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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증권사 생활-550화 (550/650)

550화 그들 위에 올라서겠다

“다시 생각해도 월스트리트를 떠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

레이 젠슨은 소파에 앉은 채로 나스닥 지수가 그려지고 있는 차트를 바라보고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8,900? 하하하. 내 눈이 잘못된 건 아니지?”

한진영은 책상 의자에서 일어나 레이 젠슨이 앉아 있는 곳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제대로 보고 계신 겁니다.”

“그런데 8,900이라고? 돌았어. 미쳤어. 제정신들이 아니야.”

레이 젠슨은 자기에게 다가오고 있는 한진영을 슬쩍 돌아보고 말했다.

“그래. 자네 말대로 연준이 무제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만큼 시장이 우상향할 거라는 말에 동의하네. 그래도 이건 너무하지 않나? 8,000을 뚫고 올라갈 때만 해도…… 뭐 그 정도 반등은 나도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니 그러려니 했어. 그러던 지수가 8,500까지 올랐을 때는…… 이건 좀 과하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8,900? 9,000 돌파가 코앞이라고?”

레이 젠슨은 자기 앞에 앉는 한진영을 따라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자네가 보기엔 어떤가? 시장이 너무 과열돼서 한 번 정도는 숨을 고르고 갈 것 같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한진영이 자리에 앉으며 은근한 미소를 띠었다.

레이 젠슨은 그런 한진영의 표정을 보고 어이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이래서 내가 은퇴하기를 잘했다고 하는 거네. 도대체 갈피를 잡지 못하겠네. 분명 머리로는 시장이 오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자네를 보니 또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정답을 알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제가 어디까지 오를지 알려 드리겠습니다.”

“됐네. 이야기하지 말게. 나는 관심이 없으니까.”

레이 젠슨은 이야기하지 말라는 듯이 손을 들어 올리고는 휘저었다.

“말할 생각 말게. 그냥 한발 물러난 상태로 영화 보듯이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볼 테니까 결과 알려줄 생각일랑 하지 말게.”

“제 생각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퍽이나.”

레이 젠슨은 무슨 그런 농담을 하느냐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지금까지 했던 투자 중에 가장 잘한 투자가 뭔 줄 아나? 바로 회사를 자네에게 넘긴 거라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말만이 아니야.”

레이 젠슨은 진지한 얼굴로 한진영을 바라보고 말했다.

“나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네.”

레이 젠슨은 말을 마치고 한진영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리고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번에 자네가 벌어들인 돈이 얼마인가?”

“글쎄요. 이제는 저도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가 돼서 보고를 받아야 정확한 수익을 알 것 같습니다. 알아오라고 지시할까요?”

한진영이 조지훈을 부르려 할 때 레이 젠슨은 한진영을 말렸다.

“아니네. 자네는 모르겠지만 나는 대충 아니까 괜찮네.”

“대충 아신다고요?”

“늙은이가 집에서 놀면서 뭐하겠나? 그런 거나 계산하고 있어야지.”

레이 젠슨은 할 일이 없어 소일거리로 계산했다는 듯이 말하지만, 한진영은 그런 이유로 계산한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레이 젠슨은 정말로 얼마나 수익을 올렸는지 궁금했고, 그걸 알아보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내 계산이 맞는다면 지난 하락과 이번 상승을 통해 내가 자네에게 넘긴 브릿지랜드의 자산만큼을 손에 넣었을 거로 생각하네. 어떤가?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나?”

“1,500억 달러…… 저도 뭐 대충 그 정도쯤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기는 했습니다.”

“그래. 그럴 거야. 크게 다르지 않을 거야.”

한진영에게 자기 계산이 맞느냐고 물어봤던 레이 젠슨이었다.

그러나 그는 확신이 있었다.

몇 번이고 계산기를 두드려봤고, 몇 번이나 확인했기에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물어본 것은 그렇게 확신이 있음에도 여전히 1,500억 달러라는 수익이 믿기 어려운 숫자였기 때문이다.

“1,500억…… 내가 평생을 일구어 만든 거야. 고객의 자금을 유치하고 회사의 자금을 늘려서 겨우 만든 자금이야. 그런데 자네는 그걸 1년 만에 만들었어. 그것도 고객의 자금 유치 없이 순수하게 수익만으로 만들었어.”

“모두 고문님이 브릿지랜드라는 탄탄한 기반을 넘겨주셔서 할 수 있었던 일입니다.”

“됐네. 그런 소리 듣자고 한 말은 아니니까.”

입은 됐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눈은 웃고 있는 것이 한진영의 말을 기쁘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레이 젠슨은 웃는 얼굴을 숨기지 않은 채 한진영에게 이야기했다.

“투자에도 재능이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네. 그리고 내가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고 믿었었네. 자네를 만나기 전까지 말이야.”

한진영은 레이 젠슨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가만히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지금 상황에서 아니라고 이야기하든 맞는다고 이야기하든 어느 쪽도 한진영은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레이 젠슨은 한진영에게서 시선을 돌려 화면을 바라보고 말했다.

“그런데 자네를 보고 느꼈네. 범인과 천재의 차이가 무엇인지…… 8,900…… 나라면 여기서 정리를 했을 거야. 하늘이 도와 세이지가 매수한 자리에서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말이지. 이게 내 한계네.”

레이 젠슨의 목소리에는 쓸쓸함이 묻어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원함도 함께 느껴졌었다.

마치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는 초탈함마저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그러니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미리 아는 것은 나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야. 오히려 미래를 미리 알아 재미가 반감될 수 있으니 자네는 내가 알려달라고 하기 전에는 아무 소리 하지 말게. 나도 나름대로 상상하고 계산하여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생각하며 지켜볼 테니 말이야.”

레이 젠슨의 말에 한진영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고문님께서 물어보지 않으면 먼저 이야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한진영은 레이 젠슨을 향해 약속했다.

그리고 그에게 듣기 좋은 말을 건넸다.

“그래도 고문님께서는 제가 가지지 못한 경험을 저에게 알려주지 않으십니까? 특히 여기 월스트리트에서 살아남는 법 말입니다. 저에게는 그게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이곳은 능력만으로는 살아남기에 버거운 곳이니 말입니다.”

한진영의 말에 레이 젠슨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안 그래도 그 이야기를 하려고 오늘 자네를 만나러 온 거네.”

한진영은 레이 젠슨의 말에 살짝 눈을 동그랗게 떴다.

레이 젠슨이 사무실에 온 진짜 이유가 있다는 사실에 한진영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레이 젠슨은 한진영에게 이야기 잘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대한민국에 돌아간다고?”

“네. 다음 주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고문님도 함께 가시겠습니까?”

“아니네. 요즘 같은 시기에 나와 같은 사람이 왔다갔다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야. 나는 이곳에서 자네를 기다리겠네.”

코로나19 초기 당시 대한민국 이야기는 미국에서도 꽤 큰 이슈가 되었었다.

종교단체의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걸린 채로 숨어다닌다는 이야기가 이곳까지 전해졌던 것이었다.

그래서 대한민국보다 훨씬 많은 감염자를 내놓는 미국이었지만 여전히 미국 사람들은 대한민국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했다.

한진영은 레이 젠슨 또한 같은 마음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더는 권하지 않았다.

대신 다음을 기약했다.

“상황이 조금 나아지면 제가 고문님을 위해 직접 가이드를 하겠습니다. 그때 함께 대한민국에 가도록 하시죠.”

“그러게. 그때가 되면 나도 더는 사양하지 않겠네.”

“넉넉히 시간을 잡아 방문하셔야 합니다. 생각보다 대한민국에는 볼 곳이 많으니 말입니다.”

“알겠네. 자주 찾기 어려운 곳이니 당연히 길게 시간을 잡고 찾아야겠지. 그때 너무 길다고 중간에 도망가지나 말게.”

“하하하. 고문님을 위해 가이드를 하는 것인데 제가 어찌 그러겠습니까?”

“그래야 할 걸세. 내가 지금 자네가 하는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을 테니 말이야.”

“네. 원하신다면 각서까지도 쓰겠습니다. 그러니 고문님이야말로 대한민국에 오신다는 약속 꼭 지키셔야 합니다.”

“그건 걱정하지 말게. 집에 돌아가면 와이프에게 이야기할 작정이니까. 그러면 내가 기억을 잊더라도 와이프가 기억해서 가자고 할 테니까 잊을 걱정일랑 하지 않아도 된다네. 내가 무덤에 들어가도 파내서 재를 만들어 들고라도 여행을 갈 사람이니까.”

레이 젠슨은 농담을 건네고는 크게 웃었다.

그렇게 한동안 웃던 레이 젠슨은 이제 가벼운 이야기는 모두 했다는 듯이 얼굴에서 점차 웃음기를 지워갔다.

그리고 차분한 목소리로 한진영을 향해 이야기했다.

“여행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대한민국에 일이 있어서 들어간다는 건 알고 있네. 하지만 최대한 빨리 볼일을 보고 돌아오도록 하게.”

“최대한 빨리 돌아오라고요? 선밸리 콘퍼런스 때문에 그러시는 건가요?”

“그것도 그렇지.”

“그것도 라면…… 다른 이유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한진영의 물음에 레이 젠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른 이유가 있다네.”

“그게 무엇입니까?”

“단기간에 자네는 너무 두각을 보였어.”

“제가 올린 성과가 문제가 되는 것입니까?”

“그렇다네. 그게 문제가 됐어.”

레이 젠슨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한진영을 향해 말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 나와 여러 곳을 다녔던 것 기억나나?”

“네. 기억납니다. 고문님께서 저를 알리기 위해 애쓰셨던 것을 어찌 기억하지 못하겠습니까?”

“그래. 그때는 그랬지. 자네를 월스트리트에 알리기 위해 노력했어야만 했네. 자네는 이곳에서 무명보다도 못한 이방인이었으니까. 아시아 그것도 금융 세계에서는 변방에 불과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이곳에 온 자네는 내가 옆에 있어도 무시를 당할 정도였지.”

레이 젠슨의 말에 한진영은 동의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 전의 일이 아니었기에 그의 기억 속에도 생생하게 그때의 기억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레이 젠슨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얼굴에 웃음기를 지워가는 한진영을 바라보고 계속 이야기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자네는 유명해졌네. 코로나19 때문에 파티가 중단되지만 않았다면 자네는 어딜 가나 주목을 받았을 거야. 선밸리에 초대되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면 자네를 부르기 위해 경쟁까지 벌어졌을 거라고 확신하네.”

한진영도 레이 젠슨의 말에 동의했다.

이제 한진영은 월스트리트 내에서도 유명인사였으며 그를 행사에 초대하기 위해서는 줄을 서야만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월스트리트에서 현재 가장 잘나가는 사람이 한진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런 유명세가 어째서 대한민국에서 빨리 돌아와야 할 이유인지 한진영은 알 수 없었다.

레이 젠슨은 인정하면서도 의아한 표정의 한진영을 향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자네가 유명인이 됐다고 해서 자네의 피부색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네.”

“제 피부색이 문제가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레이 젠슨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여기선 그게 문제가 되네.”

“동양인이라는 것이 말입니까?”

“듣기 거북하겠지만…… 그게 현실이네.”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한진영의 표정에서 더는 웃음기는 찾을 수가 없었다.

레이 젠슨과 대화를 하며 어느 정도 그도 예상했던 이야기였던 것이었다.

레이 젠슨은 말을 하고 굳어진 한진영의 얼굴을 바라봤다.

한진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잠시 고개 숙여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레이 젠슨은 한진영이 이런 현실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속이 끓어 오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를 다독이기 위한 말을 건넸다.

“그렇게 기분 나빠하지 말게. 나도 이런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네. 하지만 어쩌겠나? 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만들어 놓은 악습과도 같은 일이니 말일세. 차라리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편이 자네에게 더 이로울 걸세.”

“아닙니다. 기분이 나빠하지 않습니다. 그저 해결책을 생각하느라 잠시 정신이 딴 데 가 있었습니다.”

“해결책을 생각했다고?”

한진영의 말에 레이 젠슨은 흥미롭다는 듯이 한진영을 바라봤다.

“내가 일찍 돌아와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자네는 알고 있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 주류를 이루며 저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이들이 제 등을 노릴 걸 염려하셔서 그런 것 아닙니까?”

“맞네. 조금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자네는 주류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네. 그렇다면 이곳 사람들이 받아들일 건 두 가지네. 자네를 주류로 받아들이든가 아니면 자네 등에 칼을 꼽든가…….”

레이 젠슨의 말에 굳어져 있던 입가가 점점 풀려갔다.

“그들은 저를 받아들이기보다 제 등에 칼을 꽂으려 할 겁니다. 고문님의 말씀대로 제 피부색은 그들과 다르니까요. 그걸 걱정하신 것 아닙니까?”

“흐음…….”

한진영의 말에 레이 젠슨은 짧은 신음을 내뱉으며 마음 아파했다.

하지만 한진영은 그런 레이 젠슨의 모습에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조금 전 제가 해결책을 생각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설마 그 짧은 시간 동안 해결책을 정말로 떠올렸다는 말인가?”

“네.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해결책이 간단하다고?”

레이 젠슨은 한진영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바라봤다.

그가 알고 있는 월스트리트에서의 인종차별에 대한 해결책이 그리 쉽게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진영은 레이 젠슨의 생각과 달리 정말로 해결책을 떠올렸다는 듯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간단한 만큼 확실한 방법이니까요.”

“간단해서 확실하다니? 나는 도대체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그러니 해결책이 무엇인지 나에게 이야기해주게. 내가 듣고 직접 판단할 테니까.”

레이 젠슨이 도대체 그 해결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얼굴로 손을 들어 한진영을 향해 이야기해보라며 까닥였다.

한진영은 그런 레이 젠슨을 향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저에게 감히 등에 칼을 꽂을 생각도 못 하게 만들면 됩니다. 그럼 선택할 방법 한가지가 지워지는 것이니 남은 한 가지를 강제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등에 칼을 꽂는 선택을 지워 자네를 주류로 받아들이게 한다는 건가?”

“바로 그렇습니다.”

레이 젠슨은 한진영의 말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정말 해결책인가?”

“간단하면서 확실한 해결책이지요.”

“허허…….”

레이 젠슨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터트리고 고개를 저었다.

“뭐 그래. 선택지 하나를 지워 나머지 하나를 강요하게 하는 방법은…… 확실한 해결책이기는 하지.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그럼 자네의 등을 감히 찌르지 못하게 어떻게 만들 생각인가?”

“그건 더 간단합니다.”

한진영은 마치 1+1의 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답하듯이 레이 젠슨의 질문에 대답했다.

“제가 그들 위에 올라서면 됩니다.”

“뭐?”

레이 젠슨은 생각도 못 한 대답이 나와서 그런 것인지 눈살을 찌푸리고 한진영을 바라봤다.

한진영은 자세한 설명을 원하는 듯한 레이 젠슨의 표정에 설명을 덧붙였다.

“제 위치가 그들의 위에 있으면 제 등을 찌를 생각하지 못할 겁니다. 올려다본 시선에는 제 발바닥만 보일 테니까요.”

“그들 위에 올라선다? 그들이 누구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알고 있지?”

“알고 있습니다.”

“좋아.”

레이 젠슨은 한진영에게 확인했다.

그리고 확인이 끝나자 무릎에 손을 올리고 한진영을 향해 몸을 기울인 채로 물었다.

“알고 있다니 들어보기나 하세. 그들 위에 어떻게 올라갈 생각인가?”

한진영이 알고 있다는 그들은 전세계 금융시장을 손에 올려놓은 이들이었다.

그런 그들 위에 올라선다는 말을 다른 사람이 했다면 꿈이 아니라 망상이라며 더는 관심도 주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한진영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지금까지 한진영이 보여준 모습이 레이 젠슨에게 확신을 줬기에 결과보다 과정에 궁금증을 나타냈다.

한진영이라면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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