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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증권사 생활-558화 (558/650)

558화 일 생각만 해라

블랙문은 1988년 게리 챈슬러와 토미 랜스에 의해 설립됐다.

설립 초기 블랙문은 고객들의 위험 관리를 대신 해주고 자산을 관리해주는 일을 하며 사세를 키워갔다.

차근차근 업계에서 업력을 키워가던 블랙문이 급격하게 상승하게 된 배경에는 주택시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대한민국도 그렇지만 미국 또한 주택시장의 위험을 탐지해내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수년에 걸쳐 팽창하던 주택시장의 갑작스러운 위기는 어떤 전조증상 없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블랙문은 그걸 잡아내는 위험 관리 시스템을 고안해냈다.

그들이 만든 알고리즘을 통해 주택시장의 위험도를 계산해 낼 수 있었으며, 그 계산법의 정확도는 지금까지 수많은 시스템을 압도하는 성공률을 보여줄 정도였다.

몇 번의 주택시장 붕괴는 블랙문에게 큰 기회를 가져다줬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던 일을 블랙문은 잡아냈고, 그것을 발판으로 삼아 회사를 성장시켜 나갈 수 있었다.

특히,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 미국의 주택시장 붕괴를 예측하여 시장을 철수했던 일은 지금까지도 회자할 정도였다.

이렇게 위험을 누구보다 빠르게 찾아낸다는 것은 고객에게 큰 신뢰를 주는 일이었다.

그리고 고객 중 수익률보다 안전성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연기금과 은행, 증권사 같은 대형 투자기관은 블랙문의 위험관리를 마음에 들어 했다.

이런 대형 기관들의 투자는 블랙문의 자산을 빠르게 성장시켰다.

국부펀드와 같은 곳의 엄청난 투자금이 쏟아져 들어왔고 이를 바탕으로 블랙문은 경쟁사들을 인수하여 몸집을 더욱 크게 불려 나갔다.

현재 블랙문의 자산의 자산은 3조 달러 정도로 평가받았다.

한화로 약 3,000조가 넘는 금액으로 연간 글로벌 경제 활동의 약 2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움직이고 있다고 예상했다.

한국 GDP의 두 배에 이르는 금액에 달하는 블랙문의 자산은 전세계 주요 기업 중 보유하지 않은 기업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들의 힘은 전세계에 뻗쳐있는 상황이었다.

아시아 및 신흥시장에 대해서는 대출기관 역할을 할 정도로 그들의 힘은 거대하기만 했다.

현재 블랙문은 자산운용사 이상의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 절대적인 기업이었다.

바로 이런 곳을 설립한 사람이 바로 게리 챈슬러였다.

30대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자기만의 회사를 세운 후 20년 만에 업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그리고 40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미 전 세계 시장의 절대자 자리까지 올라간 사람이었다.

한진영의 곁에 전설이라고 불리는 레이 젠슨이 함께하고 있지만, 레이 젠슨조차 게리 챈슬러에 비한다면 한참 모자란 감이 있을 정도였다.

그와 견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 대중적으로 더 유명한 사람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정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꺼리는 사람이었다.

또한, 자산만 놓고 보자면 1조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으로 3조를 넘긴다는 블랙문에 모자라는 수준이었다.

국부펀드를 비롯하여 적극적으로 금융기관 등의 자산투자를 받아 운용하는 것이 아닌 직접 운용을 추구하기에 블랙문보다 자산 부분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시장 관계자들은 블랙문의 영향력을 더 높이 쳐줬다.

당장 지난 정권 경제 관료에 블랙문 출신들이 포진되어 있었으며 앞으로 야당이 정권을 잡게 된다면 또다시 블랙문의 전현직 직원들이 중용 받을 거라는 예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지난 시절 블랙문을 떠올렸다.

블랙문이 아시아 시장 특히 한국 시장에 진출하며 한국의 여러 자산운용사와 유니언을 형성했었다.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만큼 함께하는 곳을 통해 한국 시장에 대해 이해하려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그리고 유니온을 결성한 한국의 회사들에는 미국진출 및 해외시장 진출에 블랙문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기회를 주겠다고 유혹했었다.

한진영은 회사를 더욱 크게 키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그랬지만 지난 시절에도 지금 못지않게 의욕적으로 해외시장에 대한 진출을 노렸고, 그런 한진영에게 블랙문의 제안은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건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었다.

블랙문이 이렇게 유니온을 결성한 것은 기존 업체들을 통해 그 지역의 특성과 노하우를 빼먹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모든 것을 손에 넣은 뒤 약속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유니언을 해체하며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입을 닦아버리는 식으로 각국에 진출했던 것이었다.

이런 블랙문의 몰지각한 행동에 반발하는 곳이 나타나고는 했다.

대표적으로 한진영이 세운 회사가 그랬었다.

한진영은 약속을 지킬 것을 정식으로 요구했다.

세계적인 회사인 블랙문이 아시아에 자리하고 있는 자그마한 회사를 상대로 불공정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언론을 통해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했고 법률 자문을 받아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진영은 사회가 정한 테두리 내에서 규정에 맞게 그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하여 항의했다.

그러나 블랙문은 한진영과 다른 방법으로 대응했다.

바로 진출한 국가의 정계에 가장 강력한 힘을 보유한 곳과 손을 잡아 정치적으로 압박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리고 아시아의 대출창구 역할을 하는 자기들의 위치를 이용하여 금전적인 부분에서도 한진영을 몰아붙였다.

더는 물러날 곳이 없는 곳까지 몰아붙인 블랙문은 낭떠러지에서 한진영을 밀어 떨어뜨렸다.

굳이 목숨 줄을 끊어놓을 필요까지는 없었지만 블랙문은 일부로라도 더욱 강하게 짓밟았다.

마치 다시는 자기들에게 반발하지 말라는 본보기라도 삼으려는 듯이 블랙문은 한진영이 손가락 하나 들어 올릴 힘조차 남겨놓지 않게 만들었다.

한진영은 지난 시절을 똑똑히 기억했다.

그리고 잊지 않고 자기를 낭떠러지에 밀어 떨어지게 한 두 곳 중 한 곳인 동우로펌의 간판을 내려버렸다.

‘결국 만나는 건가?’

한진영은 잠시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지난 시절 자기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존재의 가장 높은 곳에 앉아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레이 젠슨은 슬쩍 한진영의 표정을 살피고 말했다.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 그도 사람이니까.”

레이 젠슨은 한진영이 게리 챈슬러를 만나게 된다는 것에 흥분하여 얼굴을 붉히고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상황을 정리해줄 사람은 그 사람밖에 없어. 그래서 그를 만나러 가는 거니까 지금은 일 생각만 하게.”

“일 생각만…… 알겠습니다.”

한진영은 레이 젠슨의 말에 살짝 고개 숙여 이야기를 알아들었다는 뜻을 전했다.

‘지금은 일만 생각해야 할 때이기는 하지.’

한진영이 얼굴을 붉힌 것은 신적인 추앙을 받는 사람을 만나기 때문이 아니었다.

복수를 꿈꿨지만, 생각보다 빨리 어쩌면 평생 보지 못할 거로 생각했던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흥분해서였다.

뉴욕에 직접 와서 느낀 블랙문은 대한민국에 있을 때 느꼈던 것과 다른 느낌이었다.

직접 블랙문에 가보고 그들을 이용하여 돈을 벌어 보고 나서야 확실히 알게 됐다.

블랙문은 쉽지 않은 곳이다.

그들이 세운 제국을 무너뜨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한진영은 피부로 직접 느끼게 됐다.

블랙문이 세운 제국은 생각보다 더 거대했고, 보기보다 더 단단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조급하게 마음먹지 않으려 했다.

시간은 내 편이라는 생각으로 조금씩 체급을 키워나갈 생각이었다.

서로 맞붙을 수 있을 정도로 세이지가 컸을 때에야 비로소 블랙문이라는 거대한 제국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한진영에게 제국의 왕좌에 앉아 있는 사람을 만나볼 기회가 생겼다.

비록 부탁하러 가는 처지지만 블랙문을 움직이는 사람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에 한진영은 가슴이 뛰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런데 게리 챈슬러 명예회장은 어떻게 만나러 가게 된 겁니까? 고문님께서 SEC의 조사를 무마해달라는 부탁을 하신 겁니까?”

“내가? 그럴 리가 있나? 난 미친놈하고는 마주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사람이야.”

레이 젠슨은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이번 일만 아니라면 만날 생각이 없었던 사람이야. 솔직히 난 죽을 때까지 그를 만날 거로 생각하지 않았네.”

“만날 생각도 없고, 만나리라 생각지도 않은 사람을…… 저 때문에 만나게 되시는 거군요.”

레이 젠슨의 뜻을 알아들은 한진영이 미안함이 묻어 나오는 목소리로 말했다.

레이 젠슨은 한진영의 말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일 때문에 만나는 건데 나 하나 불편한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괜찮다고 말하는 레이 젠슨이었지만 불편함을 모두 감출 수는 없었다.

한진영은 레이 젠슨과 게리 챈슬러가 불편한 사이임을 알 수 있었다.

“그가 먼저 연락을 해왔다네. 내가 고문으로 세이지에 자리하고 앉아 자네에게 조언해준다는 것을 알고 나를 통해 이야기한 것이지.”

“먼저 연락을 해왔다고요? 블랙문이…… 게리 챈슬러 명예회장이 말입니까?”

“그래. 나도 솔직히 좀 놀라기는 했네.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렇게 직접 연락을 해오다니…… 뭐가 됐건 SEC에 압력을 직접 가할 수 있는 사람이니 그를 만나는 것을 우리가 마다할 이유가 없어.”

한진영 또한 레이 젠슨과 같은 생각이었다.

그가 직접 연락을 해와 만나자고 하는데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얼굴도 보고 싶고…….’

한진영은 게리 챈슬러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찝찝한 것들을 모두 뒤로 미뤄뒀다.

일선에 물러난 이가 자기 회사도 아닌 타국에서 온 자그마한(블랙문 대비) 회사를 돕기 위해 직접 연락해왔다는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도 모두 이해하고 넘어가려 했다.

지금은 그런 것보다 게리 챈슬러를 직접 본다는 것에 더욱 큰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게리 챈슬러를 보러 가는 차 안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말없이 미소 지었다.

***

한진영과 레이 젠슨을 태운 차가 멈춰선 곳은 지난번에 찾아왔던 블랙문 본사 건물 앞이었다.

“지난번에는 12층으로 갔다고?”

“네.”

한진영은 블랙문 본사 건물을 올려다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23층으로 갈 걸세.”

“그곳이 게리 챈슬러 명예회장의 집무실인가요?”

“집무실 겸…… 가보면 알게 될 걸세.”

레이 젠슨은 말끝을 흐린 뒤 앞장섰다.

레이 젠슨에게 익숙한 곳이던지 그의 발걸음은 거침이 없었다.

“자주 와보셨습니까?”

레이 젠슨과 어깨를 나란히 한 한진영이 묻자 레이 젠슨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주? 예전에는 자주 오기는 했었지.”

“자주 오셨다면 친분이 있으셨습니까?”

“친분?”

레이 젠슨은 걷던 걸음을 멈추고 한진영을 돌아봤다.

그리고 불쾌하단 얼굴로 한진영을 향해 말했다.

“나는 미친놈하고 친분을 쌓지 않아.”

레이 젠슨은 단호하게 말하고 다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여전히 한기가 풀풀 풍기는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전 차 안에서도 말했지만, 세이지 일만 아니었다면 내가 그 사람을 만날 이유가 없었어. 만나고 싶지도 않았고…….”

레이 젠슨은 고개를 돌려 슬쩍 한진영을 바라봤다.

“그렇다고 자네에게 미안하라고 한 말은 아니야. 어쨌든 세이지는 내 자식이 녹아 있는 곳이니 자네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자식을 위해 움직인 거니까.”

“그래도 감사합니다. 뭐가 됐건 간에 말입니다.”

한진영의 말에 레이 젠슨은 표정을 풀었다.

그리고 다시 몸을 돌려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며 말했다.

“나하고 그 사람은 좋지 못한 인연을 맺고 있네.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그 사람의 운영 방식은…… 개운하지가 않아. 지저분해.”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 말씀입니까?”

“알고 있었나?”

레이 젠슨이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

블랙문은 알고 있어도 게리 챈슬러를 알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한진영은 진짜 대답은 속으로만 한 뒤 레이 젠슨에게는 그럴듯한 대답을 건넸다.

“그랬으니 지금 자리까지 올라오지 않았겠습니까? 정상적으로 했다면 브릿지랜드 이상의 성과를 올릴 수 없었을 테니까요.”

한진영은 말속에 레이 젠슨에 대한 찬사도 함께 담아 건넸다.

듣기 좋은 말로 다른 곳에 신경 쓰게 만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한진영의 뜻이 제대로 전해졌는지 레이 젠슨은 기분 좋게 웃으며 한진영의 말에 큰 의미를 담지 않았다.

“사람 참……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나는 자네 편이니까 마음 놓게.”

레이 젠슨은 천천히 자기들 쪽으로 걸어오는 검은 정장의 남자들을 바라보고 턱짓했다.

“게리 챈슬러에게 데려다주는 것까지가 내가 해줄 수 있는 일 전부라네. 나머지는 자네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야. 게리 챈슬러가 직접 불렀으니 아마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자네를 부른 걸 거야. 하지만…….”

“자기에게 득이 되는 사람이 아니라면 바로 발을 빼려 할 테니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한진영의 말에 레이 젠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알고 있다는 말이 허투루 보이지 않아. 그래서 안심이 되네. 내가 설명하지 않은 것도 아는 것 같으니 말이야. 하긴 자네라면 잘하겠지. 가세.”

당부의 말을 몇 마디 더 건네려던 레이 젠슨은 말하지 않아도 잘 아는 것 같은 한진영의 모습에 더는 말을 더하지 않았다.

한진영이라면 잘할 것 같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젠슨 회장님.”

한진영과 레이 젠슨에게 다가온 검은 정장의 무리 중 선두에 선 남자가 레이 젠슨을 향해 인사했다.

레이 젠슨도 남자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인지 인사 몇 마디를 더 건넸다.

“지금은 고문이니 그렇게 부르면 되네.”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오랜만일세.”

레이 젠슨은 남자를 다시 살피고는 말했다.

“이제 자네도 그만 운영부서로 움직여야 할 때도 되지 않았나? 내가 자네를 본지만 벌써 10년이 넘었는데 말일세.”

“아닙니다. 저는 명예회장님을 모시는 게 좋습니다.”

남자의 말에 레이 젠슨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내가 챈슬러 명예회장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을 모시는 게 좋아? 하하.”

비웃음이 느껴지는 레이 젠슨의 말에도 남자는 기분 나빠하는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가볍게 웃고는 한진영을 향해 인사했다.

“죄송합니다. 소개가 늦었습니다. 제이슨 서튼이라고 합니다. 챈슬러 명예회장님의 비서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세이지의 한진영이라고 합니다.”

“듣기론 저희 회사를 방문하신 게 처음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네. 이번으로 세 번째 방문입니다.”

한진영의 말에 제이슨 서튼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한진영에게 말했다.

“이번엔 특별한 곳에 가시게 되실 겁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제이슨 서튼이 함께 온 정장을 입은 남자를 돌아보자 그는 가지고 온 자그마한 가방을 앞으로 내밀었다.

제이슨 서튼은 가방 속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는 한진영을 향해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지고 오신 휴대폰을 비롯한 모든 물품을 이곳에 넣어주십시오. 그리고 몸수색에도 협조 부탁 드립니다.”

제이슨 서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곁에 있던 다른 이가 금속탐지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한진영과 레이 젠슨 주변을 정장을 입은 건장한 남자들이 둘러쌌다.

로비를 지나던 블랙문 직원들은 이런 광경에 잠시 걷던 것을 멈추고 한진영이 모여 있는 곳을 바라봤다.

특별한 광경이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끈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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