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4화 그건 테라도 마찬가지다
한진영은 미국까지 날아온 이성우를 바라보고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짜 왔냐?”
“그럼 진짜 왔지. 자자. 인사해. 여기는 서준일보의 최상식 기자님. 여기는 아시다시피 세이지의 한진영 회장. 둘이 인사하세요.”
서준일보의 최상식 기자는 한진영을 향해 급히 두 손을 내밀고 허리 숙여 인사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사님께서 가면 만날 수 있다고 이야기해서 긴가민가했는데…… 정말이셨군요? 정말 뵙고 싶었습니다. 여기는 저와 함께 온 사진기자인 박대우 기자입니다.”
최상식은 감개무량하다는 표정으로 함께 온 사진기자를 소개하고 한진영을 올려다봤다.
대통령보다 보기 어렵다는 존재를 만나게 된 것에 대한 기쁨이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표정이었다.
이성우는 최상식을 보고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거 최 기자님. 제가 뭐라고 그랬습니까? 진영이는 제가 제일 잘 안다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제가 나오라고 하면 나오는 친구라고 했지요? 걱정하지 마시라니까. 보세요. 공항에도 직접 나오지 않았습니까?”
이성우는 자기를 만나기 위해 공항까지 나온 한진영의 어깨에 손을 둘렀다.
한진영은 이성우를 바라보고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너는…… 안 바쁘냐?”
“너도 안 바쁜데 내가 바쁠 일이 뭐 있겠냐? 세계에서 열 번째로 부자보다 내가 바쁠 일이 없지.”
“어휴~”
한진영은 이성우의 모습에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최상식 기자에게 말했다.
“그럼 가실까요?”
한진영은 최상식에게 준비된 차로 갈 것을 권하고 먼저 앞으로 걸어갔다.
최상식은 함께 온 박대우 사진기자에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는 이성우와 한진영의 사진을 어서 찍으라는 눈치를 줬다.
그리고 기쁜 듯한 얼굴로 걸으면서도 가지고 온 수첩에 한진영에 대한 첫 느낌을 바쁘게 적어 내려갔다.
먼저 앞서 걷던 한진영은 이성우를 향해 다시 물었다.
“진짜로 어쩐 일이야? 네가 직접 온다고 해서 이상해서 공항에 나왔는데…….”
“사실은 너한테 할 말이 있어서…… 그래서 왔다.”
“할 말?”
한진영은 이성우를 잠시 바라봤다.
그리고 조지훈에게 손짓으로 이성우와 둘만 차를 타고 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뜻을 알아듣고 최상식과 박대우 기자를 다른 차로 안내했다.
한진영은 차에 올라탄 후 이성우를 향해 물었다.
“뭔데? 이제 이야기해봐.”
웃는 얼굴을 하고 차에 올라탄 이성우는 찜찜한 표정을 지은 채로 한진영을 찾아온 이유를 이야기했다.
“다른 게 아니라…… 그 광산 있잖아. 니켈 광산…….”
“니켈 광산?”
“그래. 그거. 네가 사라고 해서 산 그것들…….”
“그게 왜?”
한진영은 세이지로 향하는 움직이는 차 안에서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거 내가 잘 가지고 있으라고 했잖아. 그리고 지금 꽤 재미 보고 있지 않아? 니켈 가격 꽤 많이 올라서 재미가 쏠쏠한 거로 알고 있는데 말이야.”
기풍이 니켈 광산을 인수할 때만 해도 니켈 가격은 톤당 10,000달러를 겨우 넘는 수준이었다.
그러던 니켈 가격이 최근 톤당 20,000달러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기풍은 니켈 광산이 효자를 넘어 이제 명실상부 주력 상품의 자리까지 니켈이 차지할 정도로 그룹의 매출 비중에 니켈이 차지하는 자리가 커진 상태였다.
이성우는 한진영의 말에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재미를 쏠쏠히 본 정도가 아니지. 그냥 노났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난리가 난 상태지.”
“그런데 뭐가 문제야?”
“그 광산을 테라에서 팔라고 한다.”
“테라에서 팔라고 한다고? 어디에?”
“어디긴 어디겠어? 자기네들한테 팔라 이 말이지. 직접 자기네들이 니켈 생산에 개입하고 싶다고 그래.”
“테라가 왜?”
“그러니까 미칠 노릇이다. 테라가 왜 니켈 생산에 개입하겠다고 그러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걔네는 전기차 만드는 곳 아니냐? 왜 완성차를 만드는 곳에서 차의 부품 그것도 그 부품의 원자재에 관여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이해가 안 가.”
이성우는 답답하다는 듯이 소리를 버럭 지르고는 한진영을 향해 하소연했다.
“문제는 그 압박을 우리한테 직접 하는 게 아니라 LZ와 대한에너지를 통해 한다는 게 문제야.”
“그들을 이용해서 너희를 꼼짝 못 하게 하려는가 보구나.”
“그래.”
이성우는 앉은 자세에서 몸을 튕겼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우리가 동맹 관계를 맺고 있지 않냐? 그래도 어느 정도 상하관계가 있기는 하거든. 대한에너지가 갑 그리고 우리가 을 뭐…… 이런 상태이기는 해. 그러다 보니까 대한에너지의 압박을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수가 없어. 게다가 LZ신소재 또한 괜히 분란을 일으키지 말고 니켈 광산을 넘기라고 하니 이거 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광산을 넘기면 뭐 어떻게 하겠다는 건데?”
한진영의 질문에 이성우는 양손을 들어 올리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우리도 모르겠다. 도대체 전기차 만드는 테라가 니켈 광산으로 뭘 어쩌겠다고 저러는 건지.”
한진영은 잠시 턱을 손가락으로 긁으며 생각에 잠겼다.
이성우는 한진영의 표정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물었다.
“회장님이 도대체 이걸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시더라. 차라리 그냥 깔끔하게 내주는 게 좋을지 아니면 일부만 넘기고 일부를 가지고 갈지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배 째라고 할지 말이야. 문제는 배 째라고 하게 되면 대한에너지와의 관계가 완전히 끊어질 것 같다는 게 문제다. 대한에너지가 테라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차라리 우리를 버릴 테니까 말이야.”
이성우의 말이 끝나자 생각을 마친 한진영이 이성우를 향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회장님은 뭐라고 하셔?”
“뭐라고 하기는? 너한테 물어보고 오라고 해서 나를 보내셨지.”
“아니. 그거 말고 네가 보기엔 어디에 더 마음이 쏠리신 거 같으냐 이 말이야. 세 가지의 선택 중에서…….”
한진영의 질문에 이성우는 한진영과 마찬가지로 손가락으로 턱을 긁어갔다.
둘이 친구여서 그런 것인지 생각하는 것까지 비슷한 모습을 보인 이성우는 생각을 마치고 한진영에게 대답했다.
“회장님은…… 일부 광산을 넘기는 것을 생각하고 계시는 것 같아.”
“일부를 넘기고 조용히 넘어가자 뭐 이런 걸 원하시는 것 같아?”
“어. 워낙에 우리가 싸게 산 게 있잖아. 그래서 테라에 광산을 넘기더라도 우리는 큰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듯해.”
“그럴 만하지.”
한진영의 추천으로 기풍은 광산이 더는 쌀 수 없는 가격일 때 인수했다.
그래서 지금 테라가 제안한 광산 가격은 기풍이 인수했을 때의 두 배에 가까운 가격이었다.
단기간 만에 두 배를 남겨 먹는다면 나쁘지 않은 투자라고 생각한 이정훈 회장이었다.
그리고 전체를 넘기는 것도 아니기에 지금의 니켈 폭등의 파도를 계속 타고 갈 수 있었다.
기풍으로서는 이것이 가장 나은 최선의 선택이 아니냐고 생각할 만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한진영에게 물어보라고 한 것은 한진영이라면 세 가지 선택 외에 또 다른 것을 이야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한진영은 이정훈 회장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를 넘기고 일부를 들고 가고…… 이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처럼 보이는 하지.”
한진영은 이성우를 돌아보고 자기 생각을 말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어.”
“더 좋은 방법?”
이성우는 역시 기대대로 더 좋은 방법이 있다는 한진영의 말에 크게 관심을 보이며 한진영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한진영은 자기를 향해 쑥 내밀어진 이성우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밀어내며 말했다.
“그래. 더 좋은 방법이 있어. 그들이 버리기 전에 기풍이 먼저 버려.”
“뭘 어떻게 한다고?”
이성우는 자기가 잘못 들었나 하여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한진영은 다시 자기를 향해 다가온 이성우의 얼굴을 밀어내고는 다시 이야기했다.
“아무것도 팔지 않고 다른 곳과 사업을 하겠다고 하는 거야.”
“다른 곳이라니? 어떤 다른 곳?”
“다른 이차 전지 회사와 사업을 하겠다고 해. 이런 식의 압박 속에서 더는 연합을 구성하는 것에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말해. 그냥 더는 대한에너지, 나아가서는 테라와 거래를 할 수 없고, 이제 기풍은 타사에 니켈을 공급하겠다고 이야기하면 돼.”
“그게…… 정말 그렇게 하라고?”
사실 이정훈 회장이 이성우를 보내 한진영에게 이와 같은 사실을 알린 것에는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이었다.
테라와 한진영의 관계를 알고 있었기에 한진영에게 테라에 잘 좀 이야기해달라는 뜻에서 이성우를 한진영에게 보낸 것이었다.
이성우도 그런 이정훈 회장의 의도를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정도 이야기했다면 한진영 또한 이정훈 회장과 이성우의 뜻을 모르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혀 뜻밖의 조언을 건넨 것에 이성우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테라 외에 다른 곳이 어디 있어? 제대로 전기차를 생산하는 곳이 없잖아.”
“그건 테라도 마찬가지야.”
“뭐?”
“테라와 대한에너지도 너희 말고는 대안이 없어.”
한진영의 말에 이성우의 입이 조용히 닫혔다.
그리고 한진영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한진영은 점차 회사에 가까워져 오는 풍경을 바라보고 말했다.
“너도 알다시피 니켈 가격이 지금 급등하고 있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야. 생산한 니켈을 시장에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서 그래.”
“맞아. 우리야 네 배 그러니까 미래해운 덕분에 운송에 차질이 없어서 다행이지 다른 곳은 아주 난리라고 하더라. 코로나로 운송 시스템이 다 무너져 내려서 광산에서 물건을 캐내도 밖에 팔 수가 없다고 말이야.”
“그래.”
한진영은 이성우에게 시선을 돌리고 말했다.
“지금 전기차 수요 때문에 이차 전지에 대한 수요가 함께 폭발한 덕분에 니켈 가격이 오른 것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것보다 공급되지 않아 가격이 폭발적으로 올랐다고 봐야 해. 그게 아니면 이렇게 단기간 만에 두 배가 오르겠냐?”
이번에는 한진영이 이성우를 향해 고개를 들이밀고 말했다.
“기풍은 니켈이 아니더라도 먹고살 게 많아. 기본적으로 철강이 그룹의 기둥이고, 구리와 알루미늄 같은 금속 계통이 기둥을 받치고 있는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어. 이런 상황에서 니켈 하나 부러진다고 해서 회사가 망하지 않아. 안 그래?”
“그렇긴…… 하지.”
“하지만 저쪽은 아니야.”
한진영은 엄지를 어깨높이로 들어 뒤쪽을 가리켰다.
이성우는 한진영이 가리키는 것이 테라 임을 알 수 있었다.
한진영은 자기 손끝을 따라 뒤를 바라보고 있는 이성우를 향해 계속 이야기했다.
“저쪽은 너희 니켈이 없으면 전기차 생산이 휘청일 정도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어쨌든 현재 시장에서 물건을 제대로 공급하는 곳은 너희가 유일하니까.”
“맞아.”
이성우는 한진영의 말에 근심이 점점 지워져 갔다.
“그리고 너희에게는 무기가 하나 더 있어.”
“하나 더?”
이성우는 한진영을 향해 귀를 쫑긋 세웠다.
한진영이 가르쳐준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이성우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니켈하고 함께 짝으로 움직이는 리튬. 너희 리튬 광산도 가지고 있잖아. 그것도 아~~주 많이 말이야.”
“그렇지. 리튬이야말로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가지고 있지.”
“그런데 뭘 걱정해? 주도권은 저쪽이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너희가 가지고 있어. 니켈과 함께 리튬도 같이 끊어버리겠다고 해.”
“같이…….”
이성우는 한진영의 말을 듣고 머릿속이 밝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저쪽의 입을 완전히 막아버릴 강력한 카드가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니켈은 어떻게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리튬은 기풍을 통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물건이었다.
그걸 알고 있던 테라도 리튬은 빼놓은 채 니켈만을 요구했던 것이었다.
리튬이라면 애초에 이야기가 성립되지 않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차 전지의 핵심은 니켈과 함께 리튬이었다.
니켈과 리튬을 동시에 확보할 길은 기풍 외에는 현재 존재하지 않았다.
이성우는 지금까지 을의 위치인 줄 알았던 자기들이 갑이었음을 깨닫고 급히 전화기를 들어 올렸다.
“나 아빠한테 전화 좀 할게.”
한진영은 이성우의 말에 가만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급했는지 회장님 혹은 아버지라는 말보다 아빠라는 말이 먼저 나온 이성우를 보고 웃음이 나온 것이었다.
“아빠. 저요.”
이성우는 전화기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오자마자 바로 ‘아빠’라는 말을 뱉어냈다.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아니. 내 말 좀 들어보라니까요.”
한진영은 전화기 너머에 자리하고 있는 이정훈 회장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듣지 않아도 알 것만 같았다.
이성우는 호칭이 뭐 그렇게 중요하냐며 연신 전화기에 대고 소리를 지른 뒤 한진영이 깨닫게 해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한진영은 슬쩍 이성우를 돌아본 뒤 멈춘 차에서 내렸다.
“오시는 동안 불편하지는 않으셨습니까?”
한진영은 뒤이어 도착한 차에서 내린 기자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서준일보의 기자들은 그런 한진영의 인사에 급히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아닙니다. 편하게 왔습니다.”
“그럼 바로 들어가서 시작할까요?”
“바로 시작하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저야 괜찮은데…… 두 분은 어떠신지…….”
한진영의 말에 최상식과 박대우 기자는 서로 잠시 바라본 뒤 한진영을 향해 급히 대답했다.
“저희는 괜찮습니다. 회장님께서만 괜찮으시다면 바로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잘됐군요. 그럼 올라가서 시작하도록 할까요?”
한진영은 고개를 돌려 슬쩍 이성우를 바라봤다.
여전히 전화기를 잡고 한진영이 했던 이야기를 전하는 이성우는 뒤따라가겠다는 뜻을 손짓으로 건넸다.
한진영은 이성우의 모습에 가볍게 웃고는 조지훈에게 인터뷰를 진행할 곳으로 안내할 것을 지시했다.
***
박대우 기자의 플래시가 연신 번쩍였다.
그리고 플래시 세례가 멈추면 뒤를 이어 최상식 기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상장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으셨는데 세이지 자산운용의 상장은 계획에 있으신가요?”
“대한민국에서라면 세이지 자산운용의 상장도 생각해봤을 겁니다. 하지만 이곳은 다릅니다.”
“다르다고요?”
팡. 팡.
플래시 세례가 끝이 난 후 한진영은 최상식 기자의 질문에 대답했다.
“미국에서는 모든 계열사를 상장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했다가는 과거의 회사들처럼 쪼개질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미국법에 걸릴 가능성을 걱정하시는 거군요.”
“법에 걸리기 전에 타겟으로 잡힐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한진영은 가볍게 최상식을 향해 부탁했다.
“이건 오프더 레코드로 처리해주십시오.”
팡. 팡.
한진영이 웃으며 최상식에게 말하자 최상식도 한진영과 마찬가지로 이해한다는 듯이 웃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외지인으로 괜한 일에 트집 잡히는 것을 걱정하실 수 있으니까요. 이해합니다.”
최상식은 인터뷰 내용을 짧게 적어가던 수첩에서 타겟으로 잡힐 것을 걱정한다는 한진영의 말을 지웠다.
그리고 가장 궁금해하는 이야기 중 하나를 꺼냈다.
“세이지는 오래전부터 테라와 깊은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테라의 노아 스미스 CEO가 SNS를 통해 활발히 코인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혹시 세이지도 코인에 관한 관심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진출할 의향도 있는지 함께 대답해주시겠습니까?”
최상식은 질문을 던지고 한진영을 빤히 바라봤다.
박대우도 이번 질문에서만큼은 카메라를 내려놓고 한진영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조차도 지금 질문에는 관심이 갔던 것이었다.
한진영은 자기를 바라보는 두 쌍의 눈의 주인을 향해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코인 시장은 세이지가 매우 관심 있게 보는 분야입니다. 코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는 시장에 진출할 어떤 계획도 잡혀있지 않습니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기회가 된다면 코인을 거래하는 것 또한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팡. 팡.
한진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박대우 기자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