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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증권사 생활-578화 (578/650)

578화 거래는 둘만이 하는 게 아니다

“100억 달러를 제안하시더라도 지금은 생각이 없습니다. 지금 저는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는 상황입니다.”

존 루터는 미안한 마음을 담아 한진영에게 말했다.

“한 회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제가 회사를 매각할 계획이 생기면 제일 먼저 한 회장님께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돌아가서 기다려 주십시오.”

존 루터는 지금은 여유가 없다는 말과 함께 기다리라는 말을 건넴으로써 매각 의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뜻도 함께 건넸다.

매각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정말로 여유가 없어서 매각 협상을 진행할 수 없음을 간접적으로 알린 것이었다.

돌아가 기다리라는 말 속에 매각할 생각을 담아 넣은 존 루터는 이쯤에서 한진영이 자리에서 일어날 줄 알았다.

그러나 한진영은 존 루터의 생각과 달리 여전히 자리에 앉은 채로 뜻밖의 말을 건넸다.

“따님이 아프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걸 어떻게…….”

존 루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진영을 바라봤다.

아직 가족 외의 사람은 전혀 모르는 이야기였다.

심지어 회사 사람들도 자주 회사를 비우는 것을 가족 문제로만 알고 있을 뿐 그 이상을 모르는 상황이었다.

존 루터는 놀란 눈으로 한진영을 바라보다 갑자기 큰소리를 쳤다.

“지금 딸 문제로 회사에서 손을 떼라는 말씀입니까? 레이 젠슨 회장님이 칭찬하고 괜찮은 이미지로 좋은 분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군요. 됐습니다. 더는 세이지와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 돌아가십시오.”

존 루터는 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한진영은 고개를 돌린 존 루터를 향해 계속 이야기를 건넸다.

“현재 미국에서 간 이식을 진행할 의료기관을 찾지 못해 답답하실 겁니다. 코로나로 병상이 모두 들어찬데다 의료진들도 코로나에 모두 매달려 있으니까요. 그리고 간 이식 진행할 곳을 찾아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식률이 낮아 혹시 모를 일까지 걱정해야 할 정도니까요.”

“그걸 어떻게…….”

고개를 돌리고 있던 존 루터는 놀란 눈으로 한진영을 돌아봤다.

남의 사생활을 아는 수준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까지 속속들이 아는 것이 존 루터에게 놀라움을 가져다줬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존 루터를 바라본 채로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뒤에 대기하고 있던 조지훈이 준비된 서류를 들고 와 한진영에게 건넸다.

한진영은 존 루터 앞에 서류를 올려놓은 채로 말했다.

“간 이식은 대한민국이 최고입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닥터 최준근은 최고 중의 최고로 꼽히는 의사입니다. 이름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들어봤습니다.”

존 루터는 딸이 간 이식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어떤 의사에게 받는 것이 가장 좋은지 찾아봤었다.

한진영의 말대로 간 이식은 대한민국이 최고였으며 그중에서도 최준근 의사가 최고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존 루터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고 자기가 알고 있는 사실을 말했다.

“닥터 최의 경우에는 몇 년 전부터 대기해야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요. 대신 한국에 다른 유명한 의사를 찾는 중이었습니다.”

“다른 의사도 잘할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최고에게 받는 게 조금이라도 더 안심되지 않겠습니까? 아직 어리기 때문에 회복력이 좋다지만 수술 후 예후에서도 최준근 의사의 환자들이 월등히 좋다는 결과가 있으니 미래를 생각한다면 최준근 의사에게 수술을 받는 게 제일 좋은 선택입니다.”

“그걸 모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제가 예약을 잡았습니다.”

“네?”

존 루터는 놀란 얼굴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고 서류를 내민 한진영을 바라보던 존 루터의 눈에 기쁨이 몰려왔다.

“예약하셨다고요? 그게 정말입니까?”

“일주일 뒤입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당장 내일이라도 괜찮습니다. 무조건…….”

무조건 가겠다고 말하려던 존 루터는 잠시 말을 멈췄다.

일주일 뒤라면 비행 편과 숙소 등등 모든 것을 준비하기에 빠듯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존 루터가 무얼 걱정하는지 모든 것을 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숙소도 마련해 놨습니다. 비행 편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 전용기를 내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전용기까지 내어주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이렇게까지…….”

존 루터는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물으려던 것을 멈췄다.

“루터 컴퍼니…… 좋습니다. 이렇게까지 하시니 저도 더는 어쩔 수가 없군요. 50억 달러에 매각하겠습니다.”

존 루터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딸이 수술을 받게 도와주신 값으로 10억 달러를 포기하겠습니다. 제 마음속에서는 50억 달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하고 있으니 저도 만족하는 가격입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할 수 없는 일을 해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10억 달러를 포기한 존 루터였다.

그에게는 50억 달러나 60억 달러나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딸이 살 수만 있다면 한진영이 10억 달러에 회사를 넘기라고 했어도 넘겼을 존 루터였다.

뒤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조지훈은 소리를 지를 뻔했다.

호의를 베푼 것으로 10억 달러의 가격을 낮췄다는 사실에 놀랐기 때문이다.

처음 한진영이 최준근 의사에게 이식 스케줄을 잡으라는 지시를 들었을 때 조지훈은 의아하기만 했다.

그러나 존 루터의 딸이 간에 이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카드는 충분히 먹힌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어떤 부모라도 아이보다 앞서는 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를 통해 급히 이식 스케줄을 잡았다.

세이지에 여러 가지로 도움을 받은 현정부였기에 세이지의 부탁을 일 순위로 들어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조지훈의 예상대로 정부의 힘으로 이식 스케줄이 빠르게 잡혔다.

한 달을 넘겨서는 안 된다는 한진영의 지시에 일주일 후에 받는 스케줄을 받아냈고 조지훈은 그걸 들고 협상자리에 온 것이었다.

‘역시 대단하셔.’

조지훈은 몇 마디의 부탁으로 팔지 않겠다는 회사를 인수하게 된데다 10억 달러나 가격을 낮춘 한진영의 판단에 경이롭기까지 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조지훈의 놀람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루터 컴퍼니의 인수가격은 저희가 책정한 대로 60억 달러에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50억 달러에 드리겠다는 데도 60억 달러를 주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제가 딸을 대신하여 감사하여 드리는 제안입니다. 50억 달러만 주셔도 됩니다.”

“아니요. 60억 달러를 드리겠습니다.”

조지훈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돈을 받는 사람이 더 많이 안 줘도 된다는데도 돈을 주는 사람이 돈을 더 많이 주려 하고 있었다.

그것도 1,000원 단위가 아닌 1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1조가 넘는 돈을 더 안겨주려 하는 것이었다.

당황하기는 존 루터도 마찬가지였다.

“괜찮습니다. 저는 정말 괜찮습니다.”

“아니요. 저는 따님에 대한 감사를 10억 달러가 아닌 다른 것으로 받고 싶습니다.”

“감사를 돈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받는다고요?”

존 루터는 잠시 멈칫했다.

10억 달러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던 존 루터였다.

그런 그를 더욱 당황하게 하는 말이 한진영의 입을 통해서 나왔다.

“저는 10억 달러가 아닌 존 루터 CEO가 필요합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회사를 인수한 뒤에도 루터 컴퍼니에 남아주십시오.”

존 루터는 한진영이 말하는 뜻을 다르게 이해했다.

“그거야 당연하지요. 회사가 안정될 때까지 전임 경영자가 회사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아니요.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그럼 무슨 의미입니까?”

“세이지의 채권파트를 맡아주십시오. 존 루터 CEO께서 직접 말입니다.”

“제가요?”

존 루터는 당황한 표정으로 손바닥으로 자기를 가리켰다.

한진영은 그런 존 루터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인수 후 잠시 남아 안정이 될 때까지 계시는 것이 아니라 계속 세이지에 남아 채권파트를 맡아 운용해주시는 게 제가 원하는 조건입니다.”

존 루터는 잠시 놀란 얼굴로 한진영을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놀랄만한 제안이십니다. 하지만 제안은 감사하지만 지킬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아이가 수술을 받은 뒤에도 곁에서 아이를 돌봐야 합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제 와이프도 아파서 간호를 할 사람이 저 밖에 없습니다.”

존 루터의 말에서는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놀랄만한 제안 이상으로 그도 한진영의 제안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유색인종에게는 차갑다 못해 날카로움까지 보내는 뉴욕에서 자기가 해내지 못한 것을 이루어낸 한진영이었다.

그런 그의 밑에서 더 많은 일을 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고 싶다고 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못했다.

그의 와이프 또한 딸만큼은 아니지만 아프기 때문이다.

딸의 곁을 지킬 수 있는 것이 자기밖에 없음에 존 루터는 한진영의 놀랄만한 제안에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한진영은 존 루터의 거절에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그는 마치 이런 것조차 알고 있기라도 하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그것도 걱정할 것 없습니다. 다 준비해놨습니다.”

한진영이 손을 뒤로 뻗자 조지훈은 또 다른 서류를 한진영의 손에 건넸다.

한진영은 서류를 존 루터에게 건네며 말했다.

“대한민국에서 수술을 받은 뒤 회복하는 동안 최고의 의료진과 요양사가 붙어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겁니다. 이건 병원에서 제시한 의료시스템입니다.”

존 루터는 한진영이 내놓은 서류를 급히 들어 열어봤다.

조금 전 루터 컴퍼니의 인수합병에 대한 서류는 열어보지 않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만큼 그에게는 회사보다는 딸이 우선이었던 것이었다.

존 루터는 병원이 제공하는 서비스 내역과 실제 사례 그리고 약속하는 시스템 등이 적혀있는 서류를 훑어보며 한진영의 이야기를 들었다.

“부인이 앓고 있는 질환도 함께 볼 수 있게 손을 써놨습니다. 운이 좋게도 같은 병원에 그 분야의 전문가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게 정말입니까?”

“네. 그리고 치료를 받는 동안 서울에서 지낼 곳도 마련해 뒀습니다. 다른 도움은 우리 직원들이 따로 도와드릴 테니 부인과 따님은 치료만 열심히 받으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원하시는 어느 때라도 전용기를 쓸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놓겠습니다. 이런 일에 쓰자고 마련한 비행기니 편하게 사용하세요.”

존 루터는 진심으로 한진영을 감사하는 눈빛을 보냈다.

그에게는 회사를 얼마에 사는지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

한진영과 존 루터가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한진영은 조지훈에게 조금 전 있었던 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했다.

“존 루터는 사업가가 아니야.”

“사업가가 아니라니요?”

“사업가라면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척받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지. 어떻게든 헤쳐나가려고 하는 게 사업가들이야. 혹은 그걸 이용하거나.”

“회장님처럼 말씀이십니까?”

한진영은 조지훈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처럼 움직여야지. 그리고 나만큼이나 능력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가 돈을 벌려고 했다면 지금보다 루터 컴퍼니를 더욱 키울 수 있었어. 하지만 그는 회사를 키우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인물이지.”

“그럼 왜 회사를 운영한 겁니까? 관심이 없었다면 말입니다.”

“증명하고 싶어서 한 일이야.”

“증명이요?”

“그래.”

한진영은 차 안에서 가볍게 다리를 꼬고 앉아 이야기했다.

“자기가 계산하는 대로 시장이 움직이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대학에서 뛰쳐나와 월스트리트에서 있었던 거지. 그러니 딸이 아프다는 것에 회사를 미련 없이 내팽개칠 생각을 하지. 사업가라면 딸보다 회사라고 말할 거야.”

한진영의 말에 조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지훈도 한진영이 말한 사업가라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그런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회사를 얼마에 주고 사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가족에 어려움을 처리해주는 사람이 최고지.”

“그걸 미리 아셨으면…… 조금 더 싼 값에 회사를 살 수 있었던 것 아닙니까? 굳이 50억 달러를 달라고 하는 사람에게 60억 달러를 안겨줄 필요도 없이 말입니다.”

“하하하. 조 실장도 가만히 보면 돈 무지하게 좋아해.”

“아닙니다. 저는 돈 좋아하지 않습니다.”

조지훈은 돈 좋아한다는 한진영의 말에 펄쩍 뛰며 손을 휘저었다.

한진영은 그런 조지훈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농담이니 그렇게 펄쩍 뛸 필요 없어. 그리고 돈 좋아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그렇게 질색할 필요 없어. 나봐. 나는 돈을 무지하게 좋아해. 그걸 숨길 생각도 없어.”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상장 성공으로 수백억 달러 이상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한진영이었다.

그런 그가 아직도 돈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조지훈은 돈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이 한진영 앞에서는 가식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흔들었던 손을 내렸다.

한진영은 조지훈을 바라보며 싫다는 사람에게 돈을 얹어준 이유를 이야기했다.

“존 루터는 자기 회사가 50억 달러라고 계산한다지만 그건 존 루터의 계산 아래서 나온 가치고…… 실제 시장 평가는 60억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가격이 맞아. 존 루터는 지금 시장 상황이 과열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해 프리미엄 가격을 생각하지 못한 거지.”

“나스닥 지수가 11,000까지 넘어서며 과열로 치닫고 있고, 그 영향으로 루터 컴퍼니에도 실제 가치보다 더 높은 가격표가 붙었다는 말씀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돈을 더 줄 필요는 없었지 않습니까? 루터 컴퍼니는 비상장 회사라 존 루터의 의지가 곧 가격인데 말입니다.”

“루터 컴퍼니만 생각한다면 조 실장 말대로 해도 되지. 하지만 아니야.”

한진영은 조지훈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조지훈의 머리를 향해 손가락질하고는 말했다.

“꼭 기억해둬. 거래는 상대와 나 둘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말이야.”

“그럼 또 누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우리 거래를 지켜보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시선도 놓쳐서는 안 돼.”

“외부의 시선 말씀이십니까?”

“그래.”

한진영은 조지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회사를 인수하는 게 루터 컴퍼니로 끝이 나는 게 아니야. 기회가 된다면 다른 곳과도 인수합병 협상을 해야만 해. 그런데 시장 평가가 60억 달러짜리를 50억 달러에 인수했다면 뭐라고 생각할까? 회사를 나중에 매각하는 사람 입장에서 말이야.”

“헐값에 인수하려는 것처럼 보이겠군요.”

“그래. 우리와 매각 협상을 진행하는 처지에서 우리가 가격을 후려친다고 생각하지 않겠어? 그래서 우리가 제시한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든가 아니면 협상을 진행하지 않으려 하겠지. 자기들이 손해 본다고 생각하고 말이야.”

한진영은 이제 알겠느냐는 시선을 조지훈을 바라본 뒤 몸을 뉘었다.

“60억 달러를 주든 100억 달러를 주든 괜찮아. 루터 컴퍼니를 인수했고, 존 루터를 영입했다는 것만으로 그 가치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니까.”

한진영은 등받이의 머리 부분에 고개를 기대고 조지훈을 향해 말했다.

“유동성 폭발은 모든 자산시장을 미쳐 날뛰게 할 거야. 거기에 채권시장 또한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미쳐 날뛸 게 분명해. 하지만 우리는 그 시장에 부족하여 대비가 안 돼 있는데 이번에 모든 대비를 끝마칠 기회를 잡았어. 그럼 돈 아끼지 말고 질러야지. 10억 달러를 아까워해서 뭐하겠어? 나중에 100억 달러로 벌면 되는걸.”

조지훈은 말을 마치고 이제 피곤하다는 뜻을 감은 눈으로 전하는 한진영을 가만히 바라봤다.

돈을 무지하게 좋아한다며 스스로 말하는 한진영이었지만 조지훈의 눈에는 돈보다 돈을 버는 과정을 더 좋아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좋아하는 사람이 저렇게 호쾌하게 돈을 쓸 리가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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