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9화 내 안방에서 똑같이 만든다
제이슨 서튼과 그의 동료의 모습에 레이 젠슨은 혀를 찼다.
“또 시작했군. 그놈의 정신병…….”
제이슨 서튼은 레이 젠슨을 향해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이해해주십시오.”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겠나? 우리는 챈슬러 회장을 만나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니 할 수 없지.”
레이 젠슨은 툴툴거리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먼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비롯한 물품들을 꺼내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손을 들어 어서 빨리 금속탐지기로 자기 몸을 수색하라는 듯이 제이슨 서튼을 바라봤다.
레이 젠슨은 마치 처음이 아니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한진영은 그런 레이 젠슨의 모습을 보고 게리 챈슬러의 성격을 조금은 유추할 수 있었다.
‘역시 의심이 많아.’
처음 만나는 한진영을 주의하여 하는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었다.
게리 챈슬러 입장에선 한진영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기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려 한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레이 젠슨은 다른 상황이었다.
게리 챈슬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레이 젠슨이 누구고 어떤 사람인지 아는 상황에서 이렇게까지 할 이유는 없었던 것이었다.
게다가 모든 사람이 바라보고 있는 로비에서 이럴 필요까지는 없었다.
마치 레이 젠슨조차 수색을 받으니 불만을 느끼지 말라는 뜻을 자기 직원들에게조차 알리는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레이 젠슨 입장에서는 어쩌면 치욕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레이 젠슨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행동했다.
오히려 먼저 수색을 하게 함으로써 한진영에게 불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려 하는 것만 같았다.
레이 젠슨이 먼저 몸수색을 마치고 슬쩍 몸을 돌렸다.
그리고 제이슨 서튼을 대신하여 한진영에게 지금 몸수색을 받은 것이 이곳에서는 이상한 것이 아님을 알려주려 했다.
그러나 한진영은 레이 젠슨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젠 제 차례인가요?”
한진영은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으로 손을 들어 올렸다.
제이슨 서튼은 한진영의 모습에 살짝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블랙문에 방문했던 이야기 속의 한진영은 이런 대우에 반발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진영은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가방에 물건을 집어넣었고 수색까지도 허용했다.
제이슨 서튼은 직접 금속탐지기를 건네받은 뒤 한진영의 몸을 수색하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저희 명예회장님께서는 안전을 누구보다 중시하시는 분이라서…… 이해해주십시오.”
“이해합니다. 챈슬러 명예회장님이시라면 이런 모습이 이상할 건 아니지요. 높은 자리에 있는 만큼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당연한 겁니다. 괜찮으니 시작하시죠.”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한진영의 모습에 레이 젠슨 또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한진영이 몸수색을 마치자마자 레이 젠슨이 다가갔다.
“괜찮은가?”
“괜찮다니요?”
몸수색을 마친 한진영이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레이 젠슨을 향해 오히려 되물었다.
“뭐가 잘못됐습니까?”
예상치 못한 반응에 레이 젠슨은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한진영에게 물었다.
“자네는…… 기분 나쁘지 않아?”
“기분 나쁘셨습니까?”
“처음엔 당연히 기분 나빴지. 아무리 게리 챈슬러라고 해도 이건 너무한 처사니까. 그리고 처음 그를 만날 땐 지금 위치에 있지도 못했다네. 그런데도 지금처럼 행동했으니 기분이 나쁜 게 당연한 것 아니겠나?”
옷을 다 정리한 한진영은 레이 젠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기분 나쁠 만한 일이기는 하지요. 이렇게 사람이 모인 곳에서 동물원 원숭이가 되어 버렸으니 말입니다.”
한진영은 말을 마치고 주변을 훑어봤다.
이제 구경은 끝났다는 것처럼 제이슨 서튼과 함께 한진영을 찾아온 비서실 직원들이 모여 있던 사람들을 흩어지게 했다.
한진영은 이런 광경을 바라보고 웃으며 말했다.
“기분이 나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지만 어쩌겠습니까? 이곳은 그의 안방이니 그를 만나려면 그의 규칙을 따라야겠지요.”
누가 봐도 타당한 말을 건넨 한진영은 옷자락을 손등으로 털어내고 레이 젠슨을 돌아봤다.
“그리고 그가 제 안방에 왔을 때 똑같이 해주면 됩니다.”
“똑같이 한다고? 자네 안방에 찾아갔을 때? 게리 챈슬러가 세이지로 찾아오게 하겠다는 건가?”
레이 젠슨은 황당하게 느껴지는 말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는 한진영을 멍하니 바라봤다.
지금 이곳이 어디고 누구를 만나러 가는지 모르는 것이 아닐 텐데 그를 향해 똑같이 해주겠다고 말을 하는 한진영이 레이 젠슨의 눈에 이상하게만 보였다.
“가시죠.”
한진영은 레이 젠슨에게 가자는 말을 남기고 제이슨 서튼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레이 젠슨은 그런 한진영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고개를 흔들고는 천천히 일행의 뒤를 따랐다.
소란이 벌어졌던 블랙문의 로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진영이 들어오기 전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
블랙문 23층은 온전히 게리 챈슬러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영화관과 골프연습장 그리고 사우나를 즐기는 그의 취향에 맞게 핀란드풍으로 만들어진 공간까지 존재했다.
한진영은 23층에 내리자마자 리조트에 온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여전하구먼.”
레이 젠슨은 코웃음을 쳤다.
“좀 나아졌을까 생각했는데 더 심해졌네. 이건 뭐야?”
레이 젠슨은 복도에 놓여 있는 화분을 손가락으로 건드렸다.
그러자 제이슨 서튼이 화들짝 놀란 얼굴로 레이 젠슨을 말렸다.
“고문님. 그 화분은…….”
“알아. 알아. 그놈이 아끼는 거라고?”
“네. 특별히 하와이에서 공수하여 가지고 온 물건입니다. 회장님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나무이기도 하고요.”
“밑동을 이렇게 잘라 놓았는데 이게 나무가 맞나?”
레이 젠슨은 나무라고 하기에는 사람 키밖에 오지 않는 화분 속의 나무였던 것을 다시 한번 쓰다듬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막으려고 나서는 제이슨 서튼의 곁을 지나쳐 앞으로 걸어나갔다.
레이 젠슨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짙게 느껴지는 휴양지 분위기에 혀를 차며 말했다.
“이렇게 사무실을 리조트로 만들어 놓을 거면 차라리 리조트에 가서 있는 게 낫지 않아? 다른 사람이 볼까 부끄럽지도 않나 보군.”
“이곳에 올라오는 사람이 없으니 부끄러운 게 없지.”
천천히 안으로 걸어가던 한진영 일행의 뒤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장 앞서 걷던 레이 젠슨은 걷던 것을 멈추고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자 목소리의 주인이 먼저 레이 젠슨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군.”
레이 젠슨은 목소리 주인의 인사에 잠시 손으로 입을 가렸다.
마치 토악질이 올라오는 것을 억지로 참아내는 듯한 모습을 보인 레이 젠슨은 손을 내려 바지춤에 손바닥을 닦아내며 말했다.
“그러게.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의 얼굴을 보니 10년 전에 먹은 게 올라오려고 하는 느낌이 나는구먼.”
“그러면 오지 말지 그랬나?”
“안 그래도 후회하는 중이야.”
레이 젠슨 또래로 보이는 노인이 서서 레이 젠슨과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은퇴하면 보기 좋아져야 정상인데…… 많이 고생하는 것처럼 보이는구먼. 요새 힘들지?”
“지금 자네 얼굴을 보는 것보다 더 힘든 게 있을까? 근 10년 이내에 지금 이 자리가 가장 힘든 자리가 아닌가 싶어.”
“그러게 브릿지랜드를 나에게 넘겼으면 이럴 일이 없었지 않나? 왜 엄한 곳에 넘겨서 마음고생을 하고 그래? 쓸데없이 말이야. 나한테 넘겼으면 지금쯤 텍사스에 있는 자네 농장에서 말 타고 소나 키우면서 편하게 지냈을 거 아닌가?”
“하하. 자네에게 넘겼으면 편했을 거라고?”
레이 젠슨은 어처구니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는 코웃음을 쳤다.
“자네에게 넘기느니 해체를 하고 말지. 자네가 가지고 가서 내 자식을 멋대로 뜯어내는 것을 내 눈으로 지켜보라고?”
“자식이 잘못됐으면 고치는 건 부모 된 도리 아닌가? 난 부모로서 최선을 다하려 한 거야.”
“남의 자식 난도질하려는 건 아니고?”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이는가?”
레이 젠슨은 가만히 게리 챈슬러를 바라봤다.
그리고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
“자네는 정녕 타니스 네트워크를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
“또 타니스 이야기인가? 어떻게 시간이 지나도 레퍼토리가 그대로야?”
게리 챈슬러는 이제는 지겹다는 얼굴로 손가락으로 귀를 후볐다.
그리고 귀찮다는 표정으로 손을 들어 휘저었다.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돌아가게. 뭐하러 와서 수십 년 전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 건가?”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그 일로 수만 명이 집을 잃었어. 우리의 동료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그런데 그걸 지금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그러는 건가?”
“자네는 잘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난 기억이 나지 않아. 살아가다 보면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는데, 어떻게 그 한 가지 일만 기억하고 살아갈 수 있나? 난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 아니야.”
게리 챈슬러는 턱을 들어 올리고 뻔뻔해 보이는 표정으로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얼굴을 레이 젠슨 앞에서 보였다.
레이 젠슨은 그런 게리 챈슬러를 향해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네놈이 그렇지. 그럼 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봐라. 우리가 몸담았던 써전스 인베스트먼트. 그것도 네놈 짓이 아니냐?”
“써전스가 왜? 위험 관리를 잘못해서 스스로 망한 곳과 내가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러는 건가?”
“무슨 상관? 위험 관리? 지금 써전스 인베스트먼트가 스스로 잘못하여 망했다고 이야기하는 건가?”
“그럼 아닌가? 내 기억에는 그런데?”
게리 챈슬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양손을 들어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분명 써전스 인베스트먼트는 투자하면 안 되는 부동산 채권 시장에 손을 댔네. 그리고 여지없이 하락한 부동산 시장 때문에 크게 손실을 보고 말았지. 그래서 결국 파산 절차에 들어갔고, 나는 그걸 보다 못해 인수하여 써전스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네. 이게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의 전부인데, 자네는 다르게 알고 있나?”
“개소리.”
레이 젠슨은 큰 소리로 욕을 내뱉었다.
그리고 당장에라도 게리 챈슬러를 향해 달려들 것처럼 한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나 레이 젠슨은 게리 챈슬러에게 덤벼들지 못했다.
레이 젠슨의 의도를 파악한 제이슨 서튼 등이 레이 젠슨이 움직이기라도 하면 바로 제지하겠다는 듯이 레이 젠슨의 주변을 둘러쌌기 때문이다.
레이 젠슨은 건장한 게리 챈슬러의 수행원들을 돌아보고 다시 한번 코웃음을 쳤다.
“네놈이 무서운 것이 많으니 이리 몸을 사리는구나.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하늘이 네놈을 지켜 보고 있으니 말이야.”
“하늘이? 여기서 하늘이 보이나?”
게리 챈슬러는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러나 천장에는 하늘이 아닌 전등만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게리 챈슬러는 고개를 내리고 레이 젠슨을 바라보고 비웃음을 흘렸다.
“네놈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든지 간에 진실은 바뀌지 않아. 그리고 진실은 결국 돈을 번 사람의 뜻을 따르게 되어 있어.”
“그게 정당한 방법이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냐?”
게리 챈슬러는 손을 말아 쥐고 주먹을 들어 보였다.
그리고 레이 젠슨을 향해 내밀고 큰 소리로 말했다.
“파산하여 망한 뒤에 스스로 자위할 생각이 아니라면 무슨 수를 써서든 돈을 벌어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너는 써전스 사장처럼 총으로 자기 머리를 쏴버리는 게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거냐? 결국 세상이 네 말을 들어주는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네놈이 돈이 많아서 너의 그 쓸데없는 말에 귀를 기울여 준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
게리 챈슬러는 손을 내리고 레이 젠슨을 향해 다시 한번 비웃음을 흘렸다.
“아쉬워서 찾아온 놈이 말이 많아. 언제 이야기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이야기에 꽁해서 부들부들거리고…… 그렇게 자존심 세우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돌아가. 여기 서서 나한테 큰소리치지 말고 나가서 저기 세상 밖에다 이야기해. 하긴 이제 두 날개마저 꺾여버려 세상에 나가더라도 누구 하나 봐줄 사람이 없는데 나간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게리 챈슬러는 혀를 차며 조롱 섞인 말을 내뱉었다.
레이 젠슨은 그런 게리 챈슬러의 말에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발을 옮겼다.
그러자 제이슨 서튼 등이 더욱 레이 젠슨을 압박하여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이런 광경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던 한진영이 움직였다.
한진영이 게리 챈슬러에게로 걸어갔던 것이었다.
제이슨 서튼은 한진영을 놓친 것에 화들짝 놀랐다.
평온한 모습을 보였기에 한진영이 움직일 거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제이슨 서튼이 급히 한진영을 막아서려 할 때 한진영은 게리 챈슬러가 아닌 엘리베이터 쪽으로 몸을 틀었다.
그리고 잔뜩 화나 있는 얼굴의 레이 젠슨을 향해 말했다.
“가시죠.”
한진영의 말에 레이 젠슨은 물론이고 게리 챈슬러와 제이슨 서튼까지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놀라고 말았다.
부탁하러 온 사람이 가자고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자네…….”
“도와줄 생각이 없으시다는데 그냥 가시죠. 비행기 타고 오느라 피곤하기도 하고 피로가 풀리지 않아서 그런지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여기서 이러기엔 시간이 아깝습니다.”
한진영의 말에 게리 챈슬러가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한진영을 향해 물었다.
“레이를 위해 세이지를 포기할 셈인가?”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젠슨 고문님을 위해 세이지를 포기한다니요?”
한진영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게리 챈슬러를 향해 물었다.
게리 챈슬러는 한진영의 지금 선택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나는 분명 레이 저 친구만 가라고 한 건데 저 친구와의 의리 때문에 자네가 세운 세이지라는 회사가 날아가도 괜찮다는 건가? 회사를 세운 지 얼마 안 됐다더니 애송이 냄새가 풀풀 풍겨 나오는구먼. 과거의 일을 아직도 사로잡혀있는 후견인이나 그런 후견인을 위해 회사의 어려움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는 오너나. 아마추어야. 아마추어.”
한진영은 게리 챈슬러의 말에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말했다.
“제가 시차 때문에 이해하지 못한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닌가 보군요. 여전히 챈슬러 명예회장님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한진영은 태연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 쪽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왜 그렇게 자신 있게 세이지가 날아간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리고 왜 제가 젠슨 고문님과의 의리 때문에 가려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한진영의 질문에 게리 챈슬러가 바로 이유를 대답하려 했다.
하지만 한진영은 손을 들어 게리 챈슬러의 말을 막았다.
“아, 됐습니다. 뭐 챈슬러 회장님의 생각이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서로가 머리를 맞대고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만난 게 아닌 것 같으니 말입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문님. 가시죠.”
한진영이 말을 하며 누른 엘리베이터가 23층에 도착하여 문이 열렸다.
한진영은 게리 챈슬러를 향해 가겠다는 말도 없이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레이 젠슨은 갑자기 변한 상황이 어쩔 줄 몰라 했다.
“고문님. 어서요.”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진영의 목소리가 들리자 레이 젠슨은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은 상황에서 자기만 덩그러니 게리 챈슬러 앞에 남아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레이 젠슨이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자 엘리베이터 문이 바로 닫혔다.
레이 젠슨의 눈에 닫히는 문틈 사이로 황당한 듯한 표정의 게리 챈슬러가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