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3화 그도 코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뜨거워지는 날씨만큼이나 시장 또한 뜨거워져만 갔다.
11,000을 돌파한 나스닥은 연신 고점을 계속 경신해 나가며 새로운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S&P500 또한 신세계로 들어갔다.
나스닥과 달리 직전 고점인 3, 390선을 넘기지 못하던 S&P500조차 직전 고점을 넘기며 3, 400대로 진입한 것이었다.
이렇듯 증시의 활황 속에서 선두에 서서 시장을 끌어가는 것은 테라와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였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 시장을 이끌었던 힘 이상으로 테라는 시장을 끌어나갔다.
300달러 고점을 넘긴 데 이어 400달러까지도 한 번에 돌파해 버린 것이었다.
만년 적자를 보이던 테라가 코로나19와 함께 전기차 시장이 활짝 열린 것에 탄력을 받아 신고가를 써내려갔다.
탄력을 받아 오르면 여전히 하루에도 10% 이상 오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테라 이상으로 움직이는 곳이 나스닥에 자리하고 있었다.
바로 시장을 테라와 함께 끌어가는 세이지 인베스트먼트가 그 주인공이었다.
공모가 40달러에 상장한 세이지 인베스트먼트는 상장 첫날 60달러까지 오른 데 이어 한 달도 되지 않는 시간 만에 80달러 선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나스닥이 11,000을 넘기는 시점에 100달러에 돌입하여 시가총액 2,000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제 시장을 이야기할 때면 세이지 인베스트먼트는 빠지지 않는 단골이 되어 있었다.
증시를 분석하는 분석데스크에서도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에 관한 이야기로 프로그램의 포문을 열었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가 오늘도 상승했는데요. 오늘로 110달러대에 돌입했습니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가 어디까지 오를 것 같습니까?
앵커의 질문에 기자가 대답했다.
-현재 투자은행들의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세이지 인베스트먼트는 여전히 과소평가 되어있다고 합니다. 특히, 세이지 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하고 있는 테라의 지분과 엑슨모빌의 지분이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2,000억 달러라는 가치조차 낮다는 것이 그들의 분석이었습니다.
-그럼 여전히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는 뜻인가요?”
-충분한 것을 넘어선 모습입니다. 모 투자은행에서는 현재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가치를 5,000억 달러, 그러니까 주가로 250달러까지 열려있다는 리포트를 오늘 오전 내놓은 상태입니다.
-5,000억 달러요?
앵커는 놀란 얼굴로 기자를 바라봤다.
기자는 자기의 생각이 아닌 시장의 흐름을 이야기하는 것이기에 부담 없는 얼굴로 계속 이야기했다.
-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테라의 지분 가치만 1,200억 달러입니다. 조로의 가치 또한 1,000억 달러를 넘는다고 평가받고 있지요. 또한, SOOM은 어떻습니까?
-SOOM이라고 한다면 바로 그 비대면 관련주 아닙니까?
-맞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술주이죠. 우리 회사도 SOOM의 프로그램을 쓰고 있지 않습니까?
-재택을 하는 상황에서는 SOOM을 쓰지 않을 수가 없지요.
기자의 말에 앵커가 맞장구쳤다.
기자는 앵커의 말을 들으며 카메라로 시선을 돌렸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투자 성공률은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그리고 알려진 투자만 해도 현재의 기업 가치를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코인 그라운드의 지분을 블랙문에 매각하며 얻은 현금도 충분한 상태입니다. 현재 2,000억 달러의 시총을 보이고 있는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에 대한 비중확대는 타당하다고 보입니다.
기자의 정리 멘트에 앵커는 잠시 시간을 두고 침묵으로 기자의 멘트에 힘을 실어줬다.
지금은 침묵만큼 시청자들에게 깊은 각인을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방송이 나간 이후 방송의 힘 때문인지 아니면 방송 전에 나온 리포트의 힘 덕분인지 다음날부터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주가는 다시 한번 기운차게 솟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
“축하하네.”
레이 젠슨은 한진영의 사무실로 들어오자마자 한진영의 손을 잡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자네가 성공할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성공할 줄은 몰랐어.”
“제가요?”
레이 젠슨이 위아래로 흔드는 손을 따라 힘없이 위아래로 흔들리던 손을 멈춰 세운 한진영은 슬며시 손을 빼고는 레이 젠슨을 향해 무슨 이야기인지 물었다.
“뭐가 성공했다는 말씀이십니까?”
“못 들었나?”
“뭘 말씀하시는지…….”
한진영이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레이 젠슨은 곁에 있는 조지훈에게 물었다.
“알려주지 않은 건가?”
레이 젠슨의 말에 조지훈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다가 무언가를 떠올렸다.
“아~ 다음 주에 나올 포브스 기사 말씀이십니까?”
“그래. 아는구먼. 어서 알려줘.”
레이 젠슨이 조지훈을 향해 한진영에게 어서 가르쳐주라는 눈짓을 보내자 한진영이 조지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무슨 기사인데?”
“죄송합니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기사라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기사? 포브스에서 나온?”
한진영은 자기가 좋아하지 않을만한 기사가 무엇이 있을까 떠올려봤다.
그리고 한 가지를 떠올리고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포브스에서도 뭐 주식 부자 이런 거 내놓은 건가?”
“주식 부자가 아니라 그냥 부자 순위를 내놓았습니다.”
“주식 부자도 아니라 그냥 부자? 허허허.”
한진영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레이 젠슨은 그런 한진영의 등을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조지훈을 대신하여 포브스에서 발표한 부자 순위 이야기를 해줬다.
“자네를 포브스에서 세계 부자 순위 10위로 선정을 했네.”
“10위요?”
“그래. 얼마라고? 500…….”
레이 젠슨이 한진영을 돌아보고 묻자 조지훈이 한진영을 향해 포브스가 파악한 한진영의 재산을 말했다.
“포브스에서는 회장님의 재산을 545억 달러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래. 맞아. 545억 달러.”
레이 젠슨은 마치 자기 이야기라도 된 것처럼 즐거운 얼굴로 손뼉까지 쳤다.
그런 레이 젠슨의 모습과 달리 한진영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가볍게 웃었다.
“하하.”
레이 젠슨은 한진영이 마음에 들지 않아 웃는다고 생각하여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해하게. 포브스에서 부자 순위를 집계했을 때만 해도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상승이 여기까지 오르기 전이었을 테니까. 지금 순위를 파악했다면…… 적어도 5위쯤은 되지 않았겠나?”
“그리고 여전히 테라를 비롯하여 회장님께서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계시는 주식은 포함이 안 된 금액입니다.”
“그래. 그러고 보니 테라 지분도 가지고 있다고 했지? 얼마나 가지고 있다고?”
“전체 지분의 2%가 회장님의 소유입니다.”
“2%?”
레이 젠슨은 깜짝 놀란 얼굴로 조지훈에게 물었다.
“그럼 그것만으로도 240억 달러는 된다는 것 아닌가?”
“네. 그 외의 것들까지 더하면 포브스에서 파악한 것에 300억 달러를 더해야 정확한 겁니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가 폭등하기 전으로 계산해도 세계 3~4위권이 제대로 된 위치인 것 같은데? 안 그런가?”
“맞습니다. 그게 한 회장님의 정확한 위치입니다.”
“허허. 내 앞에 세계에서 세 번째로 부자인 사람이 이렇게 있다니. 이거 내가 다 영광이네.”
레이 젠슨이 자세히 한진영의 얼굴을 살피겠다는 듯이 양팔을 잡고 한진영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살폈다.
한진영은 레이 젠슨의 시선을 받으며 다시 한번 가볍게 웃었다.
그리고 양어깨를 잡고 있는 레이 젠슨의 손을 잡아 내려뜨리고는 소파로 레이 젠슨을 이끌었다.
“저는 부자로 공인받는 것이 탐탁지가 않습니다.”
“왜 탐탁지가 않아?”
“실제로 제 주머니에 들어 있는 돈도 아니고 뭐랄까…… 괜히 관심만 받고 피곤해지는 것 같으니까요.”
한진영은 이해하지 못하는 레이 젠슨에서 조지훈을 돌아보고 물었다.
“그렇지 않나?”
조지훈은 한진영의 시선에 머쓱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현재 미국 언론 3곳과 한국의 언론 4곳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특히 서준일보의 경우에는…….”
“성우가 직접 나서서 이야기하던가?”
“인터뷰를 거절하면 다시는 자기 보지 못할 각오 하라고 그랬습니다.”
한진영은 조지훈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누가 누구에게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네. 마음대로 하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한진영의 말에 조지훈은 알았다고 대답하기는 했지만, 한진영의 말이 진심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진영과 조지훈은 그런 부탁과 말 몇 마디로 깨질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조지훈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레이 젠슨을 돌아보고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보셨죠? 피곤해집니다.”
“그건 어쩔 수 없지. 그리고 포브스의 기사가 아니더라도 자네는 바쁠 수밖에 없는 사람이야. 지금 시장이 이런 미친 모습을 보이는데 안 바쁜 게 이상한 거지.”
레이 젠슨은 한진영의 건너편에 앉으며 사무실 한쪽에 보이는 모니터링 화면을 바라봤다.
그곳에선 전날보다 1.76% 오른 나스닥 지수가 보이고 있었다.
“11,500선마저 뛰어넘고 11,600 위에 올라앉았네.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
레이 젠슨은 도저히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한진영에게 앞으로의 지수 움직임을 물었다.
이제 레이 젠슨 같은 베테랑도 한진영의 입에 주목할 수밖에 없게 시장이 흘러갔던 것이었다.
처음 7,000에서 이것저것 마구 긁어모을 때만 해도 이해가 됐었다.
이런 과매도 권에서는 매수를 하는 것이 확률이 높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유동성 장세라고 하지만 전고점을 이렇게 쉽게 뛰어넘을 줄은 레이 젠슨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레이 젠슨은 자기는 물론이고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투자자 중 99.99%는 지금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으로 자신했다.
그리고 전고점을 쉽게 넘어선 뒤 11,500선까지 뚫어내는 모습을 예상한 사람은 전세계에서 한진영이 유일하다고 자신했다.
그만큼 지금 상황은 세상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만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레이 젠슨은 질문을 던지고 한진영의 말을 기다렸다.
한진영은 마치 레이 젠슨의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대답했다.
“너무나 간단한 상황 아닙니까? 12,000에서 한번 걸리고 한동안 횡보하여 12,000에 대한 지지선을 확보한 후 다시 한번 점프.”
한진영은 손을 들어 올려 점프라는 말과 함께 손가락으로 뛰어오르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레이 젠슨은 한진영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올리고 한진영을 향해 물었다.
“점프? 또다시 레벨업이 이루어진다는 말인가?”
레이 젠슨이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12,000이 코앞이야. 그래. 여기까지 온 상황에서 12,000까지 오르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기는 하지. 그래서 나도 12,000까지는 생각하고 있었다네. 그런데 여기서 횡보 후 또다시 레벌업이라니? 그게 정말인가?”
한진영의 생각을 반대하여 내놓은 질문이 아니었다.
그저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 한진영에게 물었던 것이었다.
한진영은 레이 젠슨의 이런 반응도 예상하고 있다는 듯이 대답했다.
“네. 레벨업이 이루어질 겁니다.”
한진영은 현재 증시와 주변 상황이 보이고 있는 화면을 가리킨 채로 말했다.
“보십시오. 주식시장에 발걸음을 막을만한 이야기가 보이십니까? 지표들은 지난 코로나19 때 바닥의 바닥을 친 덕분에 발표할 때보다 모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장에 풀린 유동성이 어떤 상태인지는 우리가 제일 잘 알 정도이고요. 이런 상황에서는 멈출 자리를 찾기보다는 그냥 시장의 흐름에 타고 끝까지 파도를 느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안 그렇습니까?”
한진영은 말끝에 레이 젠슨을 향해 동의를 구하는 질문을 던졌다.
레이 젠슨은 그런 한진영의 질문에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늙었군.”
레이 젠슨은 고개를 몇 번 젓고는 한진영을 향해 말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을 가지고 이렇게 자네에게 찾아와 물어보고 있으니 나도 참…… 다 됐어.”
레이 젠슨은 스스로를 탓하는 말을 내뱉었다.
그러나 그의 말속에서는 너무나 단순한 것을 바라보지 못하는 자기를 탓하는 말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의 말속에서는 기대 또한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런 기대를 직접 입 밖으로 내놓아 한진영을 향해 물었다.
“근데 그렇게 되면 어디까지를 보고 있는 건가? 레벨업이 이루어진다면 13,000은 아니겠지?”
6,600 저점을 찍고 바로 포지션을 바꿔 매수한 물량이 12,000을 넘는 자리까지 함께하고 있는 세이지였다.
테라와 엑슨모빌처럼 대형 거래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 외에도 세이지 자산운용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물량만도 지금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중이었다.
이것으로 얻은 이득 또한 수천억 달러에 달하고 있었다.
그중 30%의 수익이 세이지 몫으로 떨어지는 것이기에 현재 세이지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이익을 보는 회사라고 할 수 있었다.
레이 젠슨은 12,000까지 오르기도 전에 세계 최고가 되어 버린 세이지가 12,000을 넘어 레벨업을 한다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자신이 과거 브릿지랜드를 움직일 때보다 더 뿌듯하다는 마음이 느껴지고 있었다.
레이 젠슨은 12,000 다음을 궁금해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진영은 기대가 담긴 레이 젠슨의 표정을 보고 웃으며 대답했다.
“레벨업을 이야기하는데 13,000이 목표는 아니겠지요.”
“그럼? 그럼 어디란 말인가?”
수십 년을 월스트리트에서 살아온 레이 젠슨이 궁금증을 참지 못해 한진영을 향해 바짝 다가갔다.
1,200억 달러의 자산을 움직이며 시장의 지배자 중 하나로 평가받던 레이 젠슨도 궁금증을 참지 못한 것이었다.
“13,000 이상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니까 13,000 이상 어디? 어디까지 보고 있는 건데?”
감질나게 이야기해주지 않는 한진영의 모습에 레이 젠슨이 화를 내려 했다.
노인네를 이렇게 놀려서야 되겠느냐는 말을 하려던 레이 젠슨은 한진영이 빤히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그래?”
한진영을 향해 바짝 다가갔던 레이 젠슨은 고개를 돌려 한진영이 바라보고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테라의 노아 스미스와 관련된 이야기가 화면에 나오고 있었다.
-오늘 노아 스미스 테라 CEO가 흥미 있는 사진을 SNS에 올렸습니다. 바로 이것인데요.
화면에는 노아 스미스의 SNS 사진이 떴다.
-검정색으로 가득 채워진 사진과 함께 밑에는 이런 글귀를 적어 넣었습니다. 검정이야말로 완벽한 것이다.
-검정이야말로 완벽한 것이다? 이게 무슨 뜻입니까?”
-노아 스미스 CEO가 블랙 코인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블랙 코인이요?
“블랙 코인?”
레이 젠슨이 한진영을 돌아봤다.
한진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노아 스미스가 코인 시장에 참전했나 봅니다.”
한진영은 기쁜 듯한 얼굴로 레이 젠슨을 향해 밝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