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6화 비수를 손에 넣었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는 상장 이후 상승을 계속 이어갔다.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50%가 넘는 상승을 보인 이후에도 상승이 꺾이지 않은 것이었다.
40달러에 잡혔던 공모가는 어느새 2배 가까이 상승하여 70달러 선 위에 올라섰다.
주가가 70달러를 달성하자 시가총액 또한 공모가였던 800억 달러를 훌쩍 넘기는 1,400억 달러를 달성했다.
은행과 증권을 비롯한 투자회사 내에서도 시가총액만으로 순위권에 들어가는 몸집을 달성하게 된 것이었다.
시장은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폭풍 같은 상승에 힘입어 10,000선에서 잠시 횡보하던 것을 탈피하여 재차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 나스닥 10,000선은 돌파해야 할 곳이 아니라 지지할 곳이 되어 버렸다.
10,000선이 뚫리자 다시 한번 시장은 위를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바닥을 뚫고 내려가 버린 경제지표들도 유동성 앞에서는 힘없는 숫자에 불과한 것처럼 보였다.
경제학자들과 투자 전문가들은 연일 경고음을 내뱉었다.
-이런 식의 상승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어떤 상승이든지 간에 숨 고르기가 필요합니다. 이런 식의 V자 반등은 100년의 증시 역사에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는 모습입니다.
-시장이 과열됐습니다. 나스닥 기준 10,000포인트는…… 나올 수가 없는 숫자입니다.
-경제 주체들이 일을 구하지 못해 실업자 신세입니다. 집 렌트비와 의료보험을 내지 못해 하루에도 수만 명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GDP는 10년 전의 시장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10년 전의 주가에 5배가 오른 시장은 일종의 사기라고 생각합니다.
안 좋은 이야기들이 계속 매체를 통해 전해졌다.
숫자로 이야기되는 것과 전문가들의 분석이 더해지자 시장의 상승은 하락을 위한 꼬심 행위인 것만 같았다.
그들의 말대로 지금 주식시장은 마지막 호구를 모집하기 위해 과한 상승을 하는 것만 같은 모습처럼 보였다.
사람들이 시장에서 점차 빠져나가려 했다.
종합주가지수 저점 대비 70%가 넘는 자리에서 투자를 이어가는 것은 미친 짓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공모가 대비 2배 가까이 오른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에서도 발을 빼며 잠시 관망을 하려 했다.
그때 발을 빼는 사람들을 잡는 목소리가 나왔다.
-저희는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 이어갈 계획입니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최석영 부사장이 화면에 나와 공격적인 투자를 이야기한 것이었다.
-10,000선에 대한 돌파 후 지지가 확인됐습니다. 연준은 계속된 유동성 완화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으며 금리는 제로 상태를 생각보다 오랫동안 이어갈 거라고 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자산폭등의 초입에 와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주식이 됐건, 부동산이 됐건 무엇이든 투자하여 자산폭등 시기에 뒤처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최석영의 말에 시장 참여자들은 두 갈래로 갈렸다.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침체 분위기에 자산폭등을 이야기하는 것이 황당하다는 이들과 지금까지 세이지가 보여준 것을 믿고 따라가야 한다는 이들로 나뉜 것이었다.
세이지를 향해 말도 안 된다고 이야기한 이들은 대부분 학계에 자리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원론적인 것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세이지의 판단은 일어날 수 없는 유토피아적인 발상이란 것이 그들의 이야기였다.
그들은 계속하여 폭락을 이야기했고, 전저점 아래까지 빠져 내려갈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시장 참여자들은 잠시 두 사이에 서서 눈치를 봤다.
시장이 올라가길 바랐지만 만약 역회전에 걸리게 된다면 역사적 고점 자리에서 물리는 치명적인 상황에 빠지는 만큼 신중한 모습으로 접근하려 했다.
그러나 이런 참여자들에 비해 적극 나선 이들이 있었다.
바로 기업이 개인 투자자들과 달리 공격적으로 나선 것이었다.
기업들의 경우 허리띠를 조르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야 하는 것이 기업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습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유가 있는 기업 특히, 세이지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봤던 기업은 곳간을 크게 열어젖혔다.
세이지가 이렇게 강력하게 이야기했을 때의 결과를 시장 참여자가 아닌 기업들 또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열어젖힌 곳간을 들고 세이지로 달려왔다.
어설프게 투자하든 신중하게 투자하든 어떤 투자보다 세이지에게 투자를 맡기는 편이 더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한진영은 이런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했다.
조수아가 먼저 가장 중요하게 처리해야 할 것을 이야기했다.
“자산운용사 쪽으로 50억 달러의 자금이 신규로 들어왔어요. 그리고 기업들의 문의도 계속 이어지고 있고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기업 전용창구를 개설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기업 전용창구가 필요한 시점이기는 하지요.”
한진영은 조수아의 보고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수아는 한진영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자기 생각을 계속 이야기했다.
“세이지가 미국에 진출한 이후 개인 창구 위주로 사업을 진행해 왔어요. 그것만으로도 현재 1,00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유치했고요. 유치 자금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금까지는 하지 않았어요. 브릿지랜드에서 넘어온 1,500억 달러의 자산을 정리하기에도 바빴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기업 창구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한진영은 조수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운용해주는 파트도 필요하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럼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세요.”
한진영은 조수아의 의견에 동의하여 진행하도록 지시한 후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정리를 마치고는 그대로 조수아에게 말했다.
“기존 직원들의 자원만으로 진행하지 마세요. 신입과 경력직 등 새로운 인원을 충원해서 일을 진행하도록 하세요.”
“지금 신규채용을 늘리라는 말씀이세요?”
조수아의 말에 한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채용을 더 늘리려고 했는데 잘 됐습니다. 이참에 인베스트먼트부터 시작해서 자산운용사와 모든 자회사의 채용문을 열도록 하세요.”
“모든이라면…….”
“미래해운까지 포함한 모든 곳의 채용을 확대하도록 하세요. 기왕에 이렇게 된 거 비서실도 사람 더 채용해서 확대하도록 해.”
한진영은 고개를 돌려 조지훈을 향해 따로 지시했다.
조수아를 비롯한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한진영의 지시에 놀란 반응을 보였다.
“다들 허리띠를 매는데 괜찮을까요?”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오지 않습니다.”
“기회요? 무슨 기회요?”
조수아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낮은 연봉에 많은 사람을 채용하는 기회 말입니다.”
한진영의 말에 조수아를 비롯한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를 돌아봤다.
지금 기업들은 사람을 자르지 못해 안달이 나 있는 상황인데 오히려 반대로 이야기하는 한진영의 말이 맞는 건지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진영은 신규채용 이야기를 계속 이야기했다.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인력이 나온 상태이니 지금은 채용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채용을 줄이거나 몸집을 작게 하려고 인력을 정리한 곳이 많으니까요. 그 사람들을 모두 받아들이도록 하세요.”
한진영의 말에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한 조수아는 채용 규모를 물었다.
“그럼 몇 명이나 채용할까요?”
“한계 없이 모두 받아들이도록 하세요.”
“모두요? 어떻게 모두를 말씀하시는 거예요?”
조수아는 모두라는 말의 정의를 한 번에 알아듣지 못했다.
한진영은 그런 조수아를 향해 웃으며 지시했다.
“한계를 두지 말고 모두 채용하도록 하세요. 조건에 부합하고 결격사유가 없다면 모두 받아들이셔도 된다는 뜻입니다.”
“회장님. 그렇게 하면 수십만이 될 수도 있는데요?”
“네. 그거 잘 됐네요. 수십만을 고용하면 정부에도 큰소리를 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조수아는 입을 벌린 채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세이지에는 투자 기업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미래해운과 같은 전세계에 지사가 설립된 곳도 있었으며 이제 막 설립 초입 시기를 넘어 확장단계에 들어간 스타트업도 있었다.
지금같이 취업 문이 좁은 상황에서 세이지 산하의 기업들이 동시에 취업자를 모집한다는 소문이 돌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릴지 계산이 안 될 정도였다.
한진영은 놀란 표정의 조수아를 향해 깊이 고민할 것 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받아들이라고 하지만 결국 조건을 넘기는 사람만 받아들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조건을 올려야 하나요?”
“그러면 사람들이 손가락질하겠죠. 그러지 말고 기존 조건대로 진행하면 됩니다.”
“그러다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면 어떻게 합니까?”
“제 생각이 맞는다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몰리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기준을 부합하는 사람이라면 다 받아들여도 됩니다. 어차피 확장하려는 상황에 있는 만큼 사람이 필요한 상황이니까요.”
한진영은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는 홍대민을 향해 말했다.
“기업 자금을 운용하는 팀을 따로 만드세요.”
“본부 급으로 신설할까요?”
자기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은 홍대민의 질문에 한진영은 가볍게 웃었다.
“네. 그러면 될 겁니다. 앞으로 기업들의 투자 요청이 많이 들어올 겁니다. 차근차근 준비하기에는 들어오는 자금 규모가 꽤 클 테니 처음부터 규모를 키워 진행하는 편이 좋습니다.”
한진영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돌아본 뒤 확실하게 현재 세이지의 방향성을 정해줬다.
“최 부사장님이 방송에 나와서 이야기한 이후 우리를 믿고 들어오는 곳이 많아졌습니다. 특히, 기업 자금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개인 고객들과 달리 한 번에 수억 달러 혹은 수십억 달러를 맡기는 곳이 한두 군데씩 늘어난다는 이야기입니다. 과거에는 내실을 다진 뒤 확장을 하는 스탠스를 보였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릅니다. 들어오는 자금을 모두 받아들일 생각입니다. 펀드의 경우에도 모집 차수를 나누지 않고 상시 모집을 진행할 겁니다.”
한진영은 조수아를 바라보고 알겠느냐는 시선을 보냈다.
조수아는 한진영의 말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트에 한진영의 말을 받아 적는 중이었다.
신입직원부터 시작하여 펀드모집 모두 그녀의 손을 거쳐야 하는 세이지의 살림이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조수아의 모습에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이제는 사이즈를 키울 시기입니다. 내실은 다질 만큼 다졌습니다. 이제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해 나갈 테니 거기에 맞게 움직이길 바랍니다.”
한진영의 말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알겠다는 대답을 건넸다.
세이지로 돈이 몰려들고 있는 이 순간을 한진영은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그 돈을 모을 그릇 또한 큼지막한 것으로 마련해 놓으려 한 것이었다.
지금 기회를 이용하여 세이지의 자산 규모를 빠르게 늘려갈 계획을 세웠다.
***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에 돌아오자 레이 젠슨이 먼저 사무실에 와서 한진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진영은 응접용 소파에 앉으며 레이 젠슨을 향해 말했다.
“왜 회의에 들어오지 않으셨습니까?”
“내가 거기 들어가서 뭐하나?”
“그래도 아직 고문님의 경험이 많이 필요합니다. 오셔서 제가 잘못된 판단을 내리면 조언을 해주셔야죠.”
“내가? 자네에게? 어림없는 소리 하지 말게. 속에 나이 5~60은 먹은 늙은이가 살고 있는데 내가 뭐 하러 자네에게 조언한단 말인가?”
한진영은 가슴팍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레이 젠슨의 손끝을 따라 자기 가슴을 내려다봤다.
혹시라도 레이 젠슨의 눈에는 속에 들어있는 지난 시절의 한진영이 보이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보이는 것이라고는 가슴을 가리고 있는 와이셔츠밖에 없었다.
한진영은 와이셔츠에서 시선을 떼 레이 젠슨을 바라보고 웃었다.
“그런데 사무실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으십니까?”
한진영의 질문에 레이 젠슨이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리고 무릎에 팔을 올리고는 한진영을 향해 몸을 기울인 채로 물었다.
“도대체 자네 무슨 생각인가?”
“무엇이 말씀입니까?”
한진영이 모르겠다는 얼굴로 레이 젠슨을 향해 묻자 레이 젠슨이 자세히 물었다.
“SEC에서 연락이 왔네. 조사를 중단한다고 말이야.”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블랙문의 게리 챈슬러 명예회장님이 SEC에 손을 쓴다고 하셨습니다.”
“그걸 정말 그대로 받아들인 건가?”
레이 젠슨은 화가 난듯한 표정으로 몸을 피고 말했다.
“분명 우리에게는 계획이 있지 않았나? 그리고 그 계획대로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몸집은 건드리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어. 그뿐인가? 오늘 회의 자리가 세이지 자산운용으로 몰려오는 기업 자금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지?”
레이 젠슨의 질문에 한진영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 자리에 있지 않았지만 회의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모두 알고 있던 레이 젠슨이었다.
그는 한진영에게 확인을 마친 뒤 계속 이야기했다.
“자네 생각대로 이제 SEC의 위협에서 자력으로 벗어날 정도가 됐어. 그런데…… 왜? 어째서? 블랙문 아니 게리 챈슬러 그 놈에게 빚을 남긴 건가?”
“빚이 아닙니다.”
“그게 어째서 빚이 아니야?”
“제가 코인 그라운드를 소개해준 감사의 뜻으로 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무슨 그런…… 자네는 지금 그 말을 믿는 건가?”
레이 젠슨은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던 가슴팍을 바라보고 말했다.
“늙은이가 들어 있는 그 속이 왜 지금은 어린아이에 불과한 건가? 게리 그 놈이 자네를 옭아매기 위해 한 일이라는 것 모르는 건가?”
“누가 누굴 옭아맨다는 말씀이십니까?”
“자네에게 말일 세. 그 늙은 놈이 SEC를 압박했다고 생색을 내서 자네를 옭아매려…….”
한껏 화를 내려고 목소리를 점점 키우고 있던 레이 젠슨은 한진영의 표정이 변함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눈을 크게 뜨고는 한진영에게 물었다.
“자네…… 일부러 그런 건가?”
“제 속에 들어가 있는 늙은이가 한순간에 젊어지지는 않습니다.”
한진영은 가볍게 가슴을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그리고 레이 젠슨을 향해 웃는 얼굴로 말했다.
“생색을 내고 은혜를 내렸다고 생각하는 게 저에게는 나쁜 일이 아닙니다. 이렇게 50억 달러치의 CDS가 손에 들어왔으니까요.”
한진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에 들어가기 전까지 책상에 앉아 살피던 50억 달러 치의 러시아 CDS와 관련된 서류 앞에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그 위에 손을 얹은 채로 책상에 걸터앉아 이야기했다.
“게리 챈슬러와 이미 이야기를 끝낸 일이지만 블랙문 내부에서 반발이 상당했던 것 같습니다.”
“하긴 그럴 만하지. 채권과 세트로 묶인 것도 아니고 CDS만 그것도 50억 달러 치를 사간다는 게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을 테니까.”
레이 젠슨도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가 블랙문의 직원이었더라고 하더라도 반대를 했을 만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걸 이번에 게리 챈슬러 명예회장이 독단적으로 밀어붙였다고 합니다.”
한진영은 가벼운 손짓으로 손을 올리고 있던 서류를 두드렸다.
종이 뭉치에서 경쾌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한진영은 소리에 맞춰 흥얼거리며 레이 젠슨을 향해 말했다.
“제가 호구처럼 보였을 테니까요. 그리고 은혜를 내린 만큼 제가 그의 손에 옴짝달싹 못하게 잡혔을 거로 생각하여 제가 원하는 것을 해주었을 겁니다. 그 덕분에 저는 이렇게 50억 달러 치의 러시아 CDS를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한진영은 서류에서 손을 떼고 무릎에 올린 채로 레이 젠슨을 바라봤다.
여전히 걱정이 가득 담겨 있는 그는 한진영을 소파에 앉은 채로 올려다봤다.
“그게 정말 자네에게 중요한 건가?”
“네. 중요합니다.”
한진영은 서류를 흘깃 내려다보고 말했다.
“이게 바로 게리 챈슬러의 심장을 찌르는 비수가 될 테니까요.”
한진영의 말에 레이 젠슨은 러시아 CDS 거래가 담겨있는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