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증권사 생활-556화 (556/650)

556화 무조건 돈을 받아낼 안전판을 만든다

-세이지증권은 금일 오전 대한정유 측과 투자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계약 총액은 1조 5,000억으로 보통주 5%와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전일 마감 기준으로 하여 넘겨받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상반기 3조가 넘는 적자로 유가 위기를 직격탄으로 맞았던 대한정유는 이로 인해 고비를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는…….

방송에서는 오전에 나왔던 발표인 세이지와 대한정유의 소식이 전해졌다.

“대한정유도 한시름 놓았겠습니다.”

삼선전자 부회장인 이무용은 시선을 돌려 한진영을 바라보고 말했다.

“네. 잘 된 일이지요.”

한진영은 화면을 바라본 채로 이무영의 말에 대답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이무용을 향해 물었다.

“결정은 하셨습니까?”

이무용은 한진영의 시선을 마주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결정했습니다.”

한진영은 결정했다는 이무용의 말에 그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물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저희는 두 번째 제안을 선택할 생각입니다.”

“두 번째 제안…… 진심이십니까?”

“네. 그게 저희의 결정입니다.”

한진영은 이무용의 말에 잠시 팔짱을 꼈다.

심각한 고민을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한진영을 향해 이무용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역시 세이지로서도 부담이 가는 선택이겠지요?”

이무용의 질문에 한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부담이 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20조라는 금액이 적은 금액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대신 이득 또한 많지 않겠습니까? 첫 번째 제안보다는 말입니다.”

한진영은 고개를 들어 이무용을 바라보고 웃었다.

“잘 된다면 그렇겠지요. 반대로 그럴 일이 없으니 삼선전자에서는 첫 번째 제안이 아니라 두 번째 제안을 선택하신 것 아닙니까? 저희를 생각하여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실 테니 말입니다.”

“아닙니다. 저희는 세이지를 위하여 내린 결정입니다.””

이무용이 강하게 아니라며 손을 내저었다.

“그게 양심적으로 생각했을 때 가장 나은 방법이라 생각했으니까요.”

“양심이요?”

한진영이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자 이무용은 한진영을 향해 열성을 다해 설명했다.

“아시다시피 지금은 시장이 침체에 들어가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저희도 자금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세이지의 도움을 받아 NXF를 인수하려 하는 겁니다. 한데 상황이 나아져 가격이 올랐을 때 세이지가 얻는 이득이 더 큰 쪽이 되어야 좋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삼선전자 보다는 NXF가 더 큰 이득을 세이지에 줄 것 같아서 NXF를 선택했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무렴 삼선전자보다 주가 상승폭이 NXF 쪽이 더 크니까요.”

세이지의 이득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바득바득 우기는 이무용이었다.

한진영은 그런 이무용의 모습을 보고 가만히 웃기만 했다.

이무용은 한진영을 향해 세이지가 이득이라는 주장을 계속 이어갔다.

“우선 세이지가 먼저 자금을 대 인수한 뒤 1년 뒤에 저희에게 넘긴다면 세이지도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으실 겁니다. 그만큼 NXF는 매력적인 회사이니 말입니다.”

“차량용 반도체의 미래를 확신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네. 차량용 반도체는 장래가 밝은 업종입니다.”

이무용은 혹시라도 한진영의 마음이 바뀔까 걱정되어 걱정하는 눈으로 말을 마치고 한진영을 바라봤다.

차량용 반도체 회사인 NXF는 몇 년 전부터 시장에 매물로 나와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3년 전 미국의 반도체 회사에 인수되기도 했지만 중국 상무부의 반대 때문에 인수가 불발된 뒤 주인을 찾지 못한 채로 시간만 보내는 중이었다.

이곳을 인수하려 한다며 삼선전자의 이무용이 한진영을 찾아왔었다.

미국의 반도체 회사가 인수할 때 가격이 50조였지만 지금은 20조로 반 토막이 난 상태기에 매력적인 가격이 되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중국 상무부 문제도 다 해결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이미 중국 측과 이야기가 끝이 나 인수만 한다면 미국 회사에 걸었던 딴지를 삼선전자에는 걸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했다.

그저 지금은 돈이 문제였고, 그 돈을 세이지가 지원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진영도 NXF를 눈독 들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자동차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증가와 전기차의 약진으로 차량용 반도체를 쓰이는 곳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상하지 못한 경쟁사의 생산 차질까지 더해져 차량용 반도체 가격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 되는 세상이 펼쳐진다는 것을 한진영은 지난 시절을 통해 이미 경험한 상태였다.

그래서 세이지 인베스트먼트는 진작에 NXF에 인수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었다.

앞으로 회사 가치가 수 배는 오를 것이 확실한 회사를 그냥 보고 넘길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NXF는 투자회사로의 피인수를 거부했다.

투자회사에 인수되어 회사 팔다리가 잘려나가는 것을 걱정했던 것이었다.

비록 지금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더라도 같은 반도체 업종에 인수당하는 것을 NXF가 원했다.

그래야 제대로 된 미래를 인수한 회사와 함께 그려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세이지는 이런 NXF의 생각을 전해 듣고 아쉽지만, 인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좋은 회사라고 하더라도 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상황에서는 인수협상을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음을 접고 NXF에 대한 미련을 접을 때 삼선전자의 이무용이 찾아왔다.

“NXF를 인수하는데 함께 참여해주십시오.”

이무용의 말에 한진영은 살짝 놀랐었다.

한진영의 지난 기억 속에 삼선전자는 1년이 지난 뒤에나 NXF 인수에 뛰어들었다 실패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세이지라는 변수가 생겨 삼선전자는 1년 먼저 NXF 인수에 뛰어들려 했다.

지금은 자금이 부족하지만, 세이지가 자금을 지원해준다면 NXF 인수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던 것이었다.

“세이지가 도와준다면 NXF에 대한 인수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떻습니까? 삼선전자와 함께 NXF 인수에 참여하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한진영은 이무용의 제안을 듣고 잠시 고민했다.

NXF라는 회사의 미래를 알기에 인수협상에 참여한다는 것이 매우 매력적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쉽게 그렇다고 대답할 생각은 없었다.

‘삼선전자의 들러리가 될 수는 없지.’

20억 달러의 회사가 100억 달러의 가치를 가진 회사로까지 성장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연이율 10%의 재무적 투자자로 인수협상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한진영이었다.

그래서 참여 방식을 세이지에게 일임하겠다는 삼선전자를 향해 한진영은 역제안을 걸었다.

삼선전자가 됐건 NXF가 됐건 세이지는 20조에 대한 담보물을 잡고 싶으며 투자 수익을 내놓은 담보가치가 오른 것으로 받겠다는 것이었다.

한진영의 제안을 들은 이무용은 깊은 고민을 한 뒤 오늘 한진영에게 와서 자기들의 선택을 이야기했다.

NXF를 담보물로 내놓겠다.

도저히 삼선전자의 주식을 담보물로 내놓지 못하게는 이무용 부회장은 NXF를 담보물로 내놓아 1년 뒤 NXF의 기업가치를 계산하여 세이지에서 돈을 주고 주식을 회수하겠다는 선택을 한 것이었다.

이무용은 마른침을 삼키며 자기의 선택을 한진영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가만히 기다렸다.

이무용의 시선을 받으며 잠시 고민하던 한진영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삼선전자의 지분을 내놓을 수는 없겠지.’

20조라면 삼선전자의 지분 약 3%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이미 약 4%의 지분을 확보해놓고 있는 세이지 자산운용에 3%의 지분을 더 확보한다면 국민연금을 제외하고 가장 큰 지분을 획득한 투자자 자리까지 올라설 수 있었다.

한진영은 이걸 삼선전자는 물론이고 이무용도 원하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아직 지분구조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 한 곳에 7%의 지분이 쏠린다면 승계 과정에 잡음이 생길 가능성이 농후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예상대로 NXF를 선택한 이무용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1년 뒤에 세이지에서 주식을 회수할 것을 기대하고 투자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시겠지만 1년 뒤 가격으로 회수하셔야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세이지의 몫 아닙니까?”

한진영이 자기들의 선택을 받아들인 것에 안심한 이무용은 가슴을 쓸어내리고는 웃었다.

“잘 선택하셨습니다. 절대 후회하시지 않으실 겁니다.”

“대신 저희와 계약서 한 장 써주셨으면 합니다.”

“계약서요?”

이무용은 한진영의 말에 잠시 움찔하는 모습을 보였다.

계약서라는 말이 불안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잠시 몸을 뒤로 물리는 이무용을 바라보고 계약서 내용을 이야기했다.

“저는 부회장님을 믿고 삼선전자를 믿습니다. 자금이 확보되는 1년 뒤에 분명 삼선전자에서 세이지가 담보로 잡고 있는 NXF의 주식을 회수해 갈 거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한진영의 말에 이무용은 한진영이 무슨 말을 할지 예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해하는 듯한 얼굴로 한진영의 나머지 말을 들었다.

“하지만 사업을 하면서는 인간적인 믿음으로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부회장님도 아실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편하게 말씀하셔도 괜찮습니다.”

이런 때는 자기가 먼저 이야기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 이무용이 한진영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럼 만약 1년 뒤 NXF의 주식을 회수하지 못할 시 위약금을 물도록 계약서를 작성하면 되겠습니까?”

“아니요.”

한진영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이무용을 똑바로 바라본 채로 말했다.

“1년 뒤 NXF의 지분 가치만큼의 삼선전자의 주식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삼선전자의 주식을요?”

이무용이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

“삼선전자의 주식을…… 그러니까 NXF와 삼선전자의 주식을 맞교환하자는 이야기입니까?”

“그렇게 놀라실 필요 없으십니다. 1년 뒤 주가에 맞추어 NXF의 주식을 현금으로 회수한다면 적용되지 않을 안전판과 같은 조건일 뿐입니다. 삼선전자에서 전액 현금을 주고 주식을 회수하신다면 자동으로 폐기될 조건이지요.”

한진영의 말에 이무용이 잠시 고개를 숙여 생각에 잠겼다.

한진영은 이무용에게 생각할 시간을 줬다.

듣자마자 결정할 정도로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동안 생각에 잠겼던 이무용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현금이 부족하여 NXF의 주식을 회수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합당한 무언가를 내놓아야 하겠지요. 그게 삼선전자의 주식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테고요.”

이무용의 말에 한진영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이무용은 한진영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바로 계약을 진행하도록 하시죠.”

“제가 드리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바로 시작하도록 지시를 내리겠습니다. 삼선전자에서는 NXF와 인수협상에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한진영의 말은 조만간 돈이 곧 들어갈 거라는 이야기였다.

20조가 이렇게 빨리 준비되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이무용은 놀라면서도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세이지의 도움을 받아 원하는 회사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무용이 한진영과 간단한 이야기로 마무리 인사를 마치고 사무실을 떠나자 조지훈이 안으로 들어왔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나 사장에게 준비한 자금 삼선전자에 넘길 준비하라고 해. 그리고 법무팀에 이야기해서 계약 체결 진행하라고 해. 삼선전자에서도 바로 움직일 테니까 우리 쪽에서 괜히 시간 끌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꼭 전하고.”

“네. 알겠습니다. 이미 사전 준비에 들어갔던 만큼 진행에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오히려 삼선전자가 우리 법무팀 속도를 따라올까 그게 걱정입니다.”

“우리가 달려가면 그쪽은 따라오게 되어 있어. 그만큼 그쪽도 급한 상태니까 말이야.”

한진영은 이무용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계약 체결 속도를 높이기 위해 사전 작업을 지시하여 미리 시작한 상태였다.

그래야 삼선전자 쪽도 달려나가는 세이지의 등을 바라보고 빠르게 따라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한진영의 말에 조지훈은 삼선전자가 따라올 수 있느냐는 의문은 접어두고 다른 궁금증을 한진영에게 보였다.

“회장님. 그럼 회장님의 최종 목표는 삼선전자의 지분인 건가요?”

이무용이 떠난 뒤 리모컨을 잡고 TV를 조작하던 한진영은 조지훈의 질문에 고개를 돌려 조지훈을 바라봤다.

“삼선전자 지분?”

“네. NXF를 이용하여 삼선전자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 조건을 걸으신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서요.”

“하하.”

한진영은 짧게 웃고는 리모컨을 들어 화면이 아닌 조지훈을 가리켰다.

“그래. 조 실장이 그런 생각을 하는 걸 보니 삼선전자 쪽도 그 생각을 하겠지?”

“네. 저도 생각한 일이니까요. 아마 이무용 부회장도 웃으며 사무실을 나갔지만, 건물을 나간 뒤에는 절대 삼선전자 주식을 뺏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나에겐 좋은 일이지.”

“네?”

한진영은 다시 리모컨의 방향을 TV 쪽으로 바꿔 채널을 돌리며 말했다.

“내가 원한 게 바로 그거니까.”

“바로 그거라고요? 그럼…… NXF의 주식을 삼선전자가 어떻게든 회수하게 하기 위해 삼선전자 지분 교환 조건을 넣으신 겁니까?”

“잘 알고 있으면서 뭘 물어?”

조지훈은 자기가 말하고도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못했다.

누가 보더라도 NXF 주식보다 삼선전자의 지분이 가치가 더 높은 것이었다.

그래서 삼선전자의 주식을 확보하기 위해 조건을 건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애초에 한진영은 삼선전자의 지분 확보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미 4%를 확보한 상황에서 나머지 3%의 지분까지 확보한다면 한 회사에 쏠림 현상이 생길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이 중요하게 여기는 밸런스에 맞지 않는 상황을 일부러 만들 이유가 없었던 것이었다.

한진영은 TV 화면을 바라본 채로 설명했다.

“내가 삼선전자 주식 교환 조건을 건 이유는 NXF 주가가 너무 올라버려 삼선전자 측에서 주식을 회수하지 않을 걸 걱정해서 안전판으로 걸어 놓은 조건이야.”

“너무 오른다고요?”

“그래. 20조가 100조가 되어 버리면 삼선전자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테니까.”

100조라는 말에 조지훈은 눈을 더욱 크게 떴다.

기업가치가 1년 만에 20조에서 100조까지 오른다는 사실이 조지훈을 놀라게 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진영은 깊은 밤이 지나면 해가 뜬다는 듯이 당연하다는 말투로 TV 화면을 바라본 채로 이야기했다.

“괜히 부담스럽다고 전체를 다 회수하지 않고 반만 회수한다든지 아니면 시기를 늦춘다든지 괜한 꼼수를 쓰지 말란 법이 없으니까.”

한진영의 말에 조지훈을 급히 정신을 차리고 맞장구를 쳤다.

“돈을 주지 않으면 삼선전자 주식과 교환을 해야 하는데…… 현재 침상에 누워있는 아버지의 지분을 확보하여 경영권을 완전히 틀어쥐려는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회장님의 지분이 부담될 겁니다. 분명 삼선전자와의 주식교환이 아닌 돈으로 NXF의 주식을 확보하려 할 겁니다.”

“그래. 그걸 노리고 한 거야.”

한진영은 TV 화면을 돌리다 미국 증시상황이 나오는 채널에 돌리던 것을 멈췄다.

그리고 잠시 증시브리핑을 듣던 한진영은 리모컨을 내려놓고는 조지훈에게 말했다.

“이제 그만 돌아가자.”

“뉴욕으로 돌아갈 준비를 할까요?”

“그래. 노친네 지금 뉴욕에서 내가 언제 오나 하고 목 빠지라 기다리고 있겠다. 얼추 투자도 다 했고 재단 관련 일도 마무리했으니 이제 돌아갈 때가 된 것 같다. 정리하고 떠날 준비해.”

“네. 알겠습니다.”

한진영은 크게 대답한 조지훈에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화면 속의 앵커는 어느새 9,500까지 올라온 나스닥 지수의 상승세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는 중이었다.

당장에 5,000이 깨지고 세 자리 숫자까지 볼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여 있던 나스닥 지수가 어느새 전고점에 근접한 위치까지 올라오고 만 것이었다.

시장은 공포를 잡아먹으며 상승한다고 하지만 그 상승의 폭이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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