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5화 낚시꾼이 사라진 물가
유가와는 달리 증시는 연일 상승폭을 이어갔다.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소식과 경제 재개 가능성 등이 전해지며 시장에 대한 회복 기대감이 지수를 밀어 올린 것이었다.
모 제약사의 항바이러스제가 환자들에게 효과를 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한 결과 대다수가 발열 및 호흡기 증상이 빠르게 회복돼 1주일 이내에 퇴원할 수 있었다는 보도가 여러 매체에서 나왔다.
제약사는 아직 임상시험 최종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라면서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그저 조만간 임상시험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을 자제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시장은 이런 제약사의 모습에도 기대를 멈추지 않았다.
제약사의 신중한 모습에도 주가가 10% 넘게 상승하며 기대감을 주가로 표현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기대감을 미국 대통령은 잊지 않고 써먹었다.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의 50개 주 중 약 29개 주는 빠른 재개가 가능할 거라는 견해를 표했다.
그는 문제가 심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인구 밀도가 낮은 주의 경우 “문자 그대로 내일이라도” 정상화할 수 있다며 기대감에 기름을 끼얹는 말을 카메라 앞에서 내놓았다.
시장은 내일이라도 당장 정상화가 될 수 있다는 대통령 말에 반응하여 다시 한번 상승을 향해 힘껏 몸을 움직였다.
나스닥 지수 기준 8,500을 넘어 8,600선까지 탈환에 성공했다.
시장은 지난 저점 이후 30% 이상 상승하며 하락장의 모습을 완전히 탈피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새로운 상승장을 만들기 위한 발판을 만들기 위해 시장은 숨 고르기 자세를 취했다.
어쨌든 유가라는 변수가 정리 돼야 상승으로의 깃발을 다시 들어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창운과 레이 젠슨의 협상단이 텍사스에 머무른 지 일주일이 지났다.
당초 약속되었던 사흘을 넘겨 닷새째가 되었을 때 엑슨모빌은 결국 양손을 들어 올렸다.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는 증시의 모습과는 달리 엑슨모빌 주가는 결국 220달러대까지 떨어져 내린 것이었다.
세이지가 주장하는 200달러에 근접하자 엑슨모빌은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협상 자리가 아무런 소득 없이 끝이 난다면 200달러대도 자신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엑슨모빌 협상단을 휘감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제는 주가가 아니었다.
현재 엑슨모빌 측이 운영하는 저장소가 모두 가득 차버린 것이 엑슨모빌의 발을 크게 묶어 버렸다.
“회장님. 엑슨모빌 측에서는 당장 원유를 가지고 가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합니다.”
“그냥 가지고 가면 안 되지.”
한진영은 여유로운 자세로 자리에 앉아 텍사스에서 건너온 소식을 전한 조지훈을 올려다보고 말했다.
“우리고 가지고 갈 때의 조건이 뭐라고 하던가?”
“배럴당 10달러에 가지고 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합니다.”
“배럴당 10달러?”
한진영은 조지훈의 말에 가만히 웃으며 원유 차트를 확인했다.
“뭐 그래도 나름 엑슨모빌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기는 했네. 지금 원유 가격이 14달러대에 자리하고 있으니까 10달러라면 엄청나게 인하해서 가지고 가라는 것처럼 보이겠어.”
“네. 그래서 텍사스에서는 이 정도 가격이면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받아들이라고 할까요?”
“아니.”
한진영은 고개를 저었다.
“인수가격만 10달러지 그걸 배에 싣는 인도비라든지 수송비 같은 게 더해지면 10달러가 10달러가 아니잖아. 대략 배럴당 적게는 5달러에서 많게는 7~8달러, 10달러까지 돈이 더 들어가니까 말이야.”
“그건 그렇긴 하기는 하지만…… 그럼 얼마에 받는다고 할까요?”
한진영은 팔짱을 끼고 잠시 유가 차트를 바라봤다.
그리고 뚫어지게 화면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가 가격을 제안하는 것보다…… 이렇게 하도록 하자.”
한진영은 조지훈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인도비와 수송비까지 전부 엑슨모빌에서 책임져 주겠다면…… 우리가 받겠다고 텍사스에 있는 협상단에게 전해.”
조지훈은 한진영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인도비와 수송비를 엑슨모빌에서 책임져 준다면 받는다는 말씀이 무슨 말씀이신지…….”
“우리가 호의를 베풀어 기름을 받겠다는 말이야.”
“그러니까…… 공짜로 주면 받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공짜가 아니지.”
한진영은 조지훈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로 조지훈에게 말했다.
“인도비와 수송비를 엑슨모빌에서 책임 져줘야 받겠다는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받을 필요 없어. 만약 엑슨모빌이 그러기 싫다고 한다면 나 사장한테 그냥 200달러에 100억 달러 진행되는 투자 협상만 진행하라고 해.”
“공짜로 받겠다는 것도 아니고 돈을 주면 받겠다는 말씀이십니까?”
한진영의 말은 원유를 공짜로 얻겠다는 말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돈을 주머니에 꽂아줘야 원유를 받겠다는 말이었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한진영이 농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세상에 돈을 받고 원유를 받는 일이 있다는 사실이 상상이 되지 않아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모른 채로 가만히 자리에 서 있기만 할 뿐이었다.
“어서 가봐. 괜히 미적거리다가 나 사장이 좋다고 하고 엑슨모빌 제안을 받아들일지 모르니까.”
“네? 아 네. 알겠습니다.”
한진영의 말에 정신을 차린 조지훈은 알겠다는 말을 남기고 몸을 돌렸다.
그러나 비서실로 향하면서도 도대체 뭘 어떤 상황이 펼쳐져야 엑슨모빌이 돈을 주고 가지고 가라고 할지 상상도 못 한 채 발걸음을 옮겼다.
***
감산 합의가 이루어진 직후 오히려 원유선물 가격은 일주일이 넘는 기간 동안 계속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22달러에서부터 15달러 선까지 깨며 유가는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싱가포르의 한레옹 트레이딩이 원유선물에서 9억 달러의 손실을 내고 파산 신청을 했다고 합니다. 현재 한레옹은 은행들에 담보로 맡겼던 원유까지 팔아 치우며 손실을 막으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와 홍콩의 은행들도 큰 영향을 받는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한진영 집 129층은 시끄러운 모습을 보였다.
전 세계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이야기에 비서실 직원들이 정보를 수집하느라 정신없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현재 쿠싱 내 창고 사용률은 4주 전 49%에서 현재 80% 선마저 넘어서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80%? 우리 걸 제외하고 80%인가?”
“아닙니다.”
조지훈의 질문에 보고하던 비서실 직원은 난감한 표정을 지은 채로 이야기했다.
“우리 것을 포함한 숫자입니다.”
세이지가 쿠싱 지역에 확보한 원유 저장소의 물량이 약 3,500만 배럴이었다.
코로나19로 저장소를 운영하던 업체들 또한 자금난을 겪었다.
그때 견디지 못한 몇몇 업체들이 창고를 내놓았고, 그걸 세이지가 거둬들여 수량을 늘린 것이었다.
3,500만 배럴은 쿠싱 지역 저장소의 약 20%에 해당하는 수량이었다.
조지훈은 세이지의 저장소까지 포함했다는 소리야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 것을 포함하고 80%라면…… 거의 다 찼다는 소리 아닌가?”
“네. 그래서 현재 오클라호마주에서는 우리에게 창고를 열어달라는 제안을 공식적으로 해왔습니다. 미국 연방정부에서도 저장소를 열어달라는 부탁을 조만간 해올 거라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조지훈은 한진영이 이런 상황을 예측하고 건넸던 말을 그대로 비서실 직원에게 건넸다.
“엑슨모빌 측과 대화하고 있어서 저장소를 열기는 어렵다고 해. 엑슨모빌과 협상이 잘 이루어진다면 그곳에 엑슨모빌 측 물량을 담을 생각이라고 말이야. 그리고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ULCC 또한 엑슨모빌 측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 원유를 저장할 계획을 하고 있다는 것까지 알려 총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은 5,000만 배럴이라고 알리면 될 거야.”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자회사인 미래해운이 보유하고 있는 ULCC는 한진영의 지시를 따라 멕시코만에 대기 중이었다.
엑슨모빌과 협상을 진행하기 전부터 탱크를 비워놓은 채로 정박하여 탱크에 기름을 채울 준비를 마쳐 놓은 상태였다.
“실장님.”
조지훈은 자기를 부른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조지훈을 부른 비서실 직원은 지금 막 전해져 오는 소식을 조지훈에게 보고했다.
“인도에서 정유회사들이 보유한 탱크들이 95%까지 찼다고 더는 원유를 저장할 탱크가 없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나이지리아도 현지 언론을 통해 이미 모든 저장공간이 찼다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앙골라, 브라질 등도 모두 저장소를 채웠다고 합니다.”
곁에 앉아 있던 직원도 전해져 오는 소식을 뒤를 이어 조지훈에게 보고 했다.
세계 각지에서 원유와 관련된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는 중이었다.
“현재 각국은 탱크 확보 전쟁 중이라며 ULCC나 VLCC 등과의 같은 초대형 유조선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사우디에서 유조선을 다시 돌려준다면 자기들과 했던 임대 계약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전해왔습니다.”
“지금 현지에서는 실질적인 마이너스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원유를 팔려면 돈을 내야 한다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탱크를 가지고 있는 업체 측에서 이야기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조지훈은 돈을 내고 원유를 팔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말에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진짜였네?”
“네?”
조지훈의 곁에 있던 직원이 조지훈을 향해 물었다.
“진짜였어. 돈을 받고 원유를 확보한다는 말이 말이야.”
조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텍사스 쪽과 연락하는 직원을 향해 지시했다.
“이 얘기를 텍사스 쪽에 전해서 더 강하게 밀어붙이라고 해. 지금의 제안은 우리가 오히려 편의를 봐주는 거라고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처음 협상 자리에 앉을 때만 해도 허황한 이야기투성이였다.
300달러에서 움직이는 회사를 향해 200달러에 투자 협상을 진행하자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 저장소가 있으니 원유를 공짜로 그것도 저장소까지의 운반비와 배에 싣는 운임까지 상대측에서 낸다면 공짜로 받겠다는 제안을 넣었었다.
무엇 하나 제정신으로 볼 수 없는 어이없는 제안이었건만 지금은 그 제안들이 현실적인 제안 혹은 오히려 상대를 배려한 제안이 되어 있었다.
조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혀를 내둘렀다.
“멕시코만에 정박해 있는 배들에 이제 움직이라고 전해. 조만간 배에 기름을 실어야 할 테니까 말이야.”
조지훈은 지시를 내리고 곁에 있는 직원에게 한진영이 있는 곳으로 올라가겠다는 말을 남긴 뒤 자리를 떠났다.
똑똑.
노크하고 들어간 한진영의 사무실 안에는 먼저 도착해 있는 조수아와 홍대민 그리고 최석영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조지훈은 한진영을 향해 인사하고 비서실에서 확인한 사항들을 보고했다.
한진영은 조지훈의 말을 듣고 가만히 웃은 후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돌아보고 말했다.
“쿠싱에 자리하고 있는 탱크 중 우리 것만 빼고 모두 찼다고 하는군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장이 움직일 테니 다들 긴장하시기를 바랍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홍대민이 벌써 긴장한 얼굴로 한진영을 향해 물었다.
“회장님. 정말…… 마이너스에 들어가는 건가요?”
누구보다 먼저 한진영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던 홍대민이었지만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난다고 하니 긴장한 기색을 숨길 수 없었다.
한진영은 홍대민과 달리 태연한 모습으로 대답했다.
“듣지 않으셨습니까? 이미 현지에서는 마이너스 거래가 되고 있다고 말입니다. 이게 선물시장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물을 매수하여 현물로 교환하려는 트레이더들도 손절이 나오기 시작할 겁니다. 물건을 받아도 저장할 공간이 없을 테니 말입니다.”
“이걸…….”
홍대민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10만 계약의 선물 매도 물량을 가지고 있어 푸근한 상황이지만 마냥 좋아하기에는 시장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하는 거야? 마이너스에 들어가면 정리하는 건가?”
홍대민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홍대민을 향해 물었다.
홍대민은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우리 물량이 상당한 만큼 그렇게는 하지 못합니다. 자칫 우리가 정리한다고 움직이는 순간 시장이 왜곡될지도 모르니까요.”
“그럼 어떻게 한다는 거야?”
“처음 계획대로 만기까지 끌고 가서 결제받는 방향으로 움직일 계획입니다.”
“처음 계획대로?”
최석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묻자 홍대민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처음 매도 물량을 잡았을 때부터 우리는 만기 결제를 목표로 하여 들어갔습니다.”
“그럼 지금 이 상황을 처음부터 예상했다는 거야?”
최석영이 황당하다는 듯이 한진영을 돌아봤다.
한진영은 최석영의 반응에 살며시 웃고는 조수아에게 물었다.
“신규 원유 펀드 설계는 어떻게 됐습니까?”
“말씀하신 대로 WTI 선물을 추종하는 펀드를 새롭게 설정해서 이번 만기가 끝난 뒤 출시할 준비를 마쳐놓았어요. 설정액은 우선 10억 달러로 잡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설정액을 늘려갈 생각이에요.”
조수아는 잠시 말을 멈추고 입술에 침을 바른 뒤 계속 이야기했다.
“지난 펀드의 출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돼서 이번 펀드 또한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돼요. 그리고 지금은 유가에 대한 관심이 많은 만큼 원유 펀드를 출시하면 주목받기 딱 좋은 시점이기도 하고요.”
“지금 원유선물이 마이너스 들어간다면서?”
이야기를 듣던 최석영이 참지 못하고 중간에 끼어들었다.
“마이너스 들어간다는데 여기서 원유 펀드를 출시해?”
“마이너스에 들어가니까 여기서 원유 펀드를 출시해야죠.”
최석영이 한 말에 조사와 끝말만을 바꿔서 그대로 돌려준 한진영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뉘앙스가 완전히 바뀌어서 들렸다.
“지금이 펀드를 출시할 시기야?”
최석영은 홍대민과 조수아를 돌아보고 물었다.
하지만 두 사람도 모르기는 마찬가지인 듯했다.
한진영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고 말했다.
“현재 유가를 기준으로 상장된 펀드가 모조리 청산 단계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인버스만 살아남기는 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인버스 또한 정상적인 거래가 불가능한 상태이죠. 펀드에 들어온 자금을 집행할 상황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인버스 펀드에 들어가는 사람들조차 없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고요. 뭐 얼마를 먹겠다고 10달러대에 들어가겠습니까? 잘못하다 상승이라도 나오게 된다면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가입자를 덮쳐올 텐데 말입니다. 유가 파생상품을 기준으로 하는 시장은 모두 씨가 말라 버렸습니다. 그러니 이런 때 들어가서 한몫 챙겨야죠. 낚시꾼이 모두 사라져 버린 물가에는 물보다 물고기가 더 많기 마련이니까요.”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한진영이었지만 업계는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증시가 폭락할 때와는 다른 상황이었다.
그때는 폭락하더라도 손해는 내 주머니 안에서만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다.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기야 하고 일부가 파산하겠지만 망한다고 해 봤자 가지고 있는 걸 날리는 정도로 끝이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날리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 잘못하다가는 빚을 질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원유 관련 펀드들의 경우에는 차라리 지금 상황에서 파산절차에 들어가 정리를 하는 편이 났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 이것 때문이었다.
자칫 마이너스에 들어가게 된다면 펀드 회사들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손해가 몰려올 게 분명했다.
그리고 심각한 타격은 이미 벌어지고 있기도 했다.
아시아의 업체는 물론이고 뉴욕의 소규모 회사들이 파산절차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가 관련하여 파생상품은 이제 빚덩이가 되어 증권사들을 덮쳤다.
오직 세이지만이 이런 상황에서 여유롭게 펀드 출시를 이야기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