으로 파악됐다.

정유업계는 지금의 수요 감소는 근본적인 문제가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항공편 감축, 입국 금지, 공장 셧다운 등 전세계가 멈추며 원유 소비 또한 멈춰버렸다는 것이었다.

IEA 사무총장은 “OPEC+이 하루 1,000만 배럴 감산을 합의해도 세계 석유 재고는 2분기에 하루 1,500만 배럴까지 증가하게 될 것”이라며 “공급과잉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은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사무총장의 말은 2분기가 아닌 지금이라도 가능하다는 듯이 미국의 석유 재고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한진영은 무섭게 늘어나는 석유 재고와 반대로 빠르게 빠져 내려가 지금은 250달러를 하회하는 엑슨모빌 주가를 바라보고 말했다.

“이번 달 석유 수요량이 1995년 수준이라고?”

조지훈은 한진영의 질문에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현재 미국의 정유 설비 가동률은 69.1%라고 전해졌습니다. 전주의 75.6%보다 6% 넘게 하락한 것으로 시장의 기대치인 73.1%보다도 더 많이 감소한 수치라고 합니다. 시장의 예상보다 더 빠르게 정유 설비가 멈춰 서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유 설비가 멈추면 원유는 어떻게 될까?”

한진영은 느긋한 표정으로 엑슨모빌 주가를 바라보고 말했다.

“시간은 우리 편이야. 무조건 200달러에 5,000만 주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말라고 해.”

조지훈은 살짝 걱정되는 말투로 한진영에게 물었다.

“회장님. 그러다 엑슨모빌 측에서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처음 주장하던 300달러에서 250달러까지 내린 것도 굉장히 많이 내린 건데 우리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다면 저쪽에서 먼저 테이블에서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테이블을 먼저 일어난다고?”

한진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절대 그럴 일 없어.”

한진영이 ‘절대’란 말을 쓰고는 연신 뉴스가 올라오고 있는 모니터링 화면을 바라보고 말했다.

“그들에게는 우리밖에 방법이 없어.”

엑슨모빌의 유일한 구명 끈이 세이지라는 것을 한진영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확신이 있던 것이었고, 그래서 배짱을 부릴 수 있었던 것이었다.

“나 사장에게 말해서 물러나지 않고 계속 우리 주장을 밀어붙이라고 해. 오히려 저쪽에서 계속 곤란하다는 모습을 보이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도 괜찮을 정도로 강하게 말이야.”

한진영은 팔짱을 끼고 몸을 의자에 기대고 웃었다.

“과연 얼마나 더 버티나 보자고.”

한진영의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것처럼 편안한 모습으로 텍사스에서 전해올 소식을 기다렸다.

***

유가에 대한 이야기가 점점 더 심각해져만 갔다.

비관적인 이야기가 시장에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퍼져 나간 것이었다.

유가 회복 측면에서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세계 석유 수요가 2분기부터 정상화되고 OPEC+ 감산 체제가 복원되는 경우였다.

반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글로벌 석유 수요가 회복되지 못하고 OPEC+의 합의가 무너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리비아의 원유 생산까지 재개된다는 것이 시장이 생각한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전문가들은 전자보다 후자의 가능성을 더 높게 점쳤다.

세계가 문을 닫은 셧다운이 언젠가는 풀리겠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까지 풀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OPEC+의 끈끈함은 과거 OPEC의 느낌과는 달랐다.

언제라도 서로의 등을 향해 칼을 찌를 수 있는 국가들이 모여있는 만큼 그들이 감산 합의를 잘 지켜낼지에 관해 의문을 지울 수가 없었다.

믿었던 저항대인 20달러를 뚫고 내려가자 모든 산유국의 수장 역할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수행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나섰다.

추가 감산을 이야기하며 시장을 달래려 한 것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OPEC+의 가장 큰 골칫덩이인 러시아를 설득했다.

그리고 두 나라는 전화 통화를 하여 생각의 합의를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공동성명을 발표하여 “양국은 석유 시장을 계속 면밀히 감시할 것이며 OPEC+및 다른 산유국들과 공동으로 추가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고 했다.

공식적으로 추가 감산을 시사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발표가 나온 뒤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장관은 6월 회의에서 추가 감산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추가 감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런 발언에도 실망감을 지우지 못했다.

이미 하루 수요 감소분이 3,000만 배럴로 추정되는 지금 970만 배럴의 감산량을 2배로 올린다고 하더라도 하루 1,000만 배럴 이상의 재고가 쌓인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시장은 쌓인 재고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에 휩싸였다.

“오늘도 또 유가는 하락했네. 이거 괜찮은 거냐?”

최석영이 한진영과 나란히 서서 모니터링 화면을 바라보고 말했다.

18년 만에 처음으로 10달러대에 마감한 국제유가는 역사적인 쇼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참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괜찮겠습니까?”

한진영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지금 1분기에만 나온 세계 정유사들의 적자 규모가 3,000억 달러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300조가 가뿐히 넘어가는 수준이죠.”

“분기 적자가 300조?”

최석영은 놀랍다는 듯이 혀를 내둘렀다.

한진영은 그런 최석영의 모습을 흘깃 쳐다보고 다시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20달러일 때 러시아의 원유 생산 수익이 1달러가 안 될 거라는 것이 예상이 나왔었죠. 지금 20달러를 깨고 내려갔으니 러시아도 적자 상태에 돌입했다는 뜻이에요. 이제는 정유사가 문제가 아니라 국가 단위로 피해가 번져갈 수도 있다는 상황이에요.”

한진영의 말에 최석영이 놀란 얼굴로 한진영을 돌아보고 물었다.

“그렇게 피해가 심각하면 각국 정부가 나서지 않을까? 코로나19 때처럼 말이야.”

한진영은 최석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최석영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게 타당한 추론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각국 정부가 움직였고 그 결과가 이제 곧 조지훈을 통해 전해질 참이었다.

한진영이 고개를 돌리자 조지훈이 급히 종이쪽지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조지훈은 최석영에게 살짝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한진영에게 보고했다.

“EIA에서 나온 오클라호마주 쿠싱의 원유 재고량입니다.”

조지훈은 잠시 숨을 몰아쉬고는 한진영에게 쪽지에 적혀있는 숫자를 말했다.

“현재 쿠싱 허브에서 보유하고 있는 원유 재고량은 약 7,600만 배럴이라고 했습니다. 이 상태면 쿠싱 허브는 이달 말 모든 저장 탱크가 가득 차 더는 원유를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한진영은 조지훈의 보고에 최석영을 돌아보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원유 비축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이달 말이면 모두 가득 찬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네요. 중국 쪽은 어떻다고?”

한진영이 조지훈을 향해 묻자 조지훈은 사무실로 들어오기 전 확인했던 중국 쪽 이야기를 한진영에게 했다.

“그나마 유가를 지금 버티게 만들던 중국의 비축량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의 저장창고의 활용률이 현재 90%를 넘기는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입니다. 장기간 비축을 위해서는 저장소 증설이 필요한데 저장소를 증설하기까지는 수개월은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원유 재고를 소진할 힘이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도 안 된다고 하네요.”

한진영은 점점 하락의 폭을 키우고 있는 원유선물 차트를 가만히 바라봤다.

크루드 오일은 18년 만에 20달러를 깨고 종가가 마무리되자 이제는 하방이 뚫렸다는 듯이 19달러마저 깨고 내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수십 년 만에 모두가 처음 겪는 하락세에 도대체 최하단이 어디인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현재 전 세계에서 비어있는 저장소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한진영의 질문에 최석영은 문득 무언가를 떠올렸다.

몇 달 전에 세이지가 저장소를 임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설마…… 그게 우리인가?”

한진영은 최석영을 돌아보고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저장소가 가득 차서 어쩔 줄 모르는 상황에서 이제 남아있는 건 우리밖에 없습니다. 키는 우리 손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죠.”

“회장님.”

한진영이 마치 손안에 키를 쥔 것처럼 손을 들어 올렸을 때 조지훈이 조심스럽게 한진영을 향해 말했다.

“텍사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한진영이 주먹을 쥔 채로 고개를 돌리자 조지훈이 텍사스에서 전해온 이야기를 건넸다.

“엑슨모빌에서 원유를 사준다면 200달러에 투자 협상을 진행하는 것을 받아들이겠다고 합니다.”

한진영은 조지훈의 말에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원유를 사면 200달러에 협상 진행을 받아들이겠다고? 아직 정신 못 차리고 있네. 텍사스에 전해. 200달러에 투자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원유도 제발 가져가 달라고 이야기할 때까지 물러나지 말라고 말이야. 지금 협상 자리에서 확실하게 우위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실하게 알려주라고 해.”

한진영은 손을 움켜쥔 채로 화면을 돌아봤다.

화면 속의 원유선물은 18달러대까지 깨고 내려가며 20년 내 최저점을 향해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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