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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증권사 생활-563화 (563/650)

563화 이상한 관계

서부 아이다호주에 자리하고 있는 선밸리는 매년 이맘때 매우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는 했다.

바로 미국 투자은행인 앨런 앤 컴퍼니에서 주최하는 컨퍼런스가 펼쳐지기 때문이었다.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기업들의 수장 혹은 오너들이 이곳에서 사교모임을 벌였다.

그들은 이곳에서 시장의 미래를 이야기했으며 몇몇은 시장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도 했다.

거대한 기업 간의 인수합병이 결정되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었다.

막혔던 투자가 컨퍼런스 후 뜻밖에도 술술 풀려나가는 것은 한두 해 있었던 모습이 아니었다.

또한, 기업 간의 자존심을 놓고 벌인 소송전도 이곳 컨퍼런스 후 합의에 이르기도 했다.

선밸리 컨퍼런스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 수는 없지만, 컨퍼런스 후에 벌어지는 일을 보고 사람들은 컨퍼런스에서 오가는 이야기가 직간접적으로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업가들은 선밸리 컨퍼런스에 초대받는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했다.

시장의 미래를 정하는 자리에 함께 참석했다는 것만으로 전세계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공인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선밸리 컨퍼런스가 올해는 열리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규모 인원이 참석하는 행사를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 앨런 앤 컴퍼니도 동참한 것이었다.

푸르른 하늘과 초록빛이 드넓게 뿌려진 초원 근처에 자리한 공항에 전용기 한 대가 도착했다.

말끔한 모양의 전용기가 공항 활주로에 내려 멈추자 근처로 차들이 다가왔다.

전용기 문이 열리자 차에서는 말끔 차림의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내려 전용기로 다가갔다.

“날씨 좋구나.”

전용기 문이 열리자 제일 먼저 한진영이 나와 하늘을 쳐다본 뒤 가볍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맘때쯤의 아이다호 날씨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는데 들은 것보다 더 좋은 모습이야.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까지 든다.”

“오늘 날씨가 유독 좋은 것 같습니다.”

뒤를 이어 나온 조지훈도 한진영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본 뒤 한진영에게 계단 아래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손짓하고 말했다.

“앨런 앤 컴퍼니에서 온 사람들로 보입니다.”

조지훈의 말에 하늘을 바라보던 한진영은 시선을 내려 다가온 검은 양복의 남자들을 살폈다.

“그런 거로 보인다.”

한진영은 조지훈의 말에 동의하고는 천천히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어서 오십시오. 환영합니다.”

“반갑습니다.”

“먼저 오신 분들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바로 리조트로 안내할 테니 차에 올라타시지요.”

검은 양복의 남자가 차에 올라탈 것을 권한 뒤, 차 문을 열었다.

한진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열린 차 문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때 한진영의 눈으로 먼저 차에 타고 있는 사람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사람은 익숙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잘 지냈나?”

“게리 챈슬러 명예회장님께서 왜 여기 어쩐 일이십니까?”

고개만 들이민 한진영이 게리 챈슬러를 바라보고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목소리에서 의아함이 가득 묻어 있는 한진영을 향해 게리 챈슬러는 자기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그렇게 서 있지 말고 타게. 자네가 그러고 있으니 사람들이 다 어리둥절해하지 않나?”

게리 챈슬러의 말에 한진영은 잠시 뒤를 돌아봤다.

조지훈을 비롯하여 함께 선밸리에 한진영을 수행하기 위해 온 톰슨이 차에 올라타지 않는 한진영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한진영은 그런 조지훈을 향해 가볍게 손을 들어 지시했다.

“나 먼저 타고 가볼 테니까 조 실장은 톰슨 군하고 함께 짐 정리한 뒤에 뒤따라오도록 해.”

“회장님 혼자 먼저 가신다고요?”

조지훈은 깜짝 놀라 한진영을 향해 물었다.

한진영은 그런 조지훈을 향해 괜찮다는 듯이 손을 들었다.

“괜찮아. 게리 챈슬러 회장님이 오셨으니까.”

“아!”

조지훈은 한진영을 향해 가려던 발걸음을 뒤로 물렸다.

게리 챈슬러라는 이름이 가지는 의미를 조지훈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조지훈을 향해 한쪽 입꼬리만 끌어올려 웃어 보이고는 차에 몸을 실었다.

게리 챈슬러는 한진영이 자리에 앉고 문을 닫자 앞에 앉아있는 운전사에게 출발할 것을 지시했다.

차가 너른 초원 사이로 나 있는 도로를 달리자 게리 챈슬러가 입을 열었다.

“내가 온 게 뜻밖인가?”

“컨퍼런스에 참석하실 줄은 알았습니다. 하지만 직접 저를 마중 나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자네가 보고 싶어 직접 나온 거네.”

게리 챈슬러의 말에 한진영은 가만히 웃기만 했다.

운전석 쪽을 바라보던 게리 챈슬러는 고개를 살짝 돌려 한진영을 바라보고 말했다.

“믿지 않는 얼굴이군.”

“진심으로 하신 말씀이 아니시니까요.”

“진심이라고 내가 우기면 어쩔 셈인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진심이 느껴지지 않으니 믿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일 겁니다.”

“허허. 이거 참…….”

게리 챈슬러는 오른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는 다시 운전석 쪽을 바라보고 말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좀 특별해. 자네도 알고 있지?”

“외부에는 컨퍼런스가 중단되었다고 발표한 것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그렇게밖에 말을 한 뒤 30명만 특별히 모았지. 자네와 나를 포함한 30명. 이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 줄 아나?”

“모릅니다.”

한진영은 게리 챈슬러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크게 관심이 없다는 듯이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관심 없습니다.”

“뭐라고? 관심이 없다고?”

“네. 누가 왔는지가 뭐가 그렇게 큰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곳에서 컨퍼런스가 열리고 사람이 모였다는 것만이 중요한 문제이죠. 모인 사람은 이 자리를 빛내기 위해 치장된 장식밖에 되지 않을 테니까요.”

“우리가 장식이라고?”

게리 챈슬러는 한진영을 돌아보고 말했다.

“어떤 장식으로 치장됐는지에 따라 자리의 값어치가 달라지는 것 모르나?”

“돼지우리를 다이아몬드로 장식했다고 해서 돼지우리가 아닌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장식은 장식일 뿐입니다. 자리의 중요성에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 못합니다.”

“하하. 돼지우리? 앨런과 똑같은 소리를 하는군.”

게리 챈슬러는 한진영의 말에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웃음을 흘렸다.

“앨런이 자네 이야기를 들으면 좋아하겠어.”

“앨런이라면…….”

“앨런 앤 컴퍼니의 그 앨런 스팬서 말일세.”

“아~ 앨런 스팬서 CEO가 저와 똑같은 말을 했던가요?”

한진영은 모르는 척 게리 챈슬러에게 물었다.

사실 한진영이 지금 한 말은 지난 시절 앨런 스팬서가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했던 말이었다.

한진영은 그걸 기억하여 게리 챈슬러에게 그대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앨런 스팬서가 아직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하기 전이었다.

게리 챈슬러와 같이 가까운 사람에게만 이야기한 것이 전부였던 시점이었다.

게리 챈슬러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운전석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놈도 자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놈이지. 하지만 난 달라. 나는 사람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그리고 그 중요한 사람들이 모인 모임에 자네를 내가 소개할 생각이네.”

게리 챈슬러는 한진영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결정을 내렸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니 자네는 나를 따라 사람들에게 인사하면 되네.”

한진영은 게리 챈슬러를 말없이 바라봤다.

그가 이러는 이유를 묻고 싶었던 한진영이었다.

그러나 그의 말속에서 자기 의견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묻는다고 이야기해줄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싫다고 하더라도 강제로 자기를 끌고 가 그의 생각대로 만들게 분명했다.

한진영은 상대방의 의사는 신경도 쓰지 않고 이미 결정을 내려버린 게리 챈슬러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뭐 하고 싶은 대로 하게 우선 놔둬 보면 알게 되겠지.’

한진영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우선 게리 챈슬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장단을 맞춰주기로 마음먹었다.

새로운 곳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였던 만큼 그에게도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드문드문 풀을 뜯는 소들이 서 있는 널따란 초원을 지나자 초원 가운데 그림처럼 서 있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세상을 바꾸는 결정을 내린다는 선밸리 컨퍼런스가 열리는 선밸리 리조트에 드디어 도착한 것이었다.

***

“초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앨런 앤 컴퍼니의 앨런 스팬서입니다.”

리조트 입구에 차가 도착하자 앨런 스팬서가 직접 나와 한진영을 맞았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세이지의 한진영입니다.”

앨런 스팬서가 손을 맞잡은 한진영을 위아래로 번갈아 바라본 후 입을 열었다.

“그동안 세이지의 미스터 한이 어떤 사람인지 매우 궁금해했습니다. 특히 같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미스터 한은 신비한 인물처럼 느껴졌으니까요.”

한진영은 앨런 스팬서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가 앨런 스팬서라고 하더라도 같은 말을 했을 게 분명했다.

업계에서 신비한 존재로 여길 정도로 한진영의 행보는 독보적이었기 때문이다.

“어떤가? 그냥 평범한 청년이지?”

뒤를 이어 차에서 내린 게리 챈슬러가 한진영을 손가락질하고 말했다.

“5,000억 달러를 움직이는 사람처럼 전혀 보이지 않지 않나?”

“5,000억이 아니라 50억을 운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네. 평범한 친구처럼 느껴져.”

게리 챈슬러의 말에 앨런 스팬서가 맞장구를 쳤다.

게리 챈슬러는 가볍게 웃으며 한진영의 곁으로 가서 앨런 스팬서를 가리키고 말했다.

“이 친구와 나 그리고 자네 회사의 고문으로 있는 레이 젠슨까지 모두 과거에 한 회사에서 일했었다네.”

“써전스 인베스트먼트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걸 자네가 어떻게 알지?”

게리 챈슬러는 놀란 듯이 한진영을 바라봤다.

이야기를 듣던 앨런 스팬서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써전스 인베스트먼트는 과거의 회사였다.

지금의 블랙문이나 세이지처럼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던 곳도 아니었다.

그런 곳을 한진영이 알고 있다는 것에 앨런 스팬서는 놀란 눈으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고문님과의 대화를 듣고 알게 됐습니다.”

“아~ 그렇지. 레이와 대화를 했었지? 그 자리에 자네도 있었고…… 내가 그걸 기억하지 못했구먼.”

게리 챈슬러는 지난 블랙문에서의 일을 떠올리고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앨런 스팬서는 그런 게리 챈슬러의 모습에 더욱 놀란 표정을 지었다.

“레이와 만난 적이 있었나? 레이가 자네를 만났어?”

원수가 되어 버린 두 사람을 알고 있었기에 레이 젠슨이 게리 챈슬러를 만났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한 앨런 스팬서였다.

게리 챈슬러는 어서 빨리 이야기해 달라는 앨런 스팬서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그건 내가 나중에 이야기해주겠네. 지금은 미스터 한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게 먼저니 이만 우리는 들어가겠네.”

게리 챈슬러는 레이 젠슨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는 표정을 짓고는 한진영을 데리고 리조트 안으로 들어갔다.

한진영은 앨런 스팬서를 향해 가볍게 인사하고는 게리 챈슬러의 손길을 따라 리조트 안으로 향했다.

‘분명 젠슨 고문님께 앨런 스팬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는데…….’

게리 챈슬러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었기에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세 사람이 한 회사에 다녔다는 이야기를 더한다면 상황이 조금은 이상했다.

분명 레이 젠슨은 이곳에 와본 적이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앨런 스팬서는 레이 젠슨을 성이 아닌 이름으로 불렀다.

일정 이상의 친분을 유지했을 때나 보여주는 모습을 앨런 스팬서는 서슴없이 보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 정도의 친분을 보여줄 정도라면 레이 젠슨을 초대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는 세이지와 합병 이전에 1,000억 달러 이상을 운용하던 거대한 자산운용사의 주인이었기 때문이다.

친분이 없어도 초대받을 만한 곳이었다.

그런데 친분까지 있는 그를 이곳에 부르지 않았다는 것에 한진영은 앨런 스팬서와 레이 젠슨의 관계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한진영은 이런 이상한 느낌을 가슴 속에 품은 채 게리 챈슬러의 뒤를 따랐다.

게리 챈슬러는 능숙한 모습으로 앞장서 들어갔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리조트 로비 한쪽에 자리하고 있던 사람이 한진영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는 한진영을 향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한진영은 인사한 사람을 바라보고 살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릭 앤더슨 CIO님 아니십니까?”

“오신다는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앤더슨 CIO님도 계셨군요.”

한진영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게리 챈슬러를 돌아봤다.

분명 외부에 컨퍼런스가 취소되었다고 이야기했던 만큼 수행원을 두 명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래서 세이지도 조지훈 외에 톰슨만을 데리고 이곳에 온 것이었다.

그런데 이곳에 어째서 수행원이 아닌 CIO가 자리하고 있는 것인지 한진영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차피 결정은 게리 챈슬러가 하는 것인 만큼 릭 앤더슨보다는 수행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앨런 스팬서와의 친분으로 특별해 블랙문만 사람을 더 데리고 온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특정 기업에 혜택을 주었다면 선밸리 컨퍼런스가 지금과 같은 명성을 쌓을 수는 없었다.

릭 앤더슨은 한진영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한진영을 향해 계속 인사말을 건넸다.

“세이지와의 관계가 지난번 이야기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매우 아쉽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한진영은 릭 앤더슨의 말에 생각하던 것을 멈추고 이야기를 받았다.

“함께 합작하여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던 계획 말입니까?”

“맞습니다. 그 이야기에 회장님께서도 매우 만족해하셨으니까요. 안 그렇습니까?”

릭 앤더슨이 게리 챈슬러에게 묻자 게리 챈슬러는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

“그래. 내가 생각하기에도 아시아본부를 대한민국에 설치하여 세이지와 함께 하는 것만큼 좋은 계획은 없었지. 세이지와 함께 했다면 시너지가 참 대단했을 거야.”

“맞습니다. 그래서 의욕적으로 진행하려 했는데…….”

릭 앤더슨은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한진영에게 말했다.

“코로나라는 변수가 생길 줄 몰랐습니다. 그 일로 시장이 요동치는 바람에 진행하던 일이 모두 멈추고 말았지요. 그리고 세이지는 이제 합작을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커져 버리기도 했고요.”

릭 앤더슨은 지난번에 봤던 아시아의 꼬마가 이제는 선밸리 컨퍼런스 그것도 소수만 모이는 곳에 초대됐다는 것에 새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합작은 이루지 못했지만 오랜만에 세이지 같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존재가 나타난 것에 기쁜 마음입니다. 게다가 그 존재와 이미 이야기하고 공감을 형성했었다는 것에 기쁨은 더욱 배가 되었고요.”

릭 앤더슨은 진심으로 기뻐하는 얼굴로 한진영을 향해 말했다.

“앞으로도 큰 기대하고 세이지를 지켜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앤더슨 CIO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세이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진영은 릭 앤더슨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자기를 향해 다가오는 사람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게리 챈슬러의 비서인 제이슨 서튼이 다가오고 있었다.

제이슨 서튼은 한진영을 향해 살짝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게리 챈슬러를 향해 말했다.

“준비됐습니다.”

게리 챈슬러는 제이슨 서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한진영에게 말했다.

“피곤하겠지만 식사부터 하는 게 어떻겠나? 마침 점심시간도 되고 했으니 말이야.”

한진영은 리조트 한쪽에 걸려있는 시계를 돌아봤다.

시계가 어느새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시죠. 저와 함께 온 친구들을 기다리기도 해야 할 테니 말입니다.”

“잘됐군. 그럼 가세.”

게리 챈슬러는 마치 컨퍼런스의 호스트라도 된 것처럼 거침없이 앞장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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