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0화 후회하게 해 주겠다
한진영과 레이 젠슨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뒤를 이어 제이슨 서튼이 한진영 등을 따라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두 사람을 막아선 후 올라갈 것을 권했다.
이대로 돌아가기보다 여기까지 왔으니 게리 챈슬러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눠보는 게 어떻겠냐고 한진영을 설득하려 했다.
그러나 한진영은 올라가기보다 손을 내밀어 건넸던 물건을 다시 돌려 달라고 요구하기만 했다.
제이슨 서튼은 레이 젠슨을 돌아보고 도움을 줄 것을 눈빛으로 말했다.
그러나 레이 젠슨은 한 걸음 물러나는 것으로 자기는 한진영을 설득하지 못한다는 뜻을 알렸다.
제이슨 서튼은 한숨을 내쉬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물건을 돌려줬다.
순순히 물건을 내놓고 몸수색에 응하는 한진영의 모습을 보고 마음을 놓은 자기의 잘못이라며 제이슨 서튼은 탄식을 내뱉었다.
마음을 놓지 않았다면 게리 챈슬러에게 사무실에서 기다리라고 부탁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한진영이 이렇게 쉽게 몸을 돌려나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진영과 레이 젠슨은 제이슨 서튼이 건넨 물건을 다시 받아 들고 차에 몸을 실은 채 한진영의 집을 향해 이동했다.
블랙문의 본사 건물이 보이지 않게 됐을 때쯤 한진영이 나란히 앉아 있는 레이 젠슨을 향해 먼저 입을 열었다.
“챈슬러 명예회장과는 간단한 인연이 있으신 게 아닌가 봅니다.”
겨우 입을 연 한진영의 모습에 레이 젠슨이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한진영의 건넨 질문이 무엇인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한진영에게 묻고 싶은 것을 이야기했다.
“자네 제정신인가?”
“무엇이 말입니까?”
“이대로 그냥 나온 거 말일세. 그놈을 내가 비록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 솔직히 이야기함세. 난 그놈을 싫어해. 증오하고 혐오하네. 하지만 그건 그놈과 나와의 문제이고…… 자네까지 그래서야 했나? SEC를 압박하기 위해서는 그놈의 힘이 우리에겐 꼭 필요했다네.”
레이 젠슨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무릎을 손바닥으로 비볐다.
“내가 참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 몇 번이나 다짐하고 마음을 다잡았는데…… 그놈 얼굴을 보니 마음속에 남아있던 울화가 치밀어올라 나도 모르게 화를 내고 말았어. 그래서 제대로 된 이야기도 하지 못하고 자리를 나왔으니…… 내 탓이네. 내가 부족했어.”
자기를 위해 한진영이 기회를 놓친 것에 큰 자책을 한 레이 젠슨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차를 돌려 다시 블랙문에 가고 싶다는 뜻을 보이고 있었다.
한진영은 어두운 표정의 레이 젠슨을 보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자리에 앉아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면 제가 가자고 하기 전에 고문님께서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만 가자고 하셨을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정말 게리 챈슬러가 왜 우리를 불렀는지 모르시는 겁니까?”
한진영의 말에 레이 젠슨은 실눈을 뜨고 물었다.
“그놈이 무슨 음흉한 생각을 하고 우리를 불렀다는 말인가?”
“왜 아니겠습니까? 그게 아니면 우리를 보자고 할 이유가 없었겠지요.”
한진영의 말에 레이 젠슨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자기가 알고 있는 게리 챈슬러를 떠올리고 그의 생각을 읽어 내려갔다.
“하긴 그놈이 먼저 연락을 했다는 것부터가 이상해. 자기에게 이득이 되는 게 없다면 움직이지 않는 놈인데 말이야. 우리를 불렀다는 것은 우리에게 얻을 것이 있다는 이야기이고 그게…… 설마…….”
레이 젠슨은 놀란 눈으로 한진영을 바라보고 말했다.
“설마 그놈이 세이지를 노린다는 건가?”
“글쎄요. 사실일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당연히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까?”
“하긴 그래. 그놈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놈이야.”
레이 젠슨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가 알고 있는 게리 챈슬러라면 세이지를 노리고도 남았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이해한 듯한 레이 젠슨의 옆얼굴을 바라본 채로 말했다.
“그는 분명 SEC의 조사를 무마해주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세이지를 내놓으라고 했을 겁니다. 그의 말속에서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하셨습니까?”
“느끼긴 했지. 그리고 그놈이 블랙문을 키운 방법이 그런 식이기도 했고…….”
“그러니 계속 이야기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앉아서 이야기해봤자 뻔한 말만 할 텐데 말입니다.”
한진영의 말에 레이 젠슨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자네 말이 맞아. 내가 그것도 생각하지 못했다니…… 나도 참 늙었나 보구나.”
게리 챈슬러의 뻔해 보이는 제안에 이제 막 미국에 도착한 한진영을 데리고 헐레벌떡 게리 챈슬러를 향해 달려간 자신이 부끄러워진 레이 젠슨이었다.
레이 젠슨은 얼굴을 살짝 붉히고 한진영을 향해 사과했다.
“미안하네. 뻔히 보이는 수인 줄도 모르고 피곤한 자네를 데리고 블랙문에 가서 못 볼 꼴까지 당했으니 말이야.”
“아닙니다. 오히려 저에게는 좋은 자리였습니다.”
“좋은 자리?”
“게리 챈슬러 얼굴을 직접 볼 수 있었으니까요.”
“그게 자네에게는 좋은 일이었나?”
“네. 꼭 한 번쯤은 보고 싶었던 사람이었으니까요. 외부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서 쉽게 볼 수 없는 사람 아니었습니까?
한진영의 말에 레이 젠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는 하지. 자기를 꼭꼭 숨겨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놈이니까.”
“네. 그래서 기회가 되었을 때 한번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한번 봤으니 이야기 들을 것도 없다는 생각이 미련 없이 나온 것이고요.”
“그런데…… 괜찮겠나?”
레이 젠슨은 한진영의 행동이 이해가 됐다.
그러나 이해가 됐다고 하여 걱정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레이 젠슨은 다시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한진영을 향해 물었다.
“SEC 말일세. 직접 SEC에 영향을 끼칠만한 사람은 게리 챈슬러 외에는 없어. 있다면 정치권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정치인들과 엮이는 것을 싫어하여 아는 사람이 없네. 자네야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될 테니 더더욱 아는 사람이 없을 테고…… SEC에 대한 방안이 있는 건가?”
“이제 슬슬 생각해봐야지요.”
“슬슬 생각한다고?”
한진영은 여유로운 목소리로 레이 젠슨을 향해 말했다.
“어차피 조사한다고 하더라도 결과가 바로 나오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조사가 1개월이 될지 1년이 될지 혹은 10년이 될지도 모르는 것이고요.”
“그렇긴 하지.”
“그러니 여유롭게 가시지요.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생각하다 보면 방법이 떠오를 테니 말입니다.”
“방법이…… 정말 떠오르겠나?”
“떠올라야지요. 그렇지 않으면 정말 세이지가 무너진다는 뜻인데 그래서는 안 되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태연하게 건네는 한진영의 모습에 레이 젠슨은 그렇다는 말 외에 다른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결론이 나버린 대화에 한진영은 잠시 고개를 돌려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번에도 내걸 노려?’
한진영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떠올랐다.
‘지난번에는 천하의 블랙문이 내걸 노릴 거로 생각 못 해 당하기만 했지만, 이번엔 다르지. 이번엔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당할 수만은 없지. 오히려 나를 잡아먹으려 했던 걸 후회하게 해주마.’
한진영의 가슴속에서는 블랙문에 대한 복수심이 들끓어 올랐다.
***
한진영이 뉴욕에 돌아오자 그동안 멈췄던 세이지의 바퀴가 빠른 속도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대한정유와 삼선전자와의 계약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또한 테라와 코인 그라운드와의 관계도 계속 모니터링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나스닥이 전고점까지 오르며 우리가 운용하고 있는 펀드들의 수익률이 급증한 상황입니다. 7,000 언더에서 모아갔던 주식들은 평균 50%가 넘는 상승률을 보여준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세이지 자산운용의 대표 펀드이 나스닥 성장형 펀드의 경우에는 수익률 80%가 넘긴 상태입니다.”
나창운과 홍대민이 번갈아 한진영을 향해 보고했다.
본래 사장단 회의를 오랜만에 서울에서 진행할 계획을 세웠던 한진영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을 제한하는 상황에서 사장단이 모두 한국으로 넘어오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생각하여 계획을 취소했다.
그리고 어차피 금방 돌아갈 것이기에 중요한 내용 외에는 한진영이 뉴욕에 돌아갔을 때 이야기를 나누자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그러다 보니 보고는 가득 쌓인 채로 한진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몇몇 이야기는 한진영의 결정을 기다린 채로 한진영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회장님. 신규 고객 유치와 관련된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할까요?”
조수아가 한진영을 향해 물었다.
한진영이 서울에 가 있는 동안 유선상으로 상의하기는 했지만, 아직 확실한 대답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가만히 조수아가 준비한 계획과 그 계획을 따랐을 때 얻게 될 이익 등이 계산된 서류를 확인했다.
그리고 서류에 눈을 고정한 채로 말했다.
“예상 모집금액이…… 500억 달러라고요?”
“네. 우리가 쌓아 올린 명성이 시장을 빠르게 달구고 있어요.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내놓기만 하면 시장에 폭풍을 몰고 온다고 생각해요.”
“500억 달러…….”
한진영의 입꼬리는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확실히 미국으로 넘어오니 규모가 수준이 달라졌군요. 한국에 있었을 때는 5조를 모집하기에도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한진영은 고개를 들어 사장단 회의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한 번씩 돌아보고 말했다.
“그래도 500억 달러는 미국에서도 쉬운 규모가 아닌데…… 이제 엄연히 자산운용 분야의 1군이라고 불러도 될 수준까지 올라온 것 아닙니까?”
“네. 말씀대로예요.”
조수아는 한진영의 말에 동의하며 시장 분위기를 이야기했다.
“시장에서는 빨리 새로운 펀드를 개설해 달라고 이야기할 정도예요. 아니면 ETF라도 발행하여 투자자의 욕구를 채워주길 바라는 모습이에요.”
“ETF 발행이요?”
“크흠.”
ETF 발행 이야기가 나오자 가만히 이야기 듣던 레이 젠슨이 헛기침을 내뱉었다.
한창 이야기를 하던 조수아는 이런 레이 젠슨의 모습에 말하던 것을 멈추고 레이 젠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레이 젠슨은 자기를 향해 모인 시선들을 향해 손을 들어 사과했다.
“미안하네. 내가 괜히 말을 끊었구먼. 나이를 먹다 보니 마른기침이 나와서 말이야. 이해들 해주게. 크흠. 큼큼.”
레이 젠슨은 미안하다는 말을 건넨 후 괜히 두어 번 더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리고 한진영을 바라보고 눈을 찡긋거리며 자기가 이러는 이유를 알아채라는 눈빛을 보냈다.
한진영은 레이 젠슨이 이러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우선은 모른 척하며 조수아를 향해 슬쩍 질문을 던졌다.
“ETF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SEC의 승인이 필요한가요?”
“네. SEC가 승인을 해줘야만 ETF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승인 신청을 넣어볼까요?”
조수아는 은근한 목소리로 한진영의 뜻을 물었다.
ETF가 발행만 된다면 세이지로 유입되는 자금의 규모가 차원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수아의 기대와 달리 한진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놔두십시오.”
“놔두라고요? 그래도 신청만이라도 해보는 게…… 회장님께서 뉴욕에 계시지 않으셔서 잘 느끼지 못하셨을 거예요.”
조수아는 한진영을 설득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담아 이야기했다.
“여기 분위기는 회장님 생각보다 더 뜨거워요. 우리 펀드 계좌를 암암리에 사고파는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을 정도예요.”
“펀드 계좌를 사고판다고요?”
조수아의 말에 한진영이 아니라 사장단 회의에 함께 앉아 있던 홍대민이 관심을 보였다.
“펀드 계좌를 어떻게 사고판다는 말입니까?”
조수아는 관심을 둬야 할 한진영이 아닌 다른 사람이 관심을 둔 것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어차피 한진영도 같은 자리에 있는 만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관심이 쏠리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펀드에 가입하고 싶은 사람이 웃돈을 주고 펀드의 가임 명의를 사고 있어요.”
“웃돈을 주다니요?”
“보통 10%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조건으로 펀드를 사고 있다는 말이 있어요. 예를 들어서 100만 달러가 담겨 있는 펀드라면 110만 달러를 주고 사 온다는 이야기예요.”
“10%를 보장해준다?”
홍대민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곁에 있던 나창운을 돌아봤다.
웃돈으로 보장해준다는 10%라는 수치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홍대민의 시선을 받은 나창운도 홍대민과 마찬가지로 황당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금 시장에서 10% 보장은 불법적인 시장에서조차 이루어지기 어려운 수익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사람들의 거래를 아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까지 보여준 세이지의 수익률을 본다면 10%조차 낮게 느껴질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10%를 웃돈으로 주고 명의를 변경하는 것도 사고 싶다는 사람이 월등히 많아 거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이에요. 명의를 판다는 쪽에서는 20% 혹은 30% 이상을 부르기도 하고요.”
조수아의 말에 나창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도 같은 생각을 했었는데 조수아의 입을 통해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수긍이 됐던 것이었다.
조수아는 이해하는 얼굴의 나창운과 홍대민에게서 시선을 거둬 한진영을 바라보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ETF로라도 출시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어요.”
조수아는 한진영을 향해 다시 설득을 시작했다.
“사람들은 같은 ETF라도 우리가 움직이는 거라면 다른 것들보다 수익률이 더 높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같은 지수추종 형이라고 하더라도 지수가 1% 떨어질 때 우리가 운용하는 것은 0.9% 떨어지고, 지수가 1% 오를 때 우리 것은 1.1%는 오르지 않을까 생각하나 봐요. 사실 그렇지 않다는 걸 우리는 알잖아요.”
조수아는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느냐는 시선을 보낸 뒤 다시 한진영에게 말했다.
“그런데도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실적과 영향력이 사람들에게 우리라면 다르지 않겠냐는 인식을 심어준 것 같아요. 회장님. 이 기회를 노려서 ETF를 발행하시죠? 발행만 하면 수백억 달러의 자금이 들어오는 건 일도 아닐 텐데 말이에요.”
조수아는 곁에 앉아서 가장 좋은 반응으로 자기 이야기를 듣고 있는 최석영을 바라보고 말했다.
“최 부사장님. 안 그래요? 펀드에 ETF까지…… 1,000억 달러는 당겨올 수 있지 않겠어요?”
“1,000억 달러?”
최석영은 잠시 머릿속으로 1,000억 달러를 원화로 변환했다.
달러를 원화로 변환하는 거야 일도 아니지만 1,000억 달러라는 자금의 규모가 잠시 머리를 멍하게 만든 것이었다.
“100조? 100조?”
눈을 동그랗게 떴던 최석영은 급히 정신을 차리고 조수아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래. 1,000억 달러 가능하지. 전체도 아니라 신규 펀드로 500억 달러를 모집할 테니 ETF로 모집하는 양은 500억 달러면 된다는 이야기잖아. 블랙문 ETF 보면 500억 달러 모집하는 건 일도 아닌 것처럼 보여. 거긴 얼마야? ETF로만 4~5,000억 달러를 모집하지 않았어? 블랙문이 5,000억 달러를 모으는데 우리가 500억 달러도 모으지 못할까? 그리고 최근 우리 기세를 생각한다면…… 500억 달러 가능하다. 아니. 분명 500억 달러 모을 거다. 난 그렇게 믿어.”
최석영이 가슴까지 두드리며 조수아의 말에 동조했다.
조수아는 이런 최석영의 모습에 자신감을 가지고 한진영을 바라봤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으면 한진영도 해보라는 소리를 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 표정의 조수아였다.
그러나 한진영의 선택은 조수아 생각과는 달랐다.
“아니요. ETF 발행은 당분간 보류합니다.”
“보류요? 왜요?”
조수아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한진영을 바라보자 한진영은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한 목소리로 이유를 알려줬다.
“SEC가 우리를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진영의 말에 사장단이 모여있던 회의실이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고요해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