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5화 이곳에 사람이 모인 이유는 당신 때문이다
한진영은 말없이 자기를 바라보고만 있는 게리 챈슬러를 돌아봤다.
게리 챈슬러는 한진영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제가 잘못 이야기한 건가요?”
“아니. 맞게 이야기했네. 아주 정확하게 말했어.”
“그럼 혹시 제가 맞춘 게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표정이…… 화가 난듯한 표정을 짓고 있으시네요.”
“내 얼굴이 화가 난 것처럼 보이나?”
“네. 표정이 굳어 계십니다.”
한진영은 말을 하고 다시 게리 챈슬러의 얼굴을 살폈다.
여전히 게리 챈슬러의 표정은 조금 전과는 달리 굳어 있는 모습이었다.
한진영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게리 챈슬러를 바라봤다.
그의 심기를 건드릴만한 이야기를 한 게 없는데 단숨에 표정을 바꾸는 그의 태도가 이상하기만 했기 때문이다.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던 한진영과 게리 챈슬러 중 게리 챈슬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그토록 찾던 이가 눈앞에 나타나서 나도 모르게 긴장하여 표정이 이런 거 같네.”
“그토록 찾던 이요? 제가 말씀입니까?”
“그래. 자네가 바로 내가 지금까지 내가 찾던 이 같네.”
“어떤 게 그토록 회장님을 찾게 한 겁니까?”
한진영의 말에 게리 챈슬러는 한진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말했다.
“젊고 담대하며 판단이 빠른 사람. 바로 자네 같은 사람을 내가 찾았네.”
“저를 그토록 찾은 이유를 말씀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이유야 뻔하지 않나? 자네도 조금 전 보고 왔듯이 늙은이들밖에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 명확한 분석과 빠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존재가 필요했어.”
게리 챈슬러의 말에 한진영이 가볍게 웃었다.
“그럼 이번 모임에 오시는 분들은 모두…….”
“늙은이들뿐이야.”
게리 챈슬러도 그들과 다르지 않은 나이였다.
그러나 그들을 지칭하는 ‘늙은이’라는 말속에 경멸의 느낌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그 느낌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게리 챈슬러가 직접 설명했다.
“조금 전 대화하며 자네도 느꼈겠지? 계속 같은 말만 하는 것 말이야.”
“네. 뭐…… 그런 느낌을 받기는 했습니다.”
“늙으면 뭐가 가장 서러운 줄 아나? 여기. 여기가 젊을 때랑 다르다는 게 가장 서러워.”
게리 챈슬러는 머리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10년 전만 해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던 일을 지금은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겨우 해답을 찾아낼 수 있지. 조금 전에 자네도 봐서 알지 않나? 무제한 유동성 공급은 생각하지도 못한 채로 금리만 신경 쓰던 것 말이야.”
게리 챈슬러의 말에 한진영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지금은 다른 말로 끼어들기보다 우선은 게리 챈슬러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 한진영이었다.
굳어져 있던 게리 챈슬러의 얼굴에 한숨이 가득 들어찼다.
그리고 그 한숨은 게리 챈슬러의 입을 통해 길게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후우~”
길게 모두 토해낸다고 토해냈지만, 여전히 게리 챈슬러의 얼굴에는 답답함이 남아 있었다.
게리 챈슬러는 이번에는 답답한 표정을 지은 채로 한진영을 향해 말했다.
“저런 사람들과 미래를 이야기하고 함께해야 한다는 게 너무나 답답했었다네. 그러다 자네가 나타났으니 내 마음이 어떻겠나?”
게리 챈슬러는 한진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깊은 한숨으로 굳어졌던 얼굴이 이제는 더는 보이지 않는 게리 챈슬러였다.
얼굴에 남아있던 답답함도 이제는 모두 날아가 버린 듯했다.
이제 게리 챈슬러에게 보이는 것은 열망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것들뿐이었다.
“자네와 내가 함께한다면 앞으로 10년 아니 20년은 더 활개를 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먼.”
‘미친 노인네.’
게리 챈슬러의 말에 한진영은 욕지거리가 나오는 것을 속으로만 되뇌었다.
게리 챈슬러가 늙은이라며 경멸하던 이들과 게리 챈슬러는 나이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한진영이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언뜻 보기에는 그들보다 게리 챈슬러가 나이가 더 많을지도 몰랐다.
함께 동료로 일했던 레이 젠슨은 은퇴를 결정하고 뒤로 물러나 세이지에 조언을 하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게리 챈슬러 또한 명예회장이라는 직함을 단 채로 일선에서 물러난 듯한 모습을 외부에 보여줬다.
이제 그들의 나이는 현직과는 어울리지 않는 나이였다.
그러나 게리 챈슬러는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시장에 영향을 끼치고 싶어 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런 영향을 끼치는 일을 10년, 20년 계속하고 싶다는 뜻을 한진영에게 드러냈다.
한진영은 20년 뒤에 몇 살이 되는지 계산도 하지 않고 이야기하는 게리 챈슬러를 말없이 바라봤다.
게리 챈슬러는 한진영의 시선을 향해 이곳에 데리고 온 이유를 이야기했다.
“자네를 레이보다 늦게 알았다는 게 아쉽기는 하네. 그랬다면 레이 같은 친구와 엮이게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어. 나와 함께 일을 해보는 게 어떻겠나?”
게리 챈슬러는 말을 마치고 한진영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
“오셨습니까?”
짐을 정리하던 조지훈은 방에 들어온 한진영을 향해 인사했다.
한진영은 조지훈의 인사를 가볍게 받고는 선밸리 측에서 제공한 방을 둘러봤다.
“좋네.”
자세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좋은 방이었다.
벽지부터 숙소에 붙어있는 발코니까지 무엇하나 흠잡을 데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은은하게 풍겨 나오는 향기까지 신경 썼다는 느낌이 날 정도로 선밸리 측에서는 리조트가 보유한 최고급 방을 배정한 것으로 생각 들었다.
“웬만한 특급호텔의 스위트룸보다 더 급이 높은 것 같습니다. 비치된 물건들 또한 모두 고급제품 중에서도 상위라인 것들뿐이었습니다.”
“그렇겠지. 그런 것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모은 자리니까.”
한진영은 천천히 탁자 위에 장식된 꽃송이를 만지며 방을 자세히 살폈다.
한눈에 보기에도 좋아 보이는 곳이지만 그래도 일주일 동안 있어야 할 곳이기에 불편한 것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뒤를 따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게리 챈슬러 블랙문 명예회장님과 식사를 마치고 잠시 리조트 구경을 하셨다고 이야기 들었습니다. 잘 보셨습니까?”
“잘 봤지. 이야기도 잘 들었고…….”
“혹시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던가요?”
“별다른 이야기 했지. 그러니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나가자고 한 거지.”
한진영의 말에 조지훈을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던가요?”
“그냥 뭐…… 나하고 같이 손잡고 싶다나 뭐라나. 여기 있는 사람들은 죄다 늙은이들뿐이라 마음에 안 든다고…….”
“손을 잡자고 먼저 제안해 온 건가요?”
“그렇지. 내가 제안한 게 아니니까.”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한진영이었다.
그러나 조지훈은 한진영의 말에 소름이 돋는 느낌을 받았다.
천하의 블랙문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한 것이었다.
“그래서……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잠시 정신을 차린 조지훈은 급히 한진영의 뒤에 빠르게 따라붙은 뒤 질문했다.
한진영은 조지훈의 질문을 들으면서도 걷는 것을 멈추지 않은 채 대답했다.
“어쩌고 하고 말고 할 게 뭐 있어? 대답은 정해져 있는데.”
“어떻게…….”
조지훈은 정해져 있다는 대답을 조심스럽게 한진영에게 물었다.
한진영은 걷던 걸음을 멈추고 조지훈을 돌아보고 대답했다.
“당연히 거절해야지.”
“거절하신다고요? 블랙문의 제안을요?”
“그럼 설마 조 실장은 내가 제안을 받아들일 거로 생각한 거야?”
한진영의 말에 조지훈은 대답하지 못했다.
전세계에서 블랙문의 제안을 이렇게 단칼에 거절하는 곳이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당황한 듯한 조지훈의 볼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정신 차려. 상대는 블랙문이야. 블랙문이 아무런 조건 없이 함께 일하자고 할 것 같아?”
“아!”
한진영의 말에 조지훈은 짧은 탄성을 내뱉었다.
그동안 한진영에게 귀가 따갑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블랙문이 함께 일을 하자는 제안을 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테라의 유증과 관련된 일이 있었을 때 이미 제안을 해왔던 블랙문이었다.
그리고 그전에도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은연중에 함께 일하길 바란다는 뉘앙스를 드러내고는 했다.
블랙문은 끊임없이 세이지에게 함께 하기를 권했고, 그런 제안을 세이지는 매번 들어왔던 것이었다.
그때마다 조지훈을 비롯한 세이지의 직원들은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블랙문은 세계 최고의 회사였고, 그런 그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세이지의 위상을 몇 차원은 높여주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이지에서 한진영만은 차분한 모습을 유지했다.
블랙문을 통해 세이지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을 기대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애초에 블랙문의 제안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서였다.
조지훈은 그런 한진영의 모습에 이유를 물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에 조지훈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애초에 블랙문은 우리와 함께할 생각으로 한 제안이 아니기 때문에 제안에 의미를 부여할 이유가 없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말을 제대로 들은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한진영의 말은 뜻밖으로 다가왔다.
문서로 만들어 정식으로 제안한 것은 아니지만 계약상에 구두로 나온 것인 만큼 천하의 블랙문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한진영의 말대로 블랙문은 제안을 건넨 이후 어떤 액션도 보여주지 않았다.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을 말로 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함께 하겠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은 것이었다.
이런 블랙문의 모습에 실망한 세이지 직원들을 향해 한진영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건넸다.
[블랙문이 함께 할 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은 것에 실망하지 마라. 아직은 우리에게서 빼먹을 게 없다는 뜻이니까. 진짜로 우리와 함께하겠다고 나섰을 때 긴장해야 한다. 블랙문이 우리에게서 빼먹을 게 있다는 뜻일 테니까. 그리고 골수까지 블랙문에게 빨린 뒤에는 우리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러니 블랙문과 함께 하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섬뜩하게 느껴지는 말로 실망한 세이지 직원들을 진정시켰던 한진영이었다.
그리고 이 얘기를 조지훈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블랙문이…… 게리 챈슬러 명예회장이 우리를 빨아먹으려 다가온 것인가요?”
“그러지 않겠어? 이제 진짜로 빨대 꽂아 빨아먹을 만큼 우리가 맛있게 보인다는 뜻이겠지.”
한진영의 말에 긴장한 조지훈은 표정이 굳은 모습을 보였다.
한진영은 그런 조지훈을 향해 자기 가슴팍을 손바닥으로 두드린 후 말을 건넸다.
“걱정하지 마. 나 또한 칼을 품에 숨기고 있으니까.”
조지훈은 한진영의 말뜻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잠시 한진영을 바라보기만 했다.
한진영은 조지훈을 향해 가볍게 웃고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천천히 다시 방을 마저 구경하며 혼잣말과 같은 말을 내뱉었다.
“처음 당하는 거라면 모를까 두 번은 당하지 않지. 경험이라면 나도 누구와 겨루어도 지지 않을 만큼 많이 쌓였으니까. 100년에 한 번 나올지도 모른다는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일을 두 번이나 겪었으니 뭐…… 나도 게리 챈슬러에 뒤질 일은 없어. 그리고 어떻게 흘러갈지도 알고 있고…….”
조지훈은 한진영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급히 한진영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한진영이 말한 코로나19를 두 번 겪었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속으로 생각했다.
***
방에서 짧은 휴식시간을 보낸 한진영은 리조트 직원의 안내를 따라 만찬이 열리는 곳으로 이동했다.
“블랙문의 직원들이 보입니다. 분명 수행원 두 명만을 데리고 오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혹시 지시를 따른 건 우리뿐인가요?”
“그런 것 같지는 않아. 다른 곳도 두 명 이상을 데리고 온 것 같지 않으니까.”
한진영의 말에 고개를 들어 만찬이 열리는 파티장을 살폈다.
선밸리 컨퍼런스에 초대된 사람들이 파티장에 따로 서 있었다.
그들은 수행원으로 보이는 사람을 각각 두 명씩 양옆에 세워 놓은 채로 파티장을 살피는 중이었다.
그러나 파티장에서 게리 챈슬러의 주변만은 다른 사람들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게리 챈슬러 주변에는 수행원을 비롯하여 비서인 제이슨 서튼과 리조트에 도착했을 때 이야기 나눴던 릭 앤더슨까지 십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런 모습은 컨퍼런스를 주최한 앨런 앤 컴퍼니의 앨런 스팬서를 능가하는 모습이었다.
마치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이번 컨퍼런스의 주최는 블랙문의 게리 챈슬러가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였다.
조지훈은 블랙문 쪽을 살짝 살핀 뒤 한진영에게 말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이번 컨퍼런스의 주최를 블랙문이 했다고 생각하겠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아는 사람이 봐도 그 생각을 할 거야. 그리고 난 진지하게 이번 컨퍼런스의 주최가 블랙문이 아니냐는 생각도 하고 있어.”
“컨퍼런스의 주최가 블랙문이라고요?”
조지훈은 생각만 하는 것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한진영의 말에 놀란 듯이 물었다.
한진영은 조지훈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게리 챈슬러가 있는 곳을 바라본 채로 말했다.
“너무 그럴듯해 보여서 다른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니까. 그렇다면 보이는 것대로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 좋지 않겠어? 괜히 이상한 생각을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보다 그편이 상황 파악에 더 도움이 될 테니까.”
보이는 대로 믿으라는 말을 마친 한진영은 자기를 향해 다가온 사람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레스토랑에서 보지 못했던 인물이 한진영을 향해 다가오는 중이었다.
“세이지의 한 회장님이십니까?”
“네. 제가 한진영입니다.”
한진영이 맞는다고 말하고 조지훈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찾아온 사람이 누구인지 말했다.
“파슨 에쿼티의 가브리엘 파슨 회장입니다.”
한진영은 조지훈의 이야기를 듣고 가브리엘 파슨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파슨 회장님. 파슨 에쿼티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나야말로 한 회장님의 이야기를 귀가 따갑게 들었습니다.”
한진영이 내민 손을 가볍게 잡은 파슨 에쿼티의 가브리엘 파슨 회장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컨퍼런스에 참가한 이유는 한 회장님 때문입니다.”
“저 때문이라고요?”
“그렇습니다.”
가브리엘 파슨은 더욱 환하게 웃으며 한진영에게 말했다.
“우리 같은 노인들은 요즘 상황에서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 오는 걸 꺼리지 않습니까?”
“이해합니다. 아무래도 지금 상황이 그렇기는 하지요.”
“코로나라는 무서운 질병이 창궐한 지금은 조용히 숨어 있는 것이 우리 같은 노인들이 해야 할 일이지요. 그런데도 여기에 이렇게 많이 모인 사람들은 모두 같은 생각 때문에 모인 걸 겁니다.”
가브리엘 파슨의 말에 한진영은 가볍게 가슴에 손을 얹고 물었다.
“그게 저 때문이라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가브리엘 파슨은 한진영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그리고 한진영을 향해 고개를 조금 더 젖혀 올려다보며 말했다.
“돌려서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볼리비아에 있는 니켈 광산을 사고 싶습니다. 원하는 가격을 말씀하세요. 웬만하면 가격을 맞춰 드리도록 할 테니 말입니다.”
가브리엘 파슨의 환하게 웃는 얼굴에서 장난감을 원하는 아이의 욕심과 같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