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6화 공매도 포지션이 일단락되다
CME가 에너지 관련 금융 상품 가격이 마이너스에 들어갈 것을 대비해 관련 소프트웨어 등을 새롭게 설치했다는 소식은 언론에서 크게 다루지 않았다.
상품가격이 마이너스에 들어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가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몇 언론에서 자그마하게 단신으로만 소식을 전하는 것이 전부였다.
대부분의 언론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보다 원유의 재고 폭등 소식을 전하는 것으로 바쁘게 움직였다.
-현재 엑슨모빌과 세이지 인베스트먼트 간의 투자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자세히 좀 소개해주시겠습니까?
앵커는 기자를 향해 오전 전해진 소식을 물었다.
기자는 앵커의 질문에 가지고 온 소식이 적혀있는 종이를 내려다보고 대답했다.
-현재 텍사스의 엑슨모빌 본사에서는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와 엑슨모빌 간의 투자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협상은 100억 달러 규모로 협상이 체결된다면 엑슨모빌은 5,000만 주의 신주를 발행하여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와 블록딜을 진행하게 될 겁니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인수가격인 주당 200달러는 현재 거래되고 있는 205달러에 약 2% 정도의 할인율을 적용한 것으로 정가에 세이지 인베스트먼트가 인수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앵커는 기자의 말을 들은 뒤 살짝 몸을 기울이고 질문을 던졌다.
-지금 들리는 이야기로는 원유 인수 건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투자 진행 건보다 더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였다.
투자자는 물론이고 언론과 심지어 정부까지 엑슨모빌과 세이지 인베스트먼트 간의 원유 수입 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정도였다.
기자는 앵커의 질문을 예상했다는 듯이 보고 있던 종이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들어 대답할 준비를 마쳤다.
-어쩌면 투자 협상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원유 거래에 관한 것인데요.
기자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 머뭇거렸다.
앵커는 그런 기자의 모습에 이상함을 느끼고 다시 질문했다.
-혹시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건가요?
앵커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전세계의 이목이 텍사스로 모이고 있습니다. 쿠싱 저장소 중에 세이지가 보유하고 있는 탱크들만이 비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이곳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유가가 결정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전해진 소식으로는 세이지 자회사인 미래해운이 보유한 ULCC 30척도 텍사스만에서 이동하고 있다고 하고요.
앵커는 잠시 말을 멈추고 기자를 향해 몸을 기울이고는 말했다.
-듣기로는 세이지가 감당할 수 있는 물량이 5,000만 배럴이라고 합니다. 이 정도라면 약 한 달간의 시간을 정부가 벌 수가 있는데요. 어떻습니까? 가능하겠습니까?
앵커의 질문에 기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잠시 종이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어두운 표정으로 앵커의 질문에 대답했다.
-앵커님의 말씀대로 세이지의 저장소를 이용한다면 정부는 한 달간의 시간을 벌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번 시간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대책을 세울 수 있습니다.
앵커는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이 틀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기자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기자의 다음 말은 앵커의 기대와는 다른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대대로 엑슨모빌과 세이지의 협상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이 되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엑슨모빌의 익명의 관계자 말에 따르면 인수가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협상 자리에서 나온 인수가는…… 제로이며 인도비와 수송비마저 엑슨모빌이 책임져주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뜻이지요? 세이지가 공짜로 원유를 가지고 간다는 뜻인가요?
-인수가격이 제로라는 것이고 실제 인수 비용은…… 마이너스입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앵커가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여 보이자 기자는 자세하게 앵커에게 설명했다.
원유를 산다는 것이 단순히 돈을 주고 사는 것이 아니며 부대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었다.
기자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앵커는 놀란 얼굴로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 거래가격은…….
-네. 생각하신 대로입니다. 현재 텍사스에서는 현실적인 거래가격을 마이너스로 상정하여 협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방송 내용은 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전해줬다.
마지막 저장소를 보유하고 있다는 세이지와 엑슨모빌이 현실적인 거래가격을 마이너스로 생각하여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현재 혹은 가까운 미래의 원유가격이 마이너스임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시장은 원유가격의 마이너스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텍사스에서 좋은 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투자자들은 가지고 있는 원유선물을 내던지며 시장에서 빠르게 빠져나갔다.
개인과 기관 그리고 심지어 정부 소유의 펀드에서조차 원유는 가치가 없음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15달러를 깨고 내려간 유가가 이제 날개 없는 추락을 예고했다.
전 세계 정유업계의 1분기 적자 규모가 300조를 넘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도미노 파산을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사우디 외에 모든 산유국이 기름을 생산할수록 적자라는 사실에 기업을 넘어 국가파산 이야기도 나오기 시작했다.
몇몇 중동 국가의 경우 몇 년 전에도 모라토리엄 루머가 있었던 만큼 이번에야말로 국가파산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루머가 시장에 빠르게 퍼져갔다.
그리고 결국 사우디조차 손실을 본다는 7달러 선마저 무너지자 사우디 국가 부채 규모까지 수면 위로 올라오고 말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파산 이야기까지 전해진 것이었다.
***
“고생하셨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여러 협상 자리를 나가봤지만, 이번만큼 힘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네.”
“이제 웬만하면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그래야지. 나도 이제 늙었어.”
레이 젠슨은 노곤한 얼굴로 소파로 걸어가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소파에 팔을 기댄 채로 웃고 있는 한진영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자네는 그 말도 안 되는 제안을 엑슨모빌이 어떻게 받아들일 줄 안 건가?”
레이 젠슨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한진영에게 계속 물었다.
“나는 우리 쪽 목표가 그냥 협상 자리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일종의 마지노선 같은 건 줄 알았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내가 무슨 생각을 한 줄 아나? 자네가 엑슨모빌이라는 곳을 잘 모르든가. 아니면 너무 우습게 보는 게 아니냐고 생각했다네. 조건이 너무 얼토당토않았거든.”
레이 젠슨은 지금 생각해도 황당했는지 고개를 몇 번이나 흔들었다.
그냥 자리를 지키고만 있으면 된다고 해서 마음 편하게 여행이나 가자는 생각으로 협상 자리에 참석했던 레이 젠슨이었다.
그런데 세이지 협상단의 태도를 보고 이곳에 잘못 온 게 아니냐고 생각하게 됐다.
초기 제안은 이미 레이 젠슨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보통 서로 처음 내놓은 제안은 자기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최저점과 최고점을 내놓는 것이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렇게 내놓은 제안을 기준으로 하여 이제 새롭게 다시 이야기를 나누면 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이지는 초기 제안에서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았다.
계속 조건을 낮춰가며 협상 자리를 이어가는 엑슨모빌과 달리 세이지는 첫 제안이 최종 제안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의견을 맞춰갈 생각을 하지도 않은 것이었다.
레이 젠슨은 협상이 무산될까 걱정되어 엑슨모빌을 설득했다.
그리고 세이지 측에도 한 걸음 물러날 것을 이야기하며 조정자로 협상 자리에 임했다.
하지만 이런 레이 젠슨의 노력도 잠시뿐이었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나서는 레이 젠슨이 중간에서 조정을 하려 하지 않아도 엑슨모빌이 나서서 가격을 조정하여 자리에 나섰기 때문이다.
“시간이 우리 편이라는 말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단, 일주일 만에 어떻게 이런 상황이 펼쳐진 건가?”
“모두 고문님 덕분이지요.”
“내 덕분?”
레이 젠슨의 곁으로 다가간 한진영은 물컵에 물을 따라 레이 젠슨에게 건네고는 말했다.
“고문님께서 자리에 계시니 그들이 진지하게 협상에 참여하게 된 것이고, 그 덕분에 우리가 좋은 가격에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 사람아. 난 또 무슨 말이라고…… 됐네.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그러나?”
레이 젠슨은 한진영이 신소리를 한다고 생각하고는 받아 든 물컵을 마셨다.
그러나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는지 물을 다 마신 레이 젠슨의 얼굴에서는 입꼬리가 내려가지 않고 있었다.
어쨌든 협상 결과는 대만족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가시지요.”
“가다니? 어딜?”
“오늘은 특별한 이벤트가 벌어질 것 같으니 구경하러 가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특별한 이벤트?”
레이 젠슨은 그게 무슨 소리냐면서 한진영을 바라봤다.
그러나 한진영은 아무런 대답 없이 레이 젠슨이 다 마신 물컵을 다시 건네받아 탁자 위에 놓고는 몸을 돌려 사무실을 나가려 했다.
레이 젠슨은 조금 전 들어온 사무실이건만 주인이 떠나는 모습에 계속 소파에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레이 젠슨은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한진영의 뒤를 따라갔다.
“도대체 어디를 간다는 건가?”
한진영은 레이 젠슨이 따라올 수 있도록 천천히 발걸음을 늦추고는 말했다.
“뉴욕주가 셧다운을 완화했습니다. 직원을 일주일에 20시간씩 교대로 출근하는 것으로 기존의 폐쇄에서 정책을 바꿨지요.”
“그래. 그건 나도 들었네.”
“보통은 반반 나눠 교대로 근무를 시키는 것이 정상이겠지만, 일주일에 20시간만 지킨다면 하루에 모든 직원을 출근시켜도 괜찮다는 확인을 받았습니다.”
“어?”
레이 젠슨은 한진영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고 한진영의 옆얼굴을 바라봤다.
한진영은 마치 선물상자를 받아 포장을 벗기는 재미를 이제 막 보려는 아이처럼 즐거운 표정을 한 채로 이야기했다.
“오늘 세이지 자산운용사의 모든 직원을 출근하게 했습니다.”
“모두 출근했다니? 오늘 다들 몰려들어서 할 일이 있는 건가?”
레이 젠슨은 잠시 말을 멈추고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새로운 펀드를 출시해서 물량을 담는 것도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됐고…… 지난 공매도 후에 포지션 바꾸는 것은 진작에 끝난 일 아닌가? 원유선물 매도 포지션은 물량이 너무 많아서 만기까지 들고 가기로 했다면서?”
“네. 할 일이 있어서 부른 건 아닙니다.”
“할 일도 없다면서 왜 불러? 가뜩이나 지금 사람 모이는 거에 무진장 예민한 시기인데.”
레이 젠슨은 한진영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쳐다봤다.
한진영은 이야기하다 어느새 도착한 로비 문을 레이 젠슨을 위해 직접 열어줬다.
그리고 문 앞에서 몸을 반쯤 걸치고 어서 대답이나 해달라는 듯한 레이 젠슨을 향해 이야기했다.
“축제는 모두가 함께 모여 즐기자는 게 제 생각이라서요. 그동안 재택근무를 했지만, 오늘만큼은 모두 함께 나와 즐겼으면 하는 마음에서 모든 직원을 부른 겁니다.”
“즐기자고?”
레이 젠슨이 미간을 찌푸리자 한진영은 가볍게 웃으며 레이 젠슨의 등을 손으로 감싸고 앞으로 밀었다.
어느새 도착한 차가 건물 앞에 서서 한진영과 레이 젠슨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한진영은 레이 젠슨을 이끌고 차로 이동하여 차에 올라탔다.
한진영과 레이 젠슨을 태운 차는 아직 완전하게 풀리지 않은 셧다운 속의 한산한 뉴욕 거리를 달려 세이지 자산운용이 자리하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
석유산업의 몰락이 이야기됐다.
물보다 싼 기름이라며 현재의 유가를 희화화하기도 했다.
미국의 셰일 원유 생산업체들이 밀집한 텍사스주에서는 텍사스철도위원회(TRC)가 석유 생산량 조정 명령을 내릴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9세기에 만들어진 텍사스철도위원회는 석유의 생산, 이동 등을 통제하는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OPEC+와는 별개로 자체적으로 생산량을 줄여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내놓은 것이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런 주장 또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생산단가가 40~50달러 선에 머물러 있는 셰일이 14달러를 기록하고 있는 지금 생산량을 조절하고 말고 할 것 없이 모두 곧 망할 거라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했다.
미국 정부도 감산 방안을 고민했다.
몇몇 매체는 미 정부가 원유 생산을 중단하는 미국 석유기업들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강제적 조치는 아니지만, 어려움에 부닥친 석유 업체들이 공멸하지 않도록 유인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세이지와 엑슨모빌의 협상 마무리 소식이 전해졌다.
루머로만 돌던 실질적 마이너스 거래가 세이지와 엑슨모빌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시장은 충격을 받았다.
14달러대에 자리하고 있던 유가는 급락을 보였다.
더 빠질 곳이 없어 보이는 자리를 미끄럼틀처럼 내려가기 시작했다.
“13달러대가 붕괴됐습니다.”
“현재 매수 잔량은 8,000계약 매도 잔량은 14,000계약입니다. 압도적인 매도 우위의 모습입니다.”
“거래소에서는 WTI 원유선물 거래를 임시로 제한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의가 시작됐다고 합니다.”
세이지 자산운용사에서 직원들은 떠들썩한 분위기로 무너져 내리는 유가를 바라봤다.
그들은 -10%가 넘어가는 유가의 장대 음봉을 바라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여기서 더 빠질 자리가 있었네.”
“그러게 말이야. 더 빠질 자리가 있다는 게 난 신기하기만 하다. 내가 꿈꾸고 있는 건 아니지?”
“꿈꾸고 있으면 나도 데리고 나가주라. 아무래도 너하고 같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으니 말이야.”
직원들은 자리에 앉아 전면에 크게 보이는 화면과 자기 앞에 놓인 모니터를 번갈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눴다.
특별히 무언가 일을 하기 위해 모인 것은 아니었다.
그저 지금까지 미친 듯이 달렸던 일에 대한 결과를 보는 자리로 오늘 출근을 위에서 지시하여 자리에 온 것이었다.
집에서 재택을 하던 직원들은 처음엔 구시렁거리며 회사로 나왔다.
무언가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회사로 부른 것에 불만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불만은 장이 시작되자 모두 말끔히 사라졌다.
“12달러 붕괴. 매수 잔량 5,000계약으로 3,000계약이 빠져나갔습니다. 매도 잔량은 20,000계약. 매도 쪽으로 추가 완전히 기울어져 버렸습니다.”
직원들은 소름이 돋는 느낌에 손으로 팔을 쓰다듬기만 했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져나가는 차트에 호가창을 바라보기도 두렵게 느껴지기만 했다.
“내가 지금 매매하고 있었다면…… 죽고 싶겠다.”
“왜 안 그러겠어? 이게 뭐야? 차라리 전쟁 나서 전기가 끊기는 게 낫지.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
직원들은 지옥과 같아 보이는 모습에 자기들이 현장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감히 상상도 못 할 지경이었다.
지옥이 있다면 바로 이곳이 지옥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10달러 붕괴. 매수 잔량에 남아있는 계약은 1,000계약이 안 됩니다. 시장이…….”
지금까지 뉴스를 큰소리로 전하던 직원의 목소리가 갑자기 당황하기 시작했다.
10달러까지 깨질 거로는 전혀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30%를 기록했습니다. 현재 거래소는 거래 중단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지훈이 시황을 전하던 직원을 대신하여 회의실에 앉아있던 한진영을 비롯한 세이지의 사장단에게 소식을 전했다.
최석영은 조지훈의 소식에 한진영을 슬쩍 돌아보고 말했다.
“진짜 멈출…… 까요?”
반말하려던 최석영은 자리에 다른 사람도 있는 것을 확인하고 존대했다.
아무리 둘만 있을 땐 편하게 대하는 사이라지만 지킬 건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액션만 취하는 거죠. 여기서 멈춘다? 하하하. 이미 마이너스 호가까지 테스트가 끝난 상황인데 한번 보러 가야죠.”
한진영은 이미 알고 있는 영화 결말을 이야기하듯이 말하고는 홍대민에게 지시했다.
“평소라면 이대로 축하주라도 따고 떠들썩한 분위기를 연출하겠지만 지금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럴 수는 없겠죠. 대신 섭섭하지 않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도록 하세요. 이번 유가의 하락으로 우리가 그동안 끈덕지게 견디고 견뎠던 공매도 포지션이 마무리되는 거니까요.”
“네. 안 그래도 모두 자리한 곳에서 이번 분기 인센티브를 공개할 생각이었습니다. 이런 류의 발표는 회사에서 들어야 제맛이니까요.”
홍대민은 손짓하여 비서에게 자리에 있는 직원들에게 통보 메일을 보내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